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이 물건을 부수든 말든, 어차피 이 집은 그의 것이니 망가져도 손해는 전태윤이 봤다.꿀물을 엎은 전태윤은 방으로 들어가, 정신을 차리려고 찬물을 가득 받아 욕조에 몸을 담갔다.전태윤은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완전히 취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제정신이긴 했지만 술을 많이 마셔, 쉽게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뿐이었다.거실의 불도, 나중에 하예정이 나와 전기세를 아껴주려 끈 것이었다.그날 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화가 나,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자기를 의심했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났다.전태윤은 자신이 직접 본 것만을 굳게 믿기에 하예정이 김진우와 같이 있었다는 것에 화가 났다. 하예정은 김진우와 안 지 10년이 넘었고 어렸을 때부터 계속 봐왔던 사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하예정이 심효진과 친하고, 김진우는 또 심효진의 사촌 동생이기에 전태윤은 두 사람이 10여 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말을 믿었다.하예정은 김진우를 동생으로 생각한다지만, 김진우가 진짜 동생인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조금의 혈연관계도 없었다.게다가 하예정을 바라보는 김진우의 눈빛은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고, 김진우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하예정은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걸까?뭐가 됐든 전태윤은 마음속의 화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이튿날, 일요일이 되자 하예정은 일찍이 가게로 돌아갔다.평소였다면 주말에는 일반적으로 가게를 열지 않았다.전태윤과 대판 싸우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을뿐더러 무표정의 전태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하예정은 일찍 가게로 나온 것이다.하예정은 차라리 하루 종일 공예품이나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기분이 나빴던 하예정은 심지어 전태윤에게 아침밥을 차려 주지도 않고 자기 것만 만들어 먹었다.전태윤이 배가 고파 깼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어있었다.옷을 갈아입은 뒤, 전태윤은 방에서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나왔다.자신의 집인데, 자기가 왜 하예정을 무서워해야 하지?전태윤이 방에 나왔을 때 하예정은
로열팰리스는 관성의 고급 별장 지역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권세가가 아니면 재벌가들이었다.전태윤이 아직 하예정과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는 거의 매일을 이곳으로 돌아와 지냈고 가끔씩 본가로 가 어른들 곁에 있었다.이곳은 원래 여러 채의 별장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전태윤인 그곳을 전부 매입한 뒤, 전부 허물고 새롭게 커다란 별장과 앞뒤로 정원을 지었다. 비록 본가만큼 크지는 않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충분히 넓었다.박 집사는 전태윤이 심지어는 배를 곯으며 온다는 것을 알고는 미리 주방에 점심을 준비하라고 일렀다.전태윤은 늦게 일어난 탓에 지금은 아침과 점심을 함께 먹는 셈이었다.자신의 익숙한 집으로 돌아와 배불리 먹고 마시니 전태윤은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소파에 앉은 그는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남은 아직 깨기도 전이었다. 어젯밤, 소정남과 이동명은 목숨을 내놓은 듯 전태윤과 함께 술을 마셔주었다. 전태윤은 주량이 센 탓에 그리 취하지 않았지만 소정남은 직원의 도움이 필요할 지경으로 취했다.주량이 전태윤보다도 좋은 이동명은 하나도 취하지 않았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할 수가 없어 아예 호텔에 남기로 했다."대표님."소정남은 목소리마저 다 갈라져 있었다."좋은 아침이야."잠시 침묵한 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아침이 아니야. 나 방금 점심 먹었어.""…" 소정남은 답이 없었다.휴대폰을 귓가에 떼고 시간을 확인하니 정말로 점심이 다 된 시각이었다. 어쩐지 대표 녀석이 전화로 깨우니 배가 아프다 싶었다. 다행히 머리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머리마저 아팠다면 하루 종일 침대 신세나 지고 있을 게 뻔했다."왜 그래?""오후에 뭐 하는 거 있어?"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소정남은 다시 한번 휴대폰을 귓가에서 떼어서 확인했다. 자신과 통화하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그의 상사 겸 친구인 전태윤이 맞았다. 소정남은 웃으며 말했다."전태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야? 네가 먼저 나한테 뭐 하는 거 없냐고 묻다니.
