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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작가: 야행영
“방 대표님, 이렇게 큰 계약을 정말... 저희와 하시겠다는 겁니까?”

장수철과 장서희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장씨 가문의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영창그룹과의 협업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장 사장님, 제가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 이래도 제 진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방재성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장수철은 급히 손을 저었다.

“다만... 방 대표님 같은 분께서 직접 오셨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방재성은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민건우를 힐끗 보았다.

“장진그룹의 일, 저도 들었습니다. 장진그룹이 생산한 제품이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부채를 떠안으면서까지 전량 폐기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책임감과 신념이 있는 회사라면, 영창그룹과 함께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방재성의 말에 장수철은 감격해 눈물을 글썽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 계약은 장진그룹에 있어 그야말로 오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아빠, 그런데 이 계약...”

장서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사는 이미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는데, 생산에 투자할 자금이 어디 있다고...?’

“장 사장님, 걱정 마십시오. 우리 그룹에서 먼저 50%를 선금으로 지급하겠습니다. 그리고 초기 생산이 두 차례 완료되면, 나머지 50%를 다 지급하겠습니다.”

방재성의 말에 장서희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말도 안 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런 건 정상적인 계약이 아니야.’

‘지금 방 대표님은 명백히 우리 집안을 돕기 위해 온 거잖아!’

‘하지만, 왜?’

‘...’

장씨 가문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장 사장님, 사모님, 서희 씨.”

그때 민건우가 나섰다.

“방 대표님께서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이셨는데, 더 이상 망설이실 이유가 있습니까?”

“맞는 말씀이네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단지 신뢰할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을 뿐입니다.”

방재성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계약하겠습니다!”

장수철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방재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계약서를 꺼냈다. 누가 봐도 애초에 철저하게 준비해 온 것이었다.

...

한편, 장씨 저택 밖.

마세라티 한 대가 날카로운 굉음을 내며 급정거했다.

강다은이 차에서 내리자 옆에 세워진 마이바흐를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영창그룹의 대표가... 직접 왔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빠르게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쾅! 쾅! 쾅!

여자는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강다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누... 강다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민건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어딜 가든, 네가 물어볼 자격이나 있어?”

강다은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비켜.”

그녀는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민건우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따질 자격이라...? 허...’

‘내가 강씨 가문을 위해 십 년 넘게 헌신했는데, 그런 것 하나 물어볼 자격도 없어.’

잠시 후, 민건우는 갑자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 발짝 비켜섰다.

그 순간, 강다은의 시선은 방재성이 장수철과 계약서에 서명을 앞둔 장면을 포착했다.

“방 대표님, 그 계약 서명하시면 안 됩니다!”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텅텅텅-

굽 높은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강다은이 빠르게 걸어 들어왔다.

“방 대표님, 우리 강해그룹이야말로 성영에서 가장 완벽한 협력 파트너입니다! 남울시 전체에서 방 대표님 회사의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오직 강해그룹뿐입니다!”

그녀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장씨 가문의 장진그룹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죠!”

방재성의 미간이 깊이 찌푸려졌다.

그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강다은을 차갑게 응시했다.

‘이 여자, 기세 하나는 대단하군. 하지만...’

강다은은 강씨 가문의 당당한 대표로서 주변을 압도하는 스타일이었다.

장씨 가문의 다른 딸들도 강다은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방재성 같은 거물 앞에서는, 아직 한참 모자랐다.

“영창그룹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는지는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닙니다!”

방재성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다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이닥쳐서는 상대방이 부족하다고 떠드는 게 강씨 가문 큰딸의 행동 방식인가 보네.”

민건우가 비웃듯이 말했다.

강다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녀는 냉랭한 시선으로 민건우를 노려보았다.

예전의 민건우는 강다은의 눈치를 살피며 결국 그녀의 뜻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민건우가 아니었다.

‘나를 완전히 무시하는구나.’

강다은의 눈빛에선 금방이라도 불꽃이 튀어나올 듯했다.

“그 말이 맞군요.”

방재성이 가볍게 말했다.

“강 대표님, 너무 무례한 거 아닙니까?”

강다은은 이를 꽉 깨물고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 대표님께서 지적하신 부분, 제가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그녀는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저는 영창그룹과 최고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싶다는 진심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계약 철회로 저희도 크게 당황했습니다.”

