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빈이가 장난감 못 놀게 해. 나, 우빈이 장난감 갖고 싶단 말이야.”임정한은 달려가 주서인의 옷을 잡아당기면서 장난감을 가져다 달라고 떼를 썼다.항상 자기 애만 보배처럼 여기고 다른 애들은 안중에도 없는 주서인이 우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우빈아, 네 장난감 형한테 줘.”“싫어요, 내 거예요!”우빈은 박스를 품에 꼭 껴안고 놓지 않았다.주서인이 우빈을 잡아당기려고 앞으로 다가가자 하예진이 손에 들었던 숟가락으로 그녀의 손목을 탁 내리쳤다. 아파 난 그녀는 바로 손을 움츠렸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하예진이 차갑게 말했다.“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이건 우빈의 장난감이에요. 우빈이가 정한이한테 주고 싶지 않다고 하잖아요. 안 주겠다는데 고모가 빼앗으려고요?”“...”주경진은 어두운 얼굴로 딸을 몇 마디 꾸짖었다. 그녀는 딸이 외손자를 데리고 구석으로 가자 비로소 미안한 말투로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아, 우빈이가 장난감을 정한에게 주고 싶지 않다면 주지 않아도 돼. 우빈의 장난감이니.”“다들 무슨 일로 오신 거죠?”하예진이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묻자, 주형인이 바로 끼어들어 말했다.“어제 저녁에 아빠 엄마가 말씀하셨잖아, 오늘 우리가 우빈이 데리고 동물원에 호랑이 보러 갈 거라고. 우빈아, 아빠랑 동물원에 놀러 가지 않을래?”우빈이가 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아빠, 엄마도 같이 가요?”주형인이 하예진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엄마도 같이 가.”“예진아, 오늘 일찍 퇴근해. 여기서 동물원까지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우리 여기서 뭐 좀 먹고 동물원으로 바로 출발하자. 일찍 가면 애들도 오래 놀 수 있을 거야.”관성의 야생동물원은 규모가 매우 크고 동물들도 많이 있다.주형인이 하예진과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주말에 한번 동물원에 갔었는데, 그때 아직 미성년자인 하예정도 데리고 갔었다.원래 아들더러 전 시댁 식구들을 따라 동물원에 가라고 말하려던 하예진은 자기가 따라가지 않으면 아들이 임정한에게
하예정은 전태윤의 롤스로이스에 앉아 가게로 돌아왔다.마침 그녀가 도움을 청한 친구들이 완성된 공예품을 납품하러 오자 그녀는 꼼꼼히 확인한 후 잘 짰다고 칭찬하며 처음 약속대로 돈을 정산했다.“예정아, 우리가 집에서 애를 보면서 여가에 공예품을 짜 돈을 버니 이제는 가족들이 모두 지지해 줘. 우리 시어머니도 더 이상 나에게 눈치를 주지 않아.”“나도. 시어머니가 나를 도와 애를 봐주시겠다고 해서 정말 놀랐어. 예정아, 주문을 더 받아도 괜찮을 것 같아, 우린 모두 완성할 수 있어.”모두 처음에 함께 공예품 짜는 것을 배운 친구들이다. 비록 평소에 왕래가 잦지 않지만, 연락은 유지하고 있었다. 하예정의 지금 신분은 모두가 알고 있어 부러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하예정이 배분해 준 일을 끝내면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은 집에서 애를 키우고 있는 주부들에게 매우 유혹적이었다.시댁 식구들은 그녀들이 전씨 가문 사모님을 위해 일하며 수입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대하는 태도가 훨씬 좋아졌다. 하예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작년부터 주문이 밀렸어. 게다가 지난번에 손을 다친 바람에 더 많이 밀렸었는데, 너희들이 도와줘서 다행이야. 내가 재료를 더 가져오고 손님이 주문한 제품 견본도 줄게.”“좋아.”이 말에 모두 너무 기뻤다.준비한 재료를 나누어 주고, 또 그녀들이 차례로 떠나는 것을 지켜본 하예정은 다시 택배를 연락하여 고객들에게 물건을 보냈다.일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언니.”“이모.”전화가 연결되자 엄마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우빈이가 맑은 목소리로 외쳤다.“이모, 우빈이예요.”하예정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이모는 우리 우빈의 목소리를 알아들었어, 이모가 보고 싶었어? 이모가 소현 이모 더러 오는 길에 우빈이 데리러 오라고 말했어.”“이모, 아빠가 나랑 엄마를 데리고 동물원에 놀러 간다고 했어요. 많은 사람이 같이 가요, 이모도 같이 가요.”우빈은 소현 이모가 데리러 온다는 말을 듣고 하
