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얼마 뒤면, 진짜 부부가 되어 다정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지도 몰랐다.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서둘러 매니저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뒤, 매니저를 밖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매니저가 차를 타고 떠나고 나서야 돌아서서 가게로 들어갔다.음식이 2인분이니 심효진과 같이 먹으라고 보낸 게 분명했다.하예정이 가게로 돌아왔을 때, 심효진은 이미 손을 씻고 카운터 앞에 앉아있었다. 그는 친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얼른 와서 먹어, 관성 호텔은 무려 7성급 호텔이야. 전에 그곳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을 때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집에 가서도 생각날 정도였다니까.""다 네 덕분이야."심효진이 젓가락을 하예정에게 건네면서 웃는 얼굴로 전태윤을 칭찬했다. "태윤 씨는 어쩜 이렇게 다정해? 점심을 대신 보내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분명 네가 배달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서 보낸 게 확실해.""예정아, 태윤 씨도 가만 보면 참 좋은 사람이야. 너를 믿지 못해서 반년 짜리 계약서를 쓰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너와 진짜 부부가 되려고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한번 잘 생각해 봐."하예정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밥 한 끼 사준 것뿐인데, 그 새 홀랑 넘어갔어? 나와 태윤 씨는 사이가 나쁘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우리 둘 모두 더 이상 가까워질 생각은 없어.""내가 밥 한 끼에 넘어가는 쉬운 여자로 보여? 게다가 내 절친을 너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네 형부와 비교해 보고도 태윤 씨가 별로라고 할 수 있어?"하예정과 심효진이 밥을 먹으면서 남자 얘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형부도 언니한테 아주 잘해 줬어. 우빈이가 태어난 후에야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지."사람은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하예정은 전태윤과 부부로 지낸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뭐 얼마나 잘 알겠는가? 그녀는 아직도 전태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고, 두 사람은 서로한테 자기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
그 말에 대표들은 놀라 소정남에게 물어봤다. "소 비서, 전 대표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혹시 어느 집안사람인지 아는가?"전태윤과 같은 무뚝뚝한 양반이 여자를 좋아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쉿, 비밀로 해주세요. 아니면 대표님이 또 저한테 입이 가볍다고 뭐라 할지도 몰라요. 사랑까지는 아니고, 아직은 그저 관심이 있는 정도예요. 나중에 진짜 사랑하게 된다면 대표님 성격상 바로 말씀하실 겁니다."공개하게 되면 성소현 같은 열성 팬은 더 이상 전태윤을 졸졸 쫓아 다니지 않을 것이다.대표들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대표들은 전 대표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큰 수확이었다. 심지어 시집갈 나이인 딸이 하나 있는 대표 한 명은 자신의 딸과 전 대표를 이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앞으로 전 대표 회사와 비지니스 회의를 할 때 자기 딸과 동행하면 전 대표가 딸을 맘에 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전 대표는 그 관심 있는 여자와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 않은가.충분히 공정한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전태윤은 자기의 오른팔이 본인을 팔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밖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고는 기분이 좋아져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물론 아내에게 말을 할 때는 평소처럼 낮은 목소리로 정색하며 물어봤다. "무슨 일이 있어?""별거 아니에요, 그냥 전화하고 싶었어요. 점심시간이라 자고 있었어요? 제가 깨운 거예요?"지금쯤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챈 하예정은 자신이 전태윤을 깨운 건 아닌지 걱정했다."아직 식사 중이야."그 말에 수긍하듯 대답한 하예정은 이내 물었다. "이렇게 늦게 먹는다고요? 바쁜 거 아는데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해요, 끼니 거르면 위에 안 좋다고요.""응, 그럴게."관심받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하예정의 걱정 어린 말을 들으니 마음에 온기가 느껴졌다."저기, 태윤 씨, 점심 너무 고마워요. 요리도 너무 맛있고 과일도 되게 신선하더라고요. 역시 고급 호텔의 서비스는 진짜 최고인 것 같아요."전태윤은 평소와 같은