“혹시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앞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방재성이 미소를 지었다.

“영창그룹은,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업과는 함께하지 않습니다.”

그 한마디를 남긴 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장수철 일가에게만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강다은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강다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인정이 없다고...?’

방재성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무슨 뜻이지?’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민건우를 힐끗 보았다.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설마... 이 쓰레기랑 관련 있는 거야?’

‘아니, 말도 안 돼. 그저 부르면 달려오는 하찮은 개였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겠어?’

“강 대표님, 차 드세요.”

그때, 장서희가 차 한 잔을 조심스럽게 건네며 말했다.

쾅!

강다은이 거칠게 손을 휘둘렀다. 찻잔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산산조각이 났다.

“악!”

장서희가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뜨거운 차가 튈 뻔했다.

“강다은!”

그 순간, 민건우가 벌떡 일어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자를 쏘아봤다.

“여긴 너희 집이 아니야! 네 멋대로 행패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그리고 목소리가 단호하고 거칠었다.

“짜증 나서 물건 내던지고 싶으면 당장 꺼져! 네 집에 가서 내던지라고!”

민건우는 강다은을 큰소리로 제압한 뒤, 바로 장서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서희 씨,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장서희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 매우 놀랐다.

‘건우 씨가... 나 때문에 강다은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장서희는 민건우가 강다은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다.

장서희의 가슴속은 따뜻한 무언가로 채워졌다.

한편, 강다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민건우를 쳐다보았다.

‘이 쓰레기가... 나한테 꺼지라고 했어?’

‘예전에는 눈빛 하나만 줘도 알아서 기던 녀석이...’

‘예전엔 부르면 언제든 꼬리 흔들며 달려오던 개 같은 존재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달라질 수 있지?’

강다은의 얼굴은 어둡고 싸늘했다.

그녀는 방 안의 모든 사람을 쭉 훑어보며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씨 가문 따위가 감히 우리 강해그룹과 맞서겠다고?”

‘우습군.’

“좋아... 영창그룹 일, 이대로 끝나지 않아. 장씨 가문의 회사를 완전히 무너뜨려 주지.”

강다은은 차갑게 선언하듯 말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쪽으로 걸어갔다.

장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어붙은 채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민건우 옆을 지나치며 그녀는 낮게 내뱉었다.

“출세했더라.”

그리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비웃듯 덧붙였다.

“이 일... 네 손이 닿아 있겠지? 그게 네 방식의 복수인가?”

“강씨 가문을 무너뜨릴 생각이라면, 아직도 한참 멀었지.”

민건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여자는 진짜 제정신이 맞나?’

“강다은.”

그는 강다은을 따라 걸으며 조용히 불렀다.

강다은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다시 원래의 차갑고 오만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민건우를 내려다보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네가 진짜 강해그룹을 혼자서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해?”

민건우가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강다은이 콧방귀를 뀌며 되물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강씨 가문에서 그렇게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을 것 같아?”

“강씨 가문은 나 없이 못 버틴다고!”

‘여전히 현실을 모르는군.’

민건우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깊은 냉소가 서려 있었다.

‘강해그룹이 몇 번씩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내가 뒤에서 손을 썼다는 걸, 이 여자는 꿈에도 모르겠지.’

‘스스로 잘난 줄 알고 오만하게 굴지만, 사실 그 성공이 누구 덕분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능력도 변변찮은 주제에 잘난 척은 끝내주지. 하루 종일 뻣뻣한 얼굴만 하고 있는 강씨 가문의 대단한 첫째 딸...”

“강해그룹은 언젠가 네 손에서 무너질 거다.”

민건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강씨 가문을 떠난 순간, 강해그룹은 이미 끝장난 거나 다름없어.”

여자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지금 감히 무슨 헛소리를...’

강다은은 당장이라도 민건우를 향해 쏘아붙이려 했다.

쾅!

철문이 거칠게 닫혔다.

그녀는 분노를 말로 터뜨릴 기회조차 없고, 표정도 잔뜩 일그러졌다.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던 강다은은 눈앞에 있는 마세라티를 보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쾅!

강다은이 하이힐을 신은 채 강하게 차를 걷어찼다. 순간, 날카로운 충격음과 함께 차체가 움푹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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