엄마의 머리카락만 잘렸을 뿐인데, 서현주는 너무 무서웠다. 그들이 친정 식구들의 목숨을 빼앗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테니.그녀는 결혼 후로부터 친정 식구들과 사이가 나빠졌지만, 그래도 자기 혈육들이 아무 관계도 없는 우빈이 때문에 위험을 당하는 건 원치 않았다.오늘은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날이다.하예정이 우빈에게 물었다.“엄마도 가는 거야?”“네, 엄마도 가요.”“언제 떠나? 이모가 시간 되는지 보자.”“엄마가 30분 후면 출발할 수 있다고 했어요. 이모, 우리 같이 가요,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를 보고 싶어요.”우빈은 지난번에 동물원에 가려다가 후에 이모와 함께 외출하는 바람에 동물원에 가지 못한 일을 줄곧 기억하고 있었다.오늘 기회가 생겼으니 꼭 가고 싶었다.“그래, 이모도 같이 갈게.”하예정은 주 씨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 싫었지만, 언니가 걱정되었다.주 씨 가족은 우빈과 감정을 키워서 양육권을 빼앗으려는 것 같았다.온 집안의 사람들이 한 통속인데, 언니가 혼자 가면, 괴롭힘을 당할 것이 뻔하다.비록 큰 재주는 없지만, 전생에 복을 쌓은 덕에 이번 생에 전태윤과 결혼하게 되었으니, 전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으로 주 씨 가족들의 기를 누를 생각이었다.자기가 함께 가면, 주씨 가족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더라도 너무 건방지게 굴지는 못할 테니.주우빈이 신나서 웃었다.“이모, 빨리 와요. 방금 소현 이모도 왔어요, 나 소현 이모에게도 물어볼래요. 전화 끊을게요.”“그래, 이모도 곧 갈게.”우빈은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고는 잽싸게 뛰쳐나갔다.성소현이 달려 나오는 우빈을 부르기도 전에 아이가 먼저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덥석 껴안고는 잘생긴 작은 얼굴을 쳐들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불렀다.“소현 이모.”우빈의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는 성소현은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허리를 굽혀 우빈을 껴안고 웃었다.“우리 우빈이, 소현 이모가 보고 싶어서 뛰어온 거야?”“소현 이모, 보고 싶었어요,
하예진으로부터 주씨 가족이 정말 나들이하러 온 것이라고 확인받은 성소현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다만 그 미소는 우빈에게 보여주는 거지, 주씨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주씨 가족을 보기만 해도 싫었다.“우빈이가 동물원에 놀러 가고 싶다는데, 이모도 같이 놀러 가야지.”성소현은 조카의 초대에 흔쾌히 응했다.우빈은 아직 엄마, 아빠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착한 하예진은 전 시댁에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아들 앞에서 주형인에 대해 험담을 하지 않는다.두 사람은 뭐라 해도 친부자 사이이니.아들 앞에서 친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고, 오히려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30분 후.하예정 자매는 우빈을 데리고 성소현의 차에 앉아 동물원으로 떠났다.뒤에는 하예정의 신변 보호를 하도록 안배한 두 명의 경호원이 경호차를 몰고 묵묵히 따랐고, 주 씨 가족은 두 대의 차에 나눠 타 경호차 뒤를 따랐다.서현주는 가는 내내 주형인에게 불만을 토했다.“우빈이와 친해지려고 그러는데 어머님은 뜬금없이 형님네 가족을 부르고, 우빈인 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오고... 언제 우빈이와 친해지겠어요?”하 씨네 자매가 있으니, 우빈은 당연히 엄마와 이모 곁에 붙어있을 거다.차 뒷좌석에서 서현주의 잔소리를 들은 김은희가 툭 내쏘았다.“내가 네 돈을 쓰자고 형님네 가족을 부른 것도 아닌데,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싫으면 같이 가지 말든가, 가는 내내 시끄럽게 굴지 말고.”서현주가 고개를 돌렸다.“어머님, 방금 하신 말씀 잊지 마세요. 절대 형님네가 우리 형인 씨 돈을 쓰게 하지 말아요. 지금 형님네는 형인 씨보다 돈이 훨씬 많아요.”“형인의 돈을 쓰는 거지 네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지금 너도 내 아들 돈을 쓰고 있잖아?”아들이 서현주에게 돈을 맡긴 게 김은희는 가장 언짢았다.“형인씨와 나는 부부이고, 형인씨 돈은 내 돈이에요.”“그럼, 네 돈도 형인의 돈인데, 왜 넌 신혼집을 꾸밀 때 돈 안 냈냐? 예전에
