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몇 초간 눈이 마주쳤지만 재빨리 피했다.그리고 차가운 얼굴로 다시 답했다.“당신 마음 받아줄 생각 없으니까 괜히 애쓰지 마세요.”주지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과연 그럴지 두고 봐야겠죠. 그건 그렇고 제가 밥을 사 왔는데 먼저 드세요. 제가 아버님을 돌보고 있을게요.”“아니요.”“왜요? 제가 아버님께 독이라도 먹일 것 같아 두렵나요? 조 변호사님, 그래도 제가 한 기업의 대표인데 누워있는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절 너무 얕잡아 보시네요.”조수아는 이 사람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조수아는 화장실에서 나온 뒤 주저하지 않고 주지훈이 사 온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가 파놓은 함정이 얼마나 깊은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이 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H 국의 몇몇 재벌 그룹을 무너뜨리려면 그녀 혼자 힘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확실히 도와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마침 주지훈이 H 국의 경제를 담당하는 주요 인물이라 조수아한테는 좋은 방패가 되어줄 것 같았다.사실 그녀는 주지훈이 2년 전부터 블랙 타이거 조직에 가입했다고 의심했다.주씨 가문의 세력은 아무나 통제할 수 없었다.그게 막강한 블
조수아는 다급히 주지훈의 손을 뿌리치고 조병윤에게 달려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아빠, 제 말이 들려요? 들리면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 보세요.”이때 조병윤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가락 하나를 까딱 움직여 보였다.그의 모습에 조수아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아빠, 꼭 일어나셔야 해요. 지금 많은 일들이 아빠가 증언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조씨 가문에서 지금 아빠 친딸이라면서 어떤 여자를 데려왔는데 아빠 전 재산을 그 여자한테 넘겨줘도 되는지 도무지 판단이 안 서요. 아빠가 깨어나셔야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
육문주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을거야. M 국에서 지금 우리 칩 기술을 원하고 있어. 내가 만에 우리 데이터베이스를 넘겨주면 그들은 누나를 바로 풀어줄 거야. 근데 이 기술은 내가 10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여서 연구한 결과인데 이대로 쉽게 넘겨줄 수는 없지. 이 일은 아마 오랜 시간을 두고 의논해 봐야 할 것 같아.”두 사람은 현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계획을 짠 뒤 전화를 끊었다.육문주는 차를 몰고 예전의 별장으로 오게 되었다.하지만 차마 내리지는 못하고 그저 먼 곳에 차를 세워두고 가만히 바라만 보
조수아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시 그들의 손에서 검사 결과를 가져와 확인했다.애초에 이 검사를 의뢰했던 목적이 바로 조병윤의 친딸을 찾아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두 사람의 검사 결과는 불일치로 판명 났다. 한미영이 당시 임신했던 아이가 조현영이 맞고 조수아와 같은 날, 같이 낳은 건 사실이나 아이의 친아버지가 조병윤이 아니다. 조수아는 빠르게 상황이 파악되었다.그리고 한미영에 대한 원망이 더욱 깊어졌다.그 뜻인즉슨 처음부터 조병윤을 속였다. 한미영은 당시 임신했다는 핑계로 조병윤과 결혼하는 데까지 성공해서 이 가문으로 들
당시 조병윤은 한미영의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다.분명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아버지의 아이로 둔갑시켜 그의 첫사랑과 헤어지게 만들었다.하지만 결혼해서도 그녀는 아버지의 소중함을 모르고 자주 다른 남자들과 문란한 생활을 이어갔다.그 악독한 여자 때문에 아버지는 평생 불행하게 살아온 것이다.조수아는 순간 죽은 한미영이 너무 원망스러웠고 불쌍한 아버지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바로 이때, 백시율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는데 받자마자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누나, 내가 그 신의를 찾아냈어!”그의 말
하지만 주지훈은 아무런 반항도 없이 미소를 살짝 지으며 답했다.“전에 이런 식으로 저를 대했던 사람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백시율은 그의 위협에도 겁먹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장착한 채 다시 물었다.“그럼 당신이 어떻게 성지원 씨를 알고 있나요? 수아 누나한테는 대체 무슨 목적으로 접근한 건가요?”주지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그분 어머니가 신의라는 사실을 알아냈거든요. 그리고 오늘 그 사실을 수아 씨한테 말해주려고 온 건데 뜻밖에도 당신이 먼저 선수 쳤네요.”“그럼 그 시골 이름은 무엇이고 어
하지만 왜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이렇게 친근해 보일까?그녀는 천우 쪽으로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천우야.”그제야 조수아가 돌아온 사실을 발견한 천우는 주지훈의 다리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왔다.그리고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고 말했다.“이모, 보고 싶었어요. 이모도 천우 보고 싶었죠?”조수아는 허리를 굽혀 그를 품에 안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당연하지. 근데 어떻게 혼자 왔어?”“엄마랑 형은 진료받으러 갔는데 전 너무 기다리기 힘들어서 먼저 이모 보러 달려왔어요. 근데 간호사 누나가 데려다준 거니까 너무
허연후의 그 말에 한지혜의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렸다. 모든 졸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허연후는 기억을 잃었지만, 이렇게 사람을 설레게 하다니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그의 이 말에 너무 설레서 가슴이 조금 빨리 뛰기 시작했다.한지혜는 눈을 감은 채로 허연후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이불을 꽉 움켜쥐고 허연후의 뜨거운 숨결을 느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이마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느꼈다.그리고 그녀의 귀에 허연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혜야, 정말 네 옆에서
