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 소리의 내용은 이러했다.“고현 씨, 저는 당신에게 진심이에요. 저는 진지해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전 여전히 당신이 좋고 당신에게 구애할 겁니다!”고씨 그룹 회사의 맨 위층과 일 층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었다. 전호영이 아무리 목소리가 크다 해도 이론상으로 맨 위층까지 들릴 수 없었다.하지만 고현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렸다.고현뿐만 아니라 고위층 인사들도 모두 들었다. 그들은 모두 창밖을 내다보고 다시 고현을 쳐다보았다.고현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고현은 회의를 잠시 멈추고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거리가 멀었기에 고현은 그다지 똑똑히 볼 수 없었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호영이 확대 스피커를 사용한 것이다.전호영이 스피커로 소리쳤기 때문에 고현이 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주위의 사람들 모두 전호영의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고현은 혼잣말로 욕했다.고현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전호영이 소리를 너무 크게 쳐서 민폐를 끼쳤기에 신고하려고 경고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대신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남 비서 남윤호에게 분부했다.“경호원에게 전화해서 전 대표를 들여보내라고 하세요.”밖에서 또 소란을 피워 사람들에게 영향 주는 것이 싫었고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로 되는 것이 싫었다.경찰에 신고하면 소음이 없어지고 전호영도 혼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수 없었다.전호영은 잔꾀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다음번에 또 어떤 꾀를 부릴지 걷잡을 수 없었다.전호영은 고현이 여태까지 만났던 남자 중 가장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남자였다.“네. 고 대표.”남 비서는 재빨리 경호원 팀장에게 전호영을 들여보내라고 전했다. 전호영이 더 이상 스피커로 고현에게 고백하지 못하도록 말이다.경호원 팀장도 매우 골치 아팠다.남 비서의 인터폰을 받은 경호원 팀장은 최대한 빨리 전호영 앞으로 달려갔다.“전 대표. 전 대표.”경호원 팀장은 양손으로 전호영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다시 스피
전호영은 자신의 차에 올라탔고 경호원 팀장이 손을 흔들자 회사 문이 열렸다.전호영은 그의 마이바흐를 몰고 당당하게 고씨 그룹으로 들어섰다.몇 분 후.키가 훤칠하고 멋있는 전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한 손에 몇 봉지의 주머니를 들고 한 손에 큰 꽃다발을 들고는 또 당당하게 고씨 그룹의 건물로 들어갔다.“전 대표.”“전 대표.”고씨 그룹 빌딩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전호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모두 공손하게 인사했다.전호영의 성격이 매우 좋았기에 자신에게 인사하는 사람마다 전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 지었다. 고씨 그룹의 직원들에게 붙임성이 좋고 전씨 가문의 도련님티를 내지 않는 좋은 인상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사실 전씨 가문의 아홉 명의 도련님 중 전태윤의 겉치레가 가장 컸을 뿐 나머지 도련님들은 모두 친근한 이미지였다. 그렇다고 전태윤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연모자들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서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뿐이었다.전호영은 고씨 그룹에 처음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전 대표.”고현의 남 비서는 이미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전호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호영이 나오는 것을 보자 남 비서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전호영도 미소로 답하면서 남 비서에게 물었다.“고 대표께서 사무실에 계세요?”남 비서는 전호영이 안고 있는 그 큰 꽃다발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답했다.“고 대표께서 아직 회의 중이십니다. 전 대표, VIP룸에서 잠시 기다리세요. 회의가 끝나면 고 대표께서 전 대표를 만나러 오실 겁니다.”“제가 올 때마다 고 대표가 회의하는 것을 보니 엄청 바쁘신가 보네요. 고빈 씨는요?”고씨 가문이 앞으로 고현에게 그룹을 맡긴다면 그녀가 이렇게 바빠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고씨 집안의 재산을 모두 고빈에게 넘긴다면 자기 약혼녀가 이렇게 바삐 돌아치는 것이 매우 못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고빈의 좋은 노릇만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작은 고 대표께서 밖에서 업무를 보시느라