하예정은 계속 우빈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사람들로 붐비는 동물원에는 우빈 또래의 어린애들도 매우 많았다.우빈을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한 하예정은 동물원의 풍경을 감상할 마음이 없었다.하예진은 매일 우빈을 데리고 가게에 가고, 일이 끝나면 집에 데리고 가서 쉬느라 아들을 데리고 놀러 갈 시간이 전혀 없었다.지금 밖에 나오니, 우빈의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아이의 천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다행히 하예정은 산타 기술을 연마해 본 사람이라 체력이 좋았고 하예진도 다이어트를 하느라 오랫동안 달리기를 견지한 탓에 체력이 좋았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는 경우가 드문 성소현은 오래 걸으니 발바닥이 아파 났다.주씨 가족은 멀리 떨어져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우빈은 신이 나서 어린이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몇 번이나 놀이기구를 타고 나서야 이모에게 안겨서 동물들을 보러 갔다.동물원이 너무 커서 조류 코너를 둘러보고 나니 밥 먹을 시간이 다 되어서 일행은 식사하러 식당으로 들어갔다.“아빠는요?”“네게 그렇게 빨리 뛰는데 아빠가 어떻게 따라오겠어?”그제야 아빠가 생각난 우빈이가 사방을 둘러보니 정말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엄마, 아빠에게 전화해요.”하예진은 주형인에게 전화하는 시늉만 하고 나서 아들을 달랬다.“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다른 곳에서 식사하신대. 조금 있으면 다 볼 수 있을 거야.”우빈은 엄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사실 주 씨 가족은 이미 그들의 앞에 있었다. 임정한이 어린이 놀이터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까운 주씨네는 이미 아이를 강제로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주형인과 다투고 나서 화가 난 서현주는 주씨 가족을 따돌리고 혼자 걸었다.생각밖에 주형인이 자기를 달래지 않자, 그녀는 주형인이 이젠 자기를 예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둘이 몰래 만날 때, 주형인은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었었다. 혼인신고하여 와이프가 된 후에야 그녀는 자신이 점차 하예진이 예전에 겪었던 모든 것을 차례로 겪고
상대방은 나지막이 미안하다고 말한 후 잽싸게 그녀 손에 쪽지를 쑤셔 넣었다.서현주는 그 쪽지를 꽉 쥐고 있을 뿐 감히 사람들 앞에서 펼쳐볼 엄두가 안 났다.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도로표지판을 보고 근처에 화장실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도로표지판을 따라 화장실을 찾아서 안에 들어간 후 그녀는 황급히 쪽지를 펼쳐봤다.「해양관에서 공연 볼 때 우리가 혼란을 일으키고 그 틈에 아이를 안아갈 겁니다. 당신 임무는 저 사람들을 해양관으로 데려오는 거예요.」서현주는 쪽지를 확인하고 갈기갈기 찢어서 변기 물에 내렸다.오늘 함께 온 사람들도 많고 하예정 옆에 두 명의 경호원까지 따라붙어서 그들이 손을 쓰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뜻밖에도 해양관에서 공연할 때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한다.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서현주도 지금은 주씨네 가족과 함께 있지 않은데 하예정 자매는 더 말할 것도 없다.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주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주형인에게 현재 위치를 보내 달라고 말한 뒤 화를 억누르며 주씨네 가족과 합류했다.이어서 남편에게 하예진의 위치도 물어봤는데 본인들 뒤에 있다고 하자 일단 밥부터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서현주는 기어코 레스토랑 근처에서 하예진 일행을 기다렸다가 다 함께 해양관에 들어가 공연을 보자고 했다.동물원에 놀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해양관에 가서 공연을 본다.하예정 일행도 우빈이를 데리고 해양관으로 갔다.“우빈아.”임정한도 오늘은 신나게 놀았다.“정한 형.”주우빈은 예의 바르게 임정한을 불렀고 임정한은 가까이 다가와 주우빈과 나란히 앉아서 좀 전에 무슨 동물을 구경했는지 재잘재잘 설명했다.어른들은 아예 두 아이를 나란히 앉혔다.임정한이 늘 주우빈을 괴롭힌 탓에 하예정은 일부러 우빈의 옆에 앉았고 하예진은 아들 뒤에서 지켜보았다.전씨 일가의 두 경호원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서현주도 딱히 공연을 볼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주우빈만 자
