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이 그 말에 대답했다."아침도 안 먹고 그냥 가?""괜찮아. 나가서 포장하면 돼. 점심에는 식사 약속이 있어서 집에서 안 먹을 거니까, 당신이랑 우빈이 먹어."하예진이 묻기만 하며 예전처럼 외투와 가방을 챙겨주지도 않고, 왕을 배웅하듯 그를 배웅해 주지 않자 주형인은 기분이 퍽 나빠졌다. 왠지 자신의 돈으로 먹고 자고 하면서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지 않는 기분이었다.그의 누나는 매형에게 아주 잘해주다 못해 매형을 왕처럼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그런 누나도 출근해서 돈을 버는데 하예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를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았다.그러니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탓할 것도 없었다. 하예진에게는 자격이 없지 않은가.주형인은 자신의 불륜에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 했다.그는 자신의 정장 외투를 챙기고 서류 가방과 차 키를 챙긴 뒤 아들에게 인사했다."우빈아, 아빠 출근해. 안녕."아들이 작은 손을 흔들자 그는 그제야 집을 나섰다.집을 나선 그는 곧바로 차를 몰고 관성 호텔로 향했다.그런데 서현주가 무려 관성 호텔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주 사장님."서현주는 직장인답게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커리어 우먼같은 차림에 세련된 화장까지 더해지니 지금의 하예진보다 몇 배는 예뻐 보였다."왜 온 거야? 내가 포장해 간다고 했잖아? 밖에서는 형인 오빠라고 불러. 난 네가 이름 불러주는 게 좋아."차에서 내려 애인에게 다가간 주형인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안은 뒤 호텔로 들어갔다."기왕 있으니, 호텔에서 배부르게 먹고 회사로 돌아가자."서현주는 애교 있게 웃으며 말했다."난 그저 오빠랑 같이 먹고 싶어서 얼른 와서 기다린 거예요.""어때요, 깜짝 놀랐죠?""그럼."주형인은 사랑스럽다는 듯 대답하며 빠르게 서현주의 볼에 입을 맞췄다.얼굴이 붉어진 서현주는 그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좀, 밖이잖아요. 누가 보고 오빠 아내에게 이야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럼 전 사람들이 다 욕하는 내연녀가 되는 거
"결혼한 뒤에는 출근도 하지 않고 수입도 없어서 내가 먹여 살렸고 집에 있는 것들도 다 내 돈으로 산 건데 무슨 자격으로 재산을 분할할 수 있대?"주형인은 허세를 부리며 서현주를 달랬다."나랑 이혼하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털터리로 쫓겨나게 될 거야."지난번에 하예진은 그에게 이혼을 하게 되면 집 인테리어를 했던 돈을 돌려달라고 말했었다.주형인도 당시 돈이라면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했었다.지금 이혼을 하지 않는 건 아들이 아직 어려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그러니 하예진을 무료 베이비시터인 셈 치는 것이다. 이 무료 시터는 분명 온 마음을 다해 아들을 보살펴 줄 것이니 그는 아들이 학대를 당할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서현주가 말하려던 것은 그의 재산, 그러니까 부부 공동재산이었다. 하예진이 소송을 걸면 그의 재산 절반을 가져갈 수 있었다. 심지어는 주형인이 평소 그녀에게 썼던 돈도 하예진이 알게 되면 함께 소송을 걸어 그 돈과 물건을 죄다 하예진에게 돌려줘야 했다.그러다 하예진은 자매 둘 뿐이고, 사장인 주형인은 직장에서 잘 나가는 터라 어느 정도 인맥이 있어 나중에 정말로 하예진과 이혼을 하게 되면 하예진이 주형인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자신이 주형인의 돈 때문에 접근했다고 할까 봐 서현주는 자신의 생각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서현주는 주형인에게 조금은 마음이 있었다. 회사 내에 임원은 아주 많았지만 그 중 주형인이 가장 젊었다. 이제 갓 서른이 넘은 데다 관리도 잘하고 매일 정장 차림의 그는 진중하고 성숙해 보이는 데다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입이 높다는 것이었다.그녀의 오빠는 주형인의 한 달 월급은 그의 일년 연봉에 달한다고 말했다.만약 그녀가 주형인에게 시집을 간다면 그 동네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시집을 잘 간 것이었다.그때, 호텔의 경비들이 호텔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한 곳으로 몰았다. 이내 검은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한 남자를 빼곡