"나 오늘 월급 탔어. 조금 있다 생활비 넣어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먹고, 쓰고 싶은 것도 좀 쓰고 그래, 너무 아껴 쓰지 마.""괜찮아요. 당신이 저번에 준 생활비 1500만 원도 아직 많이 남았는걸요. 우리 지출이 크지 않아서 얼마 안 써요." 기껏해야 그냥 가구 살 때 몇백만 원 쓰는 정도였다.남은 몇백만 원으로 집에서 쓰려면 몇 개월도 거뜬했다.게다가 하예정도 전태윤의 돈만 쓸 리가 없었다."다 못 쓸 것 같으면 모아둬. 남자는 손이 커서 돈을 함부로 쓰니까 돈 보내주면 당신이 저축해놔. 나중에 혹시 급한 일 생기면 또 쓸 수도 있으니까. 안 그러면 내가 정말 다 쓸지도 몰라."하예정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래요."그녀는 꼼꼼히 장부에 기록할 예정이었다.그가 매달 얼마를 보내주는지 그녀는 모두 저축해서 기록해 두었다. 나중에, 두 사람이 정말 이혼까지 간다면, 계산이 편해졌다."태윤 씨, 그럼 일 봐요, 방해 안 할게요.""저녁에 나 많이 늦을 거야. 그냥 문만 열어두면 돼, 나 기다리지 말고." 하예정은 그가 집에 돌아오기까지 기다려 본 적도 없었지만 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한마디 보탰다.하예정은 짧게 대답만 하고는 별말 없이 통화를 마쳤다.하예정의 태도에서 전태윤은 자신이 늦게 들어오든 일찍 들어오든 하예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휴, 이것도 처음에 그들이 계약했던 사항 아니던가. 하예정은 그가 하는 일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기로 했었다.잠시 침묵한 전태윤은 이내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3백만 원을 보냈고, 하예정은 이내 수락했다.그녀가 수락한 것을 보자 전태윤은 묘하게 또 기분이 좋아졌다.남편이 돈을 벌면 아내가 쓰는 것이 마땅했다.하예정은 점심에 카운터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다.그렇게 잠시 잠을 자고 난 뒤, 다시 도구와 재료를 꺼내 그녀의 공예품을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
"예정아, 너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아? 이쁘다."성소현은 하예정이 만든 것들을 보고 칭찬을 했다.그는 방금 만든 마네키네코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며 칭찬했다. "정말 너무 이쁘다!""소현 씨가 마음에 들면 제가 만든 것을 몇 개 선물해 드릴게요. 뭔 비싼 것은 아니지만.""나 이거 좋아해, 엄청나게 좋아해."성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미리 땡큐할게."그녀는 또 물었다. "예정아, 너 이런 것도 팔아?""네, 팔아요. 제가 온라인 스토어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전문 이런 것들을 팔고 있어요. 평소에도 판매량이 괜찮았는데 이번 달에는 특별히 좋네요."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너의 온라인 스토어의 링크 좀 보내줘 봐, 내가 SNS에 올려서 홍보해 줄게, 이거 정말 너무 예쁘다."하예정이 겪은 일들을 알고 난 후 성소현은 그녀의 상품을 홍보해 주는 것을 돕고 싶어 했다. 그녀와 같은 눈높이가 높은 사람도 하예정이 만든 공예품이 예쁘다고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다. 만약 좋아하지 않아도 그녀의 체면을 봐서 구매 할것이다.성소현은 관성 상류층에서 꽤 영향력이 있다."너무 감사해요, 소현 씨."하예정은 성소현더러 앉으라 하고는 물을 한 잔 따라왔다.그들은 인사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 하예정이 물었다. "소현 씨, 갑자기 찾아왔는데 제가 뭘 도와드릴 게 있어요?"그녀는 자기가 뭘 도와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소현은 성씨 그룹의 아가씨인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겠는가.하예정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며칠 전에만 해도 친구와 함께 전 씨 도려님과 성소현의 스캔들을 얘기했었는데 며칠 후에 성소현이 그를 찾아왔고 또 오랜 친구처럼 대하였다.이런 인연이라고야 하예정은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운 좋은 일이였다.성소현처럼 진정한 재벌 가문의 아가씨는 심효진처럼 몇십억의 재산을 가진 재벌 집안 출신과 비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기처럼 평범한 민간인과 인연을 맺을수 있었다.하예정은 저녁에 집으
그녀가 전태윤을 추구하는데 가족들이 지지해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절친들도 포기하라고 권한다. 전태윤을 추구하는 것은 그렇게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양가 집안의 그룹이 사이가 좋지 않다.그래서 그를 응원해 주는 사람은 하예정뿐이였다.그는 하예정에게 달라붙어서 속마음을 털어내는 상대로 삼았다."만약에 전 씨 도련님이 아내가 있거나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면 그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난 절대 쫓아다니지 않을 것이야. 내가 이렇게 우수한데 다른 사람의 남자를 빼앗을 필요는 없어. 그런데 그는 솔로고 나는 그를 좋아하기에 행동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야. 내가 노력한 후 결과가 안 좋다 해도 절대로 후회는 안 해."성소현은 자신의 속마음을 한가득 털어놓았다.하예정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성소현의 성격이 오만하다고 들었지만, 그녀는 오만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또 그녀는 간사하고 제멋대로라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성소현은 그냥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하예정도 성소현의 가치관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녀의 가치관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그날 밤에 그가 친구와 파티에 참석했을 때 전 씨 도련님에 대하여 얘기를 조금 들었다. 