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우가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이진을 흘겨보았다.전이진이 웃으면서 물었다.“천우야, 네가 오늘 어떻게 왔어?”여천우는 전이진이 자기 누나와 친근하게 군데 대해 불만이 있어 얼굴이 불그레 해짐에도 불구하고 반박했다.“이건 제집이에요, 내가 언제 오고 싶으면 언제 와요, 형이 상관할 바는 아닌걸요?”전이진은 성격이 좋아서 여천우와 대들지 않았다.전이진은 여초운와 키스하는 장면을 여천우가 본 걸 알기 때문이다.아마도 처남이 자기 누나한테 경박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누나, 나 천우야.”여천우는 냉큼 큰 누나 곁에 달려가 서서 전이진을 슬쩍 한쪽 편으로 밀어버리고 큰 누나 눈앞에서 제일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누나가 자기의 생김새를 똑똑히 볼 수 있기 위해서였다.누나가 실명했을 때 여천우는 고작 일곱 살이었다. 초등학교 이학년 학생에 불과하다.지금은 벌써 대학생이다.처남한테 밀려난 전이진은 여전히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천우야, 너희 누나는 지금 눈앞의 물건은 볼 수 있단다. 하지만 똑똑히는 안 보여. 정박사가 그러는데 지금 누나의 시력은 칠팔백 도의 안경을 건 근시가 안경을 벗은 상태와 같단다. 볼 수는 있는데 똑똑히 안 보여.”“네가 좀 더 가까이 와야 누나가 너를 잘 볼 수 있을 거야.”“맞다, 너 뭘 좋아해? 지금 주방에 시켜서 네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시키게.”마침 점심시간이다.여천우는 전이진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누나의 두 눈만 뚫어지게 보면서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누나, 나 좀 봐봐, 내 얼굴 똑똑히 볼 수 있어?”그리고 손으로 자기의 눈을 한번 만지고는 물었다.“누나, 나 방금 손으로 눈 만졌어, 아니면 코 만졌어?”여운초도 조용히 동생을 지켜보았다.여천우는 부모의 좋은 점만 물려받아서 얼굴이 엄청나게 잘 생겼다. 여운초도 어머니를 많이 닮았기에 두 사람은 꽤 닮은 편이다.한참 후, 여운초는 손을 내밀어 여천우의 얼굴을 만졌다. 볼로부터 눈, 코까지 천천히 만지면서 마지막에 이마까지 만지
여운초는 감정을 사로잡은 후 동생을 힘껏 포옹해 주었다.누나의 품에 안긴 여천우는 매형을 흘끔 쳐다보면서 좀 어색했다. 매형이 질투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예전부터 이 매형이 아주 횡포하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매형인데 동생을 좀 양보하면 어떠냐고 생각했다.어렸을 때, 큰누나는 겉으로 남동생을 냉대하며 본 척도 않지만, 매번 그가 넘어지기만 하면 달려와서 가슴 아파하며 품에 안고 부드럽게 달래주곤 했다.여천우는 기억이 생길 때부터 큰 누나를 유별나게 따랐다.자기가 넘어지면 얼음장처럼 차갑던 누나가 따뜻해진다고 생각했다.그 후로 여천우는 넘어지는 걸 즐겼다. 넘어져야만 누나가 자기를 관심하고 달래도 주고 안아도 주니깐. 기억 속 누나의 품은 얄팍하면서도 따뜻했다.어린 여천우는 왜 엄마는 누나를 미워하고, 누나는 자기를 냉대하는지 잘 몰랐다. 점점 켜면서 그 까닭을 알았다. 누나는 아버지의 친딸이 아니기 때문이다.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나왔지만, 엄마는 누나를 미워했다.누나가 엄마한테 된욕을 먹거나, 물매를 맞을 때마다 여천우가 달려가서 몸으로 막아주곤 했다.그는 엄마가 누나를 학대하거나 누나가 수모를 당하는 걸 보고는 절대로 참지 못하고 나섰다.둘째 누나의 심보도 고약하다. 큰 누나를 두둔하지 못하게 빼돌리려고 여천우를 기숙학교에 보내라고 엄마한테 권했고, 부모가 비록 여천우를 제일 이뻐했지만 큰 누나를 감싸주지 못하게 하려고 끝내는 기숙학교에 보내고야 말았다. 비록 그 학교가 관성에서 제일 비싼 학교이긴 하지만.여천우가 매번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큰 누나한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곤 했다.하지만 끝내는 실명당했을 뿐만 아니라,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 다행히도 작은고모가 친정에 왔다가 발견하고 큰 누나를 병원으로 데려가서 목숨을 건졌다.옛일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여천우는 자책감에 못 이기며 큰 누나가 사무치게 그리웠다.“누나.”여천우는 매형이 질투하든 말든 더는 관계치 않고 큰 누나를 힘주어 포옹했다.포옹을 마친 후 여천우가 큰 누나
