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고모네의 장사도 차차 잘될 거야.”전이진은 이미 사람을 시켜 여운초의 작은고모 집의 사업 상황을 알아본 후 아는 사람에게 좀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그는 작은고모네의 사업이 곧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응,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여운초는 작은고모네가 자칫 파산할 뻔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히 사촌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상황이 호전되었고 경제적 압력도 완화되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들 집안의 장사가 예전처럼 잘되기를, 한 단계 더 나아지기를 바랐다.좋은 사람은 좋은 보답을 받아야 한다.가끔 작은고모는 여운초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자기 집안의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어디 더 좋은 안과 의사가 있는지 수소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뛰어다니며 들인 정력이나 돈이 적지 않았다.혈연관계가 없는 작은고모부도 작은고모가 이렇게 10년 동안 뛰어다니도록 놔둔 것을 보면 좋은 사람이었다.“동호 형님은 언제 갔어? 가기 전에 함께 밥 먹으며 술이라도 한잔 권하고 싶었는데...”‘아쉽다, 주량이 어떤지 취할 때까지 술 권해보고 싶었단 말이야.’“새언니가 보고 싶어 해서 먼저 돌아갔어. 새언니에게 줄 선물도 많이 준비한 것 같아.”여운초와 전이진 사이에는 선물을 주고받은 적이 거의 없다.여태 전이진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았던 여운초도 당연히 선물 줄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전이진이 주는 선물을 받아준 적이 없었는지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달콤함을 느낄 수 없었다.전이진은 여운초를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까지 매준 후에야 운전석으로 갔다. 그는 손에 들었던 꽃다발을 건네주며 말했다.“잠시 나 대신 꽃다발을 들고 있어. 뒷좌석에 놓기는 아까우니까. 운전할 때도 이 꽃다발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여운초는 꽃다발을 받아안으며 말했다.“그저 평범한 꽃다발을 가지고 왜 이래?”전이진은 오히려 보배처럼 여겼다.“꽃다발이긴 하지만 이건 네가 처음으로 나에게 준 꽃다발이잖아, 나한테는 너무 소중해. 집에 가져가서 가장 비싼 골
전이진은 생각지도 않고 얼른 대답했다.“진심이야! 하늘에 맹세해!”그는 처음부터 여운초를 아내로 보았다.전씨 일가의 남자들은 모두 아내를 끔찍이 총애하고 있다. 이건 전씨 일가의 어른들만 봐도 알 수 있다.때로는 부모도 아이들 앞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준다.아버지의 눈에는 항상 어머니가 가장 중요했고, 자식들은 주워 온 듯했다.만약 자식들이 아버지를 화나게 하면 기껏해야 몇 마디 꾸중을 들을 뿐, 만약 어머니를 화나게 하면 아버지는 직접 몽둥이를 들고 쫓는다.원인조차 묻지 않으면서 말이다.아버지는 늘 자신도 와이프가 화내지 않게 노력하고 있는데 자식들에 의해 와이프가 화내는 모습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셨다.전씨 일가에 시집간 여자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너 지난번에 출장 갔다고 했잖아, 정말 출장 간 거야? 아니면 A시에 신의를 만나러 간 거야?”전이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솔직하게 대답했다.“A시에 갔다가 예준일이 정겨울 의사를 데리고 돌아왔다고, 신의도 제자를 따라 함께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가게 된 거야. 네 눈을 치료해 줄 수는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거든. 신의 어르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정겨울 의사가 있으니 부탁드려볼 생각이었어. 아쉽게도 정겨울 의사는 곧 출산할 모양이었고. 설령 정겨울 의사가 동의한다 해도 예준일이 동의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매일 예진 리조트로 찾아갔는데 내가 얼마나 밉겠어. 예준일은 개를 풀어 당장이라고 날 쫓아낼 모습이더라.”여운초는 조용히 전이진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정겨울 의사는 출산이 코앞이라 나도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어. 혹시라도 신의 어르신께서 나서주지는 않을까 하고 찾아간 거야. 하지만 신의 어르신은 여기저기 친구들을 만나러 가셔서 그곳에 며칠 동안 머물렀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 다행히도 정겨울 의사가 출산 후 몸조리가 끝나거든 제일 먼저 와서 네 눈부터 봐주겠다고 약속했어. 이제 정겨울 의사의 산후조리가 끝나거든 바로 찾아가 모셔
