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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린 대가
날 버린 대가
Author: 야행영

1 화

Author: 야행영
H국, 남울시, 강씨 가문 본가.

젊고 준수하게 생긴 한 남자가 급히 뛰어들어왔다.

민건우는 손에 케이크를 들고 거실로 들어섰다. 마침 빼어난 미모를 갖춘 젊은 여인 다섯 명이 맞은편에서 걸어왔다.

그 여인들은 강씨 가문의 다섯 딸이었다.

첫째 강다은은 세련된 올블랙 정장을 입었지만 감출 수 없는 우아한 몸매를 자랑했다.

둘째 강다윤은 싸늘한 표정으로 시크하고 차가운 ‘냉미녀’의 매력을 풍겼다.

셋째 강다빈은 짧은 치마와 하이힐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넷째 강다예는 캐주얼한 차림에도 빛나는 미모를 지녔고, 막내 강다유는 넘치는 활력으로 한눈에 사람을 사로잡았다.

“다은 누나, 생일 축하해요!”

민건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를 내밀었다.

강다은은 무표정하게 민건우를 바라보았다. 케이크는 살짝 부서져 있었고, 상자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퍽!

강다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케이크를 내던졌다. 케이크는 바닥에 처참히 부서졌다.

여자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피 묻은 손으로 싸구려 케이크를 감히 나한테 가져와?”

민건우는 살짝 흐르는 피를 감추듯 손을 등 뒤로 숨겼다.

한 시간 전, 민건우는 남울시 강가에서 거대한 네 개 조직의 정예 고수들과 맞섰다.

지금 강가에는 백여 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을 터였다. 싸움은 끝났지만, 죽음의 기운은 여전히 짙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강다은의 생일을 위해 서둘러 달려오느라, 손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신경 쓰지 못했다.

민건우는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누나. 지금 당장 새 걸로 다시 사올게요.”

강다은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됐어. 그냥 꺼져. 우리 강씨 가문은 쓸모없는 놈을 거둘 생각이 없어.”

민건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다은 누나, 무슨 말씀이에요?”

강다윤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눈치도 없어? 당장 꺼지라고. 오늘 이후로 우리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민건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강다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다윤 누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강다빈은 비웃듯 말했다.

“잘못? 네가 쓰레기라는 게 잘못이지. 우리 집에 들어온 이후로 한 게 뭐 있어? 먹고 자는 거 빼고?”

민건우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방금 전에만 해도 네 개의 조직을 몰살하고 왔다. 그러나 돌아온 강씨 가문 본가에서는 민건우를 이렇게 푸대접했다.

“내가 그렇게까지 하찮은 존재예요?”

강다예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거울이라도 봐. 네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점쟁이 말로는 우리 강씨 가문이 계속해서 불운을 겪는 건 너 같은 재수 없는 놈이 있어서 그런 거래.”

강다유도 팔짱을 끼며 냉소했다.

“우리 아빠가 너를 살려준 이유가 뭔 줄 알아? 네가 우리 막내 한석이랑 닮아서야. 당시에 널 주워왔을 때 우리 아빠가 착각한 거지. 근데 이제 한석이가 돌아왔잖아? 그럼 넌 필요 없어. 나가.”

민건우는 차가운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게 나한테 돌아오는 결말인가?’

‘내가 강씨 가문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데?’

“누나들은 정말 내가 한 일을 모르고 있어요?”

이를 악물며 외쳤다.

“강씨 가문이 보물 때문에 수없이 위협받던 날들, 내가 피투성이가 되면서 보물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싸웠는지 누나들이 알아요? 누나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전부 내 덕분이라고요!”

홧김에 민건우가 상의를 확 찢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수많은 흉터들이 있었고, 몇몇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들은 바로 오늘 밤, 네 개 조직의 정예 고수들과 목숨을 건 피의 전투에서 민건우가 입은 상처였다.

부상을 입고도 치료도 하기 전에 강다은의 생일을 축하하러 왔지만, 예상치 못하게도 다섯 자매는 자신을 강씨 가문에서 내쫓으려 했다.

“이것들은 전부 내가 강씨 가문을 지키느라 입은 상처예요!”

민건우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은 강씨 가문을 위해 무술과 의술을 익혔고, 거대한 조직을 일구었다.

강다은이 강해그룹을 경영하며 위기를 맞을 때마다, 민건우가 거액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그 위기를 넘겼다.

강다윤이 연예계에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민건우가 보이지 않는 손길로 물심양면 지원한 덕분이었다.

강다빈이 예술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고 스승을 찾아주었고, 강다예에게 의술을 전수한 것도 민건우였다.