하예진은 아들을 꼭 껴안았다.서현주는 우빈이가 하예진에게 안긴 채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해양관을 벗어나는 걸 보더니 계획이 실패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정한아, 정한아!”이때 주서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서현주가 정신 차리고 보니 덩치 큰 사내 한 명이 임정한을 안고 뛰어가는 중이었다.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아이를 잘못 채가다니?“여보, 형인아, 얼른 저 사람 잡아요. 저 사람이 정한이를 안아갔단 말이에요!”주서인은 싸움 구경을 볼 겨를 없이 정한이를 안아간 남자를 뒤쫓으며 남편과 동생을 불렀다.주씨네 가족들도 정한이가 누군가에게 잡혀간 걸 발견하곤 미친 듯이 쫓아가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아이 뺏어가요! 누가 우리 아이 훔쳐 갔어요! 바로 저 덩치 큰 남자예요. 저 남자가 내 아들을 안아갔다고요!”안달이 난 주서인은 사색이 되었다.그녀는 인파를 헤쳐 나가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를 뿐이었다.장내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누군가가 아이를 뺏어갔다는 말을 듣더니 어린이와 함께 공연 보러 온 부모들은 재빨리 제 아이를 꼭 안고 해양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결국 장내가 더 혼잡해졌다.몇몇 착한 사람들은 주서인을 도와 아이를 구해오려고도 했다.그 남자는 임정한을 안고 미친 듯이 질주했고 누군가가 일부러 그에게 길을 내주며 더 빨리 해양관을 벗어나게 한 것만 같았다.“예진아, 예정 씨, 저 사람이 정한이를 뺏어갔어. 얼른 우리 정한이 구해줘.”주서인은 인파들 속에서 겨우 비집고 나와 하예진 자매를 보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지난날의 갈등이 얼마나 깊었던, 이런 일에 부딪힌 이상 하예정은 유괴범이 임정한을 훔쳐 가도록 가만둘 수 없었다.다만 그녀는 직접 임정한을 구하러 간 게 아니라 경호원들에게 그 남자를 쫓아가 임정한을 데려오라고 시켰다.두 경호원이 임정한을 채간 남자를 쫓으러 갔을 때 하예진은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품에 안긴 주우빈을 앗아가려고 하는 걸 느꼈다.그녀는 재빨
그녀가 만약 조금이라도 힘을 풀었다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아들을 빼앗겼을 것이다.성소현의 차에 탄 후에도 하예진은 감히 손을 내려놓지 못한 채 주우빈을 꼭 껴안고 사색이 되었다.하예정도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성소현은 큰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우리 집 모든 경호원들 지금 바로 관성야생동물원으로 오라고 해. 큰일 났어. 유괴범이 아이를 뺏어가는데 우빈이도 하마터면 뺏길 뻔했어. 얼른 이리로 우릴 데리러 와줘. 나 지금 운전할 엄두도 안 나. 가는 길에 또 누가 길을 막고 아이를 뺏어갈까 봐 두려워.”성소현은 처음 이런 혼잡하고 위험한 일에 부딪혔다.평소엔 거만하고 무서운 것 없는 사람처럼 보여도 방금 주우빈을 하마터면 놓칠 뻔했을 때 그녀는 식겁하여 다리에 힘이 풀렸다.만약 우빈이를 잃어버렸다면 그 당시 상황이 혼란스럽고 사람도 많아서 유괴범을 쫓아가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빈이는...여기까지 생각한 성소현은 사색이 되었고 손발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도저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어 사고가 날까 봐 핸들을 잡지 못했다.“뭐? 우빈이는 괜찮아? 지금 바로 경호원 데리고 갈게.”성기현도 주우빈이 하마터면 유괴될 뻔했단 말을 듣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이따가 중요한 회의가 있는 것도 막론하고 사무실을 뛰쳐나와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동물원으로 총출동하라고 명령했다.