여운초는 명해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명해은은 여운초가 이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여운초의 이마를 톡 치며 말을 건넸다.“그렇게 날 보지 마. 네가 몸조리를 잘하지 못해도, 네가 임신하지 못해도 난 너를 싫어하지 않을 거야. 내가 널 싫어했다면 이진이가 너에게 구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막아 나섰을 거야. 너희 두 사람이 약혼하기까지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라고.”“널 방금 만났을 때도 네가 앞이 보이지 않아 네 작은 고모랑 십 년 동안 의사 선생님을 찾아다녔잖아. 이진이가 널 좋아한다면 네가 어떤 모습이든 우린 모두 널 받아들이고 좋아했을 거야. 네가 남자라 해도 이진이가 널 좋아한다면 우린 널 받아들일 수 있는걸.”여운초는 감동한 눈빛으로 명해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님, 고마워요. 제 마음이 너무 따뜻하네요. 이렇게 엄마 사랑을 받아보네요.”명해은은 여운초를 친딸처럼 아꼈다.“내 며느리를 내가 아끼지 않으면 누가 아끼겠어? 운초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정 선생님과 우리를 믿어.”여운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여운초는 굳게 믿었다.세 여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중심 별장으로 돌아갔다.전이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사 온 선물들을 모두 집안에 두고 약혼녀를 기다렸다.“할머니는 집에 안 계셔?”여운초는 문 앞에 서 있는 약혼자를 보면서 물었다.그녀는 서원 리조트에 여러 번 와보았기에 전씨 가문의 손자들이 전씨 할머니와 사이가 매우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집에 계시는 한 그들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곧 오실 거라고 먼저 요리하면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전이진은 자연스럽게 여운초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내가 막노동을 하러 온 것 같아.”“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태윤 씨가 집에 있을 텐데 도와달라고 하세요.”하예정은 전이진의 말을 이었다.“아버지도 한가하시잖아.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모두 할 일 없으실 텐데 가서 도와달라고 해.
전이진은 이제야 약혼녀와 단독으로 지낼 기회가 생겼다.그는 선물을 들고 약혼녀의 손을 잡고 멀리 떠난 후에야 감히 불만을 털어놓았다.여운초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이진이 잡은 손을 빼내면서 말을 이었다.“방금 휴대전화가 계속 울려서 누가 메시지를 이렇게 많이 보냈는지 좀 봐야겠어. 아까 어머님과 함께 얘기하느라 못 봤거든.”카톡을 누르니 집사가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모두 사진과 동영상이었다.사진과 동영상을 본 여운초는 곁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여운별이 두 고모를 찾아가 도움을 청할 줄 알았는데, 그 새 번호는 큰고모가 번호가 아니었어. 그 새 번호를 쓴 사람의 성은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인데 나도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을 잘 몰라. 동호 오빠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네.”“큰아버지께 물어봤는데도 옛 친구 형제 중에도 그런 성씨를 가진 사람은 없었대. 여운별이 공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전화한 것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그 공씨가 어떤 신분인지 참... 여운별이 막 나오자마자 연락을 한 사람인데.”“이진 씨, 혹시 우리 엄마의 세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이 틈을 타서 운별이를 이용해 힘을 모아 나에게 보복하는 건 아닐까?”전이진은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그 사진들과 동영상을 본 뒤 입을 열었다.“일단 지켜보자. 여운별은 실력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너무 어리고 속셈이 없는 사람이지. 누군가 그녀를 이용하려 해도 언젠가는 허점이 드러날 거야. 일단 계속 지키다 보면 분명 공 씨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거야.”“만약 정말 네 어머니의 남아 있는 세력이라면, 다시 힘을 모아 복수하려고 해도 두려워하지 마. 이참에 전부 감옥에 넣어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 당시에 많은 경찰이 출동해서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모두 잡아넣었어. 도망친 사람들도 수배 중일 텐데 감히 다시 관성으로 오지는 못할 거야.”“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저녁 식사 후에 내가 형한테 부탁해서 지훈 씨에게 부탁드려 보라고 할게. 한 번 더 조사해 달라고
