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이 회사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여운초는 계속하여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전이진은 지금 아마도 서둘러 돌아오는 길일 테니까.여운초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후회했다.‘회사에 없는 걸 알았으면 미리 전화하는 건데. 하지만 이러면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다행히 관성 호텔은 전씨 그룹에서 별로 멀지 않아 전이진은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그는 오는 내내 여운초가 왜 갑자기 찾아왔을지 추측했다.큰형인 전태윤은 여운초가 찾아왔다고만 말했을 뿐, 그녀가 무슨 원인으로 왔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날 여운초가 한동호의 차를 타고 떠난 후, 전이진은 며칠 동안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전화 연락은 있었지만, 매번 그녀에게 전화할 때마다 대부분은 그가 말하고 그녀는 들었다.그러다 여운초의 작은고모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고 싶었는데 여운초에게 저지당했다. 여운초는 어쩌다 놀러 온 작은고모랑 여자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 말에 전이진은 찾아갈 생각을 포기했다. 그녀는 지난 20년 동안 작은고모에게서만 약간의 사랑을 받았다. 아마도 작은고모 앞에서 어린 소녀처럼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자신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라고 전이진은 생각했다.사실 전이진은 여운초를 아주 아끼고 배려했다. 다만 두 당사자는 이 점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차가 멈추자 전이진은 빠르게 내려와 여운초를 향해 달려갔다.“운초야.”여운초 가까이에 가자 그녀가 장미 꽃다발을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전이진은 가쁜 숨을 돌린 다음 손을 뻗어 꽃다발을 받아안으며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이 꽃다발 나에게 주는 거 맞지?”예전에 여운초가 준 꽃다발은 모두 전이진이 먼저 전화해서 주문한 후에 회사로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었다.이렇게 먼저 그에게 꽃을 선물한 것은 처음이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한테 주는 게 아니면 누구한테 줄까?”그녀의 말을 듣고 전이진은 활짝 웃었다.“이 꽃 너무 이뻐, 마음에
“작은고모네의 장사도 차차 잘될 거야.”전이진은 이미 사람을 시켜 여운초의 작은고모 집의 사업 상황을 알아본 후 아는 사람에게 좀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그는 작은고모네의 사업이 곧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응,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여운초는 작은고모네가 자칫 파산할 뻔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히 사촌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상황이 호전되었고 경제적 압력도 완화되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들 집안의 장사가 예전처럼 잘되기를, 한 단계 더 나아지기를 바랐다.좋은 사람은 좋은 보답을 받아야 한다.가끔 작은고모는 여운초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자기 집안의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어디 더 좋은 안과 의사가 있는지 수소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뛰어다니며 들인 정력이나 돈이 적지 않았다.혈연관계가 없는 작은고모부도 작은고모가 이렇게 10년 동안 뛰어다니도록 놔둔 것을 보면 좋은 사람이었다.“동호 형님은 언제 갔어? 가기 전에 함께 밥 먹으며 술이라도 한잔 권하고 싶었는데...”‘아쉽다, 주량이 어떤지 취할 때까지 술 권해보고 싶었단 말이야.’“새언니가 보고 싶어 해서 먼저 돌아갔어. 새언니에게 줄 선물도 많이 준비한 것 같아.”여운초와 전이진 사이에는 선물을 주고받은 적이 거의 없다.여태 전이진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았던 여운초도 당연히 선물 줄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전이진이 주는 선물을 받아준 적이 없었는지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달콤함을 느낄 수 없었다.전이진은 여운초를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까지 매준 후에야 운전석으로 갔다. 그는 손에 들었던 꽃다발을 건네주며 말했다.“잠시 나 대신 꽃다발을 들고 있어. 뒷좌석에 놓기는 아까우니까. 운전할 때도 이 꽃다발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여운초는 꽃다발을 받아안으며 말했다.“그저 평범한 꽃다발을 가지고 왜 이래?”전이진은 오히려 보배처럼 여겼다.“꽃다발이긴 하지만 이건 네가 처음으로 나에게 준 꽃다발이잖아, 나한테는 너무 소중해. 집에 가져가서 가장 비싼 골