강다유가 저지른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을 수습한 것도 모두 민건우였다.

민건우는 자신의 노력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너희를 위해 얼마나 애썼는데... 이게 나한테 돌아오는 보답인가?’

그는 손가락으로 다섯 자매를 가리키며 분노를 터뜨렸다.

“누나들은 강씨 가문이 여기까지 온 게 각자 다 자기 덕분이라고 생각하죠? 웃기지 마세요! 다 내가 뒤에서 모든 걸 조율한 거예요! 난 누나들을 위해 모든 걸 바쳤는데, 이제 와서 날 내쫓겠다고요?”

강다은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만 좀 해. 우리 강씨 가문이 여기까지 성장한 건 순전히 다 우리 힘으로 해낸 일이야. 네가 감히 도와줬다고 생색을 내? 웃기지도 않아.”

강다윤도 비웃었다.

“그냥 한심한 놈이지. 네가 우리 가문을 위해 뭘 했다고 그래? 그리고 네 몸에 난 상처? 어딘가에서 일부러 만들어온 거 아니야?”

민건우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내 온몸의 상처가 가짜라고? 내가 지켜온 모든 걸 송두리째 부정한다고?’

그는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강다은은 짜증스럽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됐어. 이제 나가. 이 집에서 더 이상 네가 설 자리는 없어.”

강다유가 덧붙였다.

“그래, 너는 그냥 우리가 거둬준 한심한 놈일 뿐이야. 강씨 가문이 너를 10년이나 거둬줬으면 됐잖아? 이제 그만 꺼져줘.”

민건우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참 우습네...’

자신은 강씨 가문을 위해 피를 흘리며 수년간 싸워왔고 온몸에 상처를 입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이런 홀대였다.

강씨 가문 딸들의 눈에 자신은 그저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하하하...’

민건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좋아요. 내가 나가줄게요!”

“오늘부터 강씨 가문과 인연을 끊겠습니다. 저는 이제 이 집안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났다.

강다윤은 비웃으며 말했다.

“한물간 주먹 주제에 누구를 겁주겠다는 거야? 후회? 자기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나?”

강다빈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러게, 강씨 가문의 후광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밖에서 굶어 죽기밖에 더하겠어? 누가 후회할지는 두고 보자고.”

강다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다유를 바라보았다.

“다유야, 따라가 봐. 저 폐물이 우리 강씨 가문의 물건이라도 가지고 나가지 않게 말이야. 저런 인간은 손버릇도 못 믿어.”

강다유는 내키지 않았지만, 강해 그룹의 대표인 강다은의 권위적인 요청에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

강씨 가문 본가의 대문 밖에서 민건우는 문을 향해 세 번 절을 올렸다.

“아버지, 제가 강씨 가문을 돕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따님들이 저를 내친 것입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민건우는 고아였다. 인신매매 조직에서 가까스로 탈출했을 때 우연히 강씨 가문의 가주 강태산이 민건우를 거두었다.

강태산의 은혜를 갚기 위해, 민건우는 강태산이 죽기 전 남긴 유언을 따르기로 했다. 강씨 가문을 지키겠다고.

민건우는 강태산이 남긴 고서를 밤낮없이 익혔고, 의술을 배우느라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 모든 피나는 노력은 오직 강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수년 간 그가 바친 노력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축출.

민건우가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은 인정받지 못했다.

“강씨 가문을 위해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 살겠어!”

민건우는 냉정하게 자신에게 말했다.

“강씨 가문의 다섯 딸이 나를 그렇게 대한 이상, 이제 우리는 완전히 연을 끊었어. 앞으로는 그저 남남일 뿐이야.”

띠리링!

전화벨이 울렸다.

“말해.”

민건우는 전화를 받았다.

[도련님, 강씨 가문을 노리는 자들을 조사하라고 지시하신 대로 했습니다. 지금 몇 명을 특정했는데 처리합니까?]

“그럴 필요 없어.”

민건우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오늘부로 그런 조사도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도련님.]

전화기 너머에서 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명심해. 오늘 이후로 강씨 가문의 민건우 도련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이제는 오직 ‘명왕전’의 주인인 ‘명왕’ 민건우만 있을 뿐이야.”

민건우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네, 명왕님!]

전화를 끊은 후, 민건우의 얼굴에는 냉소가 떠올랐다.

‘명왕전’은 원래 민건우가 강씨 가문을 위해 세운 조직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은 더 이상 단순한 가문을 위한 방패가 아니었다. 명왕전은 거대한 어둠 속에서 빠르게 세력을 키워갔고, 이제는 지하 세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만약 강씨 가문의 다섯 딸이 자기들 손으로 세계 최강의 조직을 내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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