전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말을 듣자 주형인은 번뜩 깨달은 얼굴을 했다."어쩐지 엄청난 기세라고 했습니다. 전씨 가문 도련님이셨군요. 참, 아쉽게 됐네요. 그분인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앞으로 가 도련님의 잘생긴 얼굴 한 번 꼭 직접 봤을 텐데요."소문에 전씨 가문 도련님은 아주 잘생겼다고 했다.그 아저씨는 주형인을 흘깃 쳐다보더니 말했다."그쪽도 꽤 괜찮은 얼굴이긴 한데, 전씨 가문 도련님과 비교하자면 아주 한참 차이 나지요."주형인은 화도 나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감히 전씨 가문 도련님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저희 관성에서 그 도련님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 대표님밖에 없겠죠. 오늘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난 걸 보니 운이 참 좋은 것 같군요. 가는 길에 복권이라도 사서 대박이 터지나 한 번 봐야겠습니다."그 아저씨는 주형인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놀라움과 부러움이 뒤섞인 얼굴의 서현주는 아저씨가 멀어지자 주형인의 팔짱을 끼고 호텔 뷔페로 향하며 말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은 관성에서는 엄청난 인물인데, 저런 남자는 어떤 여자가 정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전씨 가문은 관성의 서열 1위 재벌이었고, 그 도련님은 이대의 주인으로 거대한 전씨 그룹을 장악하는 것도 모자라 개인의 사업도 하고 있어 최고의 신랑감이었다.듣자하니 전씨 가문 도련님은 아직까지도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다.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몇 번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일반인은 진짜 그를 만날 수가 없었고, 만날 수 없으니 좋아할 수도, 사랑에 빠질 수도 없는 것 아닐까?아, 전씨 가문 도련님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있기는 했다. 바로 성씨 가문의 아가씨 성소현이었다.성소현은 공개적으로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고백을 했을 뿐 더러, 아주 열렬한 구애를 펼치고 잇었다.서현주는 자신에게도 성소현 같은 출신과 저력이 있다면 자신도 그에게 구애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 전씨 가문 도련님을 봤을 때, 어쩐지 좀 눈에 익는 것 같은데 어디
전씨 가문의 집안을 떠올린 주형인은 이내 자기 처제의 조건을 생각했다. 만약 전태윤이 전씨 가문 도련님이라면 하씨 가문은 조상도 기뻐서 무덤에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하예정은 외모가 뛰어나긴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는 성씨 가문 아가씨와는 한참 뒤떨어졌다. 전씨 가문 도련님은 그 아가씨도 눈에 들어 하지 않는데 하예정을 마음에 둘 리가 없었다.그렇게 비교를 해 본 주형인은 괜한 생각이라며 그 생각을 지웠다.전태윤은 절대로 전씨 가문 도련님일 리가 없었다!"잘못 봤나 보지, 가자. 우리 아침 먹으러 가자."서현주는 주형인이 전씨 가문 도련님과 아는 사이이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주형인과 만나면 주형인을 통해 전씨 가문 도련님과 안목을 틀 수도 있었다. 그렇게 어쩌면 상류사회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찬물을 끼얹었다.괜한 망상은 그만두는 게 나았다.주형인의 마음을 단단히 잡아, 그가 이혼을 한 뒤 자신과 결혼하게 하는 것, 그것은 그녀의 가장 큰 바람이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전태윤은 주형인을 보지 못했지만 강일구는 발견했다.다행히 주형인은 전태윤 곁의 경호원을 알지 못했지만, 경호원들은 작은 사모님 주변 인물의 얼굴은 전부 기억하고 있어, 단박에 주형인을 알아봤다.차에 탄 뒤에야 강일구는 전태윤에게 말했다."도련님, 방금 전 호텔 입구에서 작은 사모님의 형부 되시는 분을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핏 본 거라 확실히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곁에 있는 여자도 작은 사모님의 언니분이 아니신 것을 보면 제가 잘못 본 것 같습니다."그 남자가 정말로 작은 사모님의 형부라면 그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기혼 여성에게 몹시 잔혹한 일을 알게 된 것이다.곧장 대답하지 않은 전태윤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말했지, 그 여자의 일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강일구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도련님과 작은 사모
