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서인 언니가 남편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어요, 하지만 나 하예정의 언니는 노예가 아닙니다, 요즘은 남녀가 평등하고 부부가 평등한 시대이니, 누구도 누구보다 귀하지 않습니다.""당신은 참고 견디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고요, 근데 우리 언니한테는 참고 견디라고 하지 마세요.""싸우는 일은 주홍인이 먼저 손을 댔고, 우리 언니를 죽도록 때렸으니까 우리 언니도 살려고 저항한 것이에요. 그니까 정당방위라고요! 우리 언니한테 사과받으려는 것은 불가능해요. 돌아가서 주홍인보고 우리 언니에게 사과하라고 설득하는 게 오히려 맞지 않나요?"하예정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사돈에게 미움을 살까봐 하는 두려운 기색도 전혀 없었다. "당신들이 우리 언니가 돈을 벌지 않고 돈만 쓴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언니를 돌려보내도 좋아요. 근데 손은 대지 말라고요. 당신들은 당신의 아이들을 아끼는 만큼, 나도 언니를 아낀다고요.""그리고 그날 언니가 하루에 20만 원 넘은 옷을 산 것은 맞아요. 그것도 제 남편을 데리고 식구를 만나야 해서 언니가 체면을 차리기 위해 언니 가족 모두에게 새 옷을 산 겁니다. 혼자에게만 쓴 것이 아니라고요. 이 일로 우리 언니가 집안 망해 먹는다고 여겨서는 안 되죠.""우리 언니가 시집간 후 오랫동안 새 옷도 못 사 입고, 이번에 딱 한 번 옷 샀다고 너무 몰아붙이는 거 아니에요? 당신 주씨 집안은 진짜 너무 너그러우시다, 며느리에게까지 너그러워서 현판을 선물하고 싶을 정도예요."주씨 집안 모녀는 하예정의 말에 낯 가렵다가 어두워졌다가 하였는데, 물론 어두운 표정들이 많았다.그녀들은 항상 자신들이 옳고 하예진은 틀렸다고 생각한다."언니가 하루 밥을 안 했다고 주홍인이 아내 없는 것과 같다고 하고, 반대로 우리 언니도 남편이 있는 것이 없는 것과 같잖아요. 아내 자식도 못 키우는데 무슨 결혼을 해요? 당신들과 평생 살지.""그리고 우리 언니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주머니, 따님 집에서 이것저것 다해주시는데 집
"너도 우리처럼 걔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으리라 생각해. 결혼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도 금방 화해되니까 너무 많이 따지지 말자.""주형인은 다리가 부러졌나요, 아니면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나요? 꼭 우리 언니가 데리러 가야 해요?"언니더러 주씨 집안에 가서 주형인를 데려오라고 하면, 분명 주씨 가족들한테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데려오라는 것은 먼저 고개를 숙이라는 뜻이기에 하예정은 절대로 언니가 사과하는 일을 일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고 싫으면 계속 부모님 집에서 살든가.언니가 오히려 더 편하지."애가 왜 이래 고집이니?"주씨 집안 어머니는 화가 나서 하예정한테 한 소리를 했다."어차피 형인이 집에 안 들어가면 네 언니 생활비도 안 줄 테니까 각오해. 네 언니가 스스로 먹여 살릴 수 있다면 평생 우리 집안에 들어오지 마."그러고는 주씨 집안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나갔다."너희 자매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주씨 집안 어머니는 입구까지 가서도 고개를 돌려 한마디 했다.하예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참고 또 참아 물건을 부수지 않았다.언니는 참으로 시집을 잘 못 갔다.사람들은 여자가 시집을 가면 남자의 인품을 봐야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집안 상황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예정아, 너도 정말 성격이 좋구나, 나라면 진작에 빗자루로 쳤을 텐데, 진짜 너무 화가 난다, 이렇게 얄미운 사람도 처음 봐, 네 고향 친척과 비슷하겠어."심효진은 옆에서 들으면서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들이 손을 대지 않으면 나도 손대기 힘들고, 입만 놀리면 난 지지 않아. 이런 얄미운 사람들과 화를 내면, 내 몸만 상하지. 효진아, 넌 아직 결혼 안 했으니까, 앞으로 눈을 크게 뜨고 남자와 그의 집안을 잘 보아야 해, 시집 잘 못 간 것은 정말 평생 후회할 일이야."언니는 결국에 사람을 잘 못 본 것이었다.지금 하예정이 바라는 것은 언니가 빨리 결단을 내려서 주형인과 이혼하는 것이다.언니의 상황을