여운초는 전이진의 말대로 차에서 내렸다.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전이진은 그녀가 안고 있던 꽃다발을 차 좌석 위로 가져다 놓았다.다음 순간, 그녀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전이진은 여운초의 허리를 껴안아 위로 들어 올리더니 빙빙 돌면서 소리쳤다.“나도 이제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나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다! 운초야, 사랑해!”마침 조금 늦게 퇴원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다가 이 장면을 보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환희에 찬 전이진의 환호성을 들으며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앞장서서 손뼉을 쳤는지 여운초는 박수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들었다.구경하는 사람이 많은가?그녀는 약간 수줍었지만, 그보다도 강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전이진이 거절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전이진은 너무 기쁜 나머지,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아 이런 과한 행동을 하게 됐다.지금 이 순간, 여운초도 자신에 대한 그의 마음이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그녀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그녀가 장님이라는 것을 꺼린 적이 없었다.더 나은 선택이 수없이도 많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선택했다.이 모든 것이 할머니의 선택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전이진은 처음부터 여운초를 자기 아내로 여겼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녀에 대한 감정도 점점 깊어졌다.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전이진은 여운초를 안고 몇 바퀴나 돌았고, 여운초가 어지러울까 봐 걱정되어 그제야 행동을 멈췄다.잠시 후, 전이진은 여운초가 어지러움에서 벗어날 때까지 몇 분 정도 기다렸다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그녀의 정교한 이목구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여운초는 태어날 때부터 예뻤다.잘생긴 전이진과 아주 잘 어울렸다.“운초, 운초야...”전이진의 낮은 중얼거림이 그녀의 입술로 다가가 사라졌다.지켜보는 모든 사람 앞에서, 전이진과 여운초는 진한 키스를 나눴다. 이것은 그가 예전에 그녀에게 강제로 했던 키스와는 완전히 다른 키스였다.전이진은 열렬하게 키스했고, 여운초
여운초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졌다.전씨 그룹의 직원들은 진작에 그녀를 사모님으로 보고 있었다.전이진은 기쁨에 겨워 운초를 차에 태운 후 안전벨트를 매주었고 그녀가 가져온 꽃다발은 여전히 그녀가 안고 있게 했다.그는 운전석으로 돌아온 후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널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돌아가고 싶은데, 넌 어때?”전이진의 부모님은 여운초 몰래 몇 번 보러온 적이 있다. 여운초가 줄곧 전이진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이진의 부모님도 감히 당당히 찾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여운초도 자신이 미래 시부모의 눈에 일찍이 친아들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전이진의 어머니는 딸이 없어서 여운초처럼 예쁜 며느리를 얻고 싶다고 했었다. 그녀는 여운초를 보자마자 마음에 꼭 들었다며, 첫눈에 곁에서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이번에 전이진이 직접 그녀를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간다는 것은 의미가 남달랐다.그녀를 데리고 정식으로 가족과 부모님을 만나는 셈이었다.여운초는 약간 긴장한 듯 말했다.“나 아무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는데.”방금 여자친구가 되겠다고 하자마자 곧 집으로 데려가 부모님을 뵈려고 하다니. 전이진은 마음이 여간 조급한 것이 아니었다.그의 가족들이 이미 그와 그녀의 사이를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긴장했다.그냥 이렇게 가는 것은 아무래도 면목이 없었다.“선물은 필요 없어. 널 데리고 가기만 하면 선물을 받는 것보다 더 좋아하실걸.”“그건 아니야, 예의가 없잖아. 네 부모님을 처음 뵈러 가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갈 수 있겠어. 선물 사러 같이 가줘.”전이진은 웃으며 말했다.“알겠어, 그럼 당장 쇼핑하러 가자. 먹을 거나 마실 것 아무거나 사면 돼, 딱히 부족한 게 없으니까. 우리 엄마 말로는 제일 부족한 건 며느리라고 하셨어.”여운초의 얼굴은 또 붉어졌다.전이진은 휴대폰을 꺼내 가족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운초를 데리고 서원 리조트에 가서 밥을 먹을 거예요.
