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대표, 전 대표께서 오셨어요.”남 비서가 공손하게 말했다.고현은 돌아서지 않고 남 비서에게 나가도 좋다는 손짓만 했다.남 비서는 전호영을 응접실에 있는 소파 앞으로 모시고 다시 가서 전호영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묵묵히 사무실을 나갔고 문도 꼭 닫아주었다.남 비서가 나가자 전호영은 일어나서 고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고현에게 손을 내밀었다.고현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대표, 저도 담배 한 대 주세요. 담배를 안 피운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고 대표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니 저도 피우고 싶어지네요.”고현은 한참 말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전호영에게 건네주었다.“라이터 좀 빌려주세요.”전호영은 고현에게 라이터를 빌렸다.사실 전호영은 평소에 담배를 잘 피우지 않았다. 큰형수와 심효진이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은 탓도 있었고 전태윤과 소정남마저도 이제는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씨 가문의 몇몇 도련님들은 그들의 약혼녀도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따라서 그들 몇몇 형제들은 담배 피우는 횟수도 줄이고 있었다.소정남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심효진이 임신한 후 그는 술과 담배를 전혀 다치지 않았다.전태윤 부부는 항상 임신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더욱 하지 않다.“라이터는 책상 위에 있어요. 직접 가지세요.”고현이 대답했다.전호영이 몸을 돌려 고현의 책상으로 걸어가자 그녀의 책상 위에 작은 차처럼 생긴 라이터를 보았다.전호영은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을 건넸다.“고현 씨, 라이터가 아주 특별하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장난감 자동차인 줄 알겠어요.”고현은 전호영의 말을 잇지 않았다.전호영은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다시 고현의 곁으로 돌아가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전 대표, 왜 저의 얼굴을 그렇게 쳐다보세요?”“고현 씨, 당신은 보면 볼수록 예뻐요. 당신이 만약 긴 치마로 갈아입고, 가발을 쓰고, 하이힐을 신
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드물다는 의미이다.“전 대표 덕분에 담배를 피우게 되네요. 평소 기분이 좋을 때면 저는 담배를 다치지 않아요.”전호영은 웃음 지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내가 고 대표 기분 나쁘게 했단 말입니까? 그럼 말해보세요.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제가 못생겨서요? 제가 못생긴 것도 아닌데. 저를 보실 때면 기분이 좋아지실 걸요.”고현은 전호영을 노려보았았다.전호영은 고현이 노려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현이 노려볼 때 전호영은 심지어 그녀의 크고 예쁜 눈을 만지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물론 전호영의 생각일 뿐이지 감히 고현의 눈을 만질 수 없었다. 만일 정말로 만진다면 두 사람이 싸움이 일어날지도 몰랐고 또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었다.“고 대표께서 만약 자신이 정말 남자라는 것을 저에게 증명하신다면 제가 다시는 고 대표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릴게요.”전호영은 고현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낸 이유가 바로 자신이 그녀에게 구애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현은 약간 화가 났고 냉랭한 말투로 경고했다.“전호영 씨, 당신은 전씨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를 잊으셨어요? 만약 당신 할머니가 나에게 매달리는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당신 할머니는 화가 나서 미칠 수도 있을걸요.”“전호영 씨가 효자라도 들었는데 당신 할머니께서 화병 나는 것이 두렵지 않으세요?”전태윤에게 일러바쳤더니 전태윤은 사촌 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동생이 즐겁게 지내면 된다고 말했다.전씨 가문에서 전호영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전태윤 말고도 전씨 할머니가 계셨다.다만 지금 전씨 할머니는 관성에 없을 뿐이다.고현은 그전에 알아봤는데 전씨 할머니와 사모님 하예정은 모두 관성에 없다고 했다.고현은 전씨 할머니의 연락처도 없었기 때문에 전씨 어르신께 일러바칠 수도 없었다.전호영은 담배를 다 피우고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렸다. 그리고 응접실의 소파로 향해 걸어가서 차 탁자