"언니한테 잘 얘기할게, 더 이상 이렇게 괴롭힘당하면 안 돼."언니가 수입이 없어서 항상 불리한 상황에 부닥쳐 왔다."아니면 언니를 우리 가게에서 일하게 하자, 내가 언니의 월급을 줄게, 넌 그 돈을 내지 않아도 돼, 그러면 우빈이도 돌볼 수 있고, 일거양득이잖아."심효진은 진심으로 하예진을 돕고 싶었다.하예정은 "언니 안 올 거야, 내가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서 알바로 돈을 좀 벌 수 있다고 우리 가게 돈 벌지 못한다고 생각해." 라고 한숨을 쉬었다.사실 하예정네 가게의 수익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다만 언니가 하예정의 돈을 벌기 싫다고 버텼으니 설득할 수 없었다."예진 언니는 예전에 재무 관련 일을 했으니까, 진우한테 김씨 그룹에서 사람 구하는지 물어봐서 예진 언니를 들여보내자, 우리 고모부 회사도 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꽤 큰 그룹이야, 복지도 아주 좋아.""진우가 있으면 예진 언니도 잘 지낼 수 있어. 게다가 예진 언니 예전의 직장에서 오래 일했으니까, 경험도 많으실 거야."하예정은 생각해 보고 "그래도 돼? 언니가 직장을 떠난 지 3년이 넘었고, 몇 년 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아. 진우는 금방 김씨 회사에 들어가서, 아무래도 우리 언니를 들여보내기가 어렵지 않을까?""주말에 진우 밥 사준다고 했잖아, 그때 걔한테 가서 할 수 있는지 물어봐, 안된다면 내가 직접 고모부한테 갈게."김씨 그룹은 지금 효진의 고모부가 도맡고 있다."그래, 언니를 위해 진우한테 물어볼게, 효진아, 고마워.""고맙긴,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난 네 언니를 내 친언니로 대하고 있어, 예진 언니가 지금 사는 걸 보면서, 나도 마음이 아파, 그래서 도와주고 싶고 빨리 강해지게 하고 싶어, 여자는 역시 능력이 있어야 해, 너무 남자에게 의지하면 안 돼."하예진의 결혼에서 심효진은 깊게 깨달았다.비록 효진은 돈도 많고, 집안 형편과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겠지만, 더더욱 남자에게 매달려 살지는 않을
전태윤은 휴대전화 너머로 습관적으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 갔어? 과분한 일을 하지 않았지?" 하며 물었다."지나친 일은 하지 않았고, 심한 말은 많이 해서 화가 나서 때릴 뻔했어요. 고향 친척들과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얄미워요. 말끝마다 모두 우리 언니 탓이니, 우리 언니 잘못이니 하면서, 우리 언니보고 후한 선물을 준비해서 주형인에게 가서 사죄하래요, 아놔."주씨 집안 모녀에 대해 언급하자 하예정은 화가 나서 전화에서 투덜거리고 나니 또 쑥스러워하며 전태윤에게 "태운 씨,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입 단속을 못 했네요, 죄송해요." 라고 말했다."그 사람들한테 막장 욕 안 했어? 빗자루로 내쫓아야지, 가정 폭력을 해놓고 사과하라고 하다니.""당연히 말문이 막히도록 갈구었죠. 그러더니 뻘쭘해서 도망갔어요, 효진이는 빗자루까지 가져왔어요, 나는 우리가 매너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참고 빗자루로 그들을 쫓아내지 않았어요."전태윤은 웃고 싶었다.하예정은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언니의 미래를 위해 언니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참아주고 힘들어했다."형부는 어느 회사에서 근무해요?"전태윤은 그쪽 회사의 사장에게 인사하고 저형인을 잘 '보살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전태윤이 그쪽 회사의 대표를 알고 있는 전제하에서."주형인이 다니는 전자회사는 주로 각종 전자제품의 부품을 생산하는데, 규모가 매우 크고, 3천여 명의 직원이 있어요. 언니와 주형인은 모두 졸업 후 그 회사에 들어갔고, 언니는 원래 재무 담당이었고, 결혼 전에 재무 담당 이사까지 승진했어요.""언니는 너무 순진해서 주형인만 믿고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임신을 준비하다가 아이를 낳았고, 또 아이를 돌보고, 직장을 떠난 지 3년이 넘었는데, 주형인은 오히려 계속 위로 올라갔고, 지금은 이미 회사 사장이고, 비서까지 있어요.""태운 씨, 주형인 회사 사람을 알아요?""......아니요, 근데 들어는 봤어요."전씨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은 각종 전자제품
