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명아, 우리 누나를 위해서라도 재활 치료를 잘 받고 빨리 회복하는 건 어때? 정말 누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참을 수 있겠어?””“네가 정말 참을 수 있다면 내가 할머니께 말씀드려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를 소개해주라고 말할 거야. 만약 정말 서로가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된다면 나와 예정이는 친정 식구로서 최대한 화려한 결혼식을 마련해 줄 거야.”노동명은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노동명은 하예진이 좋았다.너무 사랑했다.사고로 목숨까지 위태로워진 주형인을 찾아가는 하예진을 보며 하동명은 질투에 눈이 멀어 퇴원하겠다고 난리를 쳤다.퇴원하려는 이유는 단지 하예진이 전남편을 찾아가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전씨 할머니도 훌륭한 남자 몇 명을 하예진에 소개해 주겠다고 말하셨다.만약 노동명이 정녕 하예진을 보낼 수 있다면 전태윤은 전씨 할머니께 부탁드릴 참이었다.“동명아, 아직 해보지도 않은 일을 먼저 포기해 버린다면 정말 한 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을 거야.”노동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태윤아, 네 말대로 할 거야. 퇴원 후 재활 치료도 열심히 할 거야. 내 다리가 감각을 잃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 할 거야. 꼭 일어나서 걸을 거야!”1년이고 3년이고 심지어 10년을 견지하여 꼭 일어날 계획이었다.물론 하예진을 위해서라도 하동명은 10년까지 끌어서는 안 되었다.그들은 이제는 스무 살의 젊은이가 아닌 삼십 대로서 더이상 시간을 끌면 늙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하동명은 하예진보다 나이가 몇 살 많았다.“힘내. 넌 꼭 해낼 거야!”“주씨 집안이 피바닥이 된 이유를 넌 알고 있어?”노동명은 친구의 격려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그리고 물었다.주형인이 죽지 않는 한 그는 노동명의 강력한 적이었다.주우빈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이었다.주우빈의 아빠 신분만으로도 주형인은 아들 핑계로 하예진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내가 이 소식을 정남이에게 전달했어. 정남이는 아내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
김은희는 주우빈을 꼭 끌어안고 울먹이며 말했다.“그래, 아빠는 괜찮아질 거야. 꼭 회복될 거야. 우빈아, 아빠는 널 사랑해. 네가 아빠를 보러 온 걸 알면 꼭 힘내서 다시 일어날 거야.”주우빈은 할머니 품에 안겼다.어린 주우빈은 아빠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빠의 사랑이 엄마의 사랑보다 못한 것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아빠는 현주 아줌마가 배가 아프다고 하자 주우빈을 내팽개치고 떠났었다.아빠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주우빈은 마음속 말을 꺼내지 않았다.“따르릉...”하예진의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하예정의 전화였다.하예진은 자리를 떠나 전화를 받았다.“언니, 아직도 병원에 있어?”“응, 우빈 데리고 형인 씨 보러 왔어. 동명 씨도 퇴원할 거야. 좀 있다가 떠나려고 해.”노동명이 퇴원하여 집에 돌아가면 하예진은 자신이 노씨 가문으로 따라가 노동명을 돌 볼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노동명이 주로 해야 할 것은 재활 치료이기 때문이다.하예진이 새로 개업한 가게에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계속 노동명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주형인 안 죽었지?”“살아있지만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지금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셔. 이젠 주형인 자신의 의지력에 달렸어.”하혜정은 주형인의 상황을 알고 나서도 전 형부에 대한 동정심은 조금도 없었다.조카의 친아버지이기 때문에 겨우 몇 마디 물어본 것뿐이다.하지만 주우빈이 없어도 하혜정은 이 일에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하혜정은 주형인과 서현주의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효진이가 나한테 이유를 알려줬어. 태윤 씨가 남편에게 알아보라고 해서 정남 씨가경찰 쪽에서 소식을 들었거든. 경찰서에서도 곧 통보할 거야.”“서현주는 주형인이 점심시간에 집에서 쉬는 틈을 타 방에 숨겨둔 날카로운 칼로 주형인을 마구 찔렀대.”