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휴대전화 너머로 습관적으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 갔어? 과분한 일을 하지 않았지?" 하며 물었다."지나친 일은 하지 않았고, 심한 말은 많이 해서 화가 나서 때릴 뻔했어요. 고향 친척들과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얄미워요. 말끝마다 모두 우리 언니 탓이니, 우리 언니 잘못이니 하면서, 우리 언니보고 후한 선물을 준비해서 주형인에게 가서 사죄하래요, 아놔."주씨 집안 모녀에 대해 언급하자 하예정은 화가 나서 전화에서 투덜거리고 나니 또 쑥스러워하며 전태윤에게 "태운 씨,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입 단속을 못 했네요, 죄송해요." 라고 말했다."그 사람들한테 막장 욕 안 했어? 빗자루로 내쫓아야지, 가정 폭력을 해놓고 사과하라고 하다니.""당연히 말문이 막히도록 갈구었죠. 그러더니 뻘쭘해서 도망갔어요, 효진이는 빗자루까지 가져왔어요, 나는 우리가 매너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참고 빗자루로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어요."전태윤은 웃고 싶었다.하예정은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언니의 미래를 위해 언니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참아주고 힘들어했다."형부는 어느 회사에서 근무해요?"전태윤은 그쪽 회사의 사장에게 인사하고 저형인을 잘 '보살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전태윤이 그쪽 회사의 대표를 알고 있는 전제하에서."주형인이 다니는 전자회사는 주로 각종 전자제품의 부품을 생산하는데, 규모가 매우 크고, 3천여 명의 직원이 있어요. 언니와 주형인은 모두 졸업 후 그 회사에 들어갔고, 언니는 원래 재무 담당이었고, 결혼 전에 재무 담당 이사까지 승진했어요.""언니는 너무 순진해서 주형인만 믿고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임신을 준비하다가 아이를 낳았고, 또 아이를 돌보고, 직장을 떠난 지 3년이 넘었는데, 주형인은 오히려 계속 위로 올라갔고, 지금은 이미 회사 사장이고, 비서까지 있어요.""태운 씨, 주형인 회사 사람을 알아요?""......아니요, 근데 들어는 봤어요."전씨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은 각종 전자제품
전태윤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하예정을 위로하였다.비록 그는 위에서 내려 보는 입장이지만 고용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형은 3년 넘게 사회와 단절된 데다, 경험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생소해져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일하는 중이에요? 바쁜 것 같으니 먼저 끊을게요."알겠다고 말한 전태윤은 하예정이 전화를 끊길 기다리고 있었다.남편과의 통화를 마친 하예정은 이내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와의 앞으로의 일에 대해 세세히 계획했다. 그렇게 통화는 언니가 식사 준비를 하겠다고 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고, 통화를 끝내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아 하예정은 충전을 하였다.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전태윤은 관성 호텔 매니저한테 전화를 걸어 2인분의 점심을 주문하며, 다른 음식도 몇 가지 주문해 관성중학교 입구에 있는 서점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그건 하예정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가게엔 심효진이 있고, 두 사람은 절친이니 전태윤은 1인분을 더 보태 심효진의 몫까지 챙겼다. 심효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면, 어쩌면 하예정의 앞에서 그의 좋은 말을 해줄지도 모르지 않은가.호텔 매니저는 전태윤은 주문에 매우 의아했지만, 감히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대로 진행했다.그래서 점심시간에 일을 마친 하예정은 남편의 맛있는 외조을 받게 된 것이다.관성 호텔 매니저는 직접 운전하여 2인분의 점심을 서점으로 배달했다. 그가 도착했을때, 서점엔 몇몇 학생들이 자료를 보고 있었고, 하예정은 전화로 배달을 부르려는 참이였다.매니저가 큰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본 하예정과 심효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바라봤다."실례합니다, 어느 분이 하예정씨입니까?"매니저는 예의 바르게 물었다.그의 시선이 하예정에게 머물렀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의 예감엔 눈앞에 있는 여자가 하예정씨 같았다."전데요, 누구세요?"대답을 한 하예정은 반문하며 상대방의 신분을 물었다. 상대가 누군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큰 바구니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매니저는