그 남자는 아직 솔로고 어디를 갈 때마다 경호원들이 항상 곁에 있어 여성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그는 어떤 여성에게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성소현은 담이 커서 공개적으로 고백하여 전 씨 도련님과 함께 묶어 스캔들을 좀 낸 것이다."소현 씨는 잘못이 없어요. 누구나 사랑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소현 씨 말대로 전 씨 도련님은 장가를 가지 않았고 여자친구도 없어요. 그리고 소현 씨도 미혼이고 남자친구도 없는데 좋아한다고 추구하는 것이 불법행위도 아니고 도덕적인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건 정상적인 행동이에요."성소현은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었다."예정아, 넌 내가 전 씨도련님을 추구하는 일에 대하여 처음으로 응원해 준 사림이야."하예정은 웃었다, 그녀는 성소현이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한
"남자를 추구하는 것은 사실 남자가 여자를 추구하는 것과 같은 거야. 취향에 맞춰 꾸준히 하면 반드시 결과가 있을 것이다."성소현은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나도 꾸준해야 한다는 거 알아. 실은 우리 형수도 그때 당시에 주동적으로 우리 오빠에게 고백하고 추구했거든 내가 그 과정을 다 지켜봤어. 우리 형도 처음엔 전 씨 도련님처럼 시크하고 차가웠거든.""그런데 우리 형수가 매일 우리 오빠한테 매달렸어. 정성이 지극하면 바위에도 꽃이 핀다고 결국 오빠는 형수님한테 넘어왔지. 매일 매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안 나타나고 포기하려 하자 오빠가 주동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어.""지금은 이 관성에서 우리 오빠가 아내 바보라는 것을 누가 몰라."성소현이 제일로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오빠와 형수님의 사랑 가득한 혼인이다. 처음에는 형수님이 오빠를 추구하느라 확실히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의 자신처럼. 하지만 후에는 오빠가 형수를 이뻐하고 좋아해서 매일매일 꿀이 뚝뚝 떨어진다.결혼한 후, 오빠는 여전히 형수님을 사랑하고 아끼었다.하예정은 성씨 그룹의 대표께서는 아내에게 대시를 받았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바로 눈앞에 형수님의 사례가 있네요. 형수님한테 경험을 물어보고 배우면 되겠네요.""우리 오빠가 허락하지 않아서 형수님도 이젠 안 도와줘. 처음엔 형수도 나를 위해 쟁취를 했었지만, 집안사람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았어. 결국엔 형수도 대중의 선택에 따르기로 했어."하예정은 동정하는 마음으로 성소현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재벌 집의 딸이자 대갓집의 규수이다. 그러니 더욱 혼인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겠지.그녀는 재벌 집에서는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는다고 들었다."그의 취향에 맞춰 매일 선물을 해드려요. 그리고 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위부터 잡아야 해요. 매일 맛있는 것을 갖다주면 처음에는 싫어하고 난감하게 굴겠지만 버티다 보면 어느 날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그쪽 오빠도 형수님의 존재를 습관 하여 형수님이 포기
성소현은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제멋대로라고?잠시 생각하던 성소현은 자신이 조금 제멋대로라는 것을 인정하고 말았다.그녀가 성씨 가문에서는 모든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터라, 비록 안하무인으로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해지기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 들지 않는 사람이 감히 눈앞에서 얼쩡거린다면 사정없이 밖으로 내쫓는 정도였다.체면은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심지어는 성씨 가문의 일족도 내쫓은 적 있었다.한참 뒤, 성소현은 감격하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하예정 씨, 저한테 이런 말을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 이렇게 클 때까지 아무도 저게 성격이 나쁘다고 알려주지 않았어요. 앞으로 고칠게요."하예정은 속으로 구시렁댔다. '당신 신분이 있는데, 누가 감히 밉보이려 하겠어요?'다 그녀와 성소현은 같은 업계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게다가 성소현은 그녀에게 연애 자문까지 구했으니 대놓고 말할 용기가 있었다."예정아."낮잠을 자던 심효진이 잠에서 깼다. 하예정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에 밖으로 나온 심효진은 성소현을 봤을 때, 두 눈을 비볐다. 아, 낯선 사람이네, 모르는 얼굴이야.하지만 어쩐지 낯이 익은 게 어디서 만난 적 있는 것 같았다.심효진은 비록 성소현 본인을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낯이 익다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인터넷에서 성소현의 사진을 본 적 있기 때문이었다.전씨 도련님과 성소현의 가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친구에게 두 사람이야말로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효진아, 깼어?" 하예정은 친구를 불러 와 성소현에게 친구를 소개했다. "성소현 씨, 여기는 저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저희 가게의 파트너, 심효진이에요."성소현은 심효진에게는 그리 친근감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하예정의 얼굴을 봐 시원스럽게 심효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나름 인사를 건넸다.심효진은 눈앞의 고고해 보이는 예쁜 여자가 무려 성씨 그룹 현직 대표 이사의 친동생이자 공개적으로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구혼