풍경을 계속 보던 그녀는 졸음이 밀려 와 그녀에 기댔다. 잠깐 눈 좀 붙이려던 것이 어느새 새벽 5시가 넘어서야 깨어났다. 두 눈을 떴을 때 해가 다 뜨고 있었다.베란다에서 하룻밤을 자게 된 것이다.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전태윤이 어젯밤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돌아왔다면 그녀를 깨웠을 게 분명했다.그 사람은 차갑기는 해도 매정한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꽤 잘해주었다. 아내에게 주어야 할 것들을 그는 전부 다 주었다.의자에서 일어나 거실로 돌아온 하예정은 불을 켰다. 그러자 자신이 가져온 공예품이 여전히 티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침묵한 하예정은 이내 전태윤의 방으로 향했다.방문은 잠겨 있었고, 하예정에게는 방 키가 없어 문을 열 수가 없었다.돌아오지 않은 거겠지.벌써 월요일이었다.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비록 전태윤은 밤새 집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하예정도 따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 아직도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데 괜히 건드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감히 장담하건대, 설령 전화를 한다고 해도 절대로 받지 않을 게 분명했다.전태윤이 집에 없는 탓에 하예정도 집에서 아침을 먹지는 않았다. 날이 밝자, 그녀는 차키를 들고 내려갔다. 밖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산 뒤 언니네로 가 우빈이를 데리러 갈 생각이었다. 오늘도 하예진은 계속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아래로 내려온 하예정은 주차장에 있는 전태윤의 현대 SUV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춘 그녀는 그 차를 자세히 살펴봤다. 차량 번호를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건 전태윤의 차가 맞는데, 차를 가지고 않은 건가?한참 뒤, 하예정은 결국 휴대폰을 꺼내 전태윤에게 문자를 보내 물었다."오늘 출근해요? 보니까 당신 차 집 아래에 주차되어 있네요."문자를 보낸 하예정은 이내 걸음을 옮겨 다른 차로 향했다.이내, 하예정은 차를 몰고 멀어졌다.언니네 집에 도착한 하예정은 놀랍게도 형부인 주형인이 돌아온 것을 발견했다."예정아, 왔니?"주형인이 먼저 처제에게 인사를 건넸다.잠시
주형인은 고개를 돌려 집안을 쳐다봤다. 그는 어젯밤에 스스로 돌아왔다.부모님과 누나의 설득에 겨우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는 부모님 집에 며칠은 더 지내면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서현주와 알콩달콩 지내고 싶었다.하예진은 보통 시댁에는 잘 가지 않았다. 매번 갈 때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트집이 잡히니, 몇 번 가더니 짜증이 일어 별다른 일이 없으면 시댁에는 잘 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주형인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서현주와 애정행각을 벌였던 것이다.그가 휴가를 내고 며칠 쉬고 있는 동안 서현주는 퇴근을 하면 그를 보살피러 왔었다. 그에게 건강보조식품이여 맛있는 것들을 잔뜩 사준 덕에 두 사람의 감정은 빠르게 진전됐다. 만약 서현주가 주형인에게 이혼을 하라고 하며 어물쩡 그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진작에 침대 위를 뒹굴었을지도 몰랐다.비록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주형인은 서현주에 대한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가질 수 없는 것을 가장 원하기 마련이었다.서현주는 그 도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주형인과 부부처럼 뜨겁게 지낸다고 해도 그녀는 마지막 선을 지키며 주형인에게 잡혀주지 않았다."나한테 사과했고, 앞으로는 절대로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어."주형인은 거짓말을 했다.사실 주형인이 돌아온 뒤 두 부부는 각방을 쓰고 있었다. 하예진이 그를 쫓아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제 발 저려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잠든 뒤 하예진이 자신을 조각낼까 봐 두려웠다.게다가 하예진은 그에게 사과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경고를 날렸다. 또다시 손을 대면 그때도 칼을 들고 쫓아가 온 집안에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했다.주형인은 정말로 하예진의 기세에 깜짝 놀랐다. 돌아오기 전, 부모님도 그에게 하예진은 반발을 하다못해 아주 격한 반응을 보이니 앞으로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라고 귀띔을 했다. 왜냐하면 부부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었다.그 말을 들은 서현주는 웃음을 흘렸다. 그 하예진도 참 쌤
