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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Author: 야행영
강다은은 굳은 표정으로 돌아와 집 안으로 들어섰다.

“언니, 어떻게 됐어요?”

집에서 기다리던 네 명의 동생이 다급히 물었다.

“영창그룹의 대표가 직접 장수철 집으로 찾아가 직접 계약을 체결했어.”

강다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리고 우리 강해그룹은 배신당했어.”

그녀의 말투는 평온했지만, 그 아래에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고작 장진그룹 따위를 영창그룹이 선택한 이유가 거지?”

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웅성거렸다.

“이제 와서 그걸 논하는 건 의미 없어.”

강다은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명심해. 오늘부로 장진그룹은 강해그룹의 적이야.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장진그룹을... 철저히 무너뜨리는 것뿐.”

동생들은 숨을 삼켰다.

강다은은 결심한 일은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강해그룹 대표로서 자신이 가진 결단력이었다.

“그리고 민건우, 그 쓰레기가 감히 나에게 말대꾸했어.”

강다은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장씨 저택에서의 그 순간이 눈앞에 여전히 생생했다.

‘십 년 넘게 내 앞에서 마치 개처럼 복종하며 아첨하던 민건우가 감히 나에게?’

‘감히 내게 그딴 말을?’

강다은은 민건우의 태도에 분을 참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내쉬느라 가슴까지 들썩였고, 얼굴에는 살기를 띠었다.

“큰언니한테 그런 태도를 보이다니, 민건우 그 배은망덕한 자식,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

“쫓아내길 정말 잘했어! 그 녀석이 감히 강씨 가문의 이름을 더럽힐 뻔했으니까!”

동생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마디씩 쏟아냈다.

강다은은 시계를 확인했다.

“이 시간이면, 한석이가 도착했을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문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곧 강씨 가문 본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초라한 행색의 청년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 청년은 다소 위축되어 있었고, 웅크린 자세에 불안한 눈빛까지 더해져 본가의 화려함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한석아... 네가 강한석이지?”

강다유가 먼저 나섰다.

“막내 한석... 다섯 분의 누님께 인사드립니다.”

강한석은 머리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

“한석아!”

강다은을 제외한 네 명의 동생이 감격에 겨워 그에게 달려갔다.

이제야 진짜 남동생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민건우 같은 가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 동생,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해.”

강다은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줄곧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이 있다는 게... 정말 좋네요.”

강한석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네 명의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강한석을 감싸 안았다.

강다은도 고개를 돌려 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 순간만큼은 극적인 가족 상봉 드라마 같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한석의 초라한 모습이 다섯 자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앞으로는 한석이에게 절대 힘든 일 겪게 하지 않을 거야.’

다섯 자매는 속으로 다 굳게 다짐했다.

“한석이는 위층에 올라가서 목욕하고 옷부터 갈아입어.”

강다은이 조용히 명령했다.

잠시 후 강한석이 들어올 때와는 다른 깔끔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이제야 강씨 가문의 도련님답네. 민건우 같은 자식과는 비교도 안 되지.”

강다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민건우... 그게 누구예요?”

강한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집에서 십 년 넘게 얹혀살던 배은망덕한 놈이야. 너랑 비교할 수도 없어.”

강다빈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석아, 이건 넷째 누나가 주는 첫 번째 선물이야.”

강다예가 값비싼 시계를 꺼내 보이며 웃었다. 다른 자매들도 각자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큰누나도 준비한 게 있어. 잠깐 기다려.”

강다은은 미소를 지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내려왔다.

“누나, 무슨 일이에요?”

강한석이 조심스레 물었다.

“서랍에 넣어둔 2억 원짜리 수표가 사라졌어.”

강다은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오늘 결제하려고 미리 준비해 둔 거였는데.”

강씨 가문의 자매들은 일제히 술렁였다.

“우리 집에서 도둑질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반드시 밝혀내야 해! 철저히 조사해!”

강한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누나, 잘 생각해 보세요. 다른 누나들 외에 누가 방에 들어올 수 있었죠?”

이 말에 다섯 자매는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곧이어, 다섯 자매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민건우!”