전이진은 생각지도 않고 얼른 대답했다.“진심이야! 하늘에 맹세해!”그는 처음부터 여운초를 아내로 보았다.전씨 일가의 남자들은 모두 아내를 끔찍이 총애하고 있다. 이건 전씨 일가의 어른들만 봐도 알 수 있다.때로는 부모도 아이들 앞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준다.아버지의 눈에는 항상 어머니가 가장 중요했고, 자식들은 주워 온 듯했다.만약 자식들이 아버지를 화나게 하면 기껏해야 몇 마디 꾸중을 들을 뿐, 만약 어머니를 화나게 하면 아버지는 직접 몽둥이를 들고 쫓는다.원인조차 묻지 않으면서 말이다.아버지는 늘 자신도 와이프가 화내지 않게 노력하고 있는데 자식들에 의해 와이프가 화내는 모습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셨다.전씨 일가에 시집간 여자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너 지난번에 출장 갔다고 했잖아, 정말 출장 간 거야? 아니면 A시에 신의를 만나러 간 거야?”전이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솔직하게 대답했다.“A시에 갔다가 예준일이 정겨울 의사를 데리고 돌아왔다고, 신의도 제자를 따라 함께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가게 된 거야. 네 눈을 치료해 줄 수는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거든. 신의 어르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정겨울 의사가 있으니 부탁드려볼 생각이었어. 아쉽게도 정겨울 의사는 곧 출산할 모양이었고. 설령 정겨울 의사가 동의한다 해도 예준일이 동의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매일 예진 리조트로 찾아갔는데 내가 얼마나 밉겠어. 예준일은 개를 풀어 당장이라고 날 쫓아낼 모습이더라.”여운초는 조용히 전이진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정겨울 의사는 출산이 코앞이라 나도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어. 혹시라도 신의 어르신께서 나서주지는 않을까 하고 찾아간 거야. 하지만 신의 어르신은 여기저기 친구들을 만나러 가셔서 그곳에 며칠 동안 머물렀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 다행히도 정겨울 의사가 출산 후 몸조리가 끝나거든 제일 먼저 와서 네 눈부터 봐주겠다고 약속했어. 이제 정겨울 의사의 산후조리가 끝나거든 바로 찾아가 모셔
여운초는 전이진의 말대로 차에서 내렸다.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전이진은 그녀가 안고 있던 꽃다발을 차 좌석 위로 가져다 놓았다.다음 순간, 그녀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전이진은 여운초의 허리를 껴안아 위로 들어 올리더니 빙빙 돌면서 소리쳤다.“나도 이제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나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다! 운초야, 사랑해!”마침 조금 늦게 퇴원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다가 이 장면을 보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환희에 찬 전이진의 환호성을 들으며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앞장서서 손뼉을 쳤는지 여운초는 박수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들었다.구경하는 사람이 많은가?그녀는 약간 수줍었지만, 그보다도 강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전이진이 거절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전이진은 너무 기쁜 나머지,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아 이런 과한 행동을 하게 됐다.지금 이 순간, 여운초도 자신에 대한 그의 마음이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그녀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그녀가 장님이라는 것을 꺼린 적이 없었다.더 나은 선택이 수없이도 많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선택했다.이 모든 것이 할머니의 선택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전이진은 처음부터 여운초를 자기 아내로 여겼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녀에 대한 감정도 점점 깊어졌다.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전이진은 여운초를 안고 몇 바퀴나 돌았고, 여운초가 어지러울까 봐 걱정되어 그제야 행동을 멈췄다.잠시 후, 전이진은 여운초가 어지러움에서 벗어날 때까지 몇 분 정도 기다렸다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그녀의 정교한 이목구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여운초는 태어날 때부터 예뻤다.잘생긴 전이진과 아주 잘 어울렸다.“운초, 운초야...”전이진의 낮은 중얼거림이 그녀의 입술로 다가가 사라졌다.지켜보는 모든 사람 앞에서, 전이진과 여운초는 진한 키스를 나눴다. 이것은 그가 예전에 그녀에게 강제로 했던 키스와는 완전히 다른 키스였다.전이진은 열렬하게 키스했고, 여운초
