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 씨, 감동하신 거예요? 이 현수막 내용은 모두 제 진심이에요.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요.”전호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고현을 바라보았다.고현은 몸을 돌려 몇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전호영에게 말을 건넸다.“저 현수막들을 빨리 떼어내세요!”“왜 떼요? 그건 고현 씨에 대한 제 사랑인걸요. 제가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당신이 못 믿길래 제가 여기에 걸어 놓았어요. 날마다 이 현수막들을 게 된다면 마음에 들 수도 있잖아요.”고현은 오랫동안 전호영을 노려보다가 다시 뒤돌아서 걸어갔다.고현은 전호영에 대해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너무 염치없는 녀석이다!전씨 가문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키울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고현 씨!”전호영은 바로 고현의 뒤로 쫓아왔고 그녀를 잡아당겼다.고씨 가문의 경호원은 말리려고 했지만 감히 말릴 수가 없었다.경호원 팀은 전호영과 겨뤄보았기 때문에 전호영의 막강한 실력을 알고 있었다.정말로 막으려 해도 막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게다가 경호원 팀은 고 대표가 전호영을 매우 귀찮아했지만 또 전호영에게 진지하게 따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진호 부부도 전호영을 매우 좋아하고 있었다.고현은 힘껏 전호영의 손을 뿌리치고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전 대표, 그만 하세요!”“이 말 외에 다른 하실 말 없으세요?”전호영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고현 씨도 우리와 같은 남자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같은 남자끼리 서로 손 맞잡는 게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 민감하게 굴어요? ”“기왕 왔으니 남아서 식사하고 가세요. 제가 살게요.”고현이 차갑게 거절했다.“필요 없어요!”“저 혼자 밥 잘 못 먹는데 우리 함께 식사해요. 제가 고현 씨 좋아하는 음식으로 해드릴게요.”말을 마친 전호영은 다시 고현을 잡아당겼고 고현 역시 그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금세 전호영의 힘센 손에 의해 다시 이끌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고현은 전호영에게 이끌려 가면서 낮고 힘 있는 목소리
전호영은 고개를 돌리더니 농담하면서 고현에게 말을 걸었다.“고현 씨, 저는 당신이 화내는 모습마저도 너무 재미있는걸요.”전호영이 공개적으로 고현에게 구애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고현의 반응은 전호영을 매우 흥미롭게 만들었다. 만약 고현이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면 전호영은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전호영은 재미없는 여자가 싫었다.다행히도 고현의 반응이 매우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전호영 씨!”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전호영과 고현은 모두 멈춰 섰다.두 사람은 들려오는 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사람은 기세등등하게 들어와서 전호영의 앞에 서서 멈추었다. 그리고 고현을 잡고 있었던 전호영의 손을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이윤정이었다.이윤정은 전호영이 과감하게 하루 호텔에 현수막을 내걸어 또 구애했다는 소식을 받자마자 바로 현장에 와서 확인하였다.그런데 그때 전호영이 파렴치하게 고현을 억지로 끌고 호텔에 들어가는 걸 보았다.그러나 이윤정의 남신이 전호영의 신분 때문에 감히 전호영에게 마구 대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 이윤정이 화를 참지 못했다.결국 저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남신을 구하기 시작했다.이윤정은 더 이상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현에 대한 사랑을 더는 숨기지 않고 공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고현에게 구애했는데 자신이 왜 안 되느냐는 생각일 것이다.이윤정은 무술을 배웠지만 너무 막강한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손바닥 힘은 보통 사람에게는 그래도 좀 아플 수도 있겠지만 무술 실력이 있는 전호영에게는 아무런 작용도 일으키지 못했다.하여 이윤정은 고현을 잡고 있었던 전호영의 손을 떼어내지 못했다. 뒤이어 전호영은 경호원까지 불렀다.“이 여자를 당장 쫓아내세요. 오늘 이후로 절대로 이 여자를 하루 호텔로 들여보내지 마세요!”경호원은 바로 와서 이윤정을 제압하려고 했다.이윤정은 경호원들을 피해 또 소리쳤다.“전호영 씨, 감히 저한테 이렇게 행동하셔도 되는
