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기자들을 쓱 둘러보다가 말을 덧붙였다.“육 대표님과의 개인적인 감정은 이미 과거형입니다. 지금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일 뿐입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말을 마친 조수아는 사람들을 뚫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하지만 좋은 화젯거리를 이렇게 쉽게 놓아줄 기자들이 아니었다.그들은 녹음기를 들이대며 계속 캐물었다.그때, 한 남자가 검은색 고급 승용차에서 내렸다.남자는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얼굴에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몸에는 은색 펄이 은은하게 감도는 회색 양복에 검은색
“주지훈이 차 사고를 당했을 때, 마침 내가 옆에 있어서 바로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어. 제일 유명한 의사를 불러 치료를 해봤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어. 그래서 주은석이 나와 손잡으려 한 거야. 내가 주지훈의 신분으로 세간에 얼굴을 드러내면 주은석을 도와 그 사건을 계속 조사할 수 있지. 동시에 나도 다시 복수를 시작할 수 있고. 그렇게 2년 동안 나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주지훈의 행동과 말투를 일일이 따라 했어. 피나는 노력 끝에 너도 못 알아볼 정도로 나는 주지훈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게 되었어.”가만히 듣고 있던 조수아는 문득
장현숙은 말하며 조수아의 뺨을 휘갈기려고 손을 들어 올리자 조수아는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조수아는 싸늘한 눈길로 장현숙을 빤히 쳐다봤다.“조자현은 아빠와 선생님을 납치했어요. 범죄를 저질렀으니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장현숙은 씩씩거리며 매서운 눈길로 조수아를 노려봤다.“헛소리 그만해. 자현이는 병윤이를 납치한 게 아니라 고택으로 데려가 얘기를 나누려던 것뿐이야. 넌 우리 조씨 가문이 잘되는 꼴을 볼 수가 없어서 자현이를 감옥으로 보내려는 것 아니야?”조수아는 하찮은 듯 코웃음 쳤다.“단순히 얘기를
이 여자가 조병윤과 성수현 사이에서 난 아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장현숙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장현숙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그러자 성지원은 장현숙에게 다가가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저의 엄마가 그쪽 아들과 만날 때부터 유능한 의사로 소문난 건 모르셨나 봐요? 엄마한테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억 단위를 내놓아야 해요. 그런데 조씨 가문 따위가 엄마의 눈에 찰 거라고 생각하세요?”믿을 수 없는 얘기에 장현숙은 넋을 반쯤 놓고 성수현을 빤히 쳐다봤다.20여 년 전, 조씨 가문은 명문가
몇 분 후, 주지훈은 조병윤의 뜻을 전했다.“선생님, 아저씨가 말하시길, 그해 술을 마시고 누구와 실수로 잔 건지 모르겠다네요. 그때 아저씨가 깨난 뒤 너무 무서웠대요. 그리고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무엇보다 컸다고 해요. 그래서 차마 하룻밤을 보낸 여자의 얼굴을 확인도 못 하고 몸에 지니고 있던 목걸이를 보상으로 남기고 바로 떠났다네요. 그 뒤로도 아저씨는 계속 할머니한테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어요. 심지어 조한 그룹을 물려받고 무조건 형들을 부양하는 조건으로 할머니와 계약서도 썼대요. 이 조건이 불공평한 걸 알지만
조병윤의 목소리는 작고 발음도 어눌했다.하지만 성수현은 20년 만에 듣게 된 사과를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성수현은 고통스럽게 눈을 질끈 감았다.지난 시간 동안 조병윤이 왜 그렇게 매몰차게 그녀를 밀어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덜컥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놓고 다음 날에 없었던 일처럼 그녀에게 헤어짐을 고했다.사실, 조병윤도 성수현과 같은 피해자였다.사실, 조병윤은 줄곧 성수현과 결혼하기 위해 애를 썼다.심지어 성수현과 단둘이서 멀리 떠날 각오까지 했었다.20년 동안 마음속에 묻어둔 조병윤에 대한 모든 원한도 미안
마음의 문이 열릴 때마다 성지원의 마음은 무너지듯 아팠다.백시율은 티슈를 꺼내 성지원에게 건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어. 울지마. 나 한 번도 여자를 달래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네가 이렇게 울면 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같이 울어야 맞는 건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어쩔 줄 몰라 하는 백시율을 보며 성시원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위로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진짜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몰라서 고장 나 버렸어.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선생님
주지훈의 말을 들은 조수아는 심기가 불편해졌다.조수아는 주지훈을 냉정하게 밀어내며 눈물을 닦아냈다.“그럼 무슨 신분으로 나와 함께 살 건데? 주지훈이야? 아니면 육문주? 가짜 연인 아니면 전 남편인데 내가 그럴 것 같아?”조수아가 반감을 드러낼 줄 주지훈은 진작에 예상하였다.주지훈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수아야, 우리가 M 국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갔었잖아. 그때 의사 선생님이 네 상태가 무척 좋지 않다고 했어.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하셨지. 너를 이렇게 만든 것도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