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가 여씨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논하기 싫어한다면 여운별을 부추겨 여운초를 고소하라고 하면 될 것이다.“큰고모, 둘째 고모. 우리 아빠가 감옥에서 잘 표현하시면 감형받을 수 있으실 거예요. 따라서 일찍 나올 수 있을 거고요. 우리 엄마는... 나올 기회가 적은 것 같아요.”여미정이 말을 이었다.“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도 잘 지내지 못했나 보더라. 지난번 천우가 네 어머니 보러 갔는데 말수도 적고 죽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고 하던데.”“그럴 리가 없어요. 만약 살아갈 기회가 보이신다면 어머니께서는 분명 죽을 생각은 하지 않을 거예요. 천우를 위해서, 운초 언니가 여씨 가문을 차지하는 것을 보기 싫어서라도 잘 살아가실 거에요.”추미자를 잘 알고 있는 여운별은 그녀가 죽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다만 어머니가 중형을 선고받아 살아날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천우가 그러던데 네 엄마가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살이 엄청나게 빠졌다고. 멀쩡한 집안이 운초 때문에 산산조각이 났어. 그 애는 왜 그렇게 마음이 독한지 몰라.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는데. 네 엄마도 운초의 엄마잖아. 정말 독한 여자야.”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그녀는 여운초가 그들을 얼마나 미워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이 여운초를 무척 괴롭혔기 때문이다.추미자 부부가 저지른 죄는 여운초의 친아버지를 죽인 것뿐만 아니라, 다른 불법적인 일, 특히 추미자와 관련된 범죄, 납치 및 고의 상해죄 등 여러 가지 죗값 때문에 중형을 받게 된 것이다.“천우는 어느 대학에 합격했어요?”여운별은 동생의 안부를 물었다.그녀가 감옥에 있을 때 동생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보러 가지 않았다.남매가 평소에 사이가 좋지는 않았어도 부모님이 감옥으로 들어가신 후 여운별은 여천우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지만 여천우는 독하게도 여운별을 보러 가지 않았다.여천우의 이름이 언급되자 두 고모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천우는 일류 대학에 합격했어. 외지에 있는 학교로 다녀야 했기 때문에
“제가 그 장님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천우는 누가 옳든 그르든 항상 그 장님 곁에서 저를 탓했어요. 내가 너무 나쁘다면서 아빠께 고자질까지 한 거 있죠.”여천우에 대해서도 여운별은 불만이 가득했다.여미정이 입을 열었다.“천우는 마음씨가 착하고 집에 잘 있지도 않아서 운초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몰라. 운별아, 너 혼자서 운초를 이길 수 없을까 봐 걱정돼. 운초의 배후에는 지금 전씨 가문이 서 있거든. 네가 핸드폰과 은행 카드를 가져오면 그 학교에 가서 천우를 한 번 만나봐.”“천우는 이제 성인이야. 너희 남매가 손을 잡아야 운초를 이길 수 있을 텐데, 어쨌든 너희 둘은 같은 부모를 둔 친남매이기 때문에 너희들이 한마음이 되어야 해. 운초가 천우랑 사이가 가까워서 좀 망설일 수도 있을 거야. 이건 너한테도 유리해.”여운별이 말을 이었다.“천우가 저와 마음이 같아야 하는데. 큰고모의 생각처럼 여운초가 천우에게 무슨 수를 썼는지 어려서부터 운초를 도우면서 가깝게 지냈잖아요.”과거 여운별은 남동생이 여운초에게 무척 잘해 주는 것이 아주 못마땅했기 때문에 부모님께 남동생을 기숙학교에 보내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그렇게 되면 여천우와 여운초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천우를 많이 달래 봐. 어쨌든 너희 두 사람이 마음이 같아야 성공할 수 있어. 아니면 운초를 이길 수 없어.”여미란은 돈을 가지러 일어나면서 여운별에게 물었다.“여기서 쉬고 있어. 나 장 보러 갔다 올게.”여운별은 여미란이 현재 사는 곳을 둘러보았다. 방 3개 달린 집이라고는 하지만 허름한 집이었다.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여전히 지저분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서 어떻게 잘 쉴 수 있겠는가!감옥에 있는 것도 아니고.하지만 그녀는 이젠 감옥에서 나왔다.자유를 되찾아 다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로 되었다.하지만 여운별은 싫은 내색을 표현하지 않고 두 고모와 함께 여운초를 상대하려고 했다.“저도 함께 갈래요.”여운별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여미란은 거절하지
