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습에 박서준은 단번에 박주영의 의도를 눈치챘다.미친척 했던 원인이 바로 그의 곁에 돌아오기 위해서였다.그는 자기 어머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물었다.“어머니, 혹시 뭐라도 기억났어요?”박주영은 울다가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그에게 말했다.“서준아, 문주랑 연희는 다 내 친자식이고 네 친형, 친누나야.”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박서준의 눈시울이 빨개졌다.조수아의 추측대로 자기 어머니가 진짜 임다윤이었던 것이다.그는 다시 박주영의 눈물을 닦아주며 애써 위로했다.“어머니, 지금 상황이 많이 심각해요. 그리고
박주영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수아 씨도 힘들겠다. 그렇게 목숨을 바쳐가면서 지켜낸 생명이 결국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진짜 미쳐버릴 거야.”“지금은 괜찮아져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수아 씨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더라고요.”박서준은 입구를 슬쩍 바라보더니 계속 물었다.“할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박주영의 눈에는 순간 살기로 가득 찼다.“보기에는 단순하게 개한테 물렸는데 마침 개한테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지만 내 생각에는 박경준이 꾸민 짓인 것 같아. 오빠가 이 기회를 틈타
천우의 말에 세리는 마음이 아팠다.2년이 지났지만 조수아는 여전히 천우가 친아들인 사실을 모르는 상태다.민우는 조수아를 잘 따랐고 자주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세리는 옆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천우의 반죽 같은 얼굴을 쓸어주며 자애롭게 웃었다.“그럼 엄마랑 같이 수아 이모 기다리자. 그래도 되지?”천우는 고개를 두 번 끄덕거렸다.잠시 후, 조수아의 차가 정원으로 들어오자 천우의 검은 눈동자는 동그래져서 반짝거렸다.천우는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조수아를 반갑게 맞이했다.“엄마, 이모가 왔어. 내가 이모 마중하러 갈게.
조수아와 육문주가 헤어진 건 세리에게 많은 불안감을 심어 주었고 그녀는 결혼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다.조수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언니, 이제 아이 셋도 있고 성빈 씨 일도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집안도 평범해서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성빈 씨가 2년간 언니와 애들한테 얼마나 잘했는지 언니도 잘 알잖아요. 저도 성빈 씨가 진심인 게 느껴지고 다들 언니가 성빈 씨와 결혼하길 바라고 있어요.”천우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조수아에게 물었다.“이모는 언제 결혼해요? 제가 이모 결혼식에 꽃을 뿌려주면 좋을 텐데.”
두 사람의 시선이 드디어 마주치자 시간도 따라 멈춰버린 것 같았다.육문주는 주먹을 꼭 쥐고 길쭉한 다리를 뻗으며 조수아를 향해 걸어갔다.그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꾹꾹 눌러 담았다.2년 만에 조수아를 만난 그는 목소리마저 미세하게 떨렸다.“수아야, 잘 지냈어?”다시 육문주의 목소리가 조수아의 귀를 울렸다.조수아는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육문주를 보며 마치 꿈꾸는 것처럼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2년간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아내는데 도가 튼 조수아는 더 이상 2년 전의 그녀가 아니었다.조수아는 줄곧 슬픈 감정을 잘 참아왔다
육문주는 조수아의 얄팍한 몸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지금 조수아의 신분과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육문주는 모를 리가 없었다.조수아가 진행한 몇 차례 소송도 계속 귀를 기울였다.심지어 M 국에서 진행한 소송에는 직접 방청석에 앉아 들었다.자신감이 넘쳐나는 조수아는 온몸에서 빛을 뿜어냈다.육문주와 함께 있을 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럼 빛이었다.조수아처럼 빛나는 사람을 육문주가 4년 동안 꼭꼭 숨겨둔 것이다.육문주는 주머니에 넣어둔 손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고 못마땅한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내 걱정은 접어두고 넌
해산물 알레르기?이 단어를 듣는 순간 조수아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육문주도 해산물 알레르기를 앓고 있었다.그런데 천우도 해산물 알레르기라니.그냥 우연이라기에 너무 이상했다.조수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서 눈길을 육문주에게 돌렸다.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파르르 떨렸다.“저, 저 그냥 어탕 좀 먹였을 뿐인데...”세리는 가방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천우가 해산물이면 입도 못 대요. 어탕 같은 것도 안 돼요. 제가 전에 어탕을 먹고 모유 수유를 했는데 천우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서 완전히
육문주는 안쪽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더니 연성빈에게 쥐여주었다.“이건 올해 천우의 양육비예요. 2년간 세리 씨와 수고 많았어요.”연성빈은 거듭 거절했다.“저번에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저번에 제가 돈을 받았다고 세리한테 한바탕 혼났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 돈 못 받아요.”“이 돈 안 받으면 제 마음이 불편해요. 제가 제 아들을 못 키워서 성빈 씨한테 맡기는 것만으로도 너무 미안한데 돈마저도 거절하면 제가 무슨 낯으로 두 분을 봐요.”연성빈은 결국 마지못해 카드를 받아 넣었다.두 사람은 근황 토크를 한참 나누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