전태윤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하예정을 위로하였다.비록 그는 위에서 내려 보는 입장이지만 고용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형은 3년 넘게 사회와 단절된 데다, 경험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생소해져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일하는 중이에요? 바쁜 것 같으니 먼저 끊을게요."알겠다고 말한 전태윤은 하예정이 전화를 끊길 기다리고 있었다.남편과의 통화를 마친 하예정은 이내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와의 앞으로의 일에 대해 세세히 계획했다. 그렇게 통화는 언니가 식사 준비를 하겠다고 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고, 통화를 끝내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아 하예정은 충전을 하였다.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전태윤은 관성 호텔 매니저한테 전화를 걸어 2인분의 점심을 주문하며, 다른 음식도 몇 가지 주문해 관성중학교 입구에 있는 서점으로 보내달라고 했다.그건 하예정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가게엔 심효진이 있고, 두 사람은 절친이니 전태윤은 1인분을 더 보태 심효진의 몫까지 챙겼다. 심효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면, 어쩌면 하예정의 앞에서 그의 좋은 말을 해줄지도 모르지 않은가.호텔 매니저는 전태윤은 주문에 매우 의아했지만, 감히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대로 진행했다.그래서 점심시간에 일을 마친 하예정은 남편의 맛있는 외조을 받게 된 것이다.관성 호텔 매니저는 직접 운전하여 2인분의 점심을 서점으로 배달했다. 그가 도착했을때, 서점엔 몇몇 학생들이 자료를 보고 있었고, 하예정은 전화로 배달을 부르려는 참이였다.매니저가 큰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본 하예정과 심효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바라봤다."실례합니다, 어느 분이 하예정씨입니까?"매니저는 예의 바르게 물었다.그의 시선이 하예정에게 머물렀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의 예감엔 눈앞에 있는 여자가 하예정씨 같았다."전데요, 누구세요?"대답을 한 하예정은 반문하며 상대방의 신분을 물었다. 상대가 누군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큰 바구니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매니저는
어쩌면 얼마 뒤면, 진짜 부부가 되어 다정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지도 몰랐다.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서둘러 매니저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뒤, 매니저를 밖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매니저가 차를 타고 떠나고 나서야 돌아서서 가게로 들어갔다.음식이 2인분이니 심효진과 같이 먹으라고 보낸 게 분명했다.하예정이 가게로 돌아왔을 때, 심효진은 이미 손을 씻고 카운터 앞에 앉아있었다. 그는 친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얼른 와서 먹어, 관성 호텔은 무려 7성급 호텔이야. 전에 그곳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을 때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집에 가서도 생각날 정도였다니까.""다 네 덕분이야."심효진이 젓가락을 하예정에게 건네면서 웃는 얼굴로 전태윤을 칭찬했다. "태윤 씨는 어쩜 이렇게 다정해? 점심을 대신 보내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분명 네가 배달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서 보낸 게 확실해.""예정아, 태윤 씨도 가만 보면 참 좋은 사람이야. 너를 믿지 못해서 반년 짜리 계약서를 쓰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너와 진짜 부부가 되려고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한번 잘 생각해 봐."하예정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밥 한 끼 사준 것뿐인데, 그 새 홀랑 넘어갔어? 나와 태윤 씨는 사이가 나쁘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우리 둘 모두 더 이상 가까워질 생각은 없어.""내가 밥 한 끼에 넘어가는 쉬운 여자로 보여? 게다가 내 절친을 너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네 형부와 비교해 보고도 태윤 씨가 별로라고 할 수 있어?"하예정과 심효진이 밥을 먹으면서 남자 얘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형부도 언니한테 아주 잘해 줬어. 우빈이가 태어난 후에야 태도가 조금씩 바뀌었지."사람은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하예정은 전태윤과 부부로 지낸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뭐 얼마나 잘 알겠는가? 그녀는 아직도 전태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고, 두 사람은 서로한테 자기의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
