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숙은 송학진을 여태까지 본 적이 없었다.상냥해 보이는 사내가 위협적인 말을 내뱉자 장현숙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장현숙은 계속하여 욕을 퍼부었다.“조수아, 넌 역시 네 엄마와 똑 닮았어.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남자 하나는 잘 꼬셔서는 육문주 하나도 모자라서 이제는 이 순한 젊은이까지 꼬신 거야? 아니, 남자들은 눈이 삐었나? 조수아 얘가 얼마나 천한지 모르겠어?”장현숙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금까지도 깍듯하게 인사를 하던 사내의 얼굴은 180도 변해 있었다.송학진은 어느새 조자현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조자현은 방어할
송학진은 조수아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자 바로 알 수 있었다.그는 뒤에 놓여있던 담요를 집어 들고 조수아의 몸에 걸쳐주고는 부드럽게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요. 아이는 괜찮을 거예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던 내가 다 처리할게요. 알겠죠?”육문주가 곁에 없는 상황에 송학진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든든했다.조수아의 긴장되던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십여 분 후, 허연후는 산부인과 의사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섰다.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이한테 아무런 문제가
조수아는 움찔하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다가 벽에 부딪혔다.차가운 벽이 등에 닿자 조수아는 점차 의식을 되찾았다.만약 사인하게 되면 조병윤이 수술대에서 죽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사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조병윤은 언제든지 숨이 끊어질 수 있었다.어려운 선택 앞에서 조수아는 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잠시 후, 조수아는 천천히 주치의한테 다가가 사인을 했다.조수아의 글씨체는 그녀의 마음처럼 삐뚤삐뚤했다.사인을 마친 조수아는 순간 울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저
송학진은 조수아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이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이내 손을 뗐다.진영택은 조수아를 위로해 나섰다.“조 변호사님, 대표님께서 아무 일도 없으실 겁니다. 아마 지금쯤 이미 도망쳤을지도 모르죠. 다만 그쪽에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 연락이 닿을 수 없을 뿐이에요.”모두가 한 마음으로 조수아를 위로하자 그녀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조수아는 눈물을 머금은 채 작은 소리로 말했다.“문주 씨가 저와 아이를 두고 떠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문주 씨는 무슨 일 있어도 꼭 돌아올 거예요.”조수아는 눈물을
전화번호를 확인하자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쉰 목소리였지만 송학진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송학진은 눈을 번뜩이며 조수아를 바라보았다.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수아 씨는 잘 있지. 너는 어때?”육문주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말했다.“수아한테 바꿔줘 봐.”송학진은 바로 조수아한테 다가가 천천히 몸을 숙이며 말했다.“수아 씨, 문주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무사해요.”그 말을 들은 조수아는 눈에 빛이 나더니 몇 초 후에야 이게 꿈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조수아는 송학진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육문
백시율은 의사의 손목을 꽉 쥐었다.그도 지금 이 상태로 병원에 가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아무리 캠프 구조대라고 해도 환경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그리고 천천히 의사의 팔을 다시 놓아주면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시작하세요.”의사는 수술 도구들을 꺼낸 뒤 육문주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집계!”“핀셋.”“봉합실.”“거즈.”백시율도 옆에 서서 의사를 도왔다.의사는 고작 2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수술 솜씨는 베테랑처럼 능숙했다.이는 백시율도 놀라게 했다.한 시간 후, 육문주의 몸에서 드디어 총알을 제
육문주는 어두운 얼굴로 임다윤을 쏘아보았는데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를 단번에 한쪽으로 밀쳐버리고 조수아를 품에 안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매서웠던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온화해졌다.목소리 또한 한껏 부드럽게 변했다.“수아야, 걱정했지. 미안해. ”조수아는 순간 목이 메는 것 같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문주 씨, 당신...”그를 본 순간 말도 하기 힘들었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여태껏 억지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한시름 놓을수 있었다.그리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지
그녀는 또 배 속의 아이 때문에 억지로 컨디션 조절해야 했다.그리고 조수아가 매일 밥을 억지로 먹다가 다 토해냈다는 말을 들은 육문주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안쓰러운 마음에 그는 조수아의 손을 잡고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조수아가 드디어 눈을 떴다.정신을 차리려 보니 눈에 들어온 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육문주였다.조수아는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가볍게 이름을 불렀다.“문주 씨.”조수아의 부름에 육문주는 냉큼 일어났다.“수아야, 괜찮아?”조수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난 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