고씨 그룹의 오래된 관리층 인사들은 고진호와 동년배기였기 때문에 그들은 고현이 자라는 것을 쭉 지켜보았다. 따라서 고현의 품행과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현의 신분을 떠나 그 관리층 인사들 모두는 고현을 매우 좋아했으며 자신의 딸이 고현과 결혼하길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전호영이 그새 거침없이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 전호영은 남자의 신분으로, 그것도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 신분으로 고현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전호영에게 수를 쓰고 싶어도 그의 배후의 전씨 가문과 소씨 가문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감히 나서지도 못했다.이제는 전씨 가문과 맞섰던 성씨 가문도 전씨 가문을 도와주고 있었다.따라서 아무도 전호영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단지 뒤에서 전호영의 뻔뻔함을 욕할 뿐이었다.그들은 전호영이 게이인 것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고현에게 접근해 고현마저도 게이로 될까 봐 무척 근심했다. 전호영이 그들 공공의 적으로 된 셈이다.전호영이 보내온 아침밥을 버린 후 고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회의를 계속했다.VIP룸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호영도 자신만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현의 회의는 적어도 한 시간은 걸렸기에 전호영도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점심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다.더군다나 일찍 집을 나선 전호영도 배가 고팠다.아침 식사를 마친 전호영은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내 여유롭게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한 판 했다.한 시간 뒤.남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전 대표, 고 대표께서 사무실로 돌아가셨어요. 지금 만나러 가셔도 됩니다.”전호영은 손에 있던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대답했다.“게임을 너무 열심히 놀다 보니 고현 씨 회의가 끝난 줄도 몰랐어요.”“지금 만나러 갈게요.”전호영은 꽃다발을 안아 들고 주머니 몇 봉지를 들더니 밖으로 나가면서 남 비서에게 물었다.“고현 씨께서 제가 보낸 아침은 드셨어요?”남 비서가 바로 대답했다.“전 대표, 이따가 고 대표에게 물어보세요.”남
“고 대표, 전 대표께서 오셨어요.”남 비서가 공손하게 말했다.고현은 돌아서지 않고 남 비서에게 나가도 좋다는 손짓만 했다.남 비서는 전호영을 응접실에 있는 소파 앞으로 모시고 다시 가서 전호영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묵묵히 사무실을 나갔고 문도 꼭 닫아주었다.남 비서가 나가자 전호영은 일어나서 고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고현에게 손을 내밀었다.고현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대표, 저도 담배 한 대 주세요. 담배를 안 피운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고 대표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니 저도 피우고 싶어지네요.”고현은 한참 말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전호영에게 건네주었다.“라이터 좀 빌려주세요.”전호영은 고현에게 라이터를 빌렸다.사실 전호영은 평소에 담배를 잘 피우지 않았다. 큰형수와 심효진이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은 탓도 있었고 전태윤과 소정남마저도 이제는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씨 가문의 몇몇 도련님들은 그들의 약혼녀도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따라서 그들 몇몇 형제들은 담배 피우는 횟수도 줄이고 있었다.소정남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심효진이 임신한 후 그는 술과 담배를 전혀 다치지 않았다.전태윤 부부는 항상 임신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더욱 하지 않다.“라이터는 책상 위에 있어요. 직접 가지세요.”고현이 대답했다.전호영이 몸을 돌려 고현의 책상으로 걸어가자 그녀의 책상 위에 작은 차처럼 생긴 라이터를 보았다.전호영은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을 건넸다.“고현 씨, 라이터가 아주 특별하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장난감 자동차인 줄 알겠어요.”고현은 전호영의 말을 잇지 않았다.전호영은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다시 고현의 곁으로 돌아가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전 대표, 왜 저의 얼굴을 그렇게 쳐다보세요?”“고현 씨, 당신은 보면 볼수록 예뻐요. 당신이 만약 긴 치마로 갈아입고, 가발을 쓰고, 하이힐을 신
