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보다 백 배는 나으니까 굳이 비교하려고 하지 마.”육문주의 한마디에 송미진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문주 오빠, 제가 굳이 비교하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이 다 이런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니까 몰라도 당연하다는 말을 한 건데, 왜 그렇게 예민해요.”송미진의 말은 조수아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뜻으로 조수아를 할 줄 알든 모르든 바보로 만든 셈이다.육문주가 또다시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조수아가 하얗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를 막고 웃으며 바라보았다.“나 이
조수아는 그녀가 송미진의 할머니란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좋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야 정상인데 우는 송미진의 외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같이 코끝이 찡해졌다.조수아는 다가가 설 여사를 부축해주며 말했다.“설 여사님, 저는 조수아라고 해요.”그 말을 들은 설 여사는 실망스러운 듯 눈물을 훔치고는 조수아의 손을 잡았다.“왜 우리 설매가 아니야... 우리 설매도 너랑 똑같이 이 곡을 연주할 줄 알았는데, 둘이...”설 여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미진의 그녀를 안으며 말을 막았다.“할머니, 또 엄마 생각나서 그
“할머니, 조수아 씨는 그 소원 못 들어줄 것 같은데요.”송미진의 말에 설 여사는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낮게 나무랐다.“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오늘 황 여사님 생신인데 재수 없게.”송미진은 설 여사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잘못 말한 건 없잖아요. 할머니가 제가 아이를 못 낳는다고 육 씨 집안 대를 생각해서 저랑 문주 오빠 반대하셨잖아요. 근데 조수아 씨도 애 못 낳아요.”그 말을 들은 황애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미진아, 나랑 네 할머니 사이를 봐서 한 번은 넘어가는데, 다시는 우리 수아 그런 식으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말에 송학진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지금 어딨어?”“사람은 못 찾았고 사진 하나 받았어요. 무용 대회에 나갔을 때 기자가 찍은 사진이에요.”“나한테 보내.”전화를 끊고 카톡으로 보내진 사진을 확인한 송학진은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 모반은 엄마의 것과 아주 비슷했는데 위치도 정확히 호접 골이었다.사진은 뒷모습만 담은 것이라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 사진만으로도 여자의 몸매가 아주 훌륭하다는 것은 보아낼 수 있었다.가느다란 허리에 긴 다리, 그리고 땀이 방울방울 맺혀있는 백조같이 길고
“나도 알아, 임신 못 하는 거 아주 큰 문제인 거 아는데 그래도 네가 너무 좋은 걸 어떡해. 문주 씨가 퇴원하면 말하려고 했어. 그러고 나서 문주 씨가 받아들이기 힘들면 헤어질 생각까지 했어. 문주 씨, 우리 좀만 더 노력해보고 그래도 임신이 안 되면 그때 내가 당신 놔줄게. 내가 알아서 떠날게. 당신 절대 힘들게 안 해.”저 말을 내뱉는 조수아의 속도 말이 아닐 것이다.떨리는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듣고 있는 육문주의 목도 따끔거렸다.육문주는 더는 듣고 있을 수 없어 조수아를 품에 넣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그녀의
사랑한다고 속삭일 때마다 육문주의 움직임이 더 커졌다.조수아가 제 사랑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너무 깊어서 바닥도 보이지 않는 사랑임을 느낄 수 있게.그리고 조수아도 완전히 그 분위기에 녹아 들어버렸다.하룻밤에 너무나 많아 쏟아버린 기력을 보충하느라 조수아는 이튿날 점심이 돼서야 눈을 떴다.손가락 끝까지 전해지는 통증에 핸드폰을 들 힘조차 없어진 조수아는 속으로 육문주를 수백 번이나 씹어댔다.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가 한지혜임을 확인한 조수아는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지혜야.”한지혜는 조수아의 피곤한 목소
역정을 내는 할아버지에도 허연후는 태연하게 말했다.“보고 싶으면 할아버지가 직접 가서 보세요. 제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정략결혼 같은 거 안 합니다.”“이런 멍청한 놈! 그 애가 어디가 별론데, 왜 이렇게까지 밀어내는 거야! 어릴 때 네가 업어준 적도 있어!”“할아버지, 제가 업어준 여자애가 한둘이에요? 그 많은 여자들 다 집에 들일까요? 됐어요. 저 바빠요, 끊을게요.”말을 마친 허연후는 한지혜에게 전화를 끊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한지혜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약혼녀 진짜 안 만날
그 말을 들은 조수아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왔다.아무리 애가 갖고 싶대도 이렇게 자주는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조수아는 비틀대며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그 부산스러운 모습을 보며 육문주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육문주가 조수아 발목에 발찌를 채운 그날부터 방안에서는 이따금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어떤 날은 온밤 내내 그 방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최근 이혼 건을 맡은 조수아는 평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그리고 집에 가면 또 육문주의 괴롭힘을 받아내야 했다.그런 날이 며칠 동안 반복되다 보니 조수아는 이제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