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갑자기 세리가 핸드폰을 꺼내면서 조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너랑 천우를 사진 찍어 줄게. 이따가 시우도 깨어나면 같이 몇 장 더 찍어. 울적할 때 애들 사진 보면 기분이 좋아질거야.”조수아는 단번에 세리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그는 씁쓸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천우에게 말했다.“아가야, 엄마 쪽 한번 봐봐. 우리 같이 사진 찍자.”천우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그녀를 보면서 작은 주먹을 입에 넣었다.조수아는 세리 쪽을 가리키면서 다시 천우에게 말했다.“아가야, 날 보지 말고 엄마 쪽을 봐야지. 그래야 사진이
“그래. 하루라도 빨리 진짜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게. 그럼 되지?”두 사람의 사랑싸움에 조수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러다가 그 모습들이 자기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내일 두 분 조심히 돌아가세요. 전 내일 재판이 있어서 이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네요.”“그래. 너도 조심히 돌아가. 그리고 아기 보러 자주 놀러 오고.”조수아는 세리네 집에서 나온 뒤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아기 묘지에 오게 되었다.그녀는 조심스레 꽃다발을 묘비 위에 올려다 놓은 뒤 휴지로 묘비를 정성
박주영은 M 국에 돌아간 뒤 아버지를 돌봐주기 위해 산속 별장에 들어갔다.그리고 입고 먹는 건 모두 박경준이 가져다줬다.처음에는 몰랐지만 며칠이 지나고 보니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었디.여기는 어디든지 경호원들로 쫙 깔려있었고 그녀가 어디를 가든 경호원들이 반드시 동행해야 했다.또한 인터넷은 국내 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메세지를 보낼 수도 없었다.박서준과의 통화 횟수도 점점 줄어들자 박주영은 그제야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육상근이 의심한것과 같이 박경준
그녀의 모습은 이미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당황한 박경준은 재빨리 그녀를 들어 올리면서 다시 다정하게 말했다.“주영아, 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널 구하러 왔어.”이때 눈물을 닦고 그의 얼굴을 마주 보던 박주영의 눈빛이 순간 돌변하더니 그대로 온 힘을 다해 그의 어깨를 물어버렸다.참을 수 없는 고통에 박경준이 얼굴을 찡그리자 경호원들은 저마다 박주영을 떼어내려 했지만 박경준은 그들을 말렸다.그는 이번 화재로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아니면 진짜로 미쳐버린 건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박주영은 계속 그의 어
그녀의 모습에 박서준은 단번에 박주영의 의도를 눈치챘다.미친척 했던 원인이 바로 그의 곁에 돌아오기 위해서였다.그는 자기 어머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물었다.“어머니, 혹시 뭐라도 기억났어요?”박주영은 울다가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그에게 말했다.“서준아, 문주랑 연희는 다 내 친자식이고 네 친형, 친누나야.”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박서준의 눈시울이 빨개졌다.조수아의 추측대로 자기 어머니가 진짜 임다윤이었던 것이다.그는 다시 박주영의 눈물을 닦아주며 애써 위로했다.“어머니, 지금 상황이 많이 심각해요. 그리고
박주영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수아 씨도 힘들겠다. 그렇게 목숨을 바쳐가면서 지켜낸 생명이 결국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진짜 미쳐버릴 거야.”“지금은 괜찮아져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수아 씨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더라고요.”박서준은 입구를 슬쩍 바라보더니 계속 물었다.“할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박주영의 눈에는 순간 살기로 가득 찼다.“보기에는 단순하게 개한테 물렸는데 마침 개한테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지만 내 생각에는 박경준이 꾸민 짓인 것 같아. 오빠가 이 기회를 틈타
천우의 말에 세리는 마음이 아팠다.2년이 지났지만 조수아는 여전히 천우가 친아들인 사실을 모르는 상태다.민우는 조수아를 잘 따랐고 자주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세리는 옆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천우의 반죽 같은 얼굴을 쓸어주며 자애롭게 웃었다.“그럼 엄마랑 같이 수아 이모 기다리자. 그래도 되지?”천우는 고개를 두 번 끄덕거렸다.잠시 후, 조수아의 차가 정원으로 들어오자 천우의 검은 눈동자는 동그래져서 반짝거렸다.천우는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조수아를 반갑게 맞이했다.“엄마, 이모가 왔어. 내가 이모 마중하러 갈게.
조수아와 육문주가 헤어진 건 세리에게 많은 불안감을 심어 주었고 그녀는 결혼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다.조수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언니, 이제 아이 셋도 있고 성빈 씨 일도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집안도 평범해서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성빈 씨가 2년간 언니와 애들한테 얼마나 잘했는지 언니도 잘 알잖아요. 저도 성빈 씨가 진심인 게 느껴지고 다들 언니가 성빈 씨와 결혼하길 바라고 있어요.”천우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조수아에게 물었다.“이모는 언제 결혼해요? 제가 이모 결혼식에 꽃을 뿌려주면 좋을 텐데.”
이미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송학진한테 차서윤의 말은 마치 휘발유처럼 그를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송학진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선물?”차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먼저 씻어요.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예요.”송학진은 차서윤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여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잖아. 저쪽 칸에서 씻을 테니까 자기가 여기서 씻어. 씻고 나왔을 때 선물이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길 바랄게.”“그럴 일 없어요.”차서윤은 송학진을 방에서 밀어내고 물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송학진
“외삼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외숙모와 아림이도 나 때문에 만난 거잖아요. 만약 유치원에서 내가 아림의 치마를 적시지 않았다면 외삼촌이 외숙모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천우의 말을 잠깐 생각해보던 육문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천우가 아니었다면 송학진은 어쩌면 아직도 솔로였을 수도 있었다.갑자기 뿌듯해진 육문주는 잔을 들고 자리에 있는 형제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우리 아들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천우가 아니었으면 우리 이 축하주를 언제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야.”곽명원은 웃으며 말했다.“천우가 아니었
박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배은망덕한 건 아닌 것 같네. 보살펴준 보람이 있어. 왔던 김에 가족들이랑 며칠 시간 좀 보내다 갈 거야.”박서준의 말에 곽서연은 즉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우리 그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박서준은 곽서연을 흘려보며 말했다.“삼촌이랑 헤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네. 매일 매일 삼촌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왜 이렇게 달라붙는 거야? 천우보다 더하네?”곽서연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은 내가 달라붙는 게 싫어요?”박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싫다고 그러면 또 울
곽서연과 박서준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곽명원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박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네 집 공주님께서 발을 삐끗해서 울고 계시잖아.”곽명원은 별생각 없이 곽서연 곁으로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발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마구잡이로 잡고 돌리는 턱에 아파 난 곽서연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아! 삼촌 살살 좀 해요.”곽서연은 참을 수 없는 아픔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곽명원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아프다고? 어릴 때처럼 아픈 척하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