여운초는 시댁 식구들을 매우 좋아했다.명해은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셨다.여운초의 친어머니는 그녀를 원수를 대하듯 했다.시어머니가 친어머니보다 몇 배 더 좋았다.예전에 여운초가 보이지 않았을 때부터 명해은은 여운초를 좋아했다.여운초의 두 고모가 전씨 가문에 와서 명해은을 만나 여운초와 전이진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다 명해은이 패기 넘치는 한마디를 내뱉었는데 여운초는 그 말을 듣고 무척 감동한 적 있었다.그 뒤로 시어머니를 어머니처럼 대하기 시작했다.명해은이 빙그레 웃으며 여운초의 엄마라는 말에 응했다.명해은은 며느리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운초야, 이제 잘 보여? 얼마나 멀리 보여?”“우리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얘기 나누어요. 둘째 숙모께서 운초 씨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과 하신 약속한 미루고 집에서 기다리셨어요. 할머니께서도 저녁 드시러 오신다고 하셨고요.”하예정은 여운초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여운초와 전이진은 사촌 형수님과 인사를 나누고는 다시 리조트로 돌아가 쉬었다. 이때 하예정을 만났으니 친구가 생긴 셈이다.하예정과 전태윤은 관성에서 자가용으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멀리 가지 않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기도 아주 편리했다.두 사람만의 생활을 살고 싶을 때 나가 놀다가 전태윤의 명의로 된 집에서 살면 되었다.전태윤은 엄숙하고 냉담해 보이지만 매우 향수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소유하고 있는 별장은 모두 좋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가서 논다고 해도 주위에 놀 곳도 많고 맛있는 음식들도 많았다.“이제 좀 멀리 보여요. 사실 지금도 너무 만족해요.”“예정 씨, 사촌 형수님 보러 가지 가셨어요? 아기가 너무 귀여워요. 저와 이진 씨가 방금 병원에서 보고 나오는 길이에요.”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가보긴 했는데 너무 오래 머물러 있지 말라고 하셔서 나왔어요. 제가 임신해서 힘들어할까 봐 형수님 퇴원하면 다시 가보려고요. 아기가 너무 귀엽죠? 보고 있으면 정말 꽉 깨물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전태윤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난 걸어갈게. 뒤에서 걸으면서 예정이를 지켜보다가 예정이가 지치면 내가 업고 가려고.”전이진이 바로 말을 이었다.“형수님을 너무 아끼는 거 아니야? 우리도 좀 살자. 너무 비교되잖아.”하예정은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임신했다고 해도 아직 배가 너무 나오지 않았고 입덧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 거리쯤이야 업어줄 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전태윤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야. 내 아내를 진심으로 생각해줘서 그런 거지 너희랑 비교하려고 그런 거 아니야.”전이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충 대답했다.“네네네... 형은 우리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모범을 보여주시는 것이죠. 정말 안 탈래? 나 먼저 간다.”전태윤이 차에 올라타지 않은 것을 본 전이진은 혼자 차를 몰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앞의 세 여자를 따라잡은 전이진은 차의 속도를 늦추면서 경적을 울렸다.명해은은 고개를 돌려 아들을 보더니 노려보며 말했다.“왜 경적을 울리고 난리야! 시끄러워. 우리 며느리 놀라게 좀 하지 마.”전이진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엄마, 타시겠어요? 운초 씨가 많은 물건을 사 왔어요. 저 혼자서는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질 수 없어서 별장 문 앞에 가서 멈추려고요.”“먼저 가. 우리는 풍경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갈 테니.”서원 리조트는 일 년 내내 경치가 아름답다.여운초는 서원 리조트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이진이 늘 그녀를 부축해 다니며 리조트에 무엇이 있는지 소개하면서 다녔다.시력이 회복된 후로 아직은 가까운 사물만 볼 수 있을 뿐 먼 곳은 여전히 흐릿하게 보였기에 천천히 걸어야 리조트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전이진이 약혼녀를 보았고 여운초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차를 몰고 앞으로 갔다. 천천히 몰다가 여자들의 대화를 방해한다면서 또 어머니께 혼날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다.차 경적을 몇 번이나 눌렀다