한동호는 고백도 못 하고 지금의 여자 친구와 결혼하게 되었고 여운초를 보는 눈빛도 많이 태연해 졌기에 전이진이 더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왜 말이 없어? 아직도 동호 오빠를 연적으로 보는 거야?”전이진이 황급히 아니라고 대답했다.“아니. 그냥 해본 말이야. 형이 아내도 생겼는데 너를 여동생으로 볼 것으로 나도 굳게 믿어. 그래도 친오빠는 아니잖아. 핏줄이 섞인 것도 아닌데. 형도 가정이 생겼으니,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마땅하다고 생각해.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해. 최대한 형을 귀찮게 하지 말고. 회사 일도 이미 많이 도와줬잖아.”여운초는 전이진이 그 말을 할 때 질투하는 표정을 보아내지 못하자 그제야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었다.“그 전에 내 눈이 보이지 않았기도 했고 동호 오빠가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서 큰아버지의 믿음을 얻었기 때문에 나도 사업에 관한 일을 오빠에게 맡긴 거야. 이제 난 시력을 회복한 지 반년이나 되었고 사업도 이제 익숙히 잘 알기 때문에 더는 오빠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돼. 오빠도 형수님과 함께 있을 시간이 필요하니까.”여운초는 그전에 잘 보이지 않았기에 매번 회의할 때마다 한동호가 옆에서 그녀를 도와야 했다.많은 일도 한동호의 손을 거쳐야 했다.비록 한동호의 아내 박아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미안하게 생각했다.예전에 여운초는 박아름이 전이진과 마찬가지로 여운초를 연적으로 여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한동호가 여운초에게 너무 잘해 준다고, 한동호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운초라고 말하면서 질투하여 헤어질 뻔했다.한번은 한동호가 박아름과 싸운 적이 있는데 싸움의 원인은 역시 여운초의 문제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지기도 했었다.그때 박아름은 정말 한동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한동호 역시 화가 나서 박아름을 찾아가지 않았다.그 뒤로 여운초가 한동호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몇 번이고 물어본 뒤에야 박아름과 싸워서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운초는 자신 때문
고현은 전호영을 조금 좋아하긴 했지만 결혼할 정도로 정이 깊지 않았다.하여 현재 전호영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여전히 아내가 마음을 빼앗는 것이다.그러면서 겸사겸사 하루 호텔을 관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시 그룹 밑의 공장들도 가보면서 업무를 지도했다.여운초는 고현의 차가운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고현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지만 그래도 진정한 남자와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있었다.하지만 어떤 남자들의 목소리는 좀 높은음이긴 했기에 사람들도 고현이 그런 부류의 목소리인 줄로만 알고 여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전이진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어릴 때부터 남장을 20년 넘게 했는데 남자와 같지 않을 수가 없지. 고 대표님도 너무 도도해. 우리 큰형과 겨를만도 하지. 표정도 엄숙하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그런 표정을 하고 있잖아. 큰형이 예전에 얼마나 엄숙하고 냉담하셨는지 넌 아마 모를 거야. 네가 우리 큰형을 만났을 때는 이미 우리 형수님이랑 알콩달콩 잘 지냈을 때잖아.”“우리 형수님 앞에서는 엄청 부드러운 남편이거든. 고 대표님도 호영이와 같은 남자만이 감당할 수 있을 거야. 난 그래도 너와 같은 여자가 좋아. 부드럽지만 약하지는 않고 만만해 보이지만 강인한 성격이면서도 인내심도 일품이잖아.”여운초는 전이진을 꼬집었다.“내가 강인해도 이진 씨는 항상 날 갉아먹잖아.”여운초는 전이진을 보면서 그녀를 갉아먹으라고 한 적 없었다.그녀는 전이진을 자신의 생활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전이진은 마치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그녀가 뿌리치지 못하게 했다.여운초의 첫 키스도 전이진이 강제로 빼앗은 것이다.다행히도 그때, 여운초가 강압적인 수단을 쓴 뒤로 전이진이 그녀를 매우 존중했고 감히 그녀에게 강제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전이진은 그 당시 질투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행동했던 것이다.여운초에게 억지로 키스를 한 뒤로 여운초는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전이진은 너무 초조하여 하예정에게 도움을 청했고 또
