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순식간에 공적인 모습으로 변했다.“그렇게 은밀한 곳의 태아 흉터는 아마도 가장 가까운 사람만 알 거야.”육문주는 어두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우리 집 사람 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할머니와 우리 부모님뿐이야. 그분들이 나를 함부로 몰고 가려고 할 이유가 없어. 왜냐하면 이건 결국 육엔 그룹 전체에 관련된 문제니까.” 조수아는 눈을 가볍게 떨었고 육문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당신을 헬레나와 결혼하게 만들려고 했다면?”“왜 그렇게 생각해?”“헬레나가 내게 당신이 헬레나와 결
“아마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겁니다.”조수아는 비록 거실에 서 있었지만, 의사의 말은 들을 수 있었다.자연스럽게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말의 뜻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심장도 멈춰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곧이어 의사가 그녀를 부르더니 연고를 두 통 주면서 말했다.“아침, 점심, 저녁에 한 번씩 발라야 해요. 며칠 동안은 물 닿으면 안 돼요. 상처가 다 아물면 기능 문제를 확인해 보죠. 그때는 아마 당신의 협조가 필요할 거예요.”조수아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어떻게 협조하죠?”의사는 웃으며
(설마 팬티에 발이 달려서 혼자서 걸어간 거야?)그는 참지 못하고 혀를 찼다. 그의 대표의 뻔뻔함은 한번 시작하면 소 열 마리도 힘을 못 쓴다.육문주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한 것을 보자 그제야 자신의 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곧바로 멋쩍게 웃고는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어제저녁에 사소한 일이 생겨서 조 변호사 방에서 잤습니다.”그가 해명하면 할수록 오해가 쌓였다.조수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얀 얼굴에 얇게 파운데이션이 한층 덮여있었다.그녀의 입술이 몇 번이나 움직였지만, 한마디도 내뱉지
송학진은 몇 초간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손 아주머니 기억력도 참 좋으시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정확히 기억하시다니요.”손숙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나랑 네 어머니는 친구였어. 그때 너의 어머니는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심하게 다친 거였어. 그러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지. 네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신생아들과 달랐어. 하얗고 포동포동하고 모반은 매화와 똑같았어. 그걸 보는 순간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렸어. 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걸 네 동생에게 남겼다고 생각했지.”의사 사무실
다른 한 편.조수아는 비행기에 오른 뒤에야 자신의 좌석이 육문주 바로 옆인 것을 알게 되었다.연성빈은 반대편 창가 자리였다.두 사람은 거리도 멀고 중간에 좌석도 두 개나 떨어져 있었다.조수아는 어떻게 된 일인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이 비행기는 육엔 그룹 산하의 비행기라서 좌석 바꾸는 것쯤은 육문주에게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육문주와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서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하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열 시간 이상 걸리는 비행이기에 그녀는 푹 쉴 생각이었다.하지만 비행기가
“승객 여러분,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좌석 벨트를 매주시고, 화장실은 난기류가 지나간 후 이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이 기내 방송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는 다시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순간 비행기 안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육문주는 조수아를 안은 채 쾅하고 문에 부딪혔다.낮은 비명이 조수아의 귓가에 울렸다.“문주 씨, 괜찮아?”“난 괜찮아. 수아야, 나를 꼭 껴안아. 놓으면 안 돼.”육문주는 말하면서 넥타이를 풀더니 조수아의 허리를 화장실 손잡이에 고정시킨 후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
대표님의 상처는 마음에 있다는 걸 진영탁이 어찌 모르겠는가. 그는 즉시 위로의 말을 건넸다.“조급해하지 마십시오. 상처가 낫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조 변호사님의 마음속 상처가 그렇게 깊은데 빨리 낫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인내심 있게 기다리셔야 합니다.”육문주가 씁쓸해하며 말했다.“계속 이대로 가다가 내가 미치겠어.”그녀가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그는 달려들어 조수아를 자기 곁으로 끌어오고 싶었고, 그녀가 어떤 남자와도 엮이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무슨
그녀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송학진의 번호인 것을 확인한 육문주는 다소 귀찮아하며 전화를 받았다.중요한 일이 없으면 혼날 줄 알라고 말하려는데, 전화기에서 송미진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귀를 찢을 듯한 이 소리를 옆에 있는 조수아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옆으로 늘어져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그녀는 송미진이 이렇게 울면서 전화하는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그녀가 육문주와 헤어지기 전에도 송미진은 자주 그랬다.매번 육문주는 아무리 늦어도, 무엇을 하고 있었든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