성소현을 보낸 뒤, 심효진은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하예정에게 물었다. "예정아, 너 성소현 씨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직접 찾아오기까지 할 정도로?"하예정은 성소현이 자신의 차를 세워, 그녀를 전씨 그룹까지 바래다준 이야기를 심효진에게 이야기해줬다.심효진은 놀라워하며 말했다. "…이런 일도 있구나."정말이지 성소현은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구애하기 위해 정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용기도, 그 멘탈도 참 대단한 것 같았다."내가 보기에 성소현 씨는 소문처럼 막무가내인 사람이 아니라 그냥 좀 도도한 것 같아. 그 사람 출신을 보면 그럴 만하기도 하고. 사실 개념은 제대로 갖고 있는 사람이더라고. 그렇게 전씨 가문 도련님을 좋아하면서도 그 분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면 절대로 더 구애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니까 말이야."성소현의 고고함은 절대로 그녀가 다른 사람의 연애 사업에 끼어들게 하지 않았다.심효진이 동의하며 말했다. "네 말대로면 정말 괜찮은 사람이네. 그 사람과 같은 바닥이 아니라 아무런 접점도 없어서 진짜 성격이 어떤지 몰랐었네. 역시 떠도는 소문은 믿을 게 못 돼. 가끔은 직접 본 건도 믿을 수가 없는데, 소문은 더하지."성소현은 신분이 고귀해 어쩌면 그녀를 질투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그녀를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이라고 소문을 냈던 걸지도 몰랐다.성소현의 등장은 하예정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하예정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갔고, 오히려 심효진이 하예정에게 함께 어느 사모님의 생일 파티에 같이 가자고 매달리기 시작했다."이번 파티는 도씨 가문 별장에서 열린대. 도씨 가문은 우리 고모네와 이웃인 데다 사업상으로도 교류가 있어서 사이가 아주 좋아. 그렇지 않으면 우리 고모도 날 데리고 안 갔겠지. 예정아, 나랑 같이 가자. 우리 고모는 나랑 도씨 가문 도련님이랑 이어주려고 해."심효진은 그 도씨 가문 도련님에 대해 얼핏 알고는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모네 집에 자주 놀러 가는 데다 두 집은 서로 이웃이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
여운초의 마음속은 일찌감치 벽돌로 높이 싸여져 그깟 소문으로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두 명의 큰고모와 여운별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씨 가문의 명성을 훼손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마무리로 지어졌다.전이진이 무조건 그녀 곁에 서서 영원히 그녀를 믿고 지켜주는데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맞아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도 사람들이 소현의 험담을 하며 짖궂은 말들을 했잖아요. 근데 운초 씨도 소현이와 친해지고 보니 그 소문이 가짜인 걸 아셨죠?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신경쓰지 말아요. 다들 질투해서 그런거니까.”여운초도 맞장구쳤다.“네. 소현 씨를 질투하는 거죠. 소현 씨 헛소문도 엄청 많이 퍼졌잖아요.”다행히 성소현은 성격이 밝아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남들은 단지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구애할 용기가 있는 것을 질투할 뿐이다.미혼인 전태윤은 수많은 여성의 이상형이었지만 그녀들은 전태윤에게 구애할 자신이 없었다.성소현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공개적으로 전태윤에게 고백하고 추구했다. 성소현이 전태윤을 따라잡을 수 있든 없든 간에 그녀들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고 뒤에서 성소현의 험담을 하며 성소현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부부 관계가 공개된 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성소현를 비웃었는지 모른다.성소현과 하예정이 서로 맞서 싸우기를 바라고만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성소현은 소탈한 성격이라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이내 그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 즉시 단념하고 이제는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 A시의 명문가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게 되었다.예준하의 우수함은 관성의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이에 대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다시 일고 있었다.“아가씨.”뒤에서 하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문가희와 여운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무슨