하예진이 그 말에 대답했다."아침도 안 먹고 그냥 가?""괜찮아. 나가서 포장하면 돼. 점심에는 식사 약속이 있어서 집에서 안 먹을 거니까, 당신이랑 우빈이 먹어."하예진이 묻기만 하며 예전처럼 외투와 가방을 챙겨주지도 않고, 왕을 배웅하듯 그를 배웅해 주지 않자 주형인은 기분이 퍽 나빠졌다. 왠지 자신의 돈으로 먹고 자고 하면서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지 않는 기분이었다.그의 누나는 매형에게 아주 잘해주다 못해 매형을 왕처럼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그런 누나도 출근해서 돈을 버는데 하예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를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았다.그러니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탓할 것도 없었다. 하예진에게는 자격이 없지 않은가.주형인은 자신의 불륜에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 했다.그는 자신의 정장 외투를 챙기고 서류 가방과 차 키를 챙긴 뒤 아들에게 인사했다."우빈아, 아빠 출근해. 안녕."아들이 작은 손을 흔들자 그는 그제야 집을 나섰다.집을 나선 그는 곧바로 차를 몰고 관성 호텔로 향했다.그런데 서현주가 무려 관성 호텔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주 사장님."서현주는 직장인답게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커리어 우먼같은 차림에 세련된 화장까지 더해지니 지금의 하예진보다 몇 배는 예뻐 보였다."왜 온 거야? 내가 포장해 간다고 했잖아? 밖에서는 형인 오빠라고 불러. 난 네가 이름 불러주는 게 좋아."차에서 내려 애인에게 다가간 주형인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안은 뒤 호텔로 들어갔다."기왕 있으니, 호텔에서 배부르게 먹고 회사로 돌아가자."서현주는 애교 있게 웃으며 말했다."난 그저 오빠랑 같이 먹고 싶어서 얼른 와서 기다린 거예요.""어때요, 깜짝 놀랐죠?""그럼."주형인은 사랑스럽다는 듯 대답하며 빠르게 서현주의 볼에 입을 맞췄다.얼굴이 붉어진 서현주는 그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좀, 밖이잖아요. 누가 보고 오빠 아내에게 이야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럼 전 사람들이 다 욕하는 내연녀가 되는 거
"결혼한 뒤에는 출근도 하지 않고 수입도 없어서 내가 먹여 살렸고 집에 있는 것들도 다 내 돈으로 산 건데 무슨 자격으로 재산을 분할할 수 있대?"주형인은 허세를 부리며 서현주를 달랬다."나랑 이혼하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털터리로 쫓겨나게 될 거야."지난번에 하예진은 그에게 이혼을 하게 되면 집 인테리어를 했던 돈을 돌려달라고 말했었다.주형인도 당시 돈이라면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했었다.지금 이혼을 하지 않는 건 아들이 아직 어려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그러니 하예진을 무료 베이비시터인 셈 치는 것이다. 이 무료 시터는 분명 온 마음을 다해 아들을 보살펴 줄 것이니 그는 아들이 학대를 당할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서현주가 말하려던 것은 그의 재산, 그러니까 부부 공동재산이었다. 하예진이 소송을 걸면 그의 재산 절반을 가져갈 수 있었다. 심지어는 주형인이 평소 그녀에게 썼던 돈도 하예진이 알게 되면 함께 소송을 걸어 그 돈과 물건을 죄다 하예진에게 돌려줘야 했다.그러다 하예진은 자매 둘 뿐이고, 사장인 주형인은 직장에서 잘 나가는 터라 어느 정도 인맥이 있어 나중에 정말로 하예진과 이혼을 하게 되면 하예진이 주형인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자신이 주형인의 돈 때문에 접근했다고 할까 봐 서현주는 자신의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서현주는 주형인에게 조금은 마음이 있었다. 회사 내에 임원은 아주 많았지만 그 중 주형인이 가장 젊었다. 이제 갓 서른이 넘은 데다 관리도 잘하고 매일 정장 차림의 그는 진중하고 성숙해 보이는 데다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입이 높다는 것이었다.그녀의 오빠는 주형인의 한 달 월급은 그의 일년 연봉에 달한다고 말했다.만약 그녀가 주형인에게 시집을 간다면 그 동네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시집을 잘 간 것이었다.그때, 호텔의 경비들이 호텔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한 곳으로 몰았다. 이내 검은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한 남자를 빼곡