하예진은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해 하예정은 조카를 데리고 가게로 향했다.심효진은 주우빈을 몹시 좋아해, 심효진이 주우빈과 놀아주는 덕에 하예정은 자신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었다.하예정도 한복풍의 액세서리를 인터넷 스토어에 올려 판매량을 볼 생각이었다. 판매량이 괜찮다면 새로운 가게를 하나 더 낼 수도 있었다.온라인 스토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통에 오프라인은 장사가 그다지 잘되지 않았다.인터넷 스토어가 돈만 된다면 하예정은 가게 하나를 더 여는 것이 기꺼웠다.점심시간이 되자, 심효진은 하예정에게 물었다. "예정아, 오늘은 너희 그이 데리러 안 가? 나 집에서 신선한 해산물 가져왔는데. 점심에 해산물 파티하자.""전태윤 씨도 온다면 밥 좀 더 할게."이제 식사 준비를 하려던 심효진은 혹시라도 밥을 적게 해 모자랄까 봐 하예정에게 물었다."내가 부른다고 해도, 올지는 모르겠어. 효진아, 나 태윤 씨랑 냉전하고 있는 것 같아."하예정은 손님이 예약한 파키라 나무를 다 만든 뒤, 잠시 작업을 멈췄다.그 말에 심효진은 걱정스레 물었다."둘이 냉전 중이라고? 요즘 잘 지내고 있던 거 아니었어? 태윤 씨는 너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특별히 관성 호텔에 네 식사도 보내라고 할 정도였잖아."하예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게 다 토요일 점심에 너랑 진우에게 밥 사면서 생긴 일이야. 아마 그걸 봤던 거 같아. 난 그 사람 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진우에게 갈아타려 한다고 확신에 차서는 내가 바람을 폈다고 하잖아. 정말 화가 나 죽는 줄 알았다니까.""나랑 진우는 남매 같은 사이잖아. 난 늘 진우를 동생으로만 보는데 어떻게 진우에게 갈아타려 하겠어. 내가 정말로 진우를 좋아했다면 당시에 언니네 집에서 나오려고 결혼하려고 했을 때 진우에게 도움을 청했겠지 왜 그 사람이랑 결혼을 했겠어?""평소에는 통이 큰 것처럼 굴더니 사실은 속이 밴댕이 소갈닦지만 해서는, 엄청 쪼잔한 거 있지. 게다가 의심도 많고 독설도 하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내가 바람 폈
"어쩌면 아직 네가 보낸 문자를 못 본 것일 수도 있잖아. 다시 보내 보는 게 어때?"하예정은 잠시 침묵하다 끝내 휴대폰을 들어 카톡을 열어 전태윤에게 문자를 보냈다."점심에 같이 식사할래요?"하지만 문자를 보내자 카톡창에는 두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는 문구와 함께 그녀의 문자를 전송하려면 친구 추가를 해야 한다는 문구가 떠올랐다.하예정은 그 문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친구가 아니라고?이 속 좁은 전태윤은 무려 또 그녀를 친구 목록에서 삭제를 했다.이번이 두 번째였다!첫 번째는 두 사람이 혼인 신고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신부를 뒷전으로 홀라당 까먹은 뒤 그녀를 삭제한 건, 하예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또 그녀를 삭제했다는 건 그녀가 그에게 미안할 짓을 저질렀다고 확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벌써 갈아탈 사람을 구했다고 쐐기를 박았으니 친구 목록에서 그녀를 삭제한 것이었다.원래 하예정은 먼저 숙이고 들어가 뭐가 됐든 얼굴을 보고 제대로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마주하니 그만 화가 치밀었다.그녀도 아직 그를 차단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전태윤이 먼저 그녀를 삭제한 것이다.삭제를 하면 했지, 누가 뭐 겁나?하예정도 화가 치밀어 곧바로 전태윤을 친구 목록에서 삭제했다.그런 뒤 아예 전화번호까지 죄다 차단했다.속에서 열불이 다 치밀었다."예정아,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혹시 태윤 씨가 답장했어?"하예정은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먹을 것만 준비하면 돼. 먹든 말든, 그 사람 알아 하겠지.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심효진이 하예정을 쳐다보자 하예정은 씩씩대며 설명했다."그 사람 나 친구 삭제했어. 나도 홧김에 삭제했고, 아예 전화번호까지 다 차단해 버렸어. 앞으로 내 앞에서 그 사람 이름 꺼내지도 마. 효진아, 넌 제대로 된 남자 만나서 몇 년 연애를 한 뒤에 결혼해. 나처럼 초고속으로 결혼해서