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드물다는 의미이다.“전 대표 덕분에 담배를 피우게 되네요. 평소 기분이 좋을 때면 저는 담배를 다치지 않아요.”전호영은 웃음 지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내가 고 대표 기분 나쁘게 했단 말입니까? 그럼 말해보세요.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제가 못생겨서요? 제가 못생긴 것도 아닌데. 저를 보실 때면 기분이 좋아지실 걸요.”고현은 전호영을 노려보았았다.전호영은 고현이 노려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현이 노려볼 때 전호영은 심지어 그녀의 크고 예쁜 눈을 만지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물론 전호영의 생각일 뿐이지 감히 고현의 눈을 만질 수 없었다. 만일 정말로 만진다면 두 사람이 싸움이 일어날지도 몰랐고 또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었다.“고 대표께서 만약 자신이 정말 남자라는 것을 저에게 증명하신다면 제가 다시는 고 대표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릴게요.”전호영은 고현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낸 이유가 바로 자신이 그녀에게 구애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현은 약간 화가 났고 냉랭한 말투로 경고했다.“전호영 씨, 당신은 전씨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를 잊으셨어요? 만약 당신 할머니가 나에게 매달리는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당신 할머니는 화가 나서 미칠 수도 있을걸요.”“전호영 씨가 효자라도 들었는데 당신 할머니께서 화병 나는 것이 두렵지 않으세요?”전태윤에게 일러바쳤더니 전태윤은 사촌 동생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동생이 즐겁게 지내면 된다고 말했다.전씨 가문에서 전호영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전태윤 말고도 전씨 할머니가 계셨다.다만 지금 전씨 할머니는 관성에 없을 뿐이다.고현은 그전에 알아봤는데 전씨 할머니와 사모님 하예정은 모두 관성에 없다고 했다.고현은 전씨 할머니의 연락처도 없었기 때문에 전씨 어르신께 일러바칠 수도 없었다.전호영은 담배를 다 피우고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렸다. 그리고 응접실의 소파로 향해 걸어가서 차 탁자
“고 대표 사무실에 꽃병이 없군요. 오후에 꽃병을 몇 개 보내드릴게요. 앞으로 제가 당신에게 드리는 꽃을 그 꽃병에 꽂아두세요. 사무실에 분위기도 화사해 져요. ”고현은 전호영의 꽃다발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전호영은 고현이 좋아하든 말든 그녀의 책상 위에 꽃다발을 올려놓았다.그리고 고현의 곁으로 돌아와 고현을 당기려고 손을 뻗었지만 고현이 피해버렸다.“전호영 씨, 예의를 갖추세요. 손대지 마시고.”“남자라고 강조해 왔잖아요. 남자가 남자의 손을 잡는 건데 손해 볼 거 없잖아요?”말을 마친 전호영은 억지로 고현을 끌고 응접실의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고 대표께 드리려고 옷 한 벌과 신발 한 켤레도 사 왔어요.”전호영은 치마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어 고현의 품에 안겨 주었다. 그리고 하이힐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들고 와서 안에 있는 하이힐을 꺼내 고현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앉아서 이 신이 발에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제가 눈으로 고 대표의 발이 얼마나 큰지 대략 추측하고 산 거예요.”고현은 그 하이힐을 보더니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고현은 치마를 꺼내지 않았지만 가방 안의 옷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 안에 있는 옷의 색상만 보아도 여자의 옷임을 알 수 있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여자의 옷과 신발을 선물해준 것이다!전호영은 고현이 여자의 신분인 것을 확신했다.고현은 치마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전호영에게 돌려주며 차갑게 말했다.“전 대표가 이 물건들을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약혼녀에게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말을 마친 고현은 돌아서서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다시는 이 남자와 상대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전호영은 주머니 안에서 그 치마를 꺼내 펼치더니 자신의 몸에 비추어 보였다.“이 치마가 예쁘지 않아요? 제 눈에는 너무 예뻐 보여요. 저도 처음으로 치마를 사본 거예요.”전호영은 한 손에는 치마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그 하이힐을 들고 고현에게로 가려고 했다.이때 남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남