하예정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여운초에게 물었다.명해은도 여운초를 보고 있었다.명해은은 손주를 안고 싶어 했다. 만약 여운초 커플이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거나 어려운 문제에 맞서 낳지 못한다면 명해은은 몇 년을 기다릴 수 있었는바 젊은이들이 딩크족만 아니면 다 좋다고 생각했다.정말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는다면 명해은 부부는 한동안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자식들은 이미 다 컸고 그들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생활하고 싶은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게 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피곤하지 않아?”정자에 도착하자 명해은이 여운초에게 물었다.“괜찮아요.”방금 도착했기에 여운초는 먼저 들어가서 모두에게 인사했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나가서 정자 아래에 앉아있는 것이 너무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정 선생님께서 제가 지금 임신이 어려워서 한동안 약으로 몸조리를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제가 시력이 회복한 뒤에야 저의 몸을 조리해 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여운초는 태연하게 모두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일찍 시댁 식구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어야 결혼 후 임신을 바로 하지 않아도 어른들이 걱정하시지 않기 때문이다.명해은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정 선생님께서 몸조리를 잘할 수 있다고 하셨어?”명해은은 여운초의 지난 삶들이 처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여운초가 망가진 몸을 조리해야 하는 것도 이해해 주었다.따라서 사돈을 무척 원망했다. 그녀는 추미자가 전남편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여운초가 배속에 10달을 품어 낳은 친자식인데도 너무 여운별만 편애한다고 추미자를 매우 원망했다.추미자는 여운별을 손에 떠받쳐 키웠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끼면서 키웠다.여운초를 예뻐하지 않으면 그뿐일 텐데 심지어 학대하면서 친딸의 목숨까지 앗아가려 했다.다행히도 여운초는 생명력이 강해 몇 번이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결국 10년 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지냈고 신체도 너무 손상되어 임신하기 어렵
여운초는 명해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명해은은 여운초가 이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여운초의 이마를 톡 치며 말을 건넸다.“그렇게 날 보지 마. 네가 몸조리를 잘하지 못해도, 네가 임신하지 못해도 난 너를 싫어하지 않을 거야. 내가 널 싫어했다면 이진이가 너에게 구애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막아 나섰을 거야. 너희 두 사람이 약혼하기까지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라고.”“널 방금 만났을 때도 네가 앞이 보이지 않아 네 작은 고모랑 십 년 동안 의사 선생님을 찾아다녔잖아. 이진이가 널 좋아한다면 네가 어떤 모습이든 우린 모두 널 받아들이고 좋아했을 거야. 네가 남자라 해도 이진이가 널 좋아한다면 우린 널 받아들일 수 있는걸.”여운초는 감동한 눈빛으로 명해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님, 고마워요. 제 마음이 너무 따뜻하네요. 이렇게 엄마 사랑을 받아보네요.”명해은은 여운초를 친딸처럼 아꼈다.“내 며느리를 내가 아끼지 않으면 누가 아끼겠어? 운초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정 선생님과 우리를 믿어.”여운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여운초는 굳게 믿었다.세 여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중심 별장으로 돌아갔다.전이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사 온 선물들을 모두 집안에 두고 약혼녀를 기다렸다.“할머니는 집에 안 계셔?”여운초는 문 앞에 서 있는 약혼자를 보면서 물었다.그녀는 서원 리조트에 여러 번 와보았기에 전씨 가문의 손자들이 전씨 할머니와 사이가 매우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집에 계시는 한 그들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곧 오실 거라고 먼저 요리하면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전이진은 자연스럽게 여운초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내가 막노동을 하러 온 것 같아.”“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태윤 씨가 집에 있을 텐데 도와달라고 하세요.”하예정은 전이진의 말을 이었다.“아버지도 한가하시잖아.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모두 할 일 없으실 텐데 가서 도와달라고 해.