어쩌면 얼마 뒤면, 진짜 부부가 되어 다정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지도 몰랐다.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서둘러 매니저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뒤, 매니저를 밖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매니저가 차를 타고 떠나고 나서야 돌아서서 가게로 들어갔다.음식이 2인분이니 심효진과 같이 먹으라고 보낸 게 분명했다.하예정이 가게로 돌아왔을 때, 심효진은 이미 손을 씻고 카운터 앞에 앉아있었다. 그는 친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얼른 와서 먹어, 관성 호텔은 무려 7성급 호텔이야. 전에 그곳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을 때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집에 가서도 생각날 정도였다니까.""다 네 덕분이야."심효진이 젓가락을 하예정에게 건네면서 웃는 얼굴로 전태윤을 칭찬했다. "태윤 씨는 어쩜 이렇게 다정해? 점심을 대신 보내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분명 네가 배달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서 보낸 게 확실해.""예정아, 태윤 씨도 가만 보면 참 좋은 사람이야. 너를 믿지 못해서 반년 짜리 계약서를 쓰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너와 진짜 부부가 되려고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한번 잘 생각해 봐."하예정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밥 한 끼 사준 것뿐인데, 그 새 홀랑 넘어갔어? 나와 태윤 씨는 사이가 나쁘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우리 둘 모두 더 이상 가까워질 생각은 없어.""내가 밥 한 끼에 넘어가는 쉬운 여자로 보여? 게다가 내 절친을 너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네 형부와 비교해 보고도 태윤 씨가 별로라고 할 수 있어?"하예정과 심효진이 밥을 먹으면서 남자 얘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형부도 언니한테 아주 잘해 줬어. 우빈이가 태어난 후에야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지."사람은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하예정은 전태윤과 부부로 지낸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뭐 얼마나 잘 알겠는가? 그녀는 아직도 전태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고, 두 사람은 서로한테 자기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
그 말에 대표들은 놀라 소정남에게 물어봤다. "소 비서, 전 대표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혹시 어느 집안사람인지 아는가?"전태윤과 같은 무뚝뚝한 양반이 여자를 좋아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쉿, 비밀로 해주세요. 아니면 대표님이 또 저한테 입이 가볍다고 뭐라 할지도 몰라요. 사랑까지는 아니고, 아직은 그저 관심이 있는 정도예요. 나중에 진짜 사랑하게 된다면 대표님 성격상 바로 말씀하실 겁니다."공개하게 되면 성소현 같은 열성 팬은 더 이상 전태윤을 졸졸 쫓아 다니지 않을 것이다.대표들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대표들은 전 대표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큰 수확이었다. 심지어 시집갈 나이인 딸이 하나 있는 대표 한 명은 자신의 딸과 전 대표를 이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앞으로 전 대표 회사와 비지니스 회의를 할 때 자기 딸과 동행하면 전 대표가 딸을 맘에 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전 대표는 그 관심 있는 여자와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 않은가.충분히 공정한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전태윤은 자기의 오른팔이 본인을 팔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밖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고는 기분이 좋아져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물론 아내에게 말을 할 때는 평소처럼 낮은 목소리로 정색하며 물어봤다. "무슨 일이 있어?""별거 아니에요, 그냥 전화하고 싶었어요. 점심시간이라 자고 있었어요? 제가 깨운 거예요?"지금쯤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챈 하예정은 자신이 전태윤을 깨운 건 아닌지 걱정했다."아직 식사 중이야."그 말에 수긍하듯 대답한 하예정은 이내 물었다. "이렇게 늦게 먹는다고요? 바쁜 거 아는데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해요, 끼니 거르면 위에 안 좋다고요.""응, 그럴게."관심받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하예정의 걱정 어린 말을 들으니 마음에 온기가 느껴졌다."저기, 태윤 씨, 점심 너무 고마워요. 요리도 너무 맛있고 과일도 되게 신선하더라고요. 역시 고급 호텔의 서비스는 진짜 최고인 것 같아요."전태윤은 평소와 같은