“고 대표 사무실에 꽃병이 없군요. 오후에 꽃병을 몇 개 보내드릴게요. 앞으로 제가 당신에게 드리는 꽃을 그 꽃병에 꽂아두세요. 사무실에 분위기도 화사해 져요. ”고현은 전호영의 꽃다발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전호영은 고현이 좋아하든 말든 그녀의 책상 위에 꽃다발을 올려놓았다.그리고 고현의 곁으로 돌아와 고현을 당기려고 손을 뻗었지만 고현이 피해버렸다.“전호영 씨, 예의를 갖추세요. 손대지 마시고.”“남자라고 강조해 왔잖아요. 남자가 남자의 손을 잡는 건데 손해 볼 거 없잖아요?”말을 마친 전호영은 억지로 고현을 끌고 응접실의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고 대표께 드리려고 옷 한 벌과 신발 한 켤레도 사 왔어요.”전호영은 치마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어 고현의 품에 안겨 주었다. 그리고 하이힐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고 와서 안에 있는 하이힐을 꺼내 고현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앉아서 이 신이 발에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제가 눈으로 고 대표의 발이 얼마나 큰지 대략 추측하고 산 거예요.”고현은 그 하이힐을 보더니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고현은 치마를 꺼내지 않았지만 가방 안의 옷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 안에 있는 옷의 색상만 보아도 여자의 옷임을 알 수 있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여자의 옷과 신발을 선물해준 것이다!전호영은 고현이 여자의 신분인 것을 확신했다.고현은 치마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전호영에게 돌려주며 차갑게 말했다.“전 대표가 이 물건들을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약혼녀에게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말을 마친 고현은 돌아서서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다시는 이 남자와 상대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전호영은 주머니 안에서 그 치마를 꺼내 펼치더니 자신의 몸에 비추어 보였다.“이 치마가 예쁘지 않아요? 제 눈에는 너무 예뻐 보여요. 저도 처음으로 치마를 사본 거예요.”전호영은 한 손에는 치마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그 하이힐을 들고 고현에게로 가려고 했다.이때 남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남
“이제 곧 퇴근이니까 제가 밥 살게요. 우리 함께 밥 먹고 제가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고 갈게요.”“됐습니다. 당신이 떠나는 것이 바로 저를 도와주는 거예요. 전호영 씨, 부디 저를 놓아주세요.”고현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전호영이 이제 겨우 이틀 동안 그녀를 쫓아다녔는데도 고현은 견딜 수가 없었다. 전호영 이 녀석의 계략이 너무 많았다. 전호영은 항상 고현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냈고 고현은 화가 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현은 전생에 전호영의 원수였기 때문에 이번 생에 전호영에게 쫓기면서 복수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은 정색하면서 말했다.“고현 씨,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당신에 대한 마음도 진심인걸요. 제가 지금 진심으로 당신에게 구애하고 있어요.”“제가 비록 뻔뻔하고 얼굴도 두껍지만 미래 아내의 관심을 끌려면 이 정도의 뻔뻔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제가 얼굴이 얇고 당신에게 몇 마디 욕을 먹고 거절당해서 포기한다면 저는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저처럼 훌륭한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이 아쉽지 않아요? 때문에 저는 염치없고 뻔뻔할 수밖에 없는걸요.”고현은 아무 말도 못 했다.고현은 전호영 앞에서 더는 남자라고 당당하게 잡아뗄 수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바지를 벗고 확인시켜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다.물론 고현은 바지를 벗을 리가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이 남자가 아니라고 확신한 이유이기도 했다.전호영은 몸을 돌려 소파로 돌아와 치마와 하이힐을 주머니에 넣었다.고현에게 그 치마를 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현은 20년 넘게 남자 분장을 했기 때문에 남자의 차림새에 익숙해져 치마를 입는 것이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사준 것은 사실은 고현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그녀의 속셈을 떠본 것이다.“참, 오늘 고 대표에게 한 가지 일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전호영은 이윤미가 하예진과 너무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고현의 앞으로 다가가서 맞은편에