이 소문들은 강성 전체에 퍼지고 말았다.고현을 사모하는 여자들은 모두 이가 갈리도록 전호영을 매우 미워하고 있었다. 모두가 연합하여 전호영을 찾아가려고 했지만 전호영의 배후를 생각하더니 또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였기 때문이다.전호영은 생글생글 웃는 고양이 같았지만 사실은 호랑이였다. 웃으면서 사람을 먹어버리고는 뼈도 뱉지 않을 타입이다.고현을 사모하는 여자들 모두 전호영에게 덤벼든다 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호화로운 룸 안에는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크고 둥근 탁자가 놓였지만 현재 전호영과 고현 두 사람만 앉아있었다.큰 테이블 위에도 진수성찬이 아닌 여섯 가지 반찬과 국물 한 그릇만 놓여있었다.그리고 고급술 두 병도 놓여졌다.고씨 가문의 경호원은 옆 룸에서 식사했다. 물론 전호영이 계산한다.약혼녀를 보호하는 사람인데 푸대접하면 안 되였다.“고현 씨, 이 요리들을 드셔보세요. 제가 당신을 위해 직접 만든 요리예요.”전호영은 고현에게 국 한 그릇을 떠주며 말했다.“누구를 위해 요리해 본지도 오랜만이네요.”고현은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영광이네요.”전호영은 직접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 말이다.“그러니까요. 정말 당신의 영광이에요. 저의 아버지 어머니마저도 제가 만든 요리를 먹을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우리 할머니께서 드시고 싶어 하실 때에만 제가 직접 요리를 해드려요. 우리 아홉 형제 모두 요리할 줄 알아요. 다만 우리 할머니께서 강제적으로 시켰을 뿐이죠.”“우리 큰형의 요리 솜씨도 매우 훌륭해요. 과거 신분을 숨기고 우리 형수님의 관심을 끌려고 했을 때도 우리 큰형이 요리를 도맡아 하셨거든요.”고현은 전호영을 빤히 쳐다보았다.“저를 보지 마세요. 저는 여전히 잘생겼어요.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 마음속으로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전호영은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고현도 자신이 여자라는
“당신이 방금 이윤정에게 한 행동은 결국 이윤정 씨와 이윤미 씨의 갈등만 커지게 할 뿐이에요.”고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씨 가문은 지금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가문 내부에서는 이미 평온하지 못할걸요. 당신이 두 사람 사이에 불덩이를 던진 거나 다름없어요.”전호영은 뻔뻔하게 고현에게 구애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교양있는 사람으로서 함부로 사람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연회 때 전호영이 연적들과 말싸움을 벌였을 때마저도 욕 한 번 한적 없는 모습을 보고 연적들은 전호영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뿐 화를 내지 못했다.하지만 이윤정과 마주친 전호영은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전호영은 살며시 웃으면서 대답했다.“제가 두 사람 사이에 불을 붙이지 않아도 그들도 평온하게 지내지는 못할 거예요. 그날 연회 때 저도 눈치챘어요. 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 의해 고립되었다는 것을요. 그들은 모두 이윤정 편에 서 있었죠.”“이 가주는 이윤미라는 친딸을 아끼시지 않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이윤미에게 주어야 할 권력은 다 주셨거든요. 이젠 이윤미가 그 권력들을 잘 잡느냐에 달린 거죠.”“이 가주도 감정상 이윤정을 더 많이 예뻐하겠죠. 자식이 뒤바뀐 줄도 모른 채 친딸처럼 곁에 두고 키워왔으니.”“하지만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한 거죠. 이 가주는 친딸 편에 서 있거든요.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절대로 외부인에게 줄 리가 없거든요.”“이 가주의 아들 며느리들도 곁에서 부추기고 있어요. 가짜 딸과 친딸이 서로 싸워서 둘 다 낭패를 보아 그 가운데서 이익을 챙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전호영은 하예정이 이경혜에게 다가가 사실을 확인받았다는 것을 전태윤에게서 전해 들었다. 이경혜가 여동생을 데리고 보육원으로 갔을 때는 겨우8세였다.친정 가족에 대한 모든 일을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일들은 기억하고 있었다.예를 들어, 이경혜 자매의 어머니는 매우 바빴고 이경혜는 어렸을 때부터 아가씨라고 불리웠고 이모 두 분 계셨다.그러던