"나 오늘 월급 탔어. 조금 있다 생활비 넣어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먹고, 쓰고 싶은 것도 좀 쓰고 그래, 너무 아껴 쓰지 마.""괜찮아요. 당신이 저번에 준 생활비 1500만 원도 아직 많이 남았는걸요. 우리 지출이 크지 않아서 얼마 안 써요." 기껏해야 그냥 가구 살 때 몇백만 원 쓰는 정도였다.남은 몇백만 원으로 집에서 쓰려면 몇 개월도 거뜬했다.게다가 하예정도 전태윤의 돈만 쓸 리가 없었다."다 못 쓸 것 같으면 모아둬. 남자는 손이 커서 돈을 함부로 쓰니까 돈 보내주면 당신이 저축해놔. 나중에 혹시 급한 일 생기면 또 쓸 수도 있으니까. 안 그러면 내가 정말 다 쓸지도 몰라."하예정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래요."그녀는 꼼꼼히 장부에 기록할 예정이었다.그가 매달 얼마를 보내주는지 그녀는 모두 저축해서 기록해 두었다. 나중에, 두 사람이 정말 이혼까지 간다면, 계산이 편해졌다."태윤 씨, 그럼 일 봐요, 방해 안 할게요.""저녁에 나 많이 늦을 거야. 그냥 문만 열어두면 돼, 나 기다리지 말고." 하예정은 그가 집에 돌아오기까지 기다려 본 적도 없었지만 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한마디 보탰다.하예정은 짧게 대답만 하고는 별말 없이 통화를 마쳤다.하예정의 태도에서 전태윤은 자신이 늦게 들어오든 일찍 들어오든 하예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휴, 이것도 처음에 그들이 계약했던 사항 아니던가. 하예정은 그가 하는 일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기로 했었다.잠시 침묵한 전태윤은 이내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3백만 원을 보냈고, 하예정은 이내 수락했다.그녀가 수락한 것을 보자 전태윤은 묘하게 또 기분이 좋아졌다.남편이 돈을 벌면 아내가 쓰는 것이 마땅했다.하예정은 점심에 카운터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다.그렇게 잠시 잠을 자고 난 뒤, 다시 도구와 재료를 꺼내 그녀의 공예품을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
"예정아, 너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아? 이쁘다."성소현은 하예정이 만든 것들을 보고 칭찬을 했다.그는 방금 만든 마네키네코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며 칭찬했다. "정말 너무 이쁘다!""소현 씨가 마음에 들면 제가 만든 것을 몇 개 선물해 드릴게요. 뭔 비싼 것은 아니지만.""나 이거 좋아해, 엄청나게 좋아해."성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미리 땡큐할게."그녀는 또 물었다. "예정아, 너 이런 것도 팔아?""네, 팔아요. 제가 온라인 스토어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전문 이런 것들을 팔고 있어요. 평소에도 판매량이 괜찮았는데 이번 달에는 특별히 좋네요."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너의 온라인 스토어의 링크 좀 보내줘 봐, 내가 SNS에 올려서 홍보해 줄게, 이거 정말 너무 예쁘다."하예정이 겪은 일들을 알고 난 후 성소현은 그녀의 상품을 홍보해 주는 것을 돕고 싶어 했다. 그녀와 같은 눈높이가 높은 사람도 하예정이 만든 공예품이 예쁘다고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다. 만약 좋아하지 않아도 그녀의 체면을 봐서 구매 할것이다.성소현은 관성 상류층에서 꽤 영향력이 있다."너무 감사해요, 소현 씨."하예정은 성소현더러 앉으라 하고는 물을 한 잔 따라왔다.그들은 인사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 하예정이 물었다. "소현 씨, 갑자기 찾아왔는데 제가 뭘 도와드릴 게 있어요?"그녀는 자기가 뭘 도와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소현은 성씨 그룹의 아가씨인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겠는가.하예정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며칠 전에만 해도 친구와 함께 전 씨 도려님과 성소현의 스캔들을 얘기했었는데 며칠 후에 성소현이 그를 찾아왔고 또 오랜 친구처럼 대하였다.이런 인연이라고야 하예정은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운 좋은 일이였다.성소현처럼 진정한 재벌 가문의 아가씨는 심효진처럼 몇십억의 재산을 가진 재벌 집안 출신과 비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기처럼 평범한 민간인과 인연을 맺을수 있었다.하예정은 저녁에 집으