고현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무슨 말씀이세요? 당신 형수님 자매분이 이윤미 씨랑 많이 닮았다니요? 혹시 그 형수님께서 과거에 헤어진 자매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우리 형수님은 하예진 누나 한 명만 있다는 것을 제가 확신해요. 친자매는 아니지만 사촌 여동생이 한 분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은 하예진 누나와 닮지 않았어요.”전호영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도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닮아서 지금 고 대표에게 물어보는 바입니다. 혹시 몇십 년 전에 이씨 가문에서 밖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고 계시는가 해서요.”“저희 큰형수 자매가 이씨 가문의 밖으로 떠돌고 있는 자식일 리가 없어요. 우리 큰형수님 집안일은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그런데 우리 형수님의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고아라는 사실을 들은 것 같긴 한데. 아마 겨우 몇 살 되던 해에 형수님 어머님이 고아원에 보내졌다가 입양됐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운이 안 좋아서 양부모가 자기 아이를 갖게 되자 다른 집으로 보내졌대요. 그 뒤로 계속 다른 집으로 몇 번이고 입양되었다고 하던데.”“이경혜 씨가 수십 년이란 세월 동안 힘들게 여동생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우빈을 만난 후에야 우리 형수님 자매를 찾게 되었거든요. 우빈이는 우리 형수님의 조카예요. 하예진 누나와 엄청 닮았거든요.”고현이 되물었다.“그럼 형수님의 어머니가 이씨 가문...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라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지금의 이씨 가문 가주의 맏언니의 두 딸이 수십 년 전에 실종됐다는 소식은 들었어요.”전호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무언가 사연이 있음을 알아채고 고현에게 급히 물었다.고현도 숨기지 않고 그녀가 알고 있는 이씨 가문의 역사를 모두 전호영에게 알려주었다.전호영이 그 사연을 듣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자 이내 물었다.“엄마, 이경혜가 성씨가 강성의 이 씨 맞죠? ”“강성의 이 씨?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고현 씨는 참 좋겠어요. 고현 씨 부모님은 당신의 혼인에 너무 관여하시지 않으시잖아요. 재촉하시지도 않고요.”고현은 입을 오므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현의 부모님은 결혼 재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혼 재촉할 수가 없었다.고현이 남장하고 다녔기 때문에 만약 고현의 부모님께서 맞선 자리에 고현을 내보낸다면 상대방이 무척 놀라워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고현에게 빠져있는 분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고현과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고현의 부모도 어쩔 수 없었다.동생 고빈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빈도도 부모님의 재촉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매번 재촉할 때면 고빈은 항상 흘려듣고는 집을 나서면 이내 까먹곤 했다.고현의 부모는 두 남매에게 두손 두발을 다 들었다.“이경혜 씨의 성씨가 강성의 성씨이고 우리 큰형의 장모님도 이경혜의 동생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강성 이씨 성일 거예요.”“이윤미와 하예진이 이토록 닮은 것으로 보면 제 생각에는 이경혜 씨가 지금 이씨 가문 가주의 외 조카딸일 가능성이 커요.”“그런데 나이가 안 맞는 것 같아요.”고현이 되물었다.“이경혜 씨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이 대표가 올해 70세죠. 그 당시 이 대표가 18세 때 그의 첫 조카가 태어났기 때문에 올해 아마 52세 일 겁니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저도 그분 실제 나이가 몇 살인지 잘 몰라요. 그분은 우리 부모님 나이와 비슷해요. 이경혜 씨의 장남도 벌써 30대인 것으로 보아 이경혜 씨도 60세 가까이 되셨을 겁니다.”“그분도 성씨 그룹에서 출근하셨고 지금의 남편과 시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셔서 성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었던 거죠.”“하지만 강성 이씨 성은 보기 드물고 또 이경혜 자매가 마침 이 씨 성이잖아요.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가족 모두 없었기에 고아원에 보내진 거고요. 하지만 이경혜 씨는 그의 여동생보다 훨씬 대단해요.”“여동생이 죽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저의 큰 형수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말하는 것을