“이제 곧 퇴근이니까 제가 밥 살게요. 우리 함께 밥 먹고 제가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고 갈게요.”“됐습니다. 당신이 떠나는 것이 바로 저를 도와주는 거예요. 전호영 씨, 부디 저를 놓아주세요.”고현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전호영이 이제 겨우 이틀 동안 그녀를 쫓아다녔는데도 고현은 견딜 수가 없었다. 전호영 이 녀석의 계략이 너무 많았다. 전호영은 항상 고현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냈고 고현은 화가 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현은 전생에 전호영의 원수였기 때문에 이번 생에 전호영에게 쫓기면서 복수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은 정색하면서 말했다.“고현 씨,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당신에 대한 마음도 진심인걸요. 제가 지금 진심으로 당신에게 구애하고 있어요.”“제가 비록 뻔뻔하고 얼굴도 두껍지만 미래 아내의 관심을 끌려면 이 정도의 뻔뻔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제가 얼굴이 얇고 당신에게 몇 마디 욕을 먹고 거절당해서 포기한다면 저는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저처럼 훌륭한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이 아쉽지 않아요? 때문에 저는 염치없고 뻔뻔할 수밖에 없는걸요.”고현은 아무 말도 못 했다.고현은 전호영 앞에서 더는 남자라고 당당하게 잡아뗄 수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바지를 벗고 확인시켜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다.물론 고현은 바지를 벗을 리가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이 남자가 아니라고 확신한 이유이기도 했다.전호영은 몸을 돌려 소파로 돌아와 치마와 하이힐을 주머니에 넣었다.고현에게 그 치마를 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현은 20년 넘게 남자 분장을 했기 때문에 남자의 차림새에 익숙해져 치마를 입는 것이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사준 것은 사실은 고현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그녀의 속셈을 떠본 것이다.“참, 오늘 고 대표에게 한 가지 일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전호영은 이윤미가 하예진과 너무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고현의 앞으로 다가가서 맞은편에
고현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무슨 말씀이세요? 당신 형수님 자매분이 이윤미 씨랑 많이 닮았다니요? 혹시 그 형수님께서 과거에 헤어진 자매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우리 형수님은 하예진 누나 한 명만 있다는 것을 제가 확신해요. 친자매는 아니지만 사촌 여동생이 한 분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은 하예진 누나와 닮지 않았어요.”전호영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도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닮아서 지금 고 대표에게 물어보는 바입니다. 혹시 몇십 년 전에 이씨 가문에서 밖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고 계시는가 해서요.”“저희 큰형수 자매가 이씨 가문의 밖으로 떠돌고 있는 자식일 리가 없어요. 우리 큰형수님 집안일은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그런데 우리 형수님의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고아라는 사실을 들은 것 같긴 한데. 아마 겨우 몇 살 되던 해에 형수님 어머님이 고아원에 보내졌다가 입양됐다고 들었어요. 게다가 운이 안 좋아서 양부모가 자기 아이를 갖게 되자 다른 집으로 보내졌대요. 그 뒤로 계속 다른 집으로 몇 번이고 입양되었다고 하던데.”“이경혜 씨가 수십 년이란 세월 동안 힘들게 여동생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우빈을 만난 후에야 우리 형수님 자매를 찾게 되었거든요. 우빈이는 우리 형수님의 조카예요. 하예진 누나와 엄청 닮았거든요.”고현이 되물었다.“그럼 형수님의 어머니가 이씨 가문...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라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지금의 이씨 가문 가주의 맏언니의 두 딸이 수십 년 전에 실종됐다는 소식은 들었어요.”전호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무언가 사연이 있음을 알아채고 고현에게 급히 물었다.고현도 숨기지 않고 그녀가 알고 있는 이씨 가문의 역사를 모두 전호영에게 알려주었다.전호영이 그 사연을 듣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자 이내 물었다.“엄마, 이경혜가 성씨가 강성의 이 씨 맞죠? ”“강성의 이 씨?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여보, 나도 이십몇 년 간의 남매 정을 생각해서 도와준 거야. 갈 데도 없고 돈도 없는데 불쌍하잖아. 당신이 싫다면 내가 내보낼게.”정일범은 아내 조윤이 엄마한테 이를까 봐 겁이 났다.외도 사실이 들통난 후 윤정이가 오빠들을 도와줬기에 조윤은 윤정이를 무척이나 미워했다.윤정의 처지가 딱하게 된 지금, 조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더욱 심하게 굴 것이 뻔했다.하지만 조윤 탓을 할 수가 없었다. 반병 남짓 남았던 술을 아버지에게 갖다준 사람이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조윤은 차갑게 쏘아붙였다.“지금 당장 내보내요. 이후에도 연락하지 말고요, 그 애는 당신들의 동생이 아니잖아요. 당신들의 동생은 윤미라고요. 그 애 친아빠 때문에 당신들이랑 윤미가 이십 년이나 떨어져 살았는데 당연히 그 사람들을 싫어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윤미가 그 집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그 사람들이 윤미한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봐요. 