전이진은 이제야 약혼녀와 단독으로 지낼 기회가 생겼다.그는 선물을 들고 약혼녀의 손을 잡고 멀리 떠난 후에야 감히 불만을 털어놓았다.여운초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이진이 잡은 손을 빼내면서 말을 이었다.“방금 휴대전화가 계속 울려서 누가 메시지를 이렇게 많이 보냈는지 좀 봐야겠어. 아까 어머님과 함께 얘기하느라 못 봤거든.”카톡을 누르니 집사가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모두 사진과 동영상이었다.사진과 동영상을 본 여운초는 곁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여운별이 두 고모를 찾아가 도움을 청할 줄 알았는데, 그 새 번호는 큰고모가 번호가 아니었어. 그 새 번호를 쓴 사람의 성은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인데 나도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을 잘 몰라. 동호 오빠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네.”“큰아버지께 물어봤는데도 옛 친구 형제 중에도 그런 성씨를 가진 사람은 없었대. 여운별이 공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전화한 것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그 공씨가 어떤 신분인지 참... 여운별이 막 나오자마자 연락을 한 사람인데.”“이진 씨, 혹시 우리 엄마의 세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이 틈을 타서 운별이를 이용해 힘을 모아 나에게 보복하는 건 아닐까?”전이진은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그 사진들과 동영상을 본 뒤 입을 열었다.“일단 지켜보자. 여운별은 실력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너무 어리고 속셈이 없는 사람이지. 누군가 그녀를 이용하려 해도 언젠가는 허점이 드러날 거야. 일단 계속 지키다 보면 분명 공 씨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거야.”“만약 정말 네 어머니의 남아 있는 세력이라면, 다시 힘을 모아 복수하려고 해도 두려워하지 마. 이참에 전부 감옥에 넣어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 당시에 많은 경찰이 출동해서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모두 잡아넣었어. 도망친 사람들도 수배 중일 텐데 감히 다시 관성으로 오지는 못할 거야.”“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저녁 식사 후에 내가 형한테 부탁해서 지훈 씨에게 부탁드려 보라고 할게. 한 번 더 조사해 달라고
한동호는 고백도 못 하고 지금의 여자 친구와 결혼하게 되었고 여운초를 보는 눈빛도 많이 태연해 졌기에 전이진이 더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왜 말이 없어? 아직도 동호 오빠를 연적으로 보는 거야?”전이진이 황급히 아니라고 대답했다.“아니. 그냥 해본 말이야. 형이 아내도 생겼는데 너를 여동생으로 볼 것으로 나도 굳게 믿어. 그래도 친오빠는 아니잖아. 핏줄이 섞인 것도 아닌데. 형도 가정이 생겼으니,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마땅하다고 생각해.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해. 최대한 형을 귀찮게 하지 말고. 회사 일도 이미 많이 도와줬잖아.”여운초는 전이진이 그 말을 할 때 질투하는 표정을 보아내지 못하자 그제야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었다.“그 전에 내 눈이 보이지 않았기도 했고 동호 오빠가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서 큰아버지의 믿음을 얻었기 때문에 나도 사업에 관한 일을 오빠에게 맡긴 거야. 이제 난 시력을 회복한 지 반년이나 되었고 사업도 이제 익숙히 잘 알기 때문에 더는 오빠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돼. 오빠도 형수님과 함께 있을 시간이 필요하니까.”여운초는 그전에 잘 보이지 않았기에 매번 회의할 때마다 한동호가 옆에서 그녀를 도와야 했다.많은 일도 한동호의 손을 거쳐야 했다.비록 한동호의 아내 박아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미안하게 생각했다.예전에 여운초는 박아름이 전이진과 마찬가지로 여운초를 연적으로 여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한동호가 여운초에게 너무 잘해 준다고, 한동호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운초라고 말하면서 질투하여 헤어질 뻔했다.한번은 한동호가 박아름과 싸운 적이 있는데 싸움의 원인은 역시 여운초의 문제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지기도 했었다.그때 박아름은 정말 한동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한동호 역시 화가 나서 박아름을 찾아가지 않았다.그 뒤로 여운초가 한동호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몇 번이고 물어본 뒤에야 박아름과 싸워서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운초는 자신 때문
