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 일행은 곧 고성 호텔에 도착했다.고성 호텔 입구에는 고현 전용 주차 석이 있다. 다른 사람은 그 주차 석들을 사용할 수 없다. 다른 손님들은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이 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야 했다.전호영은 고현의 덕에 호텔 입구에 주차할 수 있게 됐다.호텔 입구에는 미녀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하나같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호화롭게 단장을 하고 호텔 입구에 서 있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었다.전호영이 차에서 내리자 미녀들이 우르르 달려왔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전호영은 자신을 향해오는 미녀들을 보면서 생각했다.‘강성의 미녀들을 건드린 적이 없는데?’“대표님.”“도련님.”그녀들이 입을 연 후에야 전호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향해 온 것이 아니라 미래의 와이프를 향해 온 것이었다.‘아니지, 그럼 이 사람들 다 내 라이벌이잖아?’전호영이 수를 세어보니 십여 명은 되였다.게다가 이건 단지 강성 상류사회의 명문 규수들일 뿐이고, 스타들과 유명한 모델들, 고씨 그룹의 비즈니스 파트너나 여직원 중에도 고현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현도 결혼 전의 전태윤처럼 차가웠지만 여전히 많은 팬을 두고 있었다. 이 방면에서는 전태윤보다 훨씬 강했다. 전태윤의 성격은 모두가 잘 알고 있었고 또 성소현이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바람에 감히 라이벌이 될 담이 없었다.그래서 전태윤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현만큼 많지 않았다.여기엔 주로 고빈의 도움이 컸다. 고현의 쌍둥이 동생인 고빈이 전호영처럼 말도 잘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기 때문이다. 고빈은 예쁘고 기질이 좋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기만 하면 모두 친구로 여겼다.여자들은 먼저 고빈의 친구로 된 수 고현에게 접근하는 목적을 달성했다.이때, 고현의 경호원들은 즉시 앞을 가로막으며 보호했다.고빈은 되려 웃으며 인사했다.“다들 여기서 저를 기다리는 거예요?”고빈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대표에 도련님인걸요.”“고빈 대표님은 둘째 도련님이시죠.”그녀들의 마음속에 대
그리고 전호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단숨에 그를 에워쌌다.라이벌을 대할 때 그녀들은 그야말로 한마음 한뜻이라고 할 수 있다.너무 많은 여자가 고현을 좋아하는 것에 이미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남자 라이벌까지 한 명 추가되었으니... 심지어 새로 나타난 남자 라이벌은 관성의 전씨 그룹에서 온,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이다.비록 그녀들은 집안 어른들로부터 전호영에게 미움을 사는 일을 절대 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받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전호영은 호텔에 들어가기도 전에 10여 명의 라이벌에게 포위 공격을 당했다.다행인 것은 전호영은 말솜씨가 좋고 입도 독했다.동시에 10명 이상의 라이벌에게 포위당했지만 대단한 말재주로 규수들을 말문이 막히게 반박했다.그러고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누나를 따라 호텔에 들어가지 않은 고빈은 말싸움의 전 과정을 목격했다.심지어 전호영이 열 몇 명의 라이벌들을 상대하는 영상을 휴대폰으로 찍어 가족 단톡방에 보냈다. 단톡방의 구성원은 네 식구뿐이다.고빈은 아예 누나를 단톡방에서 부르며 말했다.[누나, 호영 대표님 얼마나 대단한지 봐. 모두 내놓으라 하는 명문가 규수들인데 호영 대표님 앞에서 다 져버렸어. 일대 십으로 이긴 거잖아? 정말 대단해. 존경할 지경이야.]고현은 아예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연회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그녀는 주위 사람이 자기 휴대폰 화면을 보게 될까 봐 항상 걱정했다. 여자인 신분이 드러나길 원하지 않았다.가족들만 있을 땐 부모님들은 모두 그녀를 딸이라고 불렀고 동생도 그녀를 누나라고 불렀다.그녀는 매번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가족들에게 채팅 기록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비록 가족들이 그녀의 비밀을 누설할 리는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특히 최근에는 부모님과 동생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그녀를 시집보내려고 한다.이때, 고현의 경호원 중 한 명이 실수로 한 여자아이와 부딪쳤다. 상대방이 들고 있던 와인도 모조리 경호원의 몸에 다 쏟아졌다.“죄송해요.”여자