그녀가 전태윤을 추구하는데 가족들이 지지해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절친들도 포기하라고 권한다. 전태윤을 추구하는 것은 그렇게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양가 집안의 그룹이 사이가 좋지 않다.그래서 그를 응원해 주는 사람은 하예정뿐이였다.그는 하예정에게 달라붙어서 속마음을 털어내는 상대로 삼았다."만약에 전 씨 도련님이 아내가 있거나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면 그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난 절대 쫓아다니지 않을 것이야. 내가 이렇게 우수한데 다른 사람의 남자를 빼앗을 필요는 없어. 그런데 그는 솔로고 나는 그를 좋아하기에 행동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야. 내가 노력한 후 결과가 안 좋다 해도 절대로 후회는 안 해."성소현은 자신의 속마음을 한가득 털어놓았다.하예정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성소현의 성격이 오만하다고 들었지만, 그녀는 오만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또 그녀는 간사하고 제멋대로라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성소현은 그냥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하예정도 성소현의 가치관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녀의 가치관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그날 밤에 그가 친구와 파티에 참석했을 때 전 씨 도련님에 대하여 얘기를 조금 들었다. 그 남자는 아직 솔로고 어디를 갈 때마다 경호원들이 항상 곁에 있어 여성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그는 어떤 여성에게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성소현은 담이 커서 공개적으로 고백하여 전 씨 도련님과 함께 묶어 스캔들을 좀 낸 것이다."소현 씨는 잘못이 없어요. 누구나 사랑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소현 씨 말대로 전 씨 도련님은 장가를 가지 않았고 여자친구도 없어요. 그리고 소현 씨도 미혼이고 남자친구도 없는데 좋아한다고 추구하는 것이 불법행위도 아니고 도덕적인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건 정상적인 행동이에요."성소현은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었다."예정아, 넌 내가 전 씨도련님을 추구하는 일에 대하여 처음으로 응원해 준 사림이야."하예정은 웃었다, 그녀는 성소현이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한
"남자를 추구하는 것은 사실 남자가 여자를 추구하는 것과 같은 거야. 취향에 맞춰 꾸준히 하면 반드시 결과가 있을 것이다."성소현은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나도 꾸준해야 한다는 거 알아. 실은 우리 형수도 그때 당시에 주동적으로 우리 오빠에게 고백하고 추구했거든 내가 그 과정을 다 지켜봤어. 우리 형도 처음엔 전 씨 도련님처럼 시크하고 차가웠거든.""그런데 우리 형수가 매일 우리 오빠한테 매달렸어. 정성이 지극하면 바위에도 꽃이 핀다고 결국 오빠는 형수님한테 넘어왔지. 매일 매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안 나타나고 포기하려 하자 오빠가 주동적으로 찾아가기 시작했어.""지금은 이 관성에서 우리 오빠가 아내 바보라는 것을 누가 몰라."성소현이 제일로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오빠와 형수님의 사랑 가득한 혼인이다. 처음에는 형수님이 오빠를 추구하느라 확실히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의 자신처럼. 하지만 후에는 오빠가 형수를 이뻐하고 좋아해서 매일매일 꿀이 뚝뚝 떨어진다.결혼한 후, 오빠는 여전히 형수님을 사랑하고 아끼었다.하예정은 성씨 그룹의 대표께서는 아내에게 대시를 받았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바로 눈앞에 형수님의 사례가 있네요. 형수님한테 경험을 물어보고 배우면 되겠네요.""우리 오빠가 허락하지 않아서 형수님도 이젠 안 도와줘. 처음엔 형수도 나를 위해 쟁취를 했었지만, 집안사람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았어. 결국엔 형수도 대중의 선택에 따르기로 했어."하예정은 동정하는 마음으로 성소현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재벌 집의 딸이자 대갓집의 규수이다. 그러니 더욱 혼인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겠지.그녀는 재벌 집에서는 이익을 위하여 혼인 관계를 맺는다고 들었다."그의 취향에 맞춰 매일 선물을 해드려요. 그리고 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위부터 잡아야 해요. 매일 맛있는 것을 갖다주면 처음에는 싫어하고 난감하게 굴겠지만 버티다 보면 어느 날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요.""그쪽 오빠도 형수님의 존재를 습관 하여 형수님이 포기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