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는 차가운 눈으로 허연후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허연후 씨, 한 마디라도 더 하면 평생을 고자로 살게 될 거예요.”허연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왜요? 팬들 앞에서 전 남자 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이라도 행사할 생각이에요? 지금 우리 사이에 흐르는 이 미묘한 분위기만으로 댓글창은 난리 났을 거예요.”한지혜는 그제야 이 상황이 생중계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연후의 말처럼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는 미처 읽어볼 수도 없이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어머나! 지혜 님의 전 남친이잖아! 허씨 가문의 황태
한지혜의 말을 듣고 허연후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대놓고 나보고 늙었다는 소리 아니야? 한지혜, 내가 침대에서 너랑 몇백 번을 뒹굴고 즐겼을 때도 늙었다고 생각했어?’마음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절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워낙 컸기 때문에, 고집쟁이 한지혜를 쉽게 다시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허연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한지혜 씨의 취향이 이렇게 독특할 줄은 몰랐네요. 근데 모든 건 다 하늘이 주어진 인연에 따르는 거더라고요. 저도 예전엔 말 많은 여자를 정말 안 좋아했거든요. 너무 시
한지혜는 분노에 이를 꽉 악물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허연후를 힐끔 보며 말했다.“말 같지 않은 소리 그만해요. 그렇게 좋으면 그 컵 가지세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다이닝룸으로 가서 다시 물 한 잔을 따르고 바에 앉아 있던 다른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제작진은 모두가 모인 것을 보고 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자, 다들 모였으니 게임 하나 할까요?”어떤 여자 출연자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떤 게임인데요? 혹시 진실게임인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에요!”제작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진실게
허연후의 한 마디에 촬영 현장이 들썩였고, 동시에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헐! 전 여자 친구의 생리주기를 기억해 주는 남자! 이게 진짜 사랑 아니면 뭐야! 이 커플 찬성이야.][한지혜 언니, 제발 말해줘요. 왜 헤어졌는지 너무 궁금해요.]이 PD는 허연후의 말을 듣고 바로 나서서 말했다.“한지혜 씨,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술은 안 마시는 게 좋겠어요. 방송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가면 제가 감히 책임질 수 없어요. 차라리 그냥 진실을 말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그는 한지혜를 걱정하는 척 말했지
한지혜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 충격적인 장면을 바라봤고, 실시간 댓글창도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헐, 질투하나 봐! 허연후가 질투하나 봐! 이 정도면 질투의 화신인데? 이 PD님은 역시 스타 PD다워. 우리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아, 너무 웃겨! 고선재는 누나가 뽀뽀해 줄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허 대표님한테 가로채였네. 불쌍해...][허연후가 이 타이밍에 끼어들 줄은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여자라면 무조건 심쿵했을 걸? 난 이제부터 허연후만
한지혜는 서둘러 짐을 챙겨 룸키에 적힌 번호를 따라 걸어갔다. 그 방은 이 리조트의 꼭대기 층에 있었다. 그 층에는 오직 하나의 방만 존재했다.한지혜는 이 럭셔리 스위트룸이 얼마나 화려할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내부 시설을 보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커다란 킹사이즈 물침대, 호화로운 인테리어, 엄청난 크기의 방, 그야말로 5성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보다 몇 배는 더 화려했다.한지혜는 서둘러 짐을 내려놓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부드러운 물침대는 그녀가 올라오자마자 흔들리기 시작했고, 혼자 누워도
한지혜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지만,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도마뱀이었다.어렸을 때 시골 친척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을 때, 도마뱀과 함께 자고 있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때 도마뱀을 깔아뭉개서 죽였던 그 경험은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한지혜는 이미 공포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어도, 그가 누구인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자신을 여기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누가 됐든 상관없었다.허연후는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고 그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설렘이 담겨 있었다. 2년
허연후는 말하면서 천천히 한지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두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뒤섞이자, 방 안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두 사람의 입술이 불과 1센티미터도 남지 않았을 때, 한지혜는 갑자기 허연후의 배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꿈 깨요. 차라리 여기서 굶어 죽을지언정 연후 씨랑 키스는 안 해요.”허연후는 맞고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는 더욱 장난기 넘치는 미소가 번졌다.“누가 키스하려고 했대요? 하지만 지혜 씨가 원한다면 기꺼이 키스해 줄 수는 있어요.”“아니요! 키스하려는 게 아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