그 말에 대표들은 놀라 소정남에게 물어봤다. "소 비서, 전 대표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혹시 어느 집안사람인지 아는가?"전태윤과 같은 무뚝뚝한 양반이 여자를 좋아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쉿, 비밀로 해주세요. 아니면 대표님이 또 저한테 입이 가볍다고 뭐라 할지도 몰라요. 사랑까지는 아니고, 아직은 그저 관심이 있는 정도예요. 나중에 진짜 사랑하게 된다면 대표님 성격상 바로 말씀하실 겁니다."공개하게 되면 성소현 같은 열성 팬은 더 이상 전태윤을 졸졸 쫓아 다니지 않을 것이다.대표들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대표들은 전 대표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큰 수확이었다. 심지어 시집갈 나이인 딸이 하나 있는 대표 한 명은 자신의 딸과 전 대표를 이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앞으로 전 대표 회사와 비지니스 회의를 할 때 자기 딸과 동행하면 전 대표가 딸을 맘에 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전 대표는 그 관심 있는 여자와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 않은가.충분히 공정한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전태윤은 자기의 오른팔이 본인을 팔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밖에서 아내의 전화를 받고는 기분이 좋아져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물론 아내에게 말을 할 때는 평소처럼 낮은 목소리로 정색하며 물어봤다. "무슨 일이 있어?""별거 아니에요, 그냥 전화하고 싶었어요. 점심시간이라 자고 있었어요? 제가 깨운 거예요?"지금쯤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챈 하예정은 자신이 전태윤을 깨운 건 아닌지 걱정했다."아직 식사 중이야."그 말에 수긍하듯 대답한 하예정은 이내 물었다. "이렇게 늦게 먹는다고요? 바쁜 거 아는데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해요, 끼니 거르면 위에 안 좋다고요.""응, 그럴게."관심받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하예정의 걱정 어린 말을 들으니 마음에 온기가 느껴졌다."저기, 태윤 씨, 점심 너무 고마워요. 요리도 너무 맛있고 과일도 되게 신선하더라고요. 역시 고급 호텔의 서비스는 진짜 최고인 것 같아요."전태윤은 평소와 같은
"나 오늘 월급 탔어. 조금 있다 생활비 넣어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먹고, 쓰고 싶은 것도 좀 쓰고 그래, 너무 아껴 쓰지 마.""괜찮아요. 당신이 저번에 준 생활비 1500만 원도 아직 많이 남았는걸요. 우리 지출이 크지 않아서 얼마 안 써요." 기껏해야 그냥 가구 살 때 몇백만 원 쓰는 정도였다.남은 몇백만 원으로 집에서 쓰려면 몇 개월도 거뜬했다.게다가 하예정도 전태윤의 돈만 쓸 리가 없었다."다 못 쓸 것 같으면 모아둬. 남자는 손이 커서 돈을 함부로 쓰니까 돈 보내주면 당신이 저축해놔. 나중에 혹시 급한 일 생기면 또 쓸 수도 있으니까. 안 그러면 내가 정말 다 쓸지도 몰라."하예정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래요."그녀는 꼼꼼히 장부에 기록할 예정이었다.그가 매달 얼마를 보내주는지 그녀는 모두 저축해서 기록해 두었다. 나중에, 두 사람이 정말 이혼까지 간다면, 계산이 편해졌다."태윤 씨, 그럼 일 봐요, 방해 안 할게요.""저녁에 나 많이 늦을 거야. 그냥 문만 열어두면 돼, 나 기다리지 말고." 하예정은 그가 집에 돌아오기까지 기다려 본 적도 없었지만 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한마디 보탰다.하예정은 짧게 대답만 하고는 별말 없이 통화를 마쳤다.하예정의 태도에서 전태윤은 자신이 늦게 들어오든 일찍 들어오든 하예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휴, 이것도 처음에 그들이 계약했던 사항 아니던가. 하예정은 그가 하는 일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기로 했었다.잠시 침묵한 전태윤은 이내 카톡으로 하예정에게 3백만 원을 보냈고, 하예정은 이내 수락했다.그녀가 수락한 것을 보자 전태윤은 묘하게 또 기분이 좋아졌다.남편이 돈을 벌면 아내가 쓰는 것이 마땅했다.하예정은 점심에 카운터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다.그렇게 잠시 잠을 자고 난 뒤, 다시 도구와 재료를 꺼내 그녀의 공예품을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