“알았어."여운초가 동생을 자리에 앉히고 물었다.“근데 왜 갑자기 집에 왔어? 명절도 아니고 방학도 아닌데, 상과 안 해?"지난번 누나랑 통화하고 나서 걱정도 되고 또 눈 치료가 효과가 어떤지 보고 싶어서 며칠 휴가 내고 왔어."“그럼 전화할 줄 모르니? 굳이 휴가까지 내면서 와? 이틀만 자고 얼른 학교 가야지?”여운초가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전이진이 말했다.“운초씨, 이참에 천우가 큰 형 결혼식까지 보고 가면 좋잖아."그러자 여운초가 여천우를 보면서 휴가는 며칠 냈냐고 물었다.“한 주일."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은 3일 후에 올리기로 했다.“그럼 큰형 결혼식에 참석한후 학교로 돌아가렴. 앞으로는 큰일 없으면 함부로 휴가 내면 않되, 열심히 공부해서 방학 때 돌아오면 회사로 들어와 실습해."여운초가 여씨 그룹을 물려받을 때부터 독점할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여씨 그룹에 남동생의 한 몫이 있다고 생각했다.“누나, 난 회사경영에 관심 없어."여천우는 여씨 그룹에 발들이기 싫었다.왜냐하면, 여씨 그룹에 주인이 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여천우가 회사로 들어간다면, 아버지의 옛 부하들은 필연코 그의 편에 줄 설 것이다.누나는 지금 자기편의 사람들을 키우고 있다.그때 가서 설사 두 형제가 싸울 마음이 없다 하더라도 각자의 부하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때 되면 여씨 그룹이 망할 뿐만 아니라 형제도 버성기게 될 거다.게다가 여천우는 정말로 장사에 전혀 취미가 없다.잠자코 있던 여운초가 동생한테 물었다.“그럼 넌 졸업 후에 뭘 할 건가 생각은 해봤니?”“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거니와 촬영도 좋아해. 화가나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여운초는 동생의 말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말했다.“방학하면 우리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들어와, 봉급 줄 테니, 기타는 나중에 다시 봐."“응."여천우가 간단히 대답하고 금방 물었다.“매형의 큰형이 곧 결혼한다고?”전이진이 해석 해줬다.“큰형은 진작 결혼했어, 식을 이
여씨 별장 대문 입구에 있는 전 여씨 가문의 큰 아가씨와 둘째 아가씨는 옛날의 오만과 고귀함을 버린 지 오래였다.지금 그들의 몸에는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고 반짝이던 비싼 보석들도 보이지 않았으며 들고 다니던 에르메스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그들 뒤에는 자가용 자동차조차 없이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왔다.빚을 갚기 위해 두 가족은 팔 수 있는 물건들은 다 팔았다.집까지 판 그들은 전세를 맡았다.두 고모가 태어났을 때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유한 축에 속해서 근심 없이 자랐다.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도 집안이 일떠섰기에 넉넉한 혼숫감을 가지고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며느리에서 할머니가 되었지만, 이제는 부화방탕한 생활로부터 다시 가난뱅이로 돌아가서 고생해야만 했다.나이가 많고 밖에서 일한 경험조차 없는 두 고모는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어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부밖에 없었다.하지만 청소부의 봉급은 너무 적어서 며칠도 못가서 다 써버리고 없었다.검소함에서 사치로 갈기는 쉽지만, 사치에서 검소함으로 가는 것은 어렵다고들 했다.이 말은 아마도 이 한 쌍의 자매에게 가장 적합한 듯했다.이런 고생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두 고모는 제발 저희를 좀 봐 달라고 여운초한테 절이라도 할 듯이 쫓아왔다.그들은 비로소 여씨 가문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오빠와 형님이 아니라 장인 여운초라는 것을 늦게야 알게 됐다.여운초는 운이 좋게도 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전씨 가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가령 앞 20년 동안을 여운초가 신데렐라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면 남은 인생은 호의호식하는 부잣집 사모님의 삶을 살 수 있었다.하느님이 그녀에게 내린 보상인 것처럼.“운초야, 문 열어, 우린 네 고모야!”“운초야, 다 우리 잘못이야. 더는 집안 재산을 빼앗으려 하지 않을 테니 제발 좀 살려줘라!”여운초의 둘째 고모도 큰소리로 외쳤다.여씨 가문의 이웃들은 두 고모가 친정집에 돌아가 가족 재산을 빼앗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여씨 가족
