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조수아가 출생의 비밀을 받아들이려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설사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조수아가 송군휘가 친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을 게 뻔했다.이때 송군휘가 송학진한테로 전화를 걸어왔다.송학진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송군휘의 슬픔에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학진아. 미진이가 십 년 형을 받았어. 걔가 감옥에 십 년이나 갇혀있어야 한다고. 애가 십 년 후에 석방되더라도 이미 반쯤 망가져 있을 거야. 뭔 수를 써서라도 미진이를 감옥에서 꺼내줘. 누가 뭐래
조수아가 처음으로 이런 말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지난번 황애자의 생일 파티 때 오현자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당시 조수아는 개의치 않고 살짝 웃어줬었다.“그렇게 말하면 저와 송미진도 닮았는데 보통 인연이 아니겠네요? 이건 인연보다 한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조수아가 송학진을 밀어내자 그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수아 씨. 저와 미진이를 엮지 말아 줄래요? 저와 송미진은 철천지원수예요. 이선정이 저의 어머니를 죽이고 저는 제 친동생을 잃었어요. 전 앞으로 영원히 송미진 편에 서 있지 않을 거예요.”조수아의 신임을 얻기 위해
한지혜와 허연후가 한참을 달래서야 조수아는 맞은편 VIP 병실로 갈 수 있었다.조수아는 침대에 누워 한참 뒤척이고 나서야 서서히 졸음이 쏟아졌다.다음 날 아침.장현숙과 조자현은 병문안을 왔다.VIP 병실에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본 조자현은 놀라서 멈칫했다.조자현은 장현숙의 팔을 덥석 잡았다.“할머니. 설마 우리 못 들어가게 막는 건 아니겠죠?”장현숙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내가 우리 병윤이 엄마야. 엄마가 아들 보러 왔는데 누가 감히 나를 막아? 만약 나를 목 들어가게 하면 여기 자리
장현숙은 송학진을 여태까지 본 적이 없었다.상냥해 보이는 사내가 위협적인 말을 내뱉자 장현숙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장현숙은 계속하여 욕을 퍼부었다.“조수아, 넌 역시 네 엄마와 똑 닮았어.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남자 하나는 잘 꼬셔서는 육문주 하나도 모자라서 이제는 이 순한 젊은이까지 꼬신 거야? 아니, 남자들은 눈이 삐었나? 조수아 얘가 얼마나 천한지 모르겠어?”장현숙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금까지도 깍듯하게 인사를 하던 사내의 얼굴은 180도 변해 있었다.송학진은 어느새 조자현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조자현은 방어할
송학진은 조수아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자 바로 알 수 있었다.그는 뒤에 놓여있던 담요를 집어 들고 조수아의 몸에 걸쳐주고는 부드럽게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요. 아이는 괜찮을 거예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던 내가 다 처리할게요. 알겠죠?”육문주가 곁에 없는 상황에 송학진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든든했다.조수아의 긴장되던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십여 분 후, 허연후는 산부인과 의사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섰다.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이한테 아무런 문제가
조수아는 움찔하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다가 벽에 부딪혔다.차가운 벽이 등에 닿자 조수아는 점차 의식을 되찾았다.만약 사인하게 되면 조병윤이 수술대에서 죽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사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조병윤은 언제든지 숨이 끊어질 수 있었다.어려운 선택 앞에서 조수아는 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잠시 후, 조수아는 천천히 주치의한테 다가가 사인을 했다.조수아의 글씨체는 그녀의 마음처럼 삐뚤삐뚤했다.사인을 마친 조수아는 순간 울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저
송학진은 조수아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이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이내 손을 뗐다.진영택은 조수아를 위로해 나섰다.“조 변호사님, 대표님께서 아무 일도 없으실 겁니다. 아마 지금쯤 이미 도망쳤을지도 모르죠. 다만 그쪽에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 연락이 닿을 수 없을 뿐이에요.”모두가 한 마음으로 조수아를 위로하자 그녀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조수아는 눈물을 머금은 채 작은 소리로 말했다.“문주 씨가 저와 아이를 두고 떠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문주 씨는 무슨 일 있어도 꼭 돌아올 거예요.”조수아는 눈물을
전화번호를 확인하자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쉰 목소리였지만 송학진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송학진은 눈을 번뜩이며 조수아를 바라보았다.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수아 씨는 잘 있지. 너는 어때?”육문주는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말했다.“수아한테 바꿔줘 봐.”송학진은 바로 조수아한테 다가가 천천히 몸을 숙이며 말했다.“수아 씨, 문주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무사해요.”그 말을 들은 조수아는 눈에 빛이 나더니 몇 초 후에야 이게 꿈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조수아는 송학진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육문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