전이진이 말하기도 전에 여운초는 또 혼자 중얼거렸다.“좋은 약은 입에 쓰고 병에 좋다고 하기에 내가 아무리 써도 깨끗하게 마셨어.”그것은 정겨울의 처방한 약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정겨울의 치료를 받고 싶어도 만날 수조차 없었다.여운초는 전이진 덕분에 정겨울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운초 씨, 잘 될 거야. 다 잘 될 거야. 앞으로 쓴 약 먹을 필요 없으니까 조금만 견지하자.”전이진은 그녀가 매일 마시는 약이 매우 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여운초를 도와 약을 달일 때마다 공중에 떠다니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약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엄청 쓴데 마시는 사람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여운초가 약을 다 마실 때마다 전이진은 그녀의 입에 작은 사탕 한 알을 먹여주어 쓴맛을 없애게 했다.“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어두움이 지나면 곧 밝은 날이 다가오니까.”여운초의 재치 있는 말을 들은 전이진은 눈웃음 지었다.전이진의 마음속 여인은 강하고 자신만만했다. 그는 이러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왔어? 왜 또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 왔어. 집에 부족한 게 없는데. 다음에 올 때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 오지 마.”오인숙은 빙그레 웃으며 맞이하러 나오더니 전이진이 수많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바로 꾸짖었다.“숙모, 운초의 작은 마음이에요. 효도하고 싶다는데 제가 막을 수는 없잖아요. 셋째 삼촌은 집에 안 계세요? 돌아오기 전에 제가 단톡방에 문자를 남겼을 때 삼촌께서 요리까지 주문하셨는데.”전이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계셔. 집안에서 바둑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 중이거든. 우리 두 사람 지금 바둑을 두는 중이야. 너도 알다시피 네 삼촌 바둑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바둑을 둘 줄도 모르면서도 바둑에 빠지셨어.”“하도 나랑 바둑을 두자고 하시길래 함정을 파주었는데 지금 머리가 터지도록 해결하려고 궁리하고 계셔. 우리가 들어가도 아마 생각해 내지 못했을걸.”오인숙은 남편의 바둑 실력이 매우 못마땅했다.전씨 할머니
오인숙의 웃음소리가 아주 해맑았다.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장소민에 비하면 단아하고 침착함이 부족했다.오인숙은 늘 그녀가 사모님이 될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늘 자신이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 아니기 때문에 우아하고 침착할 필요 없다고 했다. 반면 장소민은 큰 사모님으로서 성숙하고 차분하며 고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사실 장소민도 오인숙과 비슷한 성격이었다.동서지간에 성격이 엇비슷해 두 사람은 유난히 잘 맞았다.“처음 이진을 봤을 때 마음에 들었어요?”여운초는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보이지 않을 때는 있진 씨 얼굴을 만지면서 수없이 상상해보았지만, 막상 제 두 눈으로 보니 정말 의외였어요. 제가 만진 거랑 너무 달랐거든요. 물론 너무 만족하죠. 아주 만족해요. 제 고모도 저한테 이진 씨한테 잘해 주어야 한다고 늘 말하세요.”“이진 씨를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덕분이라면서. 저의 작은고모는 심지어 저보다 이진 씨한테 더 잘해줘요. 우리 고모는 옛날에 저를 가장 예뻐했었는데.”여운초의 겉으로 작은고모가 전이진을 너무 편애한다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여운초의 작은 고모 여준희는 조카사위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전이진의 우수함으로 보면 그는 여운초보다 더 좋은 여자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여운초를 선택했다.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심지어 여운초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예진 리조트를 찾아다녔는지 모른다.예준일에게 수많은 눈총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견지하여 예진 리조트로 다니면서 정겨울을 전씨 가문으로 초대하는 데 성공했다.여준희는 여운초에 대한 전이진의 진심이 여운초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 얻어온 복이라고 생각했다.전이진이 여운초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 전씨 할머니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았지만 말이다.어쩌면 애초에 전이진은 여운초에게 감정이 없었지만, 그냥 시도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운초에게 감정이
