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의 솔깃한 제안에 조수아는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아이가 자라는 동안 아빠의 역할도 중요했기에 조수아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는 위험해 지기 마련이다.이번에도 한지혜가 조수아 대신 차를 가지러 가지 않았다면 그녀가 이미 유산되었을지도 모른다.조수아는 눈시울을 붉히고 육문주를 바라보았다.“미안하지만 그 제안 거절할게.”육문주는 몸을 숙여 조수아의 귀 끝을 깨물었다.그의 뜨거운 불에 달궈진 것 같은 숨결은 조수아의 귓바퀴를 맴돌았다.“조수아, 설마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긴 건지 까
조수아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랑을 조수아도 싫어할 수 없었다.육문주를 떠나겠다는 굳은 다짐도 한순간에 무너졌다.조수아는 고개를 들고 육문주를 바라보며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문주 씨, 하나만 약속해 줘. 끝까지 우리 아이를 지켜줘.”육문주는 고개를 숙여 조수아한테 입을 맞추고는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약속할게. 일이 다 해결되면 우리 바로 떠나자. 우리 세 사람,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자. 나는 너를 돌보고 너는 임산부 요가를 하면서 우리 아이가 태어
송군휘의 협박에도 조수아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었다.조수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럴 능력 있으면 얼마든지 해보세요.”조수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올라갔다.송군휘는 분노에 휩싸여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그가 입을 떼려는 순간 육문주의 웃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죄송하게 됐어요, 아저씨. 제가 너무 우리 수아를 오냐오냐했더니 저한테 하던 버릇을 아저씨한테도 했네요. 하지만 수아가 말한 게 틀린 말 하나 없긴 하죠. 아저씨가 정말 그럴 능력도 없으시잖아요.”육문주는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문에
조수아는 한지혜의 변호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그녀는 일찍부터 일어나 배에 손을 얹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행복한 표정을 한 조수아는 작은 소리로 아이한테 속삭였다.“아가야, 엄마가 변호를 마치면 네 아빠와 떠나자. 진짜 생각만 해도 너무 기대된다.”육문주와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두근거렸다.이때 육문주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육문주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매력적이었다.“수아야, 아이와 같이 떠날 준비를 다 했어?”조수아는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준비는
이 집사의 말에 조수아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그녀는 다급하게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 이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아버님께서 심장병이 재발하여 급히 병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하셨어요.”자초지종을 듣고 난 조수아는 손이 파르르 떨리더니 목소리마저 미세하게 떨렸다.“기다려요. 제가 금방 갈게요.”조수아는 바로 몸을 일으키자 상대 변호사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조 변호사님, 저희 피고인이 평정심을 되찾으셔서
한시가 급한 상황에 육문주는 길게 머무를 수 없었다.육문주는 조수아를 다독이고는 뒤도 돌아볼 새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조수아가 법정을 떠나지 않자 송미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송미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조수아를 쏘아보았다.그녀는 조병윤이 응급실에 실려 갔음에도 조수아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변호를 잘 해낼 수 없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조수아는 씩씩하게 눈물을 닦아내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녀는 최대한 빨리 평정심을 되찾으려 노력했다.한지혜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조수아한테 물을 건넸다.“수아야, 걱정하지 마. 아저씨 괜찮으
조수아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조병윤은 이미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였다.조병윤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몸 곳곳에 기기가 연결된 채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조수아는 조심스레 조병윤한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으며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궜다.육문주는 다가가 조수아의 어깨를 감싸안고 위로했다.“수아야, 너무 슬퍼할 필요 없어. 아버님께서 충격받으셔서 심장병이 재발하기는 했지만 수술만 받고 나면 괜찮아질 수 있대.”조수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육문주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아빠가 특이한 케이스라 국내에 감히 수술하겠다고 나서는 의사가 없을 텐
송학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조수아가 출생의 비밀을 받아들이려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설사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조수아가 송군휘가 친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을 게 뻔했다.이때 송군휘가 송학진한테로 전화를 걸어왔다.송학진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송군휘의 슬픔에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학진아. 미진이가 십 년 형을 받았어. 걔가 감옥에 십 년이나 갇혀있어야 한다고. 애가 십 년 후에 석방되더라도 이미 반쯤 망가져 있을 거야. 뭔 수를 써서라도 미진이를 감옥에서 꺼내줘. 누가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