이윤미는 바삐 말했다.“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저는 괜찮아요.”그녀는 고현을 힐끔 보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수줍은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현 대표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길을 잘 보지 않아서 실수로 대표님의 경호원과 부딪혔네요.”“제가 사과해야죠. 연회장에 사람도 적지 않은데 제가 이렇게 많은 경호원을 데리고 온 탓에 윤미 씨가 제 경호원과 부딪치게 된 거잖아요. 무사하다니 다행입니다.”고현은 자신을 따르는 규수들과는 보통 차갑게 대했고 누구에게도 특별히 친절하지 않았다.뭔가 눈에 든 이윤미를 대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말투가 누그러졌고 얼굴의 차가운 표정도 어느 정도 녹았다.이걸 본 다른 사람들은 이씨 일가의 규수가 아주 뻔뻔한 방법으로 고씨 일가의 큰 도련님의 관심을 끈다고 생각했다.“저런 시골뜨기도 감히 고현 도련님의 관심을 끌려 들어?”“지금은 이씨 집안의 귀한 규수잖아요. 앞으로 이씨 일가의 가장이 될 사람인데... 고현 도련님에게 빠질 만도 하죠 뭐.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마저도 반할 정도로 훌륭한 분이니까요.”“나도 딸이 있다면 고현 씨를 사위로 삼았으면 하는걸요.”“이씨 일가 가장이 이윤정을 데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누군가가 이씨 일가 가장이 수양딸 이윤정과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작은 소리로 사람들에게 더 이상 논의하지 말라고 일깨워줬다. 하지만 청력이 좋은 이윤미는 주위 사람들의 속삭임을 모두 들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비꼬았다.‘그래, 고현 도련님을 마음에 두고 있어. 그래서 어쩔 건데? 당신들이 나에게 어떻게 할 수라도 있을 것 같아?’강성에는 젊은 인재들이 적지 않게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결혼했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마음에 둔 사람이 따로 있어 이윤미의 눈에 들지 못했다.과거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여태까지 독신으로 살아온 것이다.양부모는 그녀가 18살이 된 후부터 항상 그녀를 시집보내고 싶어 했다. 그녀에게 주선해 준 남자들은 모두 재벌 2세였
하지만 이윤미는 이 모든 것은 양부모와 형제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피를 빨릴까 봐 두려웠다.생각하지 못한 것은 그녀가 원래는 이씨 일가의 친딸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을 운명이었지만 양아버지의 음모로 이윤정과 신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윤미는 부유하게 자라는 대신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게 되었다.친부모와 세 오라버니는 비록 이윤미의 존재를 받아들였지만 가짜 딸이자 가짜 동생인 이윤정에 대한 배려를 멈출 수 없었다.잘못을 저지른 양아버지는 벌을 받았지만 이윤정이 마음에 걸린 이씨 일가는 이윤정을 이씨 일가의 둘째 아가씨로 남게 했다.이윤미와 이윤정은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났고 이윤정이 이윤미보다 10분 빨리 태어났다.다만 이윤미는 이씨 일가의 핏줄이자 앞으로 이씨 일가 가장의 자리를 이어받아야 했기에 첫째 아가씨로 되었다.“고현 도련님.”이씨 일가의 현 가장은 70세 좌우이지만 관리를 잘해 50대 초반처럼 보였다.그녀의 곁에는 친딸처럼 아끼며 키워온 이윤정이었다. 그녀는 걸어오면서부터 시선을 고현의 몸에서 떼지를 못했다.“고현 대표님, 우리 집 윤미랑 부딪쳤다고 들었는데...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신지요?”이씨 일가 가장은 고현에게 관심 있게 물었다.고현은 말했다.“제가 아니라 경호원이 실수로 윤미 아가씨와 부딪힌 겁니다. 다행히 무사해요.”그녀는 이윤미가 경호원과 부딪혔다는 것을 듣고 바로 말을 바꿨다. “윤미도 괜찮을 거예요. 우리 집 윤미는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자란 탓에 힘든 일을 많이 해봐 몸이 든든하거든요. 부딪혀도 아프지 않을 거예요.”구경꾼들은 참지 못하고 또 술렁댔다.이윤미가 이씨 일가에 돌아온 후 현 가장의 친딸에 대한 태도는 시종일관 무덤덤했다고 했다. 하긴, 자기 곁에서 자란 아이가 아니니 아무런 애정도 없을 수 있었다. 마음이 모질고 독한 가장이 남과도 다름없는 친딸에게 특별히 잘해주길 바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리 친딸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친딸이 몸이 든든하