한편 암암리에 하예정을 보호하던 두 명의 경호원은 진작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하예정도 마음을 가라앉힌 후 제일 먼저 남편에게 전화했다.성기현이 경호팀과 함께 동물원으로 향할 때 전태윤도 경호팀을 거느리고 동물원으로 출발했다.“우빈아.”하예정은 우빈의 등을 토닥이며 언니의 마음도 달랬다.“언니, 괜찮아. 응?”그녀는 방심하다가 하마터면 조카 우빈이를 위험에 처하게 할 뻔했다.“내가 힘이 세지 않았더라면 우빈이를 진작 빼앗겼을 거야. 그 사람도 엄청 세게 잡아당겼단 말이야.”하예진은 쉴 새 없이 되뇌었다.다이어트하느라 줄곧 운동하고 가게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어쨌든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은 운별 누나가 망치게 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우리 두 큰고모도 틀림없이 운별 누나를 달래서 모든 재산을 빼앗으려 할거에요. 운별 누나는 사람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조금만 달래면 뭐든지 나누어 줄 거에요.”여천우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지 여씨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추미자 부부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여천우에게 물려주게 하고 또 여천우는 그 재산들을 모두 여운초에 돌려줄 셈이다. 여천우는 여운초의 사람 됨됨이를 믿었다.여천우는 여운초가 그녀의 재산이 아니면 탐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여운초도 그의 재산을 탐낼 필요가 없었다. 약혼자 전이진의 집에 재산이 엄청 많아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인 여운초는 여천우의 그깟 재산을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다.“누나, 우리 부모님 명의로 된 합법적 재산이 얼마나 남았어?”여천우는 부모님이 이전에 하신 부분적인 사업들이 법에 어긋난 사업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불법적인 사업들은 이미 차압되었고 따라서 그 수입도 이미 몰수되었다. 그가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부모님의 합법적인 소득뿐이었다.여운초가 대답했다.“불법적인 사업과 모든 수익은 차압되거나 몰수됐어. 여씨 가문 기업은 법에 어긋난 사업을 하지 않았어. 다행히 네 아버지께서 여씨 그룹을 불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지. 지금 여씨 그룹이 하는 사업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이야.”“여씨 그룹의 주식은 우리 아버지가 대부분을 차지하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 아버지께 대부분 주식을 나눠주셨지. 게다가 아버지 본인도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고 계셨거든. 그리고 나머지는 너의 아버지와 다른 소액주주들의 것으로 되었지. 현재 여씨 가문 주식 가격에 네 부모님 명의로 된 부동산 몇 채를 합치면 마침 200억 원 조금 넘을 거야.”여천우 친아버지 여태웅은 20여 년 전 추미자와 함께 친동생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범죄 때문에 중형
틀림없이 누군가가 여운초를 건드려 자극했을 것이다.여운초는 오랜 한을 억누르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폭발한 게 틀림없었다. 하여 추미자 부부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려고 했을 것이다.또 하나, 여운초는 추미자 부부방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심지어 여천우조차도 몰랐다.추미자는 여천우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많은 일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여운초도 사실대로 여운별이 일찍 감옥에서 나와 오늘 아침에 여씨 가문의 별장에 쳐들어온 사실을 여천우에게 알려주었다.여천우가 그 사실을 듣더니 한숨을 쉬었다. 알고 보니 사고뭉치였던 여운별이 나와서 사고를 친 것이다.여씨 가문은 또 시끄러워질 것이 뻔했다.여천우는 여운초에 말했다.“우리 부모님 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내 방에 가져다줘. 