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겁니다.”조수아는 비록 거실에 서 있었지만, 의사의 말은 들을 수 있었다.자연스럽게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말의 뜻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심장도 멈춰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곧이어 의사가 그녀를 부르더니 연고를 두 통 주면서 말했다.“아침, 점심, 저녁에 한 번씩 발라야 해요. 며칠 동안은 물 닿으면 안 돼요. 상처가 다 아물면 기능 문제를 확인해 보죠. 그때는 아마 당신의 협조가 필요할 거예요.”조수아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어떻게 협조하죠?”의사는 웃으며
(설마 팬티에 발이 달려서 혼자서 걸어간 거야?)그는 참지 못하고 혀를 찼다. 그의 대표의 뻔뻔함은 한번 시작하면 소 열 마리도 힘을 못 쓴다.육문주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한 것을 보자 그제야 자신의 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곧바로 멋쩍게 웃고는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어제저녁에 사소한 일이 생겨서 조 변호사 방에서 잤습니다.”그가 해명하면 할수록 오해가 쌓였다.조수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얀 얼굴에 얇게 파운데이션이 한층 덮여있었다.그녀의 입술이 몇 번이나 움직였지만, 한마디도 내뱉지
송학진은 몇 초간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손 아주머니 기억력도 참 좋으시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정확히 기억하시다니요.”손숙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나랑 네 어머니는 친구였어. 그때 너의 어머니는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심하게 다친 거였어. 그러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지. 네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신생아들과 달랐어. 하얗고 포동포동하고 모반은 매화와 똑같았어. 그걸 보는 순간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렸어. 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걸 네 동생에게 남겼다고 생각했지.”의사 사무실
다른 한 편.조수아는 비행기에 오른 뒤에야 자신의 좌석이 육문주 바로 옆인 것을 알게 되었다.연성빈은 반대편 창가 자리였다.두 사람은 거리도 멀고 중간에 좌석도 두 개나 떨어져 있었다.조수아는 어떻게 된 일인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이 비행기는 육엔 그룹 산하의 비행기라서 좌석 바꾸는 것쯤은 육문주에게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육문주와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서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하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열 시간 이상 걸리는 비행이기에 그녀는 푹 쉴 생각이었다.하지만 비행기가
“승객 여러분,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좌석 벨트를 매주시고, 화장실은 난기류가 지나간 후 이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이 기내 방송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는 다시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순간 비행기 안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육문주는 조수아를 안은 채 쾅하고 문에 부딪혔다.낮은 비명이 조수아의 귓가에 울렸다.“문주 씨, 괜찮아?”“난 괜찮아. 수아야, 나를 꼭 껴안아. 놓으면 안 돼.”육문주는 말하면서 넥타이를 풀더니 조수아의 허리를 화장실 손잡이에 고정시킨 후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
대표님의 상처는 마음에 있다는 걸 진영탁이 어찌 모르겠는가. 그는 즉시 위로의 말을 건넸다.“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상처가 낫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조 변호사님의 마음속 상처가 그렇게 깊은데 빨리 낫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인내심 있게 기다리셔야 합니다.”육문주가 씁쓸해하며 말했다.“계속 이대로 가다가 내가 미치겠어.”그녀가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그는 달려들어 조수아를 자기 곁으로 끌어오고 싶었고, 그녀가 어떤 남자와도 엮이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무슨
그녀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송학진의 번호인 것을 확인한 육문주는 다소 귀찮아하며 전화를 받았다.중요한 일이 없으면 혼날 줄 알라고 말하려는데, 전화기에서 송미진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귀를 찢을 듯한 이 소리를 옆에 있는 조수아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옆으로 늘어져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그녀는 송미진이 이렇게 울면서 전화하는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그녀가 육문주와 헤어지기 전에도 송미진은 자주 그랬다.매번 육문주는 아무리 늦어도, 무엇을 하고 있었든
그의 등장은 송미진의 말이 사실이라고 증명하는 것 같았다.육문주는 송미진의 울먹이는 소리에 공항에 있던 조수아도 나 몰라라 했다.그것도 모자라 그는 송미진한테 양복 재킷을 벗어주고 그녀의 심부름으로 물건 사러 갔다.육문주는 분명 다시는 송미진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었다.조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치고는 매서운 눈길로 육문주를 쳐다봤다.몇 발짝 앞으로 내딛자 거대한 품이 뒤에서 조수아를 감싸 안았다.이윽고 허스키한 남자의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수아야. 할머니 오래 버티진 못하실 것 같아. 할머니께서 네가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