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진은 회색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왔다.줄곧 온화하던 그의 얼굴은 순간 차갑게 변해 있었다.그는 송미진 앞에 다가가 그녀를 바닥에서 끌어 올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충고했다.“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겼으면서 감히 엄마의 일을 언급해? 돌아가서 제대로 반성해!”송학진은 말하면서 사정없이 송미진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가만히 듣고 있던 설 여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그녀의 항상 온화하던 외손자는 송미진한테 더 지극정성이었다.하지만 오늘 그가 송미진을 대하는 태도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뒤에서 설 여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학진아. 이게 사실이야?”이 목소리를 듣고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설 여사님은 눈물을 흘리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앞으로 다가와 송학진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학진아. 설매의 딸이 그 아이가 아니라면 그럼 설매의 딸은 어디 있는 거야?”설 여사님은 눈물을 흘렸다.딸이 죽임을 당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마치 칼이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송학진은 다급하게 부드러운
조수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문주한테 사실대로 말하면 문주가 날 보내줄까?”“문자가 널 보내줘도 분명 널 보러 갈 거야. 때가 되면 임신한 사실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아?”“아무도 날 찾을 수 없도록 내 흔적을 숨겨줄 사람을 찾고 있어. 그리고 난 너희하고도 다시 연락하지 않을 거야. 아이를 낳을 때까지.”그 말에 한지혜는 순간 깜짝 놀랐다.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떠나고 나면 나도 너한테 연락할 수 없는 거야? 수아야 이렇게 잔인하게 굴지 마. 네가 보고 싶으면 난 어떻게 해?”조수
그녀가 돌아서 떠나려고 할 때 육문주는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그는 깊은 눈빛을 하고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뭐 먹고 싶은데? 내가 가져다줄게. 킹크랩도 있어. 내가 살 발라줄까?”그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그녀에게 하는 아부까지 담겨 있었다.그는 자기가 거칠게 말하면 조수아가 자기를 밀어낼까 봐 두려웠다.조수아는 이런 육문주를 마주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힘없이 눈을 감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랍스타는? 여기 랍스타가 맛있대. 평소 네가 좋아하는 이탈리안도 저녁에 다 준비되어 있을 거야
이 순간 육문주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모두 잃은 채 순종적인 강아지처럼 그녀를 불쌍하게 바라보았다.조수아는 심장을 누군가에게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계속 쿡쿡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육문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육문주. 내가 데려다줄게.”육문주는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대답해. 떠나지 않겠다고. 그럼 너하고 같이 돌아갈게.”“그래. 대답할게.”그 말을 들은 육문주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휘청휘청 부축을 받으며 걸어갔다.하지만 그는 결코 조수아의 손을 놓치지 않았
민우는 송학진의 귓가에 속삭였다.“나 아직 삼촌한테 세배 안 했어. 삼촌 새해 복 많이 받아.”어린 녀석의 귀여운 목소리가 송학진의 귀에 닿았고 그를 폭소하게 했다.그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커다란 봉투를 꺼내 민우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민우도 새해 복 많이 받아. 항상 행복하고.”민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고마워 삼촌.”민우는 고개를 돌려 테이블에 놓여 있는 매화 그림의 뒷면을 보더니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삼촌이 왜 고모 사진을 갖고 있어? 아는 사이야?”그 한마디에 송학진은 가슴이 철렁했다.그는 멍하니 민
육문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뭘 알아낸 거야?”송학진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며 말했다.“육문주. 난 널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했어. 이 일이 있는 뒤에 난 가장 먼저 너한테 알려줬어. 가족들도 모르고 있었다고. 난 그렇게 널 믿었는데 넌 왜 날 속였어? 분명 조수아가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송학진은 울부짖었다.그는 줄곧 육문주가 그를 도와 여동생을 찾고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송학진은 이 개자식이 사실을 숨기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육문주는 평소와 같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 말을 들은 외할아버지는 더욱 화를 냈다.“설매가 널 사랑해서 너와 함께 있기 위해 혼자 C시와 B시를 다니면서 널 챙겼어. 근데 넌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 때문에 내 딸을 죽게 만들어? 그리고 내 손녀의 행방은 아직도 알 수가 없어. 송군휘 넌 설매의 영혼을 어떻게 천국에서 편히 쉬게 해 줄 거야?”송군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눈물과 함께 얼굴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반드시 딸을 찾고 설매가 죽은 이유도 찾겠습니다.”박현철은 그의 배를 발로 차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