“이 대표.”고현이 나지막이 말했다.“저는 윤미 씨의 피부가 너무 부드러워 보여요. 우리 경호원이 윤미 씨를 아프게 했을까 봐 걱정이에요.”고현은 이윤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항상 동생을 만날 때마다 이윤미에게 구애하라고 설득했다. 고현은 이윤미의 인격과 능력이 마음에 들었다.많은 사람은 표면에 드러난 것만 보았다. 이윤미가 가주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고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이어받을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씨 가문의 사업은 주로 이씨 가주가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에게 연약하고 겁이 많으며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인상을 주었다.그러나 고현은 이윤미의 실력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고빈은 이씨 가문 사람들의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이윤미와 함께 있으면 이씨 가문의 싸움에 휘말릴 것으로 생각했다.지금 이 대표가 이윤미에 대한 태도를 직접 보고 나서야 고현은 동생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대표, 우리 언니는 괜찮을 거예요”이윤정이 그들의 대화에 참견했다.이윤정은 고현이 이윤미를 관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현이 두 마디만 했을 뿐인데도 이윤정은 고현이 이윤미를 관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강성에서는 아직 고현의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자가 없었다.이윤정은 조금 전에 고현이가 이윤미에 대한 태도가 유난히 부드러운 것을 발견했다.이윤정은 그 광경을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윤정은 이윤미가 고현에게 꼬리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엄마에게 이윤미가 뻔뻔스럽게 상투적인 방법으로 고 대표에게 접근하는 거라고 욕했다.“고 대표,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요. 저는 지금 괜찮아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윤미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핑계를 대고 서둘러 나갔다.“고 대표.”이윤미가 자리를 뜨자마자 전호영이 들어왔다.전호영의 뒤로 고현이 동생 고빈이가 따라 들어왔다.고빈은 전호영이 열 몇 명의 연적들과의 말싸움에서 이긴 일에 대해 매우 탄복했다
고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나중에 우리 집안 사람 될건데요. 먼저 연습해 본 거예요.”전호영은 뻔뻔하게 고현을 따라 다녔다. 그러다가 익숙한 사장님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건넸다.전호영은 고현의 뒤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그 사장님들도 전호영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전호영은 고현의 껌딱지가 되어 고현이 떼어낼 수가 없었다.고현의 경호원들도 전호영 막을 수 없었다. 그들이 전호영을 막으려고 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전호영과 싸움으로 겨뤄야 했다. 하지만 그 경호원들은 자신이 전호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듣자니 전씨 가문 남자들은 문무를 모두 겸비했다고 한다. 실력이란 단지 어렸을 적에 태권도를 몇 년 배운 기술로 여겨졌으나 놀랍게도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전업적으로 권법을 배운 진정한 실력자였다.“전 대표.”고현은 전호영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고현은 걸어가던 발길을 멈추고 전호영에게 물었다.“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 전 대표가 제 사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 안 들어요? 저와 다른 대표들의 교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입니다.”전호영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고 대표는 고 대표 일 봐요. 대표들과 얘기도 나누고요. 제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을게요. 제가 고 대표 사업을 가로채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는 요식업만 책임지고 있거든요. 빼앗고 싶었으면 이미 빼앗은 지 오래일 겁니다.”고현은 분노를 억누르면서 차갑게 말했다.“전 대표가 대낮에 하신 일 덕분에 우리가 지금 연회의 주인공으로 되었거든요. 제가 누군가와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모두의 관심은 당신에게만 쏠리고 있다는 말입니다.”전호영은 고현에게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먼저 먹어보고 독이 없다면서 안심하고 먹으라는 말도 잊지 않고 건넸다.그리고 고현에게 배고픈지, 목마르지 않은지 자주 물어봤다.전호영은 세심한 배려와 예의 있는 태도로 고현을 대했다. 곁에서 보면 서로 사