전이진은 메시지를 보낸 후 바로 차를 몰았다. 채팅방이 아무리 시끌벅적해도 그는 방금 생긴 여자친구를 데리고 선물을 사러 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렸다.채팅방이 잠시 조용해지자 셋째 사모님은 갑자기 큰아들 전호영에게 물었다.[호영아, 넌 우리 예비 며느리하고는 어떻게 된 거니? 언제쯤 고현 씨를 데리고 와서 밥을 먹을 거야?]전호영은 아무 회답도 하지 않았다.아들의 회답을 받지 못하자 그녀는 화가 나서 남편에게 말했다.“당신 아들 좀 보세요. 어머니는 호영과 이진에게 며느릿감을 거의 동시에 찾아주셨는데 이진이는 오늘 저녁에 운초 씨를 데리고 온다잖아요. 당신 아들은 언제 며느리를 데리고 올지도 몰라요.”“이런 일은 급해하면 안 돼. 호영이가 아직 생각이 없는데 우리가 급해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우리가 호영이를 대신해서 강성으로 가서 구애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어떻게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진이가 아빠가 될 때까지도 호영이는 제자리걸음 할까 봐 무섭네요. 호영이랑 이진이 나이도 비슷한데... 호영이가 아직도 어린 줄 알아요? 호영이가 막내면 조금도 걱정하지 않을 거예요. 고현 씨처럼 훌륭한 여자는 인기가 많다고요. 당신 아들이 더 이상 행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구애하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는 걸 몰라요? 그때 가서는 후회해도 늦었어요?”남편은 잠시 침묵에 잠기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알기론 고현 씨의 추구자들은 모두 강성의 규수들이야, 다 여자라고. 영원히 고현 씨에게 시집가지 못할 거니까 안심해. 당신 아들의 아내감을 빼앗을 남자는 없어.”고현은 줄곧 남장하고 다녔기에 강성 사람들은 그녀를 고씨 집안의 큰 도련님으로 알고 있다. 또한 그녀는 강성의 젊은 세대들이 공인하는 가장 잘생긴 남자이기도 했다. 남자들은 그녀의 비범한 미모를 질투할 뿐, 절대 사랑하게 될 수는 없었다.그들이 좋아하는 여자들은 고현을 한번 만나기만 하면 빠져들었으니 어찌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남편의 말에 셋째 사모님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셋째 사모님은 남편을 노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당신도 우리 전투력이 어머니보다 못하다는 걸 아시네요. 어머님에게 말할 필요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영이를 재촉할 거예요.”그녀는 잠시 침묵에 잠기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 참 어머니를 바쁘게 하네요. 호영이를 낳은 건 우린데, 어머니에게 중요한 일들을 부탁만하다니. 어머님께서 최근에 뭘 좋아한다고 마씀하신 적이 있나요? 뭐라도 사드려요.”“뭐가 부족하시겠어, 어머니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으셔. 재산이 우리보다도 더 많으신데.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손자며느리와 증손녀지.”아이 얘기를 꺼내자 셋째 사모님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정이는 왜 아직도 소식이 없죠?”남편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아내를 툭툭 치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 말 자꾸 입에 담지 마, 예정이 들으면 괴로워하니까. 스트레스가 제일 클 거야. 아이를 가지는 것도 인연에 관계되는 거야,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았으니까 조급해해도 소용없어. 지난번에 어머니가 모시는 대사님께서 태윤 부부의 팔자에는 아들과 딸이 있을 거라고 하셨으니까 분명 가지게 될 거야.”“그건 그래요.”셋째 사모님은 자신이 딸 하나 없이 세 아들만 가진 것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자식은 전생에 진 빚이라더니, 우리 세 아들은 빚을 받으러 온 게 분명해요. 세 번 다 아들일 것을 누가 알았겠어요. 어머님이 그렇게 증손녀를 안고 싶어 하는 마음, 저도 이젠 알 것 같아요. 우리 세 아들이 우리에게 아홉 명의 손자를 안겨줄까 봐 두렵네요. 지금 어머님은 아홉 명의 손자를 두고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계셔요.”셋째 사모님은 혹시라도 아홉 명의 손자를 가지게 될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 났다.어머님은 이제 연세가 많으시다. 아직은 건강에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이제 증손자를 보고, 또 증손자들이 자라 어른이 될 때면 이미 아버님을 만나러 가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셋째 사모님이 직접 나서야 손자들을 챙겨야 할 것이다.“여보, 우리 앞으로 손자가 생기거든
