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고통스럽게 입덧하고 나온 조수아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버렸다.그 상황에서 황애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조수아는 도무지 그럴듯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하지만 눈물에 젖은 황애자를 보고 있으니 조수아는 마음이 아팠다.대충 둘러대자니 말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조수아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황애자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더욱 단정 지을 수 있었다.황애자는 애절하게 조수아의 손을 붙잡았다.“수아야, 하느님이 이렇게 우수한 너한테 소중한 아이를 선물하실 거라 나는 굳게 믿고 있었어. 이 일을 문주한테 비밀로 하려는 거
4대 가문에는 한씨 가문과 백씨 가문 외에 박씨 가문과 우씨 가문이 속해 있다.4대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면 족히 이백여 명은 될 것이다.그럼에도 조수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송미진은 박현철의 팔짱을 낀 채 활짝 웃으며 그들한테 다가갔다.한지혜는 그녀를 보자마자 이를 갈았다.“쟤는 왜 어디에나 있는 거야. 정말 꼴 보기 싫어서 토나올 지경이야.”조수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여기에 온 이유가 있을 거야. 우리 경각심을 높이자.”조수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송미진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송미진, 밥은 마음대로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지. 내가 언제 네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어?”육문주는 검은색 셔츠 위에 양복 조끼를 입고 있어 늘씬한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그의 근육 진 팔 위에는 외투를 걸쳐두었다.그의 차가운 인상에 깊은 눈매를 하고 있었다.그의 길쭉한 다리는 다림질이 깔끔하게 된 양복바지를 걸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가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만들었다.육문주는 조수아 곁으로 다가가 외투를 그녀의 몸에 걸쳤다.조금 전까지도 싸늘하던 눈빛이 조수아를 보자 순간 부드럽고 다
한지혜는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송미진만큼의 연기력을 가진 사람이 연기를 안 하다니 그야말로 재능 낭비였다.한지혜는 송미진을 비웃으며 말했다.“술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마시고 싶은 만큼 마음껏 마셔요. 여기서 미진 씨를 말릴 사람 하나 없어요.”송미진은 아련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억울한 연기를 이어 나갔다.“수아 씨가 용서만 해준다면 제가 여기서 죽는대도 여한이 없어요.”그러자 송미진은 또 술 한잔을 들이마셨다.송미진이 계속 술을 들이켜려고 하자 한 어르신이 나타나 호통을 쳤다.“한지혜. 그만해. 사람이 사과
한 어르신이 진지하게 묻자 한지혜는 속으로 송미진을 수천 번이고 욕했다.송미진이 트집을 잡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음흉하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임신 사실을 말할 줄은 몰랐다.한 어르신은 줄곧 여자는 명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가득 모인 곳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당연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씨 가문은 대대로 내려온 부잣집에 한지혜가 하나뿐인 손녀였기에 그녀의 결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그런 애지중지 여겨온 손녀가 혼전임신 했다니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한지혜
송미진은 하늘색 드레스를 몸에 대보았다.조수아와 비슷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송미진은 흐뭇하게 웃었다.송미진이 이 드레스를 입은 채로 조수아와 비슷한 화장을 한다면 술에 취한 육문주가 그녀를 조수아로 착각하기에 충분했다.송미진은 육문주가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그가 더는 조수아를 짝사랑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송미진은 자신의 계략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그녀가 천천히 더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하늘색 드레스로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탈의실 전등이 갑자기 꺼졌다.그녀는 깜짝 놀라서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고향에
송학진은 회색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왔다.줄곧 온화하던 그의 얼굴은 순간 차갑게 변해 있었다.그는 송미진 앞에 다가가 그녀를 바닥에서 끌어 올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충고했다.“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겼으면서 감히 엄마의 일을 언급해? 돌아가서 제대로 반성해!”송학진은 말하면서 사정없이 송미진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가만히 듣고 있던 설 여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그녀의 항상 온화하던 외손자는 송미진한테 더 지극정성이었다.하지만 오늘 그가 송미진을 대하는 태도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뒤에서 설 여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학진아. 이게 사실이야?”이 목소리를 듣고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설 여사님은 눈물을 흘리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앞으로 다가와 송학진의 손을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학진아. 설매의 딸이 그 아이가 아니라면 그럼 설매의 딸은 어디 있는 거야?”설 여사님은 눈물을 흘렸다.딸이 죽임을 당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마치 칼이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송학진은 다급하게 부드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