“형, 너무 늦었어. 형도 힘들 텐데 그만 쉬어 나도 이만 돌아갈게.”전태윤과 얘기를 다 마친 전창빈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전태윤이 말을 건넸다.“너무 늦었는데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가. 묵을 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전창빈이 말을 이었다.“안 멀어. 여기 방은 있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그래. 그리고 잠자리를 바꾸면 잠도 잘 안 오고.”전창빈은 장소를 옮기면 새로운 거주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침대를 가리는 사람이 잠자리를 바꾸면 늘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한다.전창빈의 개인 별장이 그리 멀지 않고 잠자리를 가리는 전창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태윤도 더는 전창빈을 만류하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 천천히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가 문자를 보내라고 당부했다.“그럼 얼른 쉬어.”전태윤은 배웅하러 일어나지 않았다.전창빈이 멀리 떠난 뒤 전태윤은 물을 반 잔 더 마시고는 다시 몸의 냄새를 맡았지만, 여전히 술 냄새가 났다.그는 하예정에게 영향을 줄까 봐, 그녀가 깨어날까 봐 서재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그는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방 입구로 돌아갔다. 그러나 문을 밀어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잠시 안을 바라만 보다가 몸을 돌려 서재로 들어갔다.하예정은 한밤중까지 자고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야 했다.자기 전에 우유 한 잔을 마시면 한밤중에 일어나곤 한다.화장실에 다녀온 하예정은 잠에서 깼다.그녀는 그제야 전태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침대 앞으로 돌아와 앉아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세 시가 넘었다.전태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인가!‘돌아오지 않은 건가? 언제 돌아오는지 문자도 없고.’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전태윤이 전화를 받았다.“여보, 아직 안 왔어요? 많이 바빠요?”하예정은 관심 있게 물었다.그는 예전에 아무리 바빠도 새벽에는 반드시 집에 돌아왔다.그러나 지금 새벽 3시가 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사업에 관한 일이
장소민이 먼저 집으로 오고 그 뒤로 전현림이 또 왔다.그리고 자기가 사고 쳤다고 생각한 전창빈이 또 따라왔다.전태윤은 묻지 않아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전창빈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으셨어. 엄마는 내가 이미 사업을 하고 있고 잘 경영하고 있는 데다 올해부터 가족 사업을 돕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면서. 요리를 좋아하면 집에서 하거나 호텔에서 해도 되는데 굳이 가정 요리사로 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거든. 근데 아버지는 날 지지해 주셨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하셨지. 그러다가 두 분이 서로 말싸움하다가 엄마가 이기지 못해서 홧김에 방에 돌아가셔서 문을 닫으셨거든. 아빠가 몇 번이고 오랫동안 문을 두드렸는데도 들어가지 못해서 엄마가 화가 좀 풀리면 다시 들어가려고 했어. 근데 엄마는 아빠가 떠난 틈을 타서 조용히 집에서 나와 형 집으로 오셨지 뭐야. 나랑 아빠는 엄마가 여전히 방에 계시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엄마가 화가 풀리고 나서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엄마가 여기로 오신 것을 알게 됐어. 그래서 따라온 거고.”전창빈은 미안한 듯 계속해서 말했다.“부모님께서 항상 감정이 좋으셨는데 내 결정 때문에 불쾌하게 지내시니 내가 너무 불효자인 것 같아.”전창빈은 자신이 불효하다고 느꼈지만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하기로 한 결정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부부싸움도 안 하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 나와 네 형수님도 많이 다투었거든. 부부간에도 소통이 필요한 법이지. 한쪽이 막무가내로 나오지 않는 한 잘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풀릴 거야. 우리도 그런 억지를 부리고 소통할 수 없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런 상황도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고.”전창빈은 전태윤이 그에게 말한 부부간의 관계에 관한 얘기들을 잘 듣고 있었다.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모두 금실이 좋으셨다. 전창빈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말들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사실 이미 부부 관계에 대한 일들에 대
잠시 후, 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임무를 맡기셨는데 나도 이제 움직이려고. 호영 형처럼 반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아내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몰라.”전창빈은 그들이 동생으로 태어난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형들의 교훈을 잘 섭취하고 피할 수 있을 테니까.“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여인은 보통 성품이 좋은 사람이야. 너의 성격에 잘 맞게 골라주셨을 거야. 언제 출발하려고?”전태윤이 문득 물었다.“다음 주 월요일에 출발하려고. 이틀 동안 손에 있는 일을 먼저 정리하려고. 중요한 일들은 형에게 맡길게. 알아서 처리해 줘.”“그렇게 급해?”전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전창빈은 약간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선우씨 가문은 A시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야. 