이것이 덩치 큰 주형인이 서현주에게 찔려 중상을 입은 이유였다.“서현주는 유산된 후 산후조리를 마친 뒤 다시 감옥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언니, 노 대표 오늘 퇴원하는 거야?”하혜정은 전화기 너머로 언니에게 물었다.“좀 더 입원한다고 하지 않았어?”“동명 씨가 퇴원하겠다고 소란을 피웠지. 진작부터 퇴원하겠다고 난리쳤어. 오늘은 전혀 말릴 수가 없어서 의사 선생님께 물었더니 퇴원하고 나서 좀 쉬다가 재활 치료 하라고 말씀하셨어.”하예진은 아쉬운 말투로 대답했다.“동명 씨 요즘 변덕이 너무 심해. 기분이 오락가락한다니까.”하지만 노동명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하예진은 매일 누워있었더라면 자신도 미쳐버렸을 것이라 생각했다.“이제 링거도 맞을 필요 없고 퇴원해서 집에 돌아가 안정을 취하는 것도 좋은 일일 수도 있어. 매일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기분 전환할 겸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노 대표도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야. 그러다 보면 회복도 빨라 질 수 있어.”하예진이 답했다.“응, 이미 짐 정리도 다 했어. 태윤 씨가 우빈이를 데리고 병원에 동명 씨를 찾아왔어. 병원에 온 김에 우빈이에게 아빠도 보여주고. 유리 너머로 잠깐만 본 거지만.”하예정도 언니를 응원해주며 말했다.“언니, 나 이제 돌아갈 준비 해야 겠어. 나중에 말하자.”“알았어. 운전 조심하고.”하예진은 전화를 끊고 돌아서 멀리에 있는 전 시부모님과 주우빈을 쳐다보았다.노진규 부부가 번갈아 주우빈을 껴안고 있었는데 이런 광경은 전에 있어 본 적 없는 장면이었다.하예진은 몇 분 동안 묵묵히 있다가 그제야 시부모님에게 걸어갔다.“아저씨, 아주머니. 우빈 아빠는 지금 돌봐줄 필요 없어요. 먼저 돌아가서 쉬면서 뭐 좀 드세요.”하예진은 시어머니 품에 있는 아들을 안아왔고 우빈을 데리고 노동명과 같이 병원을 떠나려 했다.하예진은 노규진 부부를 설득했지만 김은희는 병원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김은희는 그들이 떠나자마자 아들이 사망 선고를 받을까 봐 무척 두려웠다.지금은 그들이 병실 앞에서 지키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만약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떠나려 하지 않았다.
노동명이 퇴원 수속을 마치고 휠체어를 탔고, 경호원이 그를 밀며 계단을 내려갔다.그의 형수는 그가 퇴원한 것을 알고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서둘러 그를 데리러왔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노동명의 퇴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경호원이 돌봐주고 있었으니 하예진은 이제 그만 그녀의 일을 보러 가고 싶어 했다. 그녀는 윤미라에게 말했다."사모님, 대표님도 이제 퇴원했고 그를 보살펴줄 가족 분들도 많아서 대표님을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저는 따라가지 않겠습니다. 새로 개장한 식당이 현재 리모델링 중이라서 저는 이만 가서 리모델링 상황을 확인하고 싶습니다.”윤미라는 사실 하예진과 집에 같이 가고 싶었다. 그녀가 있으면 윤미라의 아들이 화를 내지도, 건방지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하지만 하예진의 피곤한 얼굴을 본 윤미라는 마음이 조금 아파졌다. "예진 씨, 동명이는 우리가 돌보면 돼요. 그러니 이만 가서 일 봐요. 그래도 너무 피곤하게 무리하지는 마요, 그동안 이미 많이 지쳤잖아요.”그녀는 하예진의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사모님, 저희는 대표님의 건강만을 바라왔잖아요. 대표님만 괜찮아 지신다면 전 피곤해도 괜찮아요. 그럼 사모님,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윤미라가 그녀의 손을 놓았다.하예진은 아들의 작은 손을 잡고 윤미라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하예정이 본가에서 떠나 시가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황혼이 가까워 있었기에 그녀는 먼저 언니의 집으로 갔다.언니가 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우빈이 홀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문을 닫으며 그를 불렀다.“우빈아.”주우빈은 이모가 온 것을 보고 TV 리모컨을 놓으며 벌떡 일어나서 하예정에게 달려갔다.하예정이 어린 조카를 안고 몇 바퀴를 돌았고 두 사람은 모두 환하게 웃었다.하예진은 방금 요리한 음식 두 접시를 들고 부엌에서 나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예정아, 마침 잘 왔어. 방금 밥 다 했으니까 빨리 손 씻고 와서 밥 먹어.”