여운초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졌다.전씨 그룹의 직원들은 진작에 그녀를 사모님으로 보고 있었다.전이진은 기쁨에 겨워 운초를 차에 태운 후 안전벨트를 매주었고 그녀가 가져온 꽃다발은 여전히 그녀가 안고 있게 했다.그는 운전석으로 돌아온 후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널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돌아가고 싶은데, 넌 어때?”전이진의 부모님은 여운초 몰래 몇 번 보러온 적이 있다. 여운초가 줄곧 전이진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이진의 부모님도 감히 당당히 찾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여운초도 자신이 미래 시부모의 눈에 일찍이 친아들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전이진의 어머니는 딸이 없어서 여운초처럼 예쁜 며느리를 얻고 싶다고 했었다. 그녀는 여운초를 보자마자 마음에 꼭 들었다며, 첫눈에 곁에서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이번에 전이진이 직접 그녀를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간다는 것은 의미가 남달랐다.그녀를 데리고 정식으로 가족과 부모님을 만나는 셈이었다.여운초는 약간 긴장한 듯 말했다.“나 아무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는데.”방금 여자친구가 되겠다고 하자마자 곧 집으로 데려가 부모님을 뵈려고 하다니. 전이진은 마음이 여간 조급한 것이 아니었다.그의 가족들이 이미 그와 그녀의 사이를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긴장했다.그냥 이렇게 가는 것은 아무래도 면목이 없었다.“선물은 필요 없어. 널 데리고 가기만 하면 선물을 받는 것보다 더 좋아하실걸.”“그건 아니야, 예의가 없잖아. 네 부모님을 처음 뵈러 가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갈 수 있겠어. 선물 사러 같이 가줘.”전이진은 웃으며 말했다.“알겠어, 그럼 당장 쇼핑하러 가자. 먹을 거나 마실 것 아무거나 사면 돼, 딱히 부족한 게 없으니까. 우리 엄마 말로는 제일 부족한 건 며느리라고 하셨어.”여운초의 얼굴은 또 붉어졌다.전이진은 휴대폰을 꺼내 가족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운초를 데리고 서원 리조트에 가서 밥을 먹을 거예요.
전이진은 메시지를 보낸 후 바로 차를 몰았다. 채팅방이 아무리 시끌벅적해도 그는 방금 생긴 여자친구를 데리고 선물을 사러 가는 것에만 정신이 팔렸다.채팅방이 잠시 조용해지자 셋째 사모님은 갑자기 큰아들 전호영에게 물었다.[호영아, 넌 우리 예비 며느리하고는 어떻게 된 거니? 언제쯤 고현 씨를 데리고 와서 밥을 먹을 거야?]전호영은 아무 회답도 하지 않았다.아들의 회답을 받지 못하자 그녀는 화가 나서 남편에게 말했다.“당신 아들 좀 보세요. 어머니는 호영과 이진에게 며느릿감을 거의 동시에 찾아주셨는데 이진이는 오늘 저녁에 운초 씨를 데리고 온다잖아요. 당신 아들은 언제 며느리를 데리고 올지도 몰라요.”“이런 일은 급해하면 안 돼. 호영이가 아직 생각이 없는데 우리가 급해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우리가 호영이를 대신해서 강성으로 가서 구애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어떻게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진이가 아빠가 될 때까지도 호영이는 제자리걸음 할까 봐 무섭네요. 호영이랑 이진이 나이도 비슷한데... 호영이가 아직도 어린 줄 알아요? 호영이가 막내면 조금도 걱정하지 않을 거예요. 고현 씨처럼 훌륭한 여자는 인기가 많다고요. 당신 아들이 더 이상 행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구애하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는 걸 몰라요? 그때 가서는 후회해도 늦었어요?”남편은 잠시 침묵에 잠기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알기론 고현 씨의 추구자들은 모두 강성의 규수들이야, 다 여자라고. 영원히 고현 씨에게 시집가지 못할 거니까 안심해. 당신 아들의 아내감을 빼앗을 남자는 없어.”고현은 줄곧 남장하고 다녔기에 강성 사람들은 그녀를 고씨 집안의 큰 도련님으로 알고 있다. 또한 그녀는 강성의 젊은 세대들이 공인하는 가장 잘생긴 남자이기도 했다. 남자들은 그녀의 비범한 미모를 질투할 뿐, 절대 사랑하게 될 수는 없었다.그들이 좋아하는 여자들은 고현을 한번 만나기만 하면 빠져들었으니 어찌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남편의 말에 셋째 사모님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셋째 사모님은 남편을 노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당신도 우리 전투력이 어머니보다 못하다는 걸 아시네요. 