그리고 운별 누나 물건은 운별 누나가 가져가게 해. 그리고 운별 누나 방도 깨끗이 치워.”여천우는 그 별장이 여운초의 별장이었기에 여운초가 여운별이 그 별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여운초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예전에 어떻게 여운초를 괴롭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을 도와 여운초에게 사정하지 못했다.여운별이 감옥 안에서 일찍 나온 것도 아마 감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을 잘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누나, 운별 누나가 소송을 걸어 재산을 나누려고 하면 나에게 알려줘. 재산을 너무 많이 주면 다 써버릴 거야. 아무리 많은 재산일지라도 운별 누나는 분명 다 탕진 할걸. 아무것도 모르면서 성질만 부리면서 돈만 쓰잖아.”여천우는 여씨 그룹을 여운초에게 맡기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밤새 뛰어와서 여운별을 막고 싶었다.여천우는 두 누나의 인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여운별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응석받이로 키웠기에 패가망신할 사람이었다.“절대로 운별 누나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면 안 돼. 내가 지금 휴가를 내고 돌아갈게. 감옥으로 가서 우리 부모님을 만나 그들의 명의 아래에 있는 재산을
여미란은 추미자가 살아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여미란은 마음속 깊이 추미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사모님 추미자는 먼저 여미란의 남동생에게 시집간 뒤로 그 남동생을 죽이고 또 여미란의 오빠에게 시집갔지만 지금 그 오빠마저도 감옥으로 들어갔다.여미란의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와 관계가 없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화근은 역시 추미자였다.여미란의 오빠가 추미자와 정정당당하게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을 죽인 것이다.여운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여운초는 지금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었고 전씨 가문이 그녀의 배후에 서 있었기에 여미란 일행은 감히 여운초를 찾아 복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여미란은 마음속으로 여운초를 수천 번, 수만 번 욕하면서 자신을 달래곤 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여씨 가문을 떠나 어디로 갈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최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여운별의 피를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예전에 여미란 자매의 집에 재산이 많았지만 늘 친정집에서 이득을 보려고 애썼다.이제 최씨와 김씨 집안은 부귀한 생활에 익숙해져 꿈에서라도 부자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나에 여운별이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기에 그녀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그때가 되면 여운별은 그녀의 손에 쥐어진 적디적은 재산을 가지고 두 집안에 의해 피를 빨리게 될 것이 뻔했기에 여운초는 곁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지켜만 보면 되었다.여운초가 여천우와 말했듯이 여운초는 자신의 재산을 일전 한 푼도 그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은 전부 그들에게 돌려줄 것이다.추미자는 예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꾸며진 큰 방에서 살았지만 정작 별장 주인인 자신이 가정부와 함께 방을 쓰게 된 기억을 떠올린 여운초는 집사에게 지시했다.“이 방을 깨끗이 청소하세요. 이 방을 다시 새로 꾸밀 거예요.”이 큰 방이 바로 주인의 방이다.여운초는 먼저 금고를 그녀가 지금 사는 방으로 옮기라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