전이진은 알아서 모두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고는 과일과 간식을 들고 나왔다.전이진은 바둑판 위의 바둑알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숙모, 이 판은 고의로 삼촌에게 난제를 내주신 것 같은데요. 삼촌 바둑 실력으로 보면 내일까지 생각해도 바둑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실 것 같은데요.”전현국의 바둑 솜씨는 정말 형편없었다.전현국은 바로 굳은 얼굴로 전이진을 노려보았다.바둑 실력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조카에게 놀림을 받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그래도 어르신인데 체면이 서지 않았다.전이진은 헤헤 웃으며 코를 만지다가 다시 오인숙을 보았다. 오인숙이 전현국을 꾸지람하기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말이다.전현국에게 야단맞는 것을 막기 위해 오인숙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전현국은 분명히 바둑 실력이 매우 구렸지만,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꺼렸다.오인숙은 전이진의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더니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바둑을 좀 접어두세요. 나중에 또 저와 한 판 해요.”“됐어. 난 이진이랑 할 거야. 이진아, 이번 주말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나랑 바둑 좀 두자. 나랑 바둑 두지 않으면 내가 널 볼 때마다 말할 거야. 네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전이진이 바로 용서를 빌었다.“삼촌, 제가 잘못했어요. 제 입이 탈이네요. 삼촌 실력이 너무 훌륭하세요. 제발 절 용서해 주세요. 제가 셋째 삼촌과 바둑을 두면 3분도 안 걸려 바로 질 걸요. 그럼 얼마나 재미가 없어요. 그래도 숙모랑 해요. 숙모는 바둑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재미있으실 거예요.”그들이 만약 전현국에게 잡혀서 바둑을 두게 되면 일부러 져주기 때문에 바둑 한판이 몇 분도 안 지나 곧 끝나게 된다. 그러면 전현국은 도전성이 없어 재미가 없다고 느끼면서 그들을 더는 잡지 않았다.오인숙은 남편을 나무랐다.“운초 씨의 눈은 아직 치료 중이에요. 이진이가 매일 운초 씨에게 약을 달여 주어야 하는데 당신과 바둑을 둘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저와 바둑을 두고 싶지 않다면 방학이 되면
“노랑이가 운초 씨 품에 안기는 것 좀 봐요. 내가 안으려고 하면 날 때리기까지 하면서 뛰어가더니.”여운초가 애완 고양이를 안은 장면을 보고 전이진이 깜짝 놀라 한마디 내뱉었다.오인숙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누가 전에 발로 차서 원한을 맺으라고 했어? 노랑이는 확실히 부드러운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제가 사납게 생겼어요?”전이진은 자신이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너희 형제 중 누가 부드럽다고 생각해? 노랑이는 사실 엄청나게 똑똑하거든. 너희들이 위선적인 부드러움은 느낄 수 있었을 거야.”“이름이 노랑이에요? 귀엽네요.”“온몸이 노란색이라 노랑이로 이름 지어 주었어요. 이런 고양이는 무척 귀여워요. 만약 좋아한다면 이진이 보고 한 마리 사 오라고 하세요. 사람한테 엄청나게 달라붙어요. 저녁에 잘 때도 옆에서 붙어 자기를 좋아해서 자꾸 우리 품에 안겨서 자거든요.”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지금은 키울 시간이 없어요. 태윤 씨도 애당초 고양이와 개를 형수님께 선물했지만, 형수님도 키울 시간이 없어 숙희 아주머니에게 맡겼잖아요. 애완동물들은 키워주는 사람들이랑 더 친하거든요.”오인숙은 하예정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그건 그래요. 양씨 아주머니가 너무 잘 먹여서 돼지처럼 살이 쪘잖아요. 다이어트가 좀 필요하죠.”전이진과 여운초는 정현국 집에서 한참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중심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이진은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하기 시작했다.여운초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전이진이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전이진은 하예정에 부탁해 여운초를 데리고 나가서 아름다운 노을 풍경을 보러 가라고 했다.여운초와 하예정은 정원에 있는 정자 아래에 앉았다. 주위에는 분수와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밑에서 물들이 졸졸 흘렀다.이것이 바로 진정한 정원이었다.“여운별이 나왔어요.”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하예정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내년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벌써 나왔어요? 안에서 표현이 좋아서 감형받고 미리 나온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