어머님에게 말할 필요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영이를 재촉할 거예요.”그녀는 잠시 침묵에 잠기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 참 어머니를 바쁘게 하네요. 호영이를 낳은 건 우린데, 어머니에게 중요한 일들을 부탁만하다니. 어머님께서 최근에 뭘 좋아한다고 마씀하신 적이 있나요? 뭐라도 사드려요.”“뭐가 부족하시겠어, 어머니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으셔. 재산이 우리보다도 더 많으신데.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손자며느리와 증손녀지.”아이 얘기를 꺼내자 셋째 사모님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정이는 왜 아직도 소식이 없죠?”남편은 이 말을 듣자마자 아내를 툭툭 치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 말 자꾸 입에 담지 마, 예정이 들으면 괴로워하니까. 스트레스가 제일 클 거야. 아이를 가지는 것도 인연에 관계되는 거야,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았으니까 조급해해도 소용없어. 지난번에 어머니가 모시는 대사님께서 태윤 부부의 팔자에는 아들과 딸이 있을 거라고 하셨으니까 분명 가지게 될 거야.”“그건 그래요.”셋째 사모님은 자신이 딸 하나 없이 세 아들만 가진 것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자식은 전생에 진 빚이라더니, 우리 세 아들은 빚을 받으러 온 게 분명해요. 세 번 다 아들일 것을 누가 알았겠어요. 어머님이 그렇게 증손녀를 안고 싶어 하는 마음, 저도 이젠 알 것 같아요. 우리 세 아들이 우리에게 아홉 명의 손자를 안겨줄까 봐 두렵네요. 지금 어머님은 아홉 명의 손자를 두고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계셔요.”셋째 사모님은 혹시라도 아홉 명의 손자를 가지게 될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 났다.어머님은 이제 연세가 많으시다. 아직은 건강에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이제 증손자를 보고, 또 증손자들이 자라 어른이 될 때면 이미 아버님을 만나러 가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셋째 사모님이 직접 나서야 손자들을 챙겨야 할 것이다.“여보, 우리 앞으로 손자가 생기거든
할머니는 걸으면서 우빈이와 얘기했다.“우빈아, 할머니는 널 하도 오래 보지 못해서 너무 보고 싶었어.”우빈이도 할머니와 같이 있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비록 친할머니는 아니지만 하예진은 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촌 동생의 할머니이니 그의 할머니와도 같다고 말했다.“할머니, 저도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우빈이는 말을 아주 잘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달콤한 말을 하곤 했다.그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입이 아주 달아 항상 어른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예를 들어 전호영을 대할 때에는 생각하는 대로 말하곤 했다.“우빈이가 오는 걸 알고 부엌에 있는 아저씨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해 달라고 했단다. 이따가 많이 먹어야 한다, 그래야 빨리 자라서 학교에 가지.”할머니는 꼬마를 안고 가면서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고 나는 듯이 걸었다.원래 할머니의 뒤를 따르던 장소민 등은 할머니가 우빈이를 안고 돌아가자 같이 따라갔다. 어른들은 당연히 30대 초반인 전태윤보다는 우빈이를 더 좋아했고 전태윤은 보는 것조차도 귀찮았다.차에서 내린 전태윤은 어르신들이 모두 우빈이를 에워싸고 도는 것을 보고 하예정에게 말했다.“우빈이를 데리고 돌아오니까 꼽사리를 끼는 데다 아예 모든 이의 관심을 다 뺏어가네. 예전에는 내가 돌아오면 모두 나를 둘러싸고 안부를 물었었는데... 지금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아.”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꼽사리 얘기는 그만해요. 우빈이가 들었다면 화낼 거예요. 자기 이름은 주우빈이지 꼽사리가 아니라고 했잖아요.”그녀는 일부러 남편을 놀렸다.“당신은 하루 종일 굳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우빈이의 웃음 가득한 귀여운 얼굴이 당연히 보기 더 좋죠. 우빈이는 하는 말도 달잖아요. 당신은 가족한테 인사하는 것조차도 무미건조해요, 달콤한 말 한마디 없이 누가 당신을 좋아하겠어요?”전태윤은 손을 뻗어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집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당신이 좋으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이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하예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