일범씨, 당신도 딸을 가진 아빠잖아요. 우리 딸이 다른 집에 바뀌어 가서 학대를 당했다고 생각해 봐요, 어떨 거 같아요?”정일범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는 곧 하인 부부에게 지시했다. “가서 윤정의 짐을 모두 정리해서 줘. 지금 당장 나가라고 해, 다시는 여기에 나타나지 말고.”윤미의 둘째 형수랑 셋째 형수도 자기 남편에게 눈치를 주었다.두 남자는 와이프한테 찰싹 붙어 실실 웃어대며 낮은 목소리로 다시는 윤정이를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사과했다.윤정이는 절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이제 진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오빠들도 도와주지 않고 일전한 푼도 없는 상황에 어떡하지?이제 진짜로 친엄마한테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형편이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고 시골과 도시는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다.어릴 적부터 좋은 환경에서 곱게 자란 그녀가 시골로 돌아가 생활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인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돌아가지 않으면 클럽에서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기
이윤정은 조윤을 노려보며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조윤은 이윤정에게 더는 해명하지 않고 그 사실을 이윤정에게 알려준 다음 두 동서에게 걱정스레 말했다.“가요. 우리 들어가요. 밖이 추워 죽겠어요.”조윤은 몸을 돌려 뒤따라 나오는 김숙자에게 지시했다.“앞으로 제 동의 없이 이 천한 X을 우리 별장 안에 들여보내지 마세요. 일범 씨가 다시 감히 윤정이를 여기로 끌어들인다면 우리 어머님의 노여움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한 번 물어 보세요.”이윤정은 넋을 잃고 주저앉아버렸다.얼마 후 정일범 형제가 도착했다.그들은 땅바닥에 앉아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는 이윤정을 보았다.그녀의 얼굴은 손가락 자국들로 가득했고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리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있었으며 머리는 헝클어진 채로 옷도 너무 얇게 입어 입술이 퍼렇게 변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정일범은 무척 가슴 아팠다.“윤정아.“세 형제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구경꾼들은 조윤이 자리를 뜨자마자 흩어졌다.물론 이윤정에 대한 소문은 곧 강성에서 널리 퍼졌다.정일범은 양복 외투를 벗어 이윤정의 몸에 걸쳐주었고 그의 두 동생은 이윤정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오빠.”이윤정은 정신을 차리더니 정일범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형수님, 형수님들이 나를 이렇게 때렸어. 나에게 복수하는 거야. 내가 오빠들이 바람피울 때 오빠 편을 들었다고 지금 내가 초라해진 틈을 타서 나에게 복수하는 거야. 내가 여기 있는 걸 아는 사람은 분명 이윤미일 거야. 이윤미와 형수님들이 연합해서 나를 상대하는 거라고. 오빠, 나와 아빠는 단지 오빠가 준 술 반병을 마신 것뿐인데 그렇게... 오빠가 나와 아빠를 함정에 빠뜨릴 리가 없잖아. 그럼 분명 형수님이 우리 술에 약을 탔을 거야.”정일범은 다급하게 이윤정의 말을 끊었다.“윤정아. 이런 일은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말하지 마. 엄마는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거든.”정일범도 조윤이 이윤정을 함정에 빠뜨린 사실을 알고 있다.지금 이윤정은 이
“넌 내 남편의 친동생이 아니야. 혈연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내 남편이 널 여기로 데려와 살면서도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 첩을 이 별장에 몰래 감춘 게 아니면 뭔데! 이 별장은 우리 어머님께서 우리에게 사주신 신혼 별장이고 부동산 소유증 위에도 내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나도 알 권리가 있어. 둘이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한테 말을 안 했어? 내 남편이 몰래 여기로 널 데려온 것으로 보면 너희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야?”조윤은 이윤정이 이씨 가문에서 쫓겨난 이유를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이윤정에게 죄를 덮어씌웠다.이윤정은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하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억울하다고 누군가의 음모에 말려든 것이라고 울부짖을 뿐 감히 다른 말은 내뱉지 못했다.이런 모습은 오히려 사람들이 조윤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했고 이윤정을 보는 눈빛에는 혐오와 비난이 물들게만 했다.어떤 사람들은 이씨 가문의 예전 집사였던 이윤정의 친아버지가 나쁜 심보로 딸을 바꾸는 바람에 진정한 이씨 가문의 후계자인 이윤미가 고생하고 구박받으면서 자랐다고 여겼다. 하여 그 집사의 근본적인 인성부터 나쁘다고 비난했고 따라서 이윤정도 그 집사의 핏줄을 이어받아 아무리 이씨 가문에서 자랐다고 해도 환경과 상관없이 그 유전자가 나쁘다고 수군댔다.