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주지훈이 아래위로 파란색 양복을 입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그리고 외투를 벗어 조수아에게 걸쳐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조금 쌀쌀한 것 같은데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요.”조수아는 문득 그의 눈빛과 마주하게 되었지만 블랙홀마냥 깊은 눈동자 외에는 그의 의도를 도통 알아내기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 기분이 어떤지도 알아보기 힘든 정도였는데 마치 예전의 육문주를 보는 것 같았다.다른 사람한테서 그와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어딘가 이상한 조수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허리를 굽혀 그녀와 눈을 맞췄다.그리고 한참 동안 노골적으로 뚫어져라 바라보았는데 마치 한 마리 굶주린 늑대가 자기 사냥감을 보듯 금방이라도 덮쳐올 것 같았다.그의 모습에 조수아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며 말했다.“저는 여태껏 모든 의뢰인을 그렇게 대했습니다. 제가 조사한 진실과 의뢰인의 진술이 일치해야 사건을 접수할 수 있거든요.”“그래요? 전 또 조 변호사님께서 저에게 첫눈에 반한 줄 알았네요. 그건 그렇고 변호사님도 지금 남자 친구 필요하지 않으세요? 아니면 오늘처럼 전남편한테 미련이 남아 여지
여자의 얼굴이 한미영과 똑 닮아있었기 때문이다.만약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한미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조수아는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대뜸 물었다.“당신은 누구예요?”그 여자는 코웃음을 치면서 답했다.“전 조병윤 씨 친딸인 조현영이라고 해요. 조씨 가문의 진짜 핏줄이죠. 그러니까 가짜는 이만 물러나시죠?”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가방에서 친자 확인 보고서를 꺼냈다.한미영과 조현영의 검사 결과였고 위에는 99% 일치한다고 적혀있었다.또한 국과수 도장까지 찍혀있었다.조수아는 조사 중
그와 몇 초간 눈이 마주쳤지만 재빨리 피했다.그리고 차가운 얼굴로 다시 답했다.“당신 마음 받아줄 생각 없으니까 괜히 애쓰지 마세요.”주지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과연 그럴지 두고 봐야겠죠. 그건 그렇고 제가 밥을 사 왔는데 먼저 드세요. 제가 아버님을 돌보고 있을게요.”“아니요.”“왜요? 제가 아버님께 독이라도 먹일 것 같아 두렵나요? 조 변호사님, 그래도 제가 한 기업의 대표인데 누워있는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절 너무 얕잡아 보시네요.”조수아는 이 사람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조수아는 화장실에서 나온 뒤 주저하지 않고 주지훈이 사 온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가 파놓은 함정이 얼마나 깊은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이 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H 국의 몇몇 재벌 그룹을 무너뜨리려면 그녀 혼자 힘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확실히 도와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마침 주지훈이 H 국의 경제를 담당하는 주요 인물이라 조수아한테는 좋은 방패가 되어줄 것 같았다.사실 그녀는 주지훈이 2년 전부터 블랙 타이거 조직에 가입했다고 의심했다.주씨 가문의 세력은 아무나 통제할 수 없었다.그게 막강한 블
조수아는 다급히 주지훈의 손을 뿌리치고 조병윤에게 달려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아빠, 제 말이 들려요? 들리면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 보세요.”이때 조병윤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가락 하나를 까딱 움직여 보였다.그의 모습에 조수아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아빠, 꼭 일어나셔야 해요. 지금 많은 일들이 아빠가 증언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조씨 가문에서 지금 아빠 친딸이라면서 어떤 여자를 데려왔는데 아빠 전 재산을 그 여자한테 넘겨줘도 되는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서요. 아빠가 깨어나셔야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
육문주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을거야. M 국에서 지금 우리 칩 기술을 원하고 있어. 내가 만에 우리 데이터베이스를 넘겨주면 그들은 누나를 바로 풀어줄 거야. 근데 이 기술은 내가 10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서 연구한 결과인데 이대로 쉽게 넘겨줄 수는 없지. 이 일은 아마 오랜 시간을 두고 의논해 봐야 할 것 같아.”두 사람은 현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계획을 짠 뒤 전화를 끊었다.육문주는 차를 몰고 예전의 별장으로 오게 되었다.하지만 차마 내리지는 못하고 그저 먼 곳에 차를 세워두고 가만히 바라만 보
조수아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시 그들의 손에서 검사 결과를 가져와 확인했다.애초에 이 검사를 의뢰했던 목적이 바로 조병윤의 친딸을 찾아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두 사람의 검사 결과는 불일치로 판명 났다. 한미영이 당시 임신했던 아이가 조현영이 맞고 조수아와 같은 날, 같이 낳은 건 사실이나 아이의 친아버지가 조병윤이 아니다. 조수아는 빠르게 상황이 파악되었다.그리고 한미영에 대한 원망이 더욱 깊어졌다.그 뜻인즉슨 처음부터 조병윤을 속였다. 한미영은 당시 임신했다는 핑계로 조병윤과 결혼하는 데까지 성공해서 이 가문으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