정박사가 신의의 자제면 어때? 신의도 사람인데 고칠 수 없는 질병도 있기 마련이다.“천우야, 천우야!”여운초 뒤에 따라 나오는 사람이 여천우인 걸 발견하자 두 고모는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조카가 당연히 조카보다 호락호락할 테니깐.옛날에 그들은 오빠와 형수랑 한 패거리가 되어 여운초를 학대하고 괴롭혔었다. 여운초가 피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자 매일 여운초가 죽기만 기다렸다.여운초가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앙심을 품어 그들한테 보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하나뿐인 조카 여천우는 어릴 때부터 두 고모가 애지중지했다.친정집에 유일한 남자애니까.친정집의 재산을 탐내기 전에는 여씨 그룹이 잘되길 바랐다. 그래야 남들이 그들을 업신여기지 못하니깐."천우 부르지 말아요. 걔는 지금 아무런 실권도 없어요."여운초가 걸어 나와서 두 고모 앞에서 문틈 사이로 맞대고 두 눈을 부릅떴다.전이진은 따라 나오지 않았다. 여운초가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 필요 없다면서 말렸다.전이진은 사랑하는 여운초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러 주방에 갔다.두 고모는 여운초가 앞을 보지 못하는 줄 알고 악독하고 원한이 가득한 눈길로 여운초를 째려보았다.만일 눈빛이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두 고모의 눈빛은 여운초를 천 번, 만 번도 죽였을 거다."그렇게 지독한 눈으로 볼 필요가 없어요."여운초가 쌀쌀맞게 말했다.“눈길로 날 못 죽여요. 너만 힘들지."큰고모는 말문이 막혔다.그는 두 손을 문살 사이로 내밀고 여운초의 눈앞에 대고 흔들어 보았다."큰고모, 손 흔들지 않아도 돼요. 나 다 보이거든. 큰고모 요즘 살 많이 쪘네요. 내 기억 속에 큰고모가 무척 날씬했었는데, 지금은 뚱뚱하고 작달막하네요."큰고모의 키는 원래부터 크지 않았고 약 150㎝밖에 안되었다. 형제 중에서 키가 제일 작았다.그녀의 몸은 옆으로만 퍼지기만 하여 지금은 마침 호박 같았다.큰고모는 여운초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연실색해서 물었다.“운초야, 너 진짜 볼 수 있어?”'그
돈이 없으면 다시 월세방에서 살까 봐 두려웠고 일자리를 찾으러 나간 자식들은 전씨 그룹에 밉보인 사람이라는 소식이 퍼져서 어느 회사도 감히 고용하지 못했다.“천우야, 고모 대신 잘 좀 얘기해 줘. 고모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니? 네 고모가 운초한테 쫓겨나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여천우는 두 고모가 이 지경이 된 것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여운초는 동정심 따위 없었고 여전히 엄숙한 표정을 한 걸 봐서는 여천우가 관성에 없을 때 고모가 여운초한테 무슨 짓을 한 것이 분명했다.“큰고모, 둘째 고모. 우리 집 일은 누나 뜻에 따르기로 했어요. 누나가 고모한테 왜 그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누나는 악독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은혜는 은혜대로 갚고 원한은 두 배로 갚아 줄 뿐이에요. 혹시 우리 누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여천우는 여운초를 굳게 믿기에 두 고모가 먼저 여운초한테 도를 넘는 짓을 해서 이런 벌을 받는 것이라고 여겼다. 두 고모의 꼴은 말이 아니었으니 벌을 제대로 받은 것 같았다.“두 분이 저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죠? 저를 악독하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네요. 내 목숨을 앗아가려고 악독한 마음을 먹은 건 고모잖아요. 저는 저를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 가만히 있어요. 하지만 저를 건드리면서 선을 넘는다면 두 배, 세 배 갚아 줄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봐준 거고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것도 아닌데 유난 떨지 마세요. 모두 건강한 것 같으니 직접 돈을 벌어도 되잖아요?”김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오늘 같은 지경에 이른 것은 전이진과 여운초의 계획이었다. 여운초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 고모를 내버려둘 수 없었고 당한 것의 두세 배는 돌려주는 성격이었다.“우리는 친고모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 당신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 두 누나를 깍듯이 모실 거라고요.”“우리 아빠에 대해 말하지 마세요, 두 분 모두 그럴 자격 없으니까요!”여운초는 솟구쳐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누나, 심호흡하면서