전호영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물론 되죠.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 소식을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요. 직접 가서 알려준다면 그 집안의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거든요.”“현임 이 가주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몸은 여전히 튼튼해요. 젊었을 때부터 마음이 모질고 악랄하여 건드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전호영은 또 히죽거리면서 농담했다.“이씨 가문의 진짜 딸과 가짜 딸 모두 당신을 좋아하더군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이윤미 씨는 단지 저를 마음에 들어 했을 뿐이에요. 저도 분명히 그분에게 말씀드렸어요. 이윤미 씨와 제가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더니 그녀도 흔쾌히 마음을 접더군요.”자신이 고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씨 가문의 이윤정에 대해 고현은 예전부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고현은 지금은 여자의 몸이지만 설령 남자라고 해도 그녀는 이윤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고현 씨, 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제가 사람을 보내 말을 전할게요.”전호영은 자신의 미래의 아내가 이씨 가문의 싸움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현은 전호영을 몇 번이고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누가 그 사실을 알려주든지 상관없다고 봐요.”전호영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고현도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벌써 퇴근 시간이다.고현이 좋아하든 말든 전호영은 기어코 고현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매달렸다.점심에 식사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고현은 어쩔 수 없이 전호영이 밥을 사게 내버려 두었다.하지만 식사 후 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절대 회사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전호영은 또 한 번 고씨 그룹 문 앞을 가로막았다.고현은 전호영에게 경고했다.“당신이 또 한 번 스피커를 이용해 소음을 만든다면 제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매번 소리 낼 때마다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전호영은 생글
고현이 말을 이었다.“전씨 할머니, 저와 전호영 씨의 일을 다 알고 계신 거예요?”“알죠. 요즘 인터넷이 발달했잖아요. 당신네 강성에서 일어난 일을 인터넷만 접속하면 우리 A 시에서도 볼 수 있으니깐요.”고현은 문득 오늘에 전화하여 고자질하려는 일이 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전씨 할머니도 알고 계셨고 전호영의 어머니도 알고 계셨다.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을 잡고 계시는 전씨 할머니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서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전호영의 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고자질해도 무슨 소용 있으랴!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이 틀림없었다.결과는 전태윤이 말한 것처럼 전호영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누구에게 구애하든 상관없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할머니, 저는 남자입니다.”고현은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저는 게이가 아닙니다. 전호영 씨가 자꾸 저를 마음에 담아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오히려 전호영 씨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가 싫어서 반항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할머니께서 손주들의 아내를 정해줬다는 얘기를 저도 다 들었어요.”전씨 할머니는 웃으면서 되물었다.“호영이가 고현 씨에게 제대로 말 안 하셨어요?”전호영 그 녀석이 고현한테 구애하면서도 고현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고현이가 바로 할머니께서 고르신 아내라는 사실을 말이다.고현은 할머니 말의 요점을 알아듣고 물었다.“전호영 씨가 저에게 제대로 말 안 해줬어요. 할머니, 전호영 씨가 저에게 구애하고 있는 행동이 혹시 따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고현 씨, 호영에게 가서 물어보세요. 당신 둘의 일입니다. 저는 늙어서 귀가 어둡고 눈이 침침해서 지팡이도 짚으며 다녀요. 젊은이들의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말을 마친 전씨 할머니는 마음이 찔리기라도 한 듯 하예정에게 다시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예정아, 네 미래 동서야. 네가 처리해 줘.”하예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고현에게 말을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