뿌리에서부터 상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이윤정은 악랄한 표정으로 과거 그녀의 비위를 맞추던 조윤 일행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제 만족해? 당신들은 날 무너뜨리고 싶어서 날 당신들의 계략에 빠지게 한 거지? 당신들이 진범이지?”사건이 일어난 뒤로 이윤정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약을 타서 자신을 모함한 사람이 바로 조윤 일행이라고 추측했다.정군호의 술은 정일범이 준 술이고 가져왔을 때 이미 반병밖에 남지 않았다.그럼 정일범이 아니라면 분명 조윤일 것이다.조윤은 차가운 웃음을 날렸다.“윤정아,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울어도 소리쳐도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엄청 화나지? 얼마 전에 우리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 안
예전에는 우아하고 오만하던 이씨 가문의 후계자였던 이윤정은 지금은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강아지처럼 어디로 가나 사람들에게 쫓겨나고 욕만 먹었다.“윤정이는요?“조윤이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뒤 정원에서 그네에 앉아 계세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저대로 한참을 앉아 계세요.”김숙자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조윤 일행은 기세등등하게 뒤 정원으로 걸어갔다.김숙자는 정일범에게 알릴지 말지 고민하다가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 남편에게 알렸다. 그녀의 남편도 정일범에게 알릴지 말지 고민했다.결국, 두 사람은 정일범에게 전화를 걸었다.“큰 도련님, 큰사모님께서 둘째 사모님과 셋째 사모님과 함께 여기로 와서 다짜고짜 둘째 아가씨가 여기에 머물고 계시는지 물어보셨어요. 지금은 뒤 정원으로 둘째 아가씨 찾으러 가셨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요. 큰 도련님, 얼른 돌아오세요.”정일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어떻게 아셨대요? 지금 바로 돌아갈게요.”조윤은 지금 이윤정을 무척 원망하고 있어서 과거의 감정이 사라진 지 오래다. 만약 정일범이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이윤정은 아마 조윤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김여희와 박수아도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정일범은 두 남동생도 불러 함께 별장에 갔다.김숙자 부부는 정일범과의 통화를 마친 뒤로 밖으로 나갔는데 이윤정의 울부짖음과 욕설 소리를 들었다. 물론 욕설 퍼붓는 사람들은 조윤 일행이었다.김숙자 부부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서둘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대로 달려갔다.조윤 일행과 이윤정의 소리가 너무 컸는지 이웃들은 울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내밀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밖으로 걸어 나왔다. 걷다 보니 결국 정일범 별장 입구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역시 남의 가십거리를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이윤정이 아무리 오만하고 조윤 일행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고 해도 그녀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이윤정은 조윤에게 머리채까지 잡혀 비참하게 뒤 정원으로부터 앞 정원까지 끌려갔다.아파 죽을 지경이다!김
이윤미는 다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형수님, 그리고 윤정에게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고 대표님이 사실 여자라고 전해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조윤은 놀란 듯 되물었다.[윤미야, 사실이야? 고 대표님이 호영 도련님을 위해 치마를 입은 거 아니었어?”이윤미가 웃으며 회답했다.[형수님들은 고 대표님 성격을 몰라서 그래요. 고 대표님이 만약 정말로 남자라면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예요. 윤정이 보고 단념하라고 전해주세요.]이윤미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이윤미는 이윤정이 자신이 이씨 가문에 돌아온 후에도 오만하게 굴더니 지금 어떻게 날뛰는가 지켜보고 싶었다. 지금 또 조윤 일행이 이윤정을 꽉 물고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으니 이윤정이 다른 재벌가의 내연녀로 되지 않는 한 친부모를 찾아 생활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윤정은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랐으니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조윤 일행이 한 일을 이윤미도 다 알고 있었지만, 이윤정을 괴롭히는 것을 눈감아주면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어쨌든 이윤미한테도 유리했기 때문이다.이씨 가문의 가족들은 언젠가 정리될 것이다. 물론 한집안의 사람들부터 없애버릴 것이다.조윤은 두 동서에게 말을 건넸다.“가요. 