그 가문에 들어가서 일하면 급여와 대우가 나쁘지 않을걸. 그리고 선우민아 씨가 입맛이 까다롭다고 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가서 도전해 보고 싶어 하거든. 그곳에는 이런 말이 전해지고 있대. 가정 요리사가 선우씨 가문에서 석 달 동안 일하고 나오면 일자를 걱정할 필요 없고 반년 이상 버티고 나오면 큰 호텔들이 앞다투어 요구한다고 해. 몇 년 동안 일을 해도 해고되지 않는다면 아마 신으로 불릴지도 모르지.”전태윤은 실소했다!“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그분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대?”“선우민아 씨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아가씨들 입맛도 까다롭대. 전부 먹는 것에 매우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라 요리 실력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누군가는 일반적인 야채 볶음 하나에도 통과되지 못한다고 해.”전태윤이 피식 웃었다.“도전해 볼 만하군.”전태윤은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고 추측했다.어쨌든 사진만 보았을 뿐 실물을 본 적도 없고 함께 지내본 적도 없다. 전창빈은 그렇게 쉽게 마음이 흔들릴 남자가 아니었다.하지만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가 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마침 전창빈은 요리를 가장 좋아했다. 그는 아마 십여 년 동안 키워온 요리 실력으로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가 될
묻지 않아도 전창빈이 조금 전에 여기에서 TV를 보며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전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전창빈은 곧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왔다.그리고 전태윤의 앞에 따뜻한 물잔을 내려놓고 옆에 서서 전태윤의 분부를 기다리면서 언제든지 시중을 들어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전태윤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앉아.”“고마워.”전창빈은 얼른 자리에 앉았다.“이렇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사고 치지 않았다고? 말해봐,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부모님께서도 의견이 안 맞으시다니.”“형, 나 정말 사고를 치지 않았거든. 그냥 원림성의 A시에 가보고 싶어서 그래.”“가서 뭐 하려고? 설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멀리 가려고 해? 집에서 설을 쇠지 않으려고? 할머니께서 아시면 네가 가장 먼저 얻어맞을걸.”설쯤에 전씨 할머니는 자손들이 모두 돌아와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있는 것을 좋아하셨다.손자며느리가 몇 명 더 있으면 더 좋을 것이지만.이제 고현도 전호영을 따라 돌아올 것이다. 약혼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곧 약혼식도 치를 것으로 보인다.고현은 전호영을 위해 그녀의 여자 신분을 폭로해 그가 게이가 아니라는 오해를 풀어주었다.“나 가정 요리사에 지원하고 싶어. A시의 선우씨 가문에서 요리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그 가문 아가씨의 입맛이 엄청 까다로워서 요구가 엄청 높대. 나도 도전해 보려고. 좋은 기회야.”전태윤은 눈살을 찌푸리다가 곧 물어보았다.“할머니께서 선우씨 가문의 딸을 정해주셨어?”원림성의 A시는 너무 멀다.아마 H시와 이웃 도시일 것이다.용정도 그곳 사람이었다.설마 전씨 할머니께서 그 진흙탕에 뛰어드실 계획인 건가...전태윤은 그의 전씨 가문과 예씨 가문의 사이가 가깝고 여운초의 눈도 예씨 가문의 정겨울이 치료해주고 있는 데다 또 성소현은 앞으로 예씨 가문의 다섯째 사모님으로 될 여자였다. 게다가 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사이로 전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되었다.앞으로 예
전태윤은 저녁 12시에야 집에 도착했다.그는 술도 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전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전창빈은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 곧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전태윤의 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하여 멈추었다.경호원이 차에서 내려 전창빈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안부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곧 전태윤의 차 문을 열어주어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안 취했어.”전태윤이 나지막이 말했다.“형.”전창빈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태윤을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전태윤은 거절했다.“창빈아, 어쩐 일이야?”친동생을 본 전태윤은 매우 놀랐다.“술 한 잔만 마셨어. 취하지 않았으니까 부축해주지 않아도 돼.”“형한테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전창빈은 여전히 전태윤을 부축해주었다. 전태윤의 술 냄새를 맡은 전창빈이 말을 건넸다.“독한 술을 마셔서 술 냄새가 많이 나네.”“이야기가 잘 풀려서 좀 마셨어.”