“감사합니다.”여운초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양유미는 명해은에게 말을 건넸다.“해은 씨 며느리의 목소리도 너무 듣기 좋아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요. 당신 세 사람 모두 며느리가 생겼으니 행복하겠네요. 저는 며느리도 없고 사위도 없단 말이에요.”양유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두 아들과 딸 한 명을 바라보았다.막내아들은 아직 스무 살 남짓이 되어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장남과 딸은 모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았다.양유미의 딸 문가희는 마침 성소현의 절친이었다.양유미는 사교성이 좋아서 이경혜뿐만 아니라 명해은 일행과도 너무 잘 어울려 다니면서도 두 가문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았다.문가희는 한때 신분을 숨기고 연애를 한 적이 있었지만, 상대방 남자는 적게 분투하고 빨리 출세하기 위해 다른 집 여자를 선택하고 문가희를 포기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문가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적게 분투하고 출세하기 쉬운 길인 줄 몰랐을 것이다.문가희가 실연당했을 때, 성소현은 종종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주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을 통해 문가희를 만났지만 만남 횟수가 적어서 서로 잘 알지는 못했다.문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 때 성소현도 당연히 초대받았지만, 성소현은 예준하와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이미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난 문가희는 여운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웃고 있었다.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침착한 표정으로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양유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가요. 우리 방에 들어가서 얘기해요. 가희야, 운초 씨를 잘 모셔.”양유미는 웃으며 사모님들을 집으안로 초대하고 딸 문가희에게는 여운초와 함께 얘기 좀 나누라고 분부했다. 문씨 가문의 두 도련님은 함께 길을 걷다가 그들의 아버지를 따라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문가희와 여운초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천히 걸었다.문가희는 여운초가 시력은 회복했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
명해은은 곧 창문을 누르고 운전 기사에게 다시 계속해서 차를 몰아라고 분부했다.“어르신이 어린애 같다니까.”명해은이 중얼거렸다.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즐거우시면 됐죠. 할머니께서 매일 행복해하세요. 늘 인생은 불과 몇십 년밖에 없는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야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다고 말하곤 하세요.”명해은은 전씨 할머니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가 애초에 전씨 가문에 시집간 것은 남편과 마음이 맞은 것도 있었지만 시부모님의 인품과 전씨 가문의 가풍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이 가문에 시집오게 되었다.사실이 증명했다시피 명해은은 시집을 잘못 가지 않았다.그녀가 전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전혀 억울한 일이 없었다.시부모님은 아들보다 며느리들에게 더 잘해 주셨기 때문이다.심지어 며느리들이 아이를 낳아도 그들이 걱정할 필요 없이 시부모님이 직접 키워주셨다.전태윤 세대의 아홉 형제는 전지율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은 전부 전씨 할머니 부부께서 키우셨다.전지율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전씨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아직 어린 아기였다.하지만 전지율도 그의 형들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못지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할머니 말씀이 맞은 것 같아요. 인생은 고난과 비바람으로 가득 차 있고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죠. 하여 인생을 웃으면서 살아야만 무지개를 맞이할 수 있는걸요.”명해은은 한참 동안 여운초를 쳐다보다가 웃으며 손을 뻗어 운초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할머니께서 왜 널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모두 강인하고 인생의 비바람에 맞선다고 해도 웃으며 맞이할 사람들이다.오늘 밤 연회를 여는 그 사모님은 그녀가 사는 큰 별장에서 모이자고 약속했다.명해은 일행이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차량이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주인집에서는 들어오는 손님들이 차량을 잘 세우도록 입구에 여러 사람을 배정했다.명해은의 차량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