할머니는 걸으면서 우빈이와 얘기했다.“우빈아, 할머니는 널 하도 오래 보지 못해서 너무 보고 싶었어.”우빈이도 할머니와 같이 있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비록 친할머니는 아니지만 하예진은 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촌 동생의 할머니이니 그의 할머니와도 같다고 말했다.“할머니, 저도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우빈이는 말을 아주 잘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달콤한 말을 하곤 했다.그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입이 아주 달아 항상 어른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예를 들어 전호영을 대할 때에는 생각하는 대로 말하곤 했다.“우빈이가 오는 걸 알고 부엌에 있는 아저씨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해 달라고 했단다. 이따가 많이 먹어야 한다, 그래야 빨리 자라서 학교에 가지.”할머니는 꼬마를 안고 가면서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고 나는 듯이 걸었다.원래 할머니의 뒤를 따르던 장소민 등은 할머니가 우빈이를 안고 돌아가자 같이 따라갔다. 어른들은 당연히 30대 초반인 전태윤보다는 우빈이를 더 좋아했고 전태윤은 보는 것조차도 귀찮았다.차에서 내린 전태윤은 어르신들이 모두 우빈이를 에워싸고 도는 것을 보고 하예정에게 말했다.“우빈이를 데리고 돌아오니까 꼽사리를 끼는 데다 아예 모든 이의 관심을 다 뺏어가네. 예전에는 내가 돌아오면 모두 나를 둘러싸고 안부를 물었었는데... 지금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아.”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꼽사리 얘기는 그만해요. 우빈이가 들었다면 화낼 거예요. 자기 이름은 주우빈이지 꼽사리가 아니라고 했잖아요.”그녀는 일부러 남편을 놀렸다.“당신은 하루 종일 굳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우빈이의 웃음 가득한 귀여운 얼굴이 당연히 보기 더 좋죠. 우빈이는 하는 말도 달잖아요. 당신은 가족한테 인사하는 것조차도 무미건조해요, 달콤한 말 한마디 없이 누가 당신을 좋아하겠어요?”전태윤은 손을 뻗어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집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당신이 좋으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이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하예
우빈이가 사내아이라서 이 정도였지 만일 여자아이였다면 어른들은 아이를 둘러싸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번갈아 가며 안겠다고 다툼을 벌였을지도 모른다.몇 세대에 걸쳐 계속 딸이 없었던 전씨 일가에 만약 딸이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모두 미쳐버릴지도.어른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전태윤 부부도 구석에서 사랑질하느라 즐거웠다.얼마 후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돌아왔다.구석에 앉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다들 서로를 쳐다보면서 표정도 똑같았다.하예정은 전씨 일가 도련님들의 표정을 보며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이때 집사가 들어와 할머니 곁으로 다가가더니 웃으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었다.“어르신, 둘째 도련님께서 운초 씨를 데리고 돌아오셨습니다.”“운초가 왔으니 우리 모두 이진이네 집으로 가자.”전씨 일가는 할머니와 장소민 부부가 사는 중앙의 안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전이진은 둘째 사모님의 장남이자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거라 둘째 사모님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오늘 모두 전이진의 집에 모이기로 했다.차에 탄 여운초는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매우 두렵고 긴장했다. 비록 전이진이 누구도 그녀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말이다. 전씨 일가의 어른들은 마음이 넓고 다정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결정을 잘 존중해줬다. 여운초는 마음을 열고 전이진의 사랑을 받아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녀는 전씨 일가에서 그녀를 실제로 보았을 때 그녀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반대할까 봐 두려웠다.그녀의 이러한 반응은 대다수 사람이 보일만한 반응이었다. 미래의 시집 가족들과 처음 만날 때면 자연히 이런저런 생각과 걱정이 앞서게 된다.“이진아.”여운초는 전이진의 손을 더듬어 꽉 잡았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긴장하고 두려워. 만약 네 부모님께서 나를 좋아하지 않으시면 어쩌지?”그녀가 전이진의 감정을 받아들이기까지 아주 긴 고민을 해왔다.또한 전이진이 그녀에게 대한 마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