전태윤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옷 냄새를 맡아보며 전창빈에게 물었다.“술 냄새가 많이 나? 네 형수님이 술 냄새를 맡을 수 있겠지?”전태윤은 오늘 밤 서재에서 자야 할지도 모른다.하예정은 그가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때때로 그는 담배 한 대 피워도 껌을 씹어 담배 냄새를 제거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의 아내가 냄새를 맡을까 봐 걱정했다.특히 하예정은 지금 그들의 사랑의 결실을 배속에 품고 있었다.그런 하예정에게 담배 냄새를 맡게 하면 더욱 안 된다.집에는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그의 친구들도 그가 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창빈은 말을 잇기 모호했다.그가 하예정도 아닌데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잘 몰랐다.전태윤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냄새가 나는데? 늦었는데 오늘 예정이를 방해하지 말고 서재에서 하룻밤 자야겠어.”전태윤은 문득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전창빈에게 물었다.“아까 우리 부모님 차를 본 것 같은데?”전태윤은 자신이 잘
우빈은 좀 더 놀고 싶었다.“예정아, 내가 우빈한테 이야기를 읽어줄게.”장소민은 하예정이 힘들어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하예정이 동의하기도 전에 장소민은 침대 머리맡에서 이야기책을 집어 들고 우빈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려고 했다.하예정은 시어머니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소민게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우빈의 짐들을 확인하러 가볼게요.”녀석이 뭐 빠뜨린 거 없나 한 번 확인하려고 했다.장소민은 우빈에게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하예정은 우빈의 여행 가방에 있는 물건을 검사하러 갔다.우빈은 가장 두꺼운 잠옷 한 벌을 챙겼다. 그는 어른들의 대화 내용을 통해 강성이 매우 춥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눈도 와서 엄청 춥다고 들어서 녀석은 자신에게 가장 두꺼운 잠옷을 챙겨놓았다.그리고 이틀 동안 가장 두꺼운 외투를 모두 챙겨놓았다. 모자와 목도리, 장갑, 그리고 일상 생활용품도 챙겼다.이 외에도 그는 여행 가방에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 두 개와 몇 가지 평소 즐겨 먹던 간식을 넣었다.조카의 여행 가방을 들여다본 하예정은 옷장을 열어 두꺼운 윗옷 두 벌을 더 가져와 여행 가방에 챙겨 넣어 가방 안을 가득 채워 넣었다.“이모, 제가 잘 챙겨놓았죠?”우빈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기뻐하며 칭찬했다.“우리 우빈이 잘 정리했네. 모두 잘 챙겨놓았어.”역시 그녀가 가르친 조카다웠다.장소민은 우빈을 살짝 눌러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우빈아, 자. 눈 감고 이제 자야지.”우빈은 혀를 내밀며 장소민에게 애교를 부렸다.“할머니, 저에게 좋은 꿈을 꾸라고 뽀뽀해 주세요.”“그래.”장소민은 사랑스럽게 그의 이마를 톡 쳤다. 그녀는 우빈이 그녀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둘째 아들 전창빈이 어렸을 때처럼 말이다.전태윤은 어릴 때부터 진지하고 딱딱해서 그녀에게 애교를 부린 적 없었다.전창빈이 어렸을 때 그녀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곤 했지만 애교부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전창빈은
하예정과 우빈이 위층으로 올라간 뒤로 전창빈은 장소민에게 다시 사과했다.장소민이 입을 열었다.“나 이제 화 풀렸어. 창빈아, 네 아빠와 형수님 말이 맞아. 다 큰 성인이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잖아. 엄마는 이제 어렸을 때처럼 이것저것 너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넌 태윤과 달리 전씨 가문의 무거운 짐을 질 필요 없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해. 훔치거나 빼앗거나 법을 어기는 일만 하지 않으면 돼.”돌아올 때 며느리만 데리고 오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장소민은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전창빈이 아내에게 구애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모른 척했다.일이 성공적으로 풀리게 되면 전창빈도 장소민에게 알려줄 것이다.며느리가 누구든 아들 전창빈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장소민은 하예정마저 받아들였다.미래의 둘째 며느리 집에서 개인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 가정 형편이 나쁘지 않을 것인데 그녀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전창빈은 장소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그리고 부모님께 물었다.“오늘 여기서 며칠 묵으실 예정이세요?”“네 할머니도 집에 안 계시는데 내가 여기서 예정이를 돌보아야지. 네 아빠는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겠지.”그러자 전현림이 바로 말을 이었다.“당신이 있는 곳에 내가 머물러야지.”“저는 당신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전현림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하루 이틀 아들 집에서 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방에 내 옷이 있을 거야.”장소민은 문득 목이 메었다. 이 방에 그의 옷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창빈아, 먼저 집으로 돌아가. 외지로 가서 일하려면 관성에서의 업무는 확실하게 설명해 주어야 해. 태윤에게 말해서 사람을 시켜 네 업무를 맡도록 하게 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니까.”전창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여기에서 형을 기다려서 말하면 돼요.”전창빈은 원