그 천한 X을 찾아 결판을 내러 가요. 무슨 자격으로 제 신혼집에서 머물고 있는지.”그 별장은 이은화가 조윤 부부를 위해 마련한 신혼집이고 부동산 소유증에도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정일범은 그녀의 허락도 없이 이윤정을 그 별장에 살게 했다. 이은화의 명령도 무시한 채 그는 여전히 이윤정을 돕고 있었다.이윤정은 더는 이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다.조윤의 신혼집은 이씨 가문 저택에서 차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로 그리 멀지 않았다.이은화는 세 아들이 결혼할 때 신혼집을 마련해 주었다. 신혼집은 이씨 가문 저택에서 너무 멀지 않아 아들들이 자주 와서 이은화를 볼 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정일범 형제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이씨 가문 저택에 머물며 신혼집은 휴가를 보낼 때만 사용되었다.얼마 지나
울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지경이었지만 조윤은 이성을 되찾았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구지?”박수아가 잠시 고민하더니 떠보는 식으로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방금 오신 분 아닐까요?”하예진을 말하고 있었다.바로 하예진이 꾸민 일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씨 가문 내부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조윤은 그 사진들을 봉투에 넣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그 사진들을 다니 꺼내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이윤미에게 보내면서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윤미야, 방금 이 봉투를 받았는데 이 안에 있는 사진들은 네가 찍은 거야?]조윤도 사실 마음속으로 하예진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하지만 이윤미에게 물어보는 척하면서 떠볼겸 그녀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어쨌든 이씨 가문은 이윤미에게 넘겨질 테니까.조윤 일행의 남편들은 이미 희망이 없지만, 그녀들의 자녀도 살아가야 했기에 이윤미의 보살핌에 의지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윤미가 딸을 낳지 못한다면 아마 조카딸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들의 딸에게도 희망이 생기게 된다.조윤의 딸은 올해 9월 중학교에 갓 입학해 강성에서 가장 좋은 사립 학교에 다니고 있다. 기숙 학교라 집과 매우 가깝지만 학교에서 생활해야 했고 평소에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성적도 무척 좋고 이윤미와 좀 닮은 편이라 이윤미도 그 조카딸을 무척 예뻐했다.곧 이윤미가 회답했다.[형수님, 제가 찍은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윤정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저를 찾아오지도 않았기도 했고 저도 당분간 윤정을 지켜볼 시간이 없었어요. 여기가 어디예요?”이씨 가문에 사고가 생겨 혼란스러운 탓으로 이윤미는 미래의 가주로서 땅에 발을 붙일 새도 없이 바빴다.조윤도 이윤미의 말을 믿기로 했다.[내가 네 오빠에게 시집갔을 때 어머님께서 마련해주신 신혼집이야. 평소 아이들이 방학이 되어야만 그 별장에 가서 며칠 지내다가 오곤 했거든. 그런데 지금 네 오빠가
이윤정은 여전히 화사한 옷차림으로 한가롭게 작은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 정원에는 그네도 설치되어 있었다.김여희와 박수아는 모두 이 작은 정원이 익숙하게 느껴졌다.조윤의 싸늘한 표정으로 사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정원은 너무 익숙한 정원이었다.그 당시 조윤이 정일범에게 시집갈 때 이은화가 조윤 부부에게 마련해준 신혼집이었다. 부동산 소유증에는 지금도 조윤과 정일범의 이름이 적혀있다.결혼 후 조윤 부부는 이씨 가문의 큰 저택에 머물게 되면서 그 작은 별장은 가끔 휴가를 보낼 때마다 잠시 머물렀다.이윤정 그녀의 신혼집에 나타난 것으로 보면 묻지 않아도 정일범이 벌인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형수님, 이...이 사진들은 누가 보내왔을까요?”김여희는 동정 어린 눈으로 조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만약 그녀의 남편이 이윤정을 그 별장에 머물게 한다면 김여희는 아마 남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김여희는 남편 형제들이 이윤정을 끔찍이도 아끼는 걸 생각하면서 이번에 정일범이 이윤정을 받아주게 되면 다음에는 그녀의 남편 혹은 박수아의 남편이 이윤정을 챙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생각한 김여희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이씨 가문으로 처음 시집왔을 때 김여희의 남편 정일군이 이윤정을 무척 귀여워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그닥 내키지 않았다.이윤정 또한 성인이 되었는데도 정일범 형제들에게 찰싹 달라붙으며 과분한 행동하는 것을 보며 마땅하지 않다고 여겼다.그러나 시댁은 여자가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아야 하는 것을 떠올렸고 이윤정이 미래의 가주로 될 것을 고려하여 조윤 일행은 하는 수없이 시누이 이윤정의 비위를 맞추어 주고 있었다.하여 김여희도 뭐라고 말하기가 난처했다.그러다가 이윤정이 그들의 친 시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은화가 여전히 이윤정을 아끼고 오히려 친딸 이윤미에게 냉담하게 대하며 심지어 욕까지 했다. 그 광경을 보더니 김여희는 조윤과 박수아처럼 이윤정에게 잘 대해야 한다고 느꼈다.이윤미는 시
