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조수아를 자기 병실로 데려다줬다. 그리고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육문주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수아야, 모든 게 다 괜찮아질 테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마.”조수아는 한껏 수척해진 얼굴로 육문주에게 되물었다.“연희 언니 쪽 상황은 좀 어때?”“이미 변호사를 보냈는데 증거 수집하는 단계라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문주 씨.”조수아가 다시 그를 불렀다.“우리 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날 돌봐주고 있으니까 여긴 신경 쓰지 말고 언니 쪽 일부터 잘 처리해 줘. 지금 그쪽 일이 제일 중요하잖아.”그
사실 조수아도 육문주의 결정을 진작에 눈치챘다.아니면 눈 뜨자마자 보였던 사람이 그였을 것이다. 조수아는 가슴이 아픈 나머지 두 눈을 꼭 감았다.그리고 베개는 어느새 눈물로 흠뻑 젖었다.그녀는 여기서 육문주의 손을 놓고 싶지도,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여기서 그 사람마저 잃게 되면 혼자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조수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이 날 이렇게 쉽게 떠나갔단 사실을 난 믿을 수 없고 믿기도 싫어. 지혜야, 난 지금 당장 문주 씨를 만나야겠어.”한지혜는 티슈 한 장을 뽑아 그녀의 눈물을
조수아의 지금 심정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그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가 다시 육문주를 올려다보면서 되물었다.“문주 씨, 나랑 결혼할 때 분명 이제부터 고난과 슬픔을 함께 이겨내자고 약속했잖아. 그게 그냥 한 말이었어?”“수아야, 미안해. 네가 이렇게 다치는 모습을 더는 보고만 있기 힘들어. 나랑 헤어져야만 박씨 가문이랑 송씨 가문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고 너랑 아버님도 안전해져. 박경준도 지금 내 약점이 너란 사실을 눈치채고 계속 너만 물고 늘어지잖아. 그리고
“네. 곧 갈게요.”조수아는 차를 몰고 세리네 집으로 향했다.거실에는 이미 수많은 아기용품과 장난감 그리고 젖병과 기저귀들로 가득 어질러져 있었다.그리고 방안 구석구석 아기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그 모습에 조수아는 자기도 모르게 코가 시큰해 나고 눈가가 촉촉해졌다.만약 자기 아기도 살아있었더라면 그녀를 보고 방긋방긋 웃고 있겠지.생각해 보니 또다시 가슴이 저려오기 시작했다.이때 위층에서 내려오던 세리가 조수아의 모습을 발견하고 같이 마음 아파했다.그러다가 그녀의 곁에 다가와 손을 잡고 물었다.“아기가 보고 싶어졌어?
이때 갑자기 세리가 핸드폰을 꺼내면서 조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너랑 천우를 사진 찍어 줄게. 이따가 시우도 깨어나면 같이 몇 장 더 찍어. 울적할 때 애들 사진 보면 기분이 좋아질거야.”조수아는 단번에 세리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그는 씁쓸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천우에게 말했다.“아가야, 엄마 쪽 한번 봐봐. 우리 같이 사진 찍자.”천우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그녀를 보면서 작은 주먹을 입에 넣었다.조수아는 세리 쪽을 가리키면서 다시 천우에게 말했다.“아가야, 날 보지 말고 엄마 쪽을 봐야지. 그래야 사진이
“그래. 하루라도 빨리 진짜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게. 그럼 되지?”두 사람의 사랑싸움에 조수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러다가 그 모습들이 자기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내일 두 분 조심히 돌아가세요. 전 내일 재판이 있어서 이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네요.”“그래. 너도 조심히 돌아가. 그리고 아기 보러 자주 놀러 오고.”조수아는 세리네 집에서 나온 뒤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아기 묘지에 오게 되었다.그녀는 조심스레 꽃다발을 묘비 위에 올려다 놓은 뒤 휴지로 묘비를 정성
박주영은 M 국에 돌아간 뒤 아버지를 돌봐주기 위해 산속 별장에 들어갔다.그리고 입고 먹는 건 모두 박경준이 가져다줬다.처음에는 몰랐지만 며칠이 지나고 보니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들었디.여기는 어디든지 경호원들로 쫙 깔려있었고 그녀가 어디를 가든 경호원들이 반드시 동행해야 했다.또한 인터넷은 국내 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메세지를 보낼 수도 없었다.박서준과의 통화 횟수도 점점 줄어들자 박주영은 그제야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육상근이 의심한것과 같이 박경준
그녀의 모습은 이미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당황한 박경준은 재빨리 그녀를 들어 올리면서 다시 다정하게 말했다.“주영아, 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널 구하러 왔어.”이때 눈물을 닦고 그의 얼굴을 마주 보던 박주영의 눈빛이 순간 돌변하더니 그대로 온 힘을 다해 그의 어깨를 물어버렸다.참을 수 없는 고통에 박경준이 얼굴을 찡그리자 경호원들은 저마다 박주영을 떼어내려 했지만 박경준은 그들을 말렸다.그는 이번 화재로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아니면 진짜로 미쳐버린 건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박주영은 계속 그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