한지혜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깜짝 놀라며 허연후를 노려보았다. 화가 난 그녀는 그의 등을 세게 두드리며 말했다.“허연후 씨, 미쳤어요? 곧 촬영인데, 여기 자국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그 말을 들은 허연후의 눈에는 장난기 어린 기쁨이 비쳤다. 한지혜가 그가 그녀를 깨무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촬영에 지장이 될까 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고, 그의 능글맞은 눈빛에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자국 안 남기고 살짝만 뽀뽀하면 괜찮은 거지?”그의 깊은 눈 속에서 유혹적인 미소
몇 분간 마사지가 이어지자, 처음엔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하던 배우진도 이내 조용해졌다.그런 배우진을 바라보며 한지혜가 물었다.“우진 씨, 좀 나아졌어요?”배우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주 좋아졌어요. 지혜 씨, 오늘 저녁엔 지혜 씨네 집에 따라가야 할 것 같아요. 혼자선 밥을 해 먹기 힘들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듣자마자 허연후는 손에 힘을 더 주며 차갑게 말했다.“제가 배달 음식 시켜줄게요.”“배달 음식은 별로 안 깨끗하잖아요. 집밥을 먹고 싶어요.”“너 참 까다롭네요. 대충 먹으면 될 것을! 그렇게 까탈스러워서야
배우진은 상심에 잠겨 있던 상태에서 기습적인 허연후의 한 방에 뒤로 밀려나 테이블에 세게 부딪혔다. 그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한지혜는 화가 나서 허연후의 어깨를 ‘툭’치며 소리쳤다.“왜 사람을 치세요? 배우진 씨는 제가 모셔 온 배우예요! 우진 씨가 다치면 우리 촬영장에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기는지 아세요?”허연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배우진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왜 안아주는데? 나도 못하는 스킨십을 왜 하냐고! 말이 돼?”“허연후 씨,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만약 배우진 씨가 다치기라도 하면 제가
“배우로서의 커리어는요? 그걸 포기하실 건가요? 오랫동안 쌓아오신 기반이잖아요.”“예전에는 저도 지혜 씨 생각과 같았습니다. 제가 성공하고 명예를 얻어야 연희 옆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어떤 명예도 그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걸요. 이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우리가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상처 주지도 않았을 텐데요.”배우진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지혜는 더 이상 캐묻기가 어려워 그의 어깨를 힘껏 두드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같이 갈게요. 다
의사의 말을 듣고 천우는 눈을 크게 뜨며 신나서 말했다.“어디요? 제 눈에는 왜 안 보이죠?”의사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잠시 후에 프린트해 줄게. 아직 아기들은 성장 중이라 잘 보이지 않을 거야.”천우는 초음파 사진을 들고 조수아에게 달려가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엄마, 하나는 여동생이에요. 나중에 남동생이랑 같이 여동생을 보호할 수 있겠어요.”조수아는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착하네!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자.”육문주는 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허연후는 한지혜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다야?”한지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아니면요? 뭘 더 기대하신 건가요?”“내 고백을 받아줄 줄 알았지.”“꿈 깨세요! 천우 데리고 가서 잘 놀게 해주세요. 안전하게 부탁드려요.”허연후는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조건 있어. 나한테 뽀뽀해 줘.”한지혜는 그를 밀치며 말했다.“선 넘지 마세요. 너무 과하잖아요.”“천우한테 뽀뽀하라고 한 거야. 너한테 하라고 한 게 아니었는데? 물론 네가 하고 싶다면 난 괜찮아.”한지혜는 화가 나서 그의 가슴을 한 번 쳤다.“농담 그만
다음 날 아침.하늘이 막 밝아올 무렵, 천우는 손목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은 지연 이모랑 새벽 4시에 일어나 작은 게를 잡기로 약속했었다. 흐릿하게 눈을 뜬 천우는 옆에 있는 작은 상자 안의 반딧불이를 보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얼른 상자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봤다.허지연이 잠에서 깨어난 것을 보자, 천우는 ‘쉿’하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지연에게 기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지혜 이모 깨우지 말고 조용히 나가요. 어제 늦게 들어왔으니까 좀 더 자게 해주자고요.”허지연은 그에게 ‘오케이’하며 손
한지혜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독사한테 물리지 않게 조심해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과부가 되긴 싫어요.”허연후는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너는 여기서 가만히 있어.”“조심해요.”한지혜는 큰 바위 위에 서서 허연후를 바라보았다. 허연후는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꺼내 덮개를 열고 반딧불을 잡기 시작했다. 곧 다양한 색의 작은 상자들 안에는 반딧불의 빛이 가득 찼다.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 같았다.한지혜는 그 상자를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