"대표님도 퇴원했고, 언니도 집에 있을 것 같아서 와서 밥 얻어먹으려고 왔지. 집에 가면 혼자 밥 먹을 맛도 안 나잖아.”하예정은 주우빈을 안고 식탁 앞에 앉아 있다가 그릇을 가져다가 국을 담았다.관성 사람들은 모두 국을 좋아해서 매 끼니마다 국물이 없으면 밥을 삼키기가 힘들다고 한다.하예진은 동생이 와서 밥을 먹을 줄 알고 반찬 네 가지에 찌개 하나를 준비했다. 찌개는 된장찌개였다."우빈아, 이건 네 국이야. 먼저 마셔봐”하예정이 조카에게 먼저 국 한 그릇을 떠준 뒤 언니에게 한 그릇을 떠주고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국을 떴다.국을 한 모금 마신 후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만족해했다."역시 언니가 만든 국맛은 달라. 집에 있는 요리사가 끓여주는 국도 맛있지만, 그래도 나는 언니가 끓여주는 탕을 가장 좋아해.”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끓여주는 국이 그렇게 좋으면 자주 와서 먹어도 돼.”진수성찬도 싫증이 나서 이제는 평범한 집밥이 먹고 싶어졌다."언니, 노 대표는 이미 퇴원했는데, 그래도 계속 돌볼 거야?”하예정이 물었다."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그 집에는 사람이 많아서 대표님을 잘 돌봐줄 수 있으니 난 레스토랑이나 관리해야겠어. 근데 일단 내일 하루는 쉬면서 우빈이를 데리고 공원에 놀러 갈 거야. 우빈이도 이제 곧 유치원에 갈거니까.”"마침 나도 내일 쉬려고 했는데. 우리 그럼 공원 말고 우리 서원 리조트에 가자. 리조트가 공원보다 훨씬 재미있어.”하예진이 그 의견에 동의했다.서원 리조트는 공원보다 더 아름답게 지어졌고, 리조트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주우빈은 서원 리조트에 갈 때마다 집에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언니, 이따가 쇼핑하러 가자. 사람들 줄 선물 좀 사가게.”"그래."하예진이 흔쾌히 대답했다.두 자매는 이제껏 매우 바빠서 함께 쇼핑을 한 지 꽤 오래되었다.저녁 식사 후, 쇼핑을 하고 저녁 9시가 되어서야 하예정은 차에 선물을 가득 싯고 피크 별장으로 돌아갔다.전태윤은 9시 30분 전에 집에 도착할 것
보디가드가 낯선 여자에게 정중하게 물었지만 그 여자는 차체에 기대어 있다가 가방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두 개비를 꺼내 두 명의 경호원에게 건넸다. 경호원은 그녀가 건네준 담배를 거절했다.여자는 개의치 않고 담배에 불을 붙인 후 가방을 다시 차에 올려놓고 다시 차체에 기대어 연기를 뱉으며 경호원에게 말했다."전 당신들 사모님을 찾으러 왔어요. 당신들 사모님에게 가서 전해요. 내가 밥을 살테니 나랑 이야기 좀 하자고.”"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젊고 예쁜 여자가 사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우기고 있었기에, 경호원은 이 여자가 도련님을 사모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사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것이다."도씨예요."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다름아닌 도차연이었다.도차연은 전태윤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은 뒤 한동안 전태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하지만 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자신이 전태윤을 잊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전태윤이어야만 했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조씨 그룹이 전씨 그룹과 협력하는 동안 그녀가 전태윤 부부를 방해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고,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후계자 위를 박탈하고 사촌 오빠를 후계자로 만들겠다고 했다.이런 아버지의 협박때문에 도차연은 한동안 감히 손을 쓸 수 없었다.하지만 요 며칠,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가면서 이번 출장은 몇 달이 걸린다며 회사를 그녀와 큰 오빠에게 공동 책임으로 맡겼다.아버지가 제지하지 않자 도차연은 그리움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혼자 관성에 왔지만감히 전씨 그룹에 가서 전태윤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곳에 가도 전태윤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결국 이렇게 하예정을 만나러 왔다.그녀는 하예정과 직접 겨루어 보고 싶었고 하예정이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전태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사실 이 빌라 촌은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어 원래라면 도차연은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의