전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말을 듣자 주형인은 번뜩 깨달은 얼굴을 했다."어쩐지 엄청난 기세라고 했습니다. 전씨 가문 도련님이셨군요. 참, 아쉽게 됐네요. 그분인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앞으로 가 도련님의 잘생긴 얼굴 한 번 꼭 직접 봤을 텐데요."소문에 전씨 가문 도련님은 아주 잘생겼다고 했다.그 아저씨는 주형인을 흘깃 쳐다보더니 말했다."그쪽도 꽤 괜찮은 얼굴이긴 한데, 전씨 가문 도련님과 비교하자면 아주 한참 차이 나지요."주형인은 화도 나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감히 전씨 가문 도련님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저희 관성에서 그 도련님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 대표님밖에 없겠죠. 오늘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난 걸 보니 운이 참 좋은 것 같군요. 가는 길에 복권이라도 사서 대박이 터지나 한 번 봐야겠습니다."그 아저씨는 주형인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놀라움과 부러움이 뒤섞인 얼굴의 서현주는 아저씨가 멀어지자 주형인의 팔짱을 끼고 호텔 뷔페로 향하며 말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은 관성에서는 엄청난 인물인데, 저런 남자는 어떤 여자가 정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전씨 가문은 관성의 서열 1위 재벌이었고, 그 도련님은 이대의 주인으로 거대한 전씨 그룹을 장악하는 것도 모자라 개인의 사업도 하고 있어 최고의 신랑감이었다.듣자하니 전씨 가문 도련님은 아직까지도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다.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몇 번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일반인은 진짜 그를 만날 수가 없었고, 만날 수 없으니 좋아할 수도, 사랑에 빠질 수도 없는 것 아닐까?아, 전씨 가문 도련님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있기는 했다. 바로 성씨 가문의 아가씨 성소현이었다.성소현은 공개적으로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고백을 했을 뿐 더러, 아주 열렬한 구애를 펼치고 잇었다.서현주는 자신에게도 성소현 같은 출신과 저력이 있다면 자신도 그에게 구애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 전씨 가문 도련님을 봤을 때, 어쩐지 좀 눈에 익는 것 같은데 어디
전씨 가문의 집안을 떠올린 주형인은 이내 자기 처제의 조건을 생각했다. 만약 전태윤이 전씨 가문 도련님이라면 하씨 가문은 조상도 기뻐서 무덤에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하예정은 외모가 뛰어나긴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는 성씨 가문 아가씨와는 한참 뒤떨어졌다. 전씨 가문 도련님은 그 아가씨도 눈에 들어 하지 않는데 하예정을 마음에 둘 리가 없었다.그렇게 비교를 해 본 주형인은 괜한 생각이라며 그 생각을 지웠다.전태윤은 절대로 전씨 가문 도련님일 리가 없었다!"잘못 봤나 보지, 가자. 우리 아침 먹으러 가자."서현주는 주형인이 전씨 가문 도련님과 아는 사이이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주형인과 만나면 주형인을 통해 전씨 가문 도련님과 안목을 틀 수도 있었다. 그렇게 어쩌면 상류사회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찬물을 끼얹었다.괜한 망상은 그만두는 게 나았다.주형인의 마음을 단단히 잡아, 그가 이혼을 한 뒤 자신과 결혼하게 하는 것, 그것은 그녀의 가장 큰 바람이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전태윤은 주형인을 보지 못했지만 강일구는 발견했다.다행히 주형인은 전태윤 곁의 경호원을 알지 못했지만, 경호원들은 작은 사모님 주변 인물의 얼굴은 전부 기억하고 있어, 단박에 주형인을 알아봤다.차에 탄 뒤에야 강일구는 전태윤에게 말했다."도련님, 방금 전 호텔 입구에서 작은 사모님의 형부 되시는 분을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핏 본 거라 확실히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곁에 있는 여자도 작은 사모님의 언니분이 아니신 것을 보면 제가 잘못 본 것 같습니다."그 남자가 정말로 작은 사모님의 형부라면 그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기혼 여성에게 몹시 잔혹한 일을 알게 된 것이다.곧장 대답하지 않은 전태윤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말했지, 그 여자의 일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강일구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도련님과 작은 사모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