그러나 전호영이 공개적으로 고현을 구애했고 강수빈은 다른 연모자들과 함께 전호영과의 말싸움에서 진 뒤로 마음을 바로 접어버렸다.원래 연적도 많은 데다 전호영까지 한 명 더 추가되니 강수빈은 자신이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어 진작에 단념하고 목표를 바꾸었다.이제 그녀도 새로운 애인이 생겼는데, 남서연이 기어코 그녀를 끌고 고씨 가문의 저택으로 와서 사실을 확인하려 들었다.강수빈은 무척 놀랐지만, 지금은 그녀와 무관한 일로 되었다.“이런 소문은 직접 와서 확인해 봐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남들에게 말할 때도 설득력이 있지.”강수빈은 정색하며 물었다.“엄마는 단지 사실을 확인해서 이 소문을 퍼뜨리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그만 말해. 집사님이 나오셨어.”남서연은 강수빈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이 소문의 진실의 여부를 알아보러 온 이유가 바로 소문을 퍼뜨리기 위함이 아니겠는가!집사는 재빨리 걸어 나와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남서연 모녀에게 진미리의 뜻을 전했다.곧 집사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실외 주차장에 차들이 꽉 차 있는 거로 보니 아마도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 모양이야. 딸, 가자. 들어갈 생각은 접어야겠어. 고씨 가문의 큰 사모님 자리는 아마도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도 좀 편해지네. 고빈 도련님한테는 관심 있어? 그분은 진정한 남자거든.”“엄마, 저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요.”강수빈은 몸을 돌려 그녀의 차로 향했고 더는 남서연과 함께 남의 집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싫었다.고빈은 바람둥이인데 그를 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고빈은 사실 바람둥이가 아닌데도 말이다.이씨 가문의 저택.정원에서는 이씨 가문의 세 사모님이 그네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거로 보니 아마도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이윤정을 이씨 가문의 저택에서 쫓아내 복수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은화의 마음속에도 답이 생겼을 것이다.조윤 일행에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더니 그녀들은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따지러 온 게 아니잖아. 다만 현이가 여자아이라서 시름을 놓았을 뿐이야. 전에 현이가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다고 들었을 때 너희들도 여의치 않다고 들었어. 외출하면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도 고현에 관한 얘기를 물어보곤 했거든. 우리 가문의 청년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행복하게 연애를 하는데도 사람들은 고현이 정말로 게이가 아니냐고 수소문하잖아.”고정호가 말했다. 그는 따지러 온 것이 아니라, 확인하려고 온 것뿐이다.사촌 조카의 말처럼 그것은 단지 고진호 부부의 집안일일 뿐 외부인과는 무관한 일이다. 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고진호는 그의 딸의 동성 연애설이 고씨 가문의 다른 친척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소문났을지는 모르지만 그간 고정호는 고진호를 찾아와서 고현의 일에 참견하지는 않았다.친척들도 고진호 부부가 자식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고 진정으로 자식들의 결정과 선택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현이 정말 동성애자라고 해도 고진호 부부는 여전히 딸아이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아마 이런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고정호도 이 일에 관해 그들을 나무라지 않았다.“현이가 게이가 아닌 이상 현이와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과 함께한다면 명분이 제대로 서겠네. 앞으로 누가 감히 내 앞에서 내 조카 손자를 게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어.”친척들도 고정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정말 죄송하게 됐네요. 우리 가문의 젊은이들에게 누를 끼쳐 죄송해요.”고진호는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우리 빈이가 장가갈 걱정 안 해도 좋겠네. 남들이 빈의 취향을 의심하면 상대를 바꾸면 그뿐이야. 우리 빈이가 정상이라면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앞으로 현이가 시집가면 결혼식은 반드시 성대하게 치러야죠. 화려하게 꾸며서 모든 사람에게 우리 현이가 정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죠.”“그럼요. 그럼요.”모두 제각기 맞장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