하예정이 도차연을 가늠할 때, 도차연도 하예정을 훑어보았다.관성의 사람들은 현재 하예정이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하예정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녀가 언론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태윤이 그녀를 잘 보호했다.매번 그녀가 인기 검색어에 오를 때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는 곧 내려갔다.전태윤은 아내가 평온한 삶을 좋아하는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자신 때문에 할수 없이 대중 앞에 자주 얼굴을 내밀어야 했으니, 그 외의 다른 일들은 그녀가 많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그녀를 보호했다.도차연은 인터넷에서 하예정의 사진을 검색해 보았지만, 흐릿하게 찍히거나 정면을 찍지 못한 사진만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비로소 지금에야 그녀는 사모님의 미모를 감상할 수 있었다.도차연도 매우 아름다웠지만 하예정의 실물을 보는 순간 그녀는 하예정의 외모가 매우 예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그녀가 자랑스러워하는 기 센 분위기도 하예정을 제압할 수 없었다. 하예정은 타고난 분위기가 좋았던데다,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된 지도 거의 1년이 되었기에 양질의 가르침 아래, 그리고 또 자주 남편과 함께 각종 활동에 참가하다보니, 그녀의 타고난 분위기가 더욱 분명해졌다."당신이 하예정인가요?”도차연이 묻자 하예정이 되물었다."절 만나려고 하시면서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셨나요?”"사진을 봤는데 사진이 흐릿해서 잘 안 보이더라고요. 하예정 씨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어쩐지 전태윤의 마음이 움직였더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도차연 씨가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는지 모르겠네요.”도차연은 잠시 침묵을 지켰는데 아마도 자신의 생각을 고수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긴 고민 끝에 도차연은 여전히 전태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렇게 크는 동안 수많은 남자를 봤지만 전태윤만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는 전태윤을 좋
이제 겨우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도차연은 평소에 아버지 곁을 따라다니는데 부녀는 늘 밤 늦게까지 바쁘게 돌아쳤고 주말도 쉴 수가 없었다.하예정은 행복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남편이 좀 모범적인 남편이긴 하죠. 제가 그와 함께 밖에 있지 않는 한 그는 매일 밤 9시 30분쯤 집에 와요. 그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저보단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어요.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고, 일찍 퇴근해서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죠.”하예정의 웃음이 눈부셨다. 안 그래도 듣기 힘든 하예정의 자랑을 듣고 있자니 도차연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지금 당장 하예정을 잿가루로 만들고 싶었다.다행히 그녀는 아버지의 프로젝트를 따라 이곳저곳 돌아니며 배운것이 많았고, 좀 더 침착해졌고, 마음속의 분노를 표출하지 않으며 털끝만큼도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두 분 사이가 좋네요.”"그럼요. 그 사람이 저를 사랑하기만 한다면 저는 항상 그를 사랑할 수 있어요. 저는 이미 그의 사랑에 익숙해져 있어요. 만약 이후에 그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참을 수 없을 거예요. 그랬더니 그가 오히려 나를 평생 사랑하고, 다음 생에도 나를 사랑하고 싶다고 했죠.”"이 남자가 달콤한 말을 하면 전 정말 어쩔바를 모르겠어요. 사람들 모두가 달콤한 말을 듣는 걸 좋아하지만, 우리 태윤 씨는 항상 진지한 사람이라 전 그가 말한 것을 반드시 지킨다고 믿어요.”도차연은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그녀는 마음속으로 하예정을 욕했다. 그녀라고 지금 하예정이 일부러 도차연을 자극해서 전태윤에 대한 마음을 꺾으려는 의도를 모르는게 아니었다.남자, 특히 돈 많고 힘 있는 남자은 누구나 바람을 핀다. 그녀는 전태윤이 하예정을 지키며 한평생 바람 피지 않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마음속의 질투를 억누르고 도차연이 말했다. "좋은 말은 누구나 듣기 좋아하지만, 그건 종종 거짓말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죠. 하예정 씨가 지금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다시 얘기 좀 하는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