전호영의 말을 들은 순간 고현은 당황했다.전호영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고현의 의심이 맞을 수도 있었다.전호영은 고현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어떻게 알아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확고한 눈빛으로 대답했다.“저는 남자입니다! 진정한 남자예요!”고현은 20년 넘게 남자로 살았다.전호영은 고현의 허점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이 정말 허점을 말할 수 있다고 해도 고현은 돌려서 말할 계획이었다.전호영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전호영은 차 탁자를 에돌아 고현 앞에 다가가더니 고현을 내려다보았다.고현은 전호영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서 전호영과 눈을 수평으로 마주했다.고현의 키는 전호영의 키와 비슷했다.사실 전호영보다 조금 더 컸다.“고현 씨, 당신이 남자라면 제 앞에서 옷 벗을 담은 있어요?”전호영은 머리를 고현에게 바짝 기울였다. 조금만 더 앞으로 나오면 고현에게 뽀뽀할 수도 있었다.고현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전호영의 이런 행동에 마음이 두근거리지도 않았다.“제가 왜 당신 앞에서 옷을 벗고 보여 줘야 하죠? 제가 미쳤어요?”전호영은 피식 웃었다.“못 벗는 것 아니고요? 당신이 남자라면 저랑 똑같이 모든 것이 다 있을 텐데 왜 못 벗는 거죠? 여기 다른 사람도 없어요. 당신이 벗는다고 해도 제가 나가서 말하지 않을게요.”고현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제가 남자라면 남자예요. 옷까지 벗으면서 당신에게 증명할 필요 없어요. 전 대표가 저를 의심하는 것으로 보면 제가 남자라는 증거가 있는 모양이네요.”고현은 말을 할 때 일부러 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여자처럼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목젖도 있고 가슴도 평평했고 말과 행동이 모두 남자와 다름없었다.20년 넘게 남자로 분장한 고현도 샤워할 때만이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이 생각났다.전호영의 시선은 고현의 얼굴에서부터 목으로 향했고 더 아래로 바라보다
전호영은 천천히 바지 벨트를 풀면서 입을 열었다.“고 대표, 당신이 감히 제 앞에서 옷을 벗어 남자임을 증명하지 못하시지만 저는 증명할 수 있어요. 고 대표가 제가 남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드릴 수 있어요.”전호영이 바지를 벗으려고 하자 고현은 바로 어두운 얼굴로 소리쳤다.“전 대표. 죄송해요. 제가 방금 말을 잘못했어요. 당신은 진정한 남자 틀림없어요!”전호영도 고현을 놀리려고 한 행동이었다.고현 앞에서 진짜로 바지를 벗을 계획이 없었다.고현이 사과하자 전호영은 허리띠를 다시 매고는 말을 이었다.“제가 고 대표보다 훨씬 담이 크네요. 고 대표는 평소에 당당하고 일 처리가 깔끔하더니 바지 벗는 일에서는 저보다 담이 작네요. 여자처럼 쭈뼛쭈뼛, 시원하게 벗지 않네요.”고현은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고 대표, 정말 여자인 건 아니죠?”“무슨 소리 하세요.”전호영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내가 만일 여자라면 더더욱 당신 뒤를 쫓아다니면서 시집갈걸요.”“전 대표, 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어요. 이제는 껌딱지처럼 저를 따라다니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제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고현은 부드러운 말로 전호영과 도리를 따지려고 했다.하지만 아내의 관심을 끌려는 전씨 셋째 도련님에게는 이런 도리가 먹히지 않았다.전호영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모든 사람에게 당신한테 반했다고 말했는데 이제 겨우 하루 만에 포기한다면 아무도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걸요.”“전 대표가 게이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거면 다른 남자를 찾으시면 되잖아요. 꼭 저를 찾아올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저는 고 대표가 너무 좋아요. 고 대표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생겼거든요. 저는 멋있는 사람이 좋더라고요.”고현은 물었다.“관성에는 젊은 인재들이 많고 심지어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수두룩할 텐데 전 대표는 왜 그들을 찾지 않으시는 거죠?”“저는 관성의 사람들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거든요. 너무 익숙해서 도저히 함께할 수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