다섯 명이 동시에 그 이름을 내뱉었다.

강씨 가문 본가에서 수표를 훔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민건우는 수년간 강씨 가문의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심지어 다섯 자매의 속옷 세탁까지 도맡아 왔다.

그는 다섯 자매의 방에 수시로 드나들 수 있었다.

“분명 손댄 적 없다고? 뻔뻔하기 짝이 없네! 그동안 그 자식을 먹여 살린 건 괜한 짓 한 거야!”

강다유가 분노를 터뜨렸다.

“경찰에 신고해서 당장 잡아넣어야 해!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돼!”

다른 자매들도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강다은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2억... 가져갈 능력이 있다고 해도, 쓸 능력은 없을 거야.”

여자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누나, 저한테 맡겨 주세요!”

강한석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집안을 위해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제 능력을 증명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강씨 가문의 자매들은 그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비교할 것도 없이, 민건우 따위는 강한석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할 수 있겠어?”

강다은이 눈썹을 살짝 들었다.

“저를 믿어 주세요, 누나들!”

강한석이 단호하게 외쳤다.

“좋아. 가서 처리해. 조심해.”

강다은이 허락했다. 강한석의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었다.

강한석은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인 뒤 강씨 가문을 나섰다.

그러나 대문을 나서는 순간, 남자의 몸에서 불안과 소심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강한석의 표정은 차갑게 변했고,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세가 스쳤다.

그는 주머니에서 2억짜리 수표를 꺼내 한 번 바라보면서 입가에 조소가 번졌다.

“강씨 가문이 나한테 진 빚은 아직 한참 남았어.”

그리고 목소리는 냉소적이었다.

강한석은 강씨 가문의 자매들 앞에서 보였던 모습은 철저한 연기였다.

지금 남자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민건우, 네가 빼앗아 간 내 인생... 이제는 네가 그 대가를 치를 차례야.”

...

장씨 저택.

“건우 오빠, 앞으로 여기서 지내세요.”

장서희의 동생 장서지가 환하게 웃으며 민건우의 침대를 정리했다.

이 방은 원래 장서지의 방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요청이 있기도 전부터 이미 기꺼이 민건우에게 내어주기로 했다.

방 안은 온통 분홍빛으로 꾸며져 있었고, 은은한 소녀의 향기가 감돌았다.

민건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숙녀의 방을 빼앗는 것 같아 거듭 사양했지만, 장수철 일가의 거듭되는 강권을 뿌리칠 수 없었다.

한편, 장서희는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내 침대도... 충분히 넓은데...’

쿵!

갑자기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우리 집 문을 왜 부수는 거야? 어? 뭐 하는 거야! 아야!”

우미정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구야? 누군데 우리 집에 와서 사람을 때리는 거야?”

장수철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비켜!”

쾅!

장수철도 강한 충격에 밀려나며 신음을 흘렸다.

방 안에 있던 민건우 일행은 굳어진 얼굴로 급히 거실로 뛰어나갔다.

거실 한가운데, 한 청년이 서늘한 미소를 띤 채 민건우와 장수철 일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누구야? 왜 우리 집에 와서 우리 부모님을 때려?”

장서지는 작은 주먹을 움켜쥐고 청년을 노려보았다.

민건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쓰러진 장수철과 우미정을 바라보면서 얼굴이 순간적으로 싸늘하게 변했다.

그리고 급히 다가가 두 사람을 부축했다.

“장 사장님, 사모님, 괜찮으세요?”

“괜찮다, 괜찮아... 건우 군, 절대 저 인간한테 가까이 가지 말게! 미친놈이야!”

장수철이 떨리는 손으로 민건우를 막아섰다.

장서희도 급히 앞으로 나와 민건우가 다칠까 걱정되어 그를 뒤로 끌어당겼다.

그때, 청년이 민건우를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네가 민건우냐?”

심지어 시선은 마치 먹잇감을 내려다보는 맹수 같았다.

“소개하지. 내 이름은 강한석. 강씨 가문의 진짜 도련님이지.”

그는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나는, 너에게 빼앗긴 지난 십여 년의 내 행복과 영광을 되찾으러 왔다.”

민건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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