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뭘 알아낸 거야?”송학진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며 말했다.“육문주. 난 널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어. 이 일이 있는 뒤에 난 가장 먼저 너한테 알려줬어. 가족들도 모르고 있었다고. 난 그렇게 널 믿었는데 넌 왜 날 속였어? 분명 조수아가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송학진은 울부짖었다.그는 줄곧 육문주가 그를 도와 여동생을 찾고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송학진은 이 개자식이 사실을 숨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육문주는 평소와 같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 말을 들은 외할아버지는 더욱 화를 냈다.“설매가 널 사랑해서 너와 함께 있기 위해 혼자 C시와 B시를 다니면서 널 챙겼어. 근데 넌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 때문에 내 딸을 죽게 만들어? 그리고 내 손녀의 행방은 아직도 알 수가 없어. 송군휘 넌 설매의 영혼을 어떻게 천국에서 편히 쉬게 해 줄 거야?”송군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눈물과 함께 얼굴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반드시 딸을 찾고 설매가 죽은 이유도 찾겠습니다.”박현철은 그의 배를 발로 차며
육문주는 설 연휴를 5날 동안 즐기고 C시로 돌아왔다.그는 차에 타자마자 진영택에게서 보고를 받았다.“대표님.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조 대표님께서 업계 친구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몸이 안 좋아서 새로 설립한 회사는 새로운 사람에게 넘긴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낮은 가격으로요.”육문주는 듣자마자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조병윤이 새로 설립한 회사는 그가 줄곧 좋아했던 태양광 산업 분야였다.그 분야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전망이 아주 좋은 분야였다.조병윤의 전문 분야와도 결합할 수 있었기
지금 이런 시기에 누구라도 떠나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육문주는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그는 조수아의 턱을 잡으며 점점 더 차가워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조수아. 더 이렇게 독한 사람이었어? 날 혼자 여기에 버리고 혼자 떠나겠다는 거야? 넌 네가 떠난 다음에 내가 어떻게 지낼지 생각 안 해봤어? 너 예전에 약속했었잖아. 어떤 태풍이 불어닥쳐도 나와 함께하겠다고.”그는 말할수록 마음이 더욱 괴로워 눈시울이 붉어졌고 깊은 눈에는 안개가 가득 찬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이 말을 들은 육문주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계속 지켜보라고 했잖아.”“조 대표님께서 저희를 발견하고 설 연휴에 수고가 많다면서 차를 타 주셨는데 그걸 마시고 나서 저희 모두 쓰러졌습니다. 깨어나 보니 수아 아가씨와 조 대표님 모두 안 보였고요.”육문주는 이를 악물고서는 바로 지시를 내렸다.“모든 에어라인 봉쇄하고 도시 전체를 뒤져서라도 찾아.”그는 혼자 차를 몰고 조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육문주는 조수아가 이렇게 떠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어떤 흔적도 없었다.그가 조수아의 방문을 열었을 때 침대
만약 한지혜가 조수아를 위해 차를 가지러 가지 않았다면 지금 다친 건 조수아였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육문주는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허연후는 들것에 올려진 한지혜의 얼굴을 큰 손으로 세게 두드렸다.“한지혜 잠들면 안 돼. 정신 차려.”한지혜는 허연후의 손에 맞아 너무 아픈 건지 천천히 눈을 뜨더니 미약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차 사고로 죽는 게 아니라 맞아서 죽겠어요.”그 목소리를 들은 허연후의 눈은 순간 뜨거워졌다.그는 바로 대답했다.“느낌이 어때? 아이는 괜찮아?”한지혜가 말
박서준은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다.그는 눈을 살짝 치켜뜨며 말했다.“돌아간다면 앞으로 어떤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조수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지혜 혼자 나를 대신해서 모든 걸 감당하게 내버려둘 수 없어요. 내가 지혜 대신 복수해 줄 거예요.”박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조수아의 성격을 알기에 더 말하지 않았다.조수아는 평소에는 얌전하게 말을 잘 들었지만 진심으로 성격을 부리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그는 힘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가요. 내가 병원으로 데려다줄게요.”두 시
허연후는 눈초리를 가볍게 치켜 올리며 육문주를 바라보았다."누군가가 일부러 네 상처를 과장해서 수아 씨를 속여 데려온 거 같아.”조수아는 빠른 걸음으로 한지혜의 침대로 다가갔다. 한지혜의 손을 잡으며 붉어진 눈으로 그녀의 상처를 바라보더니 가슴 아픈 목소리로 물었다."지혜야 많이 아프지?”한지혜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안 아파. 수술은 마취도 하고 했는데 왜 아프겠어. 이참에 나도 푹 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너무 걱정하지 마.”허연후은 웃으면서 말했다."아까 아프다고 울고 있었던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네.”"허
송학진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난 강한나는 눈시울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며 경호원을 바라보고 말했다.“내 발로 나갈 테니까 비켜요.”말을 마친 강한나는 도도한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뒤에서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모든 것이 끝나고 송학진은 차서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예복을 갈아입었다.송학진은 차서윤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윤아, 이제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감히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송학진은 차서윤이 이십여 년간 저런 아버지 밑에서 보내다 겨우 그
차경훈은 한순간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차서윤이 모든 증거를 모으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차경훈은 울며 빌었다.“서윤아, 아빠가 그때는 정신이 없었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고소만 하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차서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고소뿐만 아니라 부녀지간의 관계까지 끊을 거니까 앞으로 다시는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세요. 더는 꿈에서조차 보기 싫으니까. 우리 이젠 죽을 때까지 연락하지 말죠.”차서윤의 말에 경호원은 차경훈을 강제로 현장에서 끌고 나갔다.차서윤의 완강한 태도에 겁을
그 말을 들은 차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송학진의 볼에 입맞춤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결심을 내렸다.“감사해요. 근데 저는 학진 씨가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속의 흉터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 해도 학진 씨를 위해서 뭐든 할 거예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신부 들러리로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송학진에게 건네줬다.“제 핸드폰과 스크린을 연결해 주세요.”그 말은 들은 송학진은 차서윤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그녀에게 무수한 악몽을 남겨준 악마 같은 남자를 보자 차서윤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분노와 슬픔이 있었고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감옥에 있어야 할 차경훈이 왜 멀쩡하게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일까.송학진이 재빨리 다가와서 그녀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해 줬다.“괜찮아. 내가 사람을 불러서 저 사람을 감옥으로 돌려보낼게.”그가 매니저에게 눈치를 보내자 매니저는 사람을 불러와서 송학진을 제압했다. 경호원들에게 잡힌 차경훈은 그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