“고현 씨, 저는 당신의 이런 모습이 좋아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모습이 좋아요.”전호영은 고현을 감상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고현은 여전히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진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면 원인을 찾고 수정하면 바로 이길 수 있죠. 하지만 저는 이기고 지는 것에 개의치 않아요. 사업상의 경쟁으로 원수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요.”이 업계에서 영원한 원수는 없었다.그렇다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현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혹시 관성의 이경혜 씨가 전임 이씨 가문의 가주 딸임을 확인한 거예요?”“확인은 안 됐지만 십중팔구 사실일 거예요. 이씨 가문의 장녀가 대단한 거로 봐서 이경혜도 이에 부합되거든요. 듣는 바에 의하면 이경혜 씨는 퇴직하기 전에 관성 업계에서 위세를 떨쳤다고 해요.”“저의 할머니께서도 젊었을 때 이경혜 씨를 며느리로 삼으려다 성씨 가문이 먼저 손 쓰는 바람에 삼지 못했거든요. 당시 이경혜 씨는 성씨 그룹에서 일했으니까요.”고현은 국물 한 그릇을 더 뜨면서 나지막이 물었다.“이경혜 자매는 신체가 어떠세요?”“이경혜 씨는 신체가 매우 튼튼해요. 하지만 그녀의 여동생이자 우리 형수 어머니께서는 16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어요. 당시 우리 형수는 겨우 10살이었거든요.”고현은 음식을 입에 넣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전임 이씨 가문의 가주도 참 불쌍하세요. 그렇게 여동생을 아끼고 믿었는데 그 여동생에게 살해당하셨잖아요. 두 자식도 지금 겨우 한 명만 살아계시고요.”“우리 형수님 어머님이야말로 고달픈 분이시죠.”전호영은 또 큰형 장모님의 사연을 고현에게 알려주었다.고현이 말을 이었다.“당신 형수님 사랑 이야기는 제가 이미 알고 있어요. 당신 큰형 결혼 소식을 공개한 후로 큰 파문을 일으켰잖아요. 관성뿐만 아니라 관성의 몇몇 이웃 도시의 업계에서도 덩달아 파문을 일으켰으니까요.”“딸을 둔 수많은 명문가도 당신 큰형을 주시하면서 혼인을 맺고 싶어 했지만 결국 이름 없는 여자를 조용히
전호영은 주형인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아직 모른다.그는 찌질남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주씨 가문 모든 사람들이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찌질남의 엄마와 큰누나는 여전히 그 찌질남이 하예진 씨와 재혼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하예진 씨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요. 겨우 지옥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제 발로 들어갈 리가 없잖아요. 그들은 하예진 씨가 이혼한 후에 더 잘살고 있는 걸 보고 후회하는 거예요.”“그 첩은 찌질남과 결혼했지만 아이를 하나도 낳지 못했어요. 게다가 임신했었는데 나중에 혼자 넘어져서 유산했어요. 이건 다 업보예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죄를 지었으니 그만한 대가를 받는 거죠.”“원래는 이 말을 안 믿었었는데, 지금 주씨 가문의 꼴을 보니까 믿을 수 있겠네요.”주형인 일가의 상황은 전호영이 직접 목격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죄의 대가를 받은 사례 중 하나였다.이를 들은 고현은 속이 후련해서 말했다.“이혼 잘했어요. 나도 하예진 언니가 아이를 위해 참을까 봐 걱정했어요.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아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기 위해서 참는 아내들이 많잖아요. 그런 결과는 못 보겠어요.”“바람피우는 남자는 이미 아내한테 싫증이 났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심지어 감정도 없어진 거예요. 울고불고해봤자 남자는 더 싫증이 날 거예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유를 주는 게 나아요. 하지만 이혼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법적인 권리를 쟁취해야 해요. 찌질남과 허튼계집에게 유리하게 해서는 안 돼요.”“하예진 씨의 아들은 누가 보살펴요?”“우빈의 양육권은 하예진 씨가 가졌어요. 솔직히 말해서 하예진 씨가 이혼할 때 우리 오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소송을 해야 했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재산을 가져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그 찌질남은 하예진 씨 몰래 아버지 명의로 많은 돈을 저축했거든요.”고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렇긴 하죠. 남녀평등을 외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성은 여전히 사회에서 많은