여천우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예전에 고모의 말을 듣고 하마터면 여운초와 맞설 뻔했지만 정의감이 결국 악의를 짓밟았기에 고모 뜻대로 되지 않았다. 두 고모는 여운초의 용서를 빌다가 소용이 없자 여천우와 여운초 사이를 이간질했다.“누굴 원망하고 미워할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고모가 이 지경까지 이른 건 다 자초한 일이니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마세요. 아, 저를 탓해도 뭐라 하지 않을게요. 저는 고모가 타락한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거든요. 고모의 것이 아닌 건 절대 빼앗을 수 없고 강제적으로 빼앗는다면 지금처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겠죠.”두 고모가 타락한 모습을 본 여운초는 더 이상 상대하기 싫었다. 어느 정도 만족한 여운초는 여천우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천우야, 가자.”“여운초, 넌 지옥에 떨어져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 영원히 고통받을 거야!”여미란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여운초는 문 앞에서 집사한테 당부했다.“저 사람들이 또 와서 난동을 부리면 뒷마당에서 키우는 셰퍼드 두 마리를 풀어놓으세요. 아, 오늘부터 저랑 천우는 저 사람들과 인연을 끊었으니 외부인이 소란을 피우면 절대 봐주지 마세요.”집사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띠는 여운초를 바라보면서 어쩐지 뿌듯해 났다. 방으로 들어간 여운초는 여천우한테 말했다.“20여 년 전, 우리 아빠가 죽은 뒤 저 사람들은 알면서도 범인을 감싸고 돌았기에 공범이나 마찬가지야. 그때는 내가 두 살밖에 되지 않아서 아무것도 몰랐고 고소하지 못했어. 지금 하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서 아무것도 못 하거든. 그렇지 않으면 이곳까지 와서 난동을 부리는 걸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을 거야. 천우야, 네 부모님이 지은 죄는 20여 년 전에 우리 아빠를 죽인 것에 그치지 않고 건달들과 손을 잡고 사람을 납치하고 때린 것도 포함돼. 예전에는 이 일에 대해 말하기 꺼렸지만 오늘 전부 알려줄게.”여운초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기 싫어서 여천우의 부모님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들이 한 말은 전부 헛소리니까 신경 쓰지 마. 가족보다 더 친한 우리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그 사람들 말을 더더욱 믿어서는 안 돼.”예천우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고 여운초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누나, 난 절대 고모한테 속지 않을 거야.”여운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가문에서 제일 착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은 바로 너야. 넌 부모님의 영향을 받지 않았고 자신의 원칙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야.”여천우의 엄마는 여천우가 어릴 적부터 여운별과 오누이 사이라고 말하면서 가깝게 지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천우는 처음부터 여운초가 더 편했고 누가 뭐라고 해도 여운초의 곁에 달라붙어 있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누나, 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줘.”여천우는 여운초가 독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알지만 상대를 완전히 말려 죽이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고모도 어느 정도 봐주려고 했고 본가로 돌아와서 재산을 뺏지 않는다면 내버려둘 생각이었다. 김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사촌 형을 여씨 그룹에서 쫓아낸 건, 예전부터 여씨 그룹에서 행세를 부리며 수수료를 떼어 가졌기 때문이다. 회사의 돈을 야금야금 뜯어먹는 것을 여운초의 아버지는 알고 있었지만 삼촌으로서 조카가 저지른 잘못을 관대하게 포용해 주었고 사촌 오빠들도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여운초가 아버지의 자리를 이은 뒤,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배후에 어느 가문이 있든 상관하지 않고 전부 해임했다. 더 책임을 묻지 않고 해임했지만 여천우가 돌아왔을 때 두 고모가 여운초한테 울면서 비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여천우는 두 가문에서 여운초한테 무슨 수를 썼기 때문에 여운초가 김씨 가문과 최씨 가문을 파산하게 한 것이라고 여겼다. 게다가 용서를 구하러 온 고모는 화장기도 없는 민낯과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사람 같았고 형편이 어려워진 것이 분명했다.여운초가 담담하게 말했다.“지나간 일은 다시 얘기하고 싶지 않아. 결국 내가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