“내 말이. 올때 날 버리고 왔잖아. 우린 부부인데 당연히 붙어 다니면서 다녀야지. 왜 나를 집에 두고 혼자 나온 거야? 내 생각을 해본 적 있어? 태윤이와 예정이가 보고 싶다면 나하고 말할 것이지. 그러면 내가 당신과 함께 여기로 왔을 텐데.”장소민의 허벅지에 앉아 있는 우빈을 힐끗 쳐다보던 전현림이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이 우빈을 보고 싶어 하는데 난들 안 보고 싶겠어?”우빈은 작은 얼굴을 쳐들고 장소민과 전현림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다시 전창빈과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왜 자신이 이 화제에 끌려들어 가게 되었는지조차 몰랐다.그는 단지 장소민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그러다가 전현림이 들어왔고 전현림은 우빈의 앞에서 장소민의 손을 잡고 많은 얘기를 나누다가 장소민이 얼굴을 붉히며 우빈을 혼자 남겨두고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리고 지금 계단을 내려온 지 2분 만에 하예정과 전창빈이 들어온 것이다.“저도 할머니가 보고 싶었어요.”우빈은 큰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 했다.사람들 전부 웃기 시작했다.우빈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웃기만 했다.하예정이 우빈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위층으로 올라가서 샤워해야지. 내일 유치원에 가야 해.”“이모, 10분만 좀 더 볼 수 있을까요?”우빈은 하예정이 위층으로 올라가 씻고 자라고 재촉하는 소식을 듣자마자 흥정하기 시작했다.하예정은 녀석에게 주의를 시키었다.“내일 금요일이야. 내일 오후에 네가 유치원에서 나오면 동명 아저씨가 널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강성으로 가는 거 잊었어? 엄마가 우빈이와 동명 아저씨를 고대 기다리고 계셔.”하예정도 함께 강성에 가고 싶어 했다.하지만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다.하예진은 그녀에게 전태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돌아와서 혼내주겠다고 경고했다.전태윤이 그녀를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그녀가 기어코 강성으로 가려고 할까 봐 하예진은 미리 경고했다.강성은 지금 하씨 자매에게는 조금 위험한 곳이었다.하예진은 아무리 큰 위험에 처해도 물러서지 않을
“태윤 씨에게 말해도 돼요?”전창빈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큰형은 상관없어요. 앞으로 제가 큰형의 도움이 필요하면 또 연락해야 하니까요. 알려주지 않으면 제가 도움 청하기도 곤란해요.”하예정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업무적인 일은 태윤 씨가 도와줄 수 있지만, 감정적인 일은 태윤 씨를 찾아도 소용없어요. 앞으로 감정적인 문제는 저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태윤 씨보다 더 잘 아니까요.”전태윤은 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성에 대한 지식을 전부 하예정에게 퍼부었기에 다른 여자들에게 신경 써줄 정력이 없다고 했다.여자마다 성격이 다르다.하여 여자에 관한 문제로 전태윤에게 묻는다면 헛수고일 것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은 복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예정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은 하예정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전태윤의 친동생으로서 전창빈은 자신 큰형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하예정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는 급히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하예정이 돕는 것은 전태윤이 돕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푹 빠져있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사살이다.예전에 관성 업계에서는 전태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 소문이 바뀌었다.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리는 것이 전태윤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엄중하다고 전해지고 있다.전태윤과 적을지언정 절대로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형수님, 제가 들어가서 엄마한테 사과드릴게요. 어쨌든 저 때문에 엄마가 아빠와 말다툼을 하게 된 거니까요.”“네.”하예정은 대답하며 전창빈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전현림은 진작에 아내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장소민도 너무 화가 난 건 아니지만 전현림이 밤늦게 서둘러 자기를 데리러 오는 것을 보고 오히려 약간 쑥스러워하며 자신이 소란을 피웠다고 느꼈다.전현림은 장소민에게 그녀가 진심으로 전창빈이 남의 가정에 가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