전호영은 바로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고현 씨, 안목 좋네요.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은 다 훌륭해요. 절대 찌질남이 아니에요. 우리를 다 마음에 들어 하는 건 고맙지만 나를 특별히 더 마음에 들어 하면 좋을 텐데요.”고현은 그를 바라보며 갑자기 물었다.“전호영 씨, 혹시 할머님께서 선택하신 아내 후보, 혹시 나에요?”이건 고현이 계속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진씨 가문 사람들의 반응이 다 같은 원인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또한 전호영이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는 사실도 매우 이상했다.아무리 전호영의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고현을 보자마자 여자인 줄 알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은 데다, 아무리 똑똑해도 전호영이 매의 눈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고현은 여장남자로 20년 동안 들키지 않고 잘 살아왔다. 그런데 전호영이 어떻게 그녀와 몇 번 만난 것만으로 여자인 것을 알 수 있겠는가?만약 전씨 할머니께서 알아차린 것이라면 가능성은 있었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일류였다. 지금도 관성 소씨 가문은 종종 할머니께 중요한 조언을 구한다.그렇다면 할머니께서는 언제부터 그녀를 주목하게 되었을까?또 어떻게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전호영은 그녀에게 반찬을 짚어주면서 반문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고현 씨를 좋아해서 다가가 구애하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집안 어르신들이 아무리 오픈 마인드라도 호영 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텐데, 호영 씨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강성시와 관성시 두 도시에서 소문이 났지만, 집안 어르신들이 막지도 않고 방임했잖아요.”“이건 비정상적이에요. 저도 호영 씨 할머니께 연락 드렸는데, 할머니께서는 호영 씨가 말해주지 않았냐고 되물으셨어요. 며칠 동안 그 말의 속뜻을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결론을 얻었죠. 할머님께서 선택하신 아내 후보가 나라는 걸요. 맞죠?”전
그녀는 일어나서 웃음을 거두고 다시 엄숙한 태도로 냉정하게 전호영을 향해 경고했다.“내 비밀이 새어나간다면 당신과 끝장을 볼 거예요.”전호영은 그녀의 경고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어떻게 고현 씨 비밀을 노출하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고현 씨가 여자라는 걸 알면 모두 고현 씨를 좋아할 텐데, 내가 왜 스스로 연적을 만들겠어요?”“지금도 내 경쟁자가 가득한데. 더 이상 경쟁자가 생기길 원하지 않아요. 난 너무 불쌍한 남자인 것 같아요. 여자 경쟁자가 잔뜩 있다니!”고현이 냉정하게 말했다.“자업자득이죠.”그녀는 의자를 밀고 일어나서 돌아섰다.고현이 전호영에게 구애하라고 명령한 것도 아니고.전호영도 그녀를 쫓아가지 않았다. 대신 큰 소리로 말했다.“저녁에 집에 와서 생선구이 먹는 거 잊지 말아요, 미래의 처남도 데리고 와요.”“... 누가 처남이에요? 전호영 씨, 부탁인데 좀 선을 지켜줄래요?”“고현 씨는 당연히 내 처남이 아니죠. 남들 앞에서는 선을 지킬 테지만, 고현 씨 앞에서는 그럴 필요 없잖아요?”고현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방을 나갔다.그녀의 경호팀은 이미 배불리 먹고 마신 후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나오자 경호팀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도련님”“가자!”고현은 침착하게 걸음을 내디뎠다.경호팀의 호칭에 고현은 현실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지금 그녀는 여전히 남장을 한 고씨 가문 도련님이었다. 오직 전호영과 단둘이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여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이씨 그룹.이윤정은 이 대표의 맞은편에 앉아 눈이 퉁퉁 부어오른 채로 계속 울고 있었다.“엄마는 전호영을 건드리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번에는 전호영이 나를 먼저 괴롭혔어요. 전호영이 날 하루 호텔에서 쫓아냈다고요! 엄마, 저 대신 복수 좀 해줘요.”이 대표도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다.점심에 일어난 일은 이미 강성에 퍼졌고 강성 연예 뉴스의 헤드라인에 올랐다.“고씨 가문 도련님이 널 좋아하지 않으니, 다시는 고씨 가문 도련님 앞에 얼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