하지만 하예정은 평소 돈을 쓸 때면 이것저것 세세히 따져서 썼다. 큰 가구를 살 때를 제외하면 매일 생활비로 쓰는 지출은 5만 원이 넘지 않았다.이내 전태윤은 추측을 포기했다.어차피 준 돈은 다 쓰라고 준 것이니 상관없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화가 나 친구 목록에서 삭제는 했지만, 그녀에게 쓸 돈은 빼고 싶지는 않았다.어찌 되었건 전태윤도 그녀와 계약 기한이 끝날 때까지는 먼저 계약 중단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계약을 위반하면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십몇 분 뒤.전태윤의 휴대폰에 또다시 결제 문자가 도착했다.이번에는 총 4백 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물론, 이 정도 돈은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별것 아니었다.그는 그저 이 여자가 갑자기 이렇게 많은 돈으로 금이라도 산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아니면, 자신이 친구 삭제한 것을 알고는 화가 나서, 일부러 그의 돈으로 마구 물건을 사는 걸까?정말이지, 전태윤은 참 수수께끼를 잘 맞췄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퇴근 시간까지 아직 십분 남아있었고, 회의도 막바지에 다다라, 전태윤은 아예 회의를 해산했다.평소에는 회의가 끝나면 전태윤이 가장 먼저 회의실을 나섰고 각 임원들은 그제야 밖으로 나갔지만 오늘 전태윤은 제자리에 앉은 채 휴대폰만 볼 뿐, 먼저 회의실을 나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사람들은 서로 눈길만 주고받은 채 누구 하나 먼저 일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전태윤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다들 퇴근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다들 퇴근이야 하고 싶었지만 섣불리 먼저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었다.결국 전혁진이 먼저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전씨 가문 둘째 도련님인 전혁진이 먼저 선두로 나서자 임원들은 믿을 구석이라도 생긴 듯 얼른 하나둘씩 회의실을 빠져나갔다.소정남은 따라가지 않았다.그는 전태윤의 비서실장으로 매번 회의 때면 전태윤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전태윤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아니, 대표님. 설령 예정 씨가 다른 남자랑 밥을 먹으면서 음식을 집어주는 걸 직접 봤다고 해도 그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혹시라도 친척이면 어떡해?'전태윤은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김진우야."소정남은 본능적으로 물었다."김진우가 누군데? 아, 맞다. 김씨 그룹 김 대표의 아들이지. 지금은 김씨 그룹에서 후계자 수업받고 있고. 그… 일단 잠깐만 분석 좀 해볼게. 김진우의 친모는 성이 심 씨고, 부인분의 친구도 성이 심씨 잖아."전태윤이 곧장 대답했다."김진우는 심효진의 사촌 동생이야.""그래그래, 그 두 사람 사촌 남매사이지. 부인분은 심효진 씨랑 절친한 친구 사이니까 김진우와는 진작부터 알던 사이겠지. 게다가 김진우보다 나이도 몇 살 많으니까 어쩌면 김진우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하지만 두 사람은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았잖아. 동생으로 여긴다고 해도 동생이 될 수는 없어!"소정남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랬다, 설령 입으로는 친동생처럼 여긴다고 해도 혈연관계가 없으면 뭐가 됐든 친동생은 될 수 없었다.잠시 침묵하다 전태윤은 한 마디 덧붙였다."김진우는 하예정을 좋아하고 있어."소정남이 곧장 물었다."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난 남자야, 남자의 직감이 나에게 김진우는 하예정을 좋아하고 있다고 알려줬어. 그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소정남은 그의 상사의 직감을 믿었다."부인분은 알아?"이번에는 전태윤이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은 김진우가 그녀를 좋아하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김진우에게 잘해주는 건 순전히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시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김진우가 커가는 걸 직접 본 데다 김진우는 심효진의 사촌 동생이기까지 했다.그렇게 얽혀 있으니 하예정은 김진우에게 어쩌면 정말로 이성의 감정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정말로 김진우를 동생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주말에 부인분과 김진우가 식사를 할 때, 딱 두 사람만 있었어?"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