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방에서 백태웅을 한참 찾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조수아는 걱정하며 말했다.“너무 심각해서 병원에 실려 가신 건 아닐까요?”“조급해 하지 마, 내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연성빈은 휴대폰을 꺼내 백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뚝 끊겼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곧바로 조수아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바로 그때, 연성빈은 누군가 유선전화 선을 자른 것을 발견했다. 휴대폰 신호가 차단되고 전화선이 모두 절단되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
육문주는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연성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연성빈, 지금 네 아버지를 믿고 까부는 것 같은데, 내가 정말 널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말을 마치고, 연성빈이 반응하기 전에 맹수처럼 달려가서 그를 바닥에 누르고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육문주의 머릿속에는 온통 얼굴이 빨간 조수아가 잠옷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던 장면으로 가득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새하얀 목도 빨갰다.그는 당연히 조수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조수아는 육문주의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남자의 침대에
이제 그 남자의 곁에서 벗어날 수 있다.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 남자가 기른 새장 속의 새가 아니었고, 드디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조수아는 이렇게 조용히 하룻밤을 보냈다.다음 날 아침, 그녀를 만나러 온 연성빈은 노트북을 켜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조수아를 발견했다.“수아야.”연성빈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조수아는 머리를 들고 연성빈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선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직서만 보내면 돼요.”연성빈은 거실에 서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았다.그는
육문주의 검고 깊은 눈동자는 조수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이 여자의 얼굴에서 고통과 아쉬움을 보고 싶었다.그는 그녀에게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말을 듣고 싶었다.하지만 들은건...“대표님, 사직서는 대표님과 인사팀 팀장님께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시스템으로 승인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인수인계 서류는 이미 정리해서 진 팀장님께 보내드렸습니다. 궁금한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조수아의 얼굴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육문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
주방에 없다면 어디 계실까?진영택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침실문을 열어 보니 짙은 담배 연기에 기침이 절로 났다.그는 코를 막고 창문을 열었다.그리고 머리를 돌리니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는 육문주를 발견했다. 그의 입에는 아직 채 타지 않은 담배 한 대가 물려 있었다.재떨이 안의 담배꽁초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빈 술병이 가득 뒹굴고 있었다.진영택은 바로 영문을 알아차렸다.이건 사람이 이별을 겪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그는 따듯한 물을 육문주에게 건네주며 낮은 소리로
며칠 후.육문주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을 불러 회의에서 크게 화를 냈다.회의실에서 나온 사람들은 구사일생의 희열을 느꼈다.그들은 조심스럽게 토론했다.“대표님이 요즘 왜 저리시지? 만나는 사람들한테 모두 화를 내시네. 이 기획안은 지난번에 칭찬까지 받았는데, 이번에는 왜 욕을 하시는 걸까?”영문을 알고 있는 사람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난번 회의 때, 대표님 옆에는 누가 있었죠?”“조 비서요.”“바로 그거죠. 대표님은 이별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우리는 부하로써 대표님의 심정을 헤아려 드려야죠.”그들은 걸으며 토론했
그 여자는 큰 인물을 만났으니,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육 씨 가문 왕자님의 침대에 기어오르려 했다.하지만 육문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신체 접촉도 전혀 없었다.여자는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술을 가져오려다, 미끄러진 탓에 육문주의 품을 향해 쓰러졌다.육문주는 입에 담배를 물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의 손이 그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옆으로 비켰다.하여, 여자는 소파의 등받이에 세게 부딪혔고, 코에서는 코피까지 흘렀다.허연후는 그 장면을 보고 크게 웃으
“허 선생님, 진 비서님께 부탁드려 보세요. 육 대표님은 이제 저한테 질렸어요. 아마 다시는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허연후는 급히 말했다.“수아 씨, 정말 이대로 끝낼 거예요? 친구로 지내도 괜찮지 않아요?”조수아는 가볍게 웃었다.“자격을 갖춘 새로서 주인한테 미련을 가지면 안 되잖아요? 전 다른 볼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그녀의 말은 아주 단호했고 추호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허연후는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자식, 이게 다 네 탓이야. 수아 씨한테 그렇게 심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그룹의 임원들이었기 때문에 새로 온 비서는 아예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다.허나연의 말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호응하지 않았다.개의치 않은 허나연은 육천우의 옆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프로젝터에 연결했다.육천우는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보았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허 비서의 목소리가 작은 문제인가요? 아니면 몇 년을 못 본 사이에 다들 귀가 어두워지셨나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서 두 다리를 벌벌 떨었다.상대하기가 쉬워 보이는 육 대표님이지만 독해지기 시작하면 그
윤곽이 뚜렷한 육천우의 잘생긴 얼굴을 본 허나연은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하였다.‘해외에 3년을 있더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설마 로맨스 소설책을 너무 많이 본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뽀뽀하면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속눈썹을 털썩 이던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뭐 하는 거야?”얼굴이 빨개진 허나연을 본 육천우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케이크를 먹었어. 회사를 위해 휴지 한 장이라도 절약하려고 너의 입술에 묻은 크림을 내 입으로 닦아줬지.”허나연은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회사가 파산할 것도
육천우는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확실하지는 않아. 됐어. 이제는 그만 놀릴게. 아직 아침을 먹지 않은 것을 알고 비서더러 네가 좋아하는 슈 크림빵이랑 치즈케이크를 사 오라고 했으니 얼른 먹어.”육천우는 허나연의 손을 잡고 식탁 앞에 왔다.그녀에게 만두 하나를 짚어주고 우유 한잔을 따라준 후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좀 처리할 서류가 있으니 혼자 먹고 있어.”허나연은 스스럼없이 만두를 입에 집어넣고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육 대표님은 모든 직원에게 이렇게 친절합니까? 외국에 있을 때도 아침을 사
차유라는 허나연의 사원증에 똑똑히 ‘대표 비서 허나연’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였다.업계의 모든 사람은 육천우에게는 불문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의 비서는 줄곧 남자였다.허나연을 만난 후 육천우는 정략결혼의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녀를 편애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오래된 습관을 버렸다.마음속으로 질투를 억누른 차유라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축하해요. 하지만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데 대표님의 비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수양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지 아이들의 소꿉장난 아니에요. 무용수인 나연 씨
이 문제를 이전에 두었더라면 허나연은 망설였을 것이지만 차유라의 등장으로 그녀의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다.차유라가 육천우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 허나연은 그를 뺏길까 봐 일부러 그들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렸다.예전처럼 다른 사람과 육천우를 공유하기 싫었고 혼자만 그를 소유하고 싶었다.육천우가 그녀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육천우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뜨겁지 않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하여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던 그녀였다.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를 늘어뜨린 허나연은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나마 조금은
그가 접근하자 허나연의 심장은 쿵쿵 뛰었고 그 하얀 얼굴도 점점 뜨거워졌다.어린 시절 단순했던 감정도 어느새 맛이 변해 버렸다.차유라가 육천우를 바라보던 눈빛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큰거렸다.그들은 지난 3년 동안 함께 일했다.육천우가 그녀와 연락이 줄어들었던 것도 옆에 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 허나연은 화가나 육천우를 발로 걷어찼다.“나를 건드리지 말고 유라 씨한테 가.”뾰로통한 허나연의 모습을 본 육천우는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아직도 질투하는 거야?”“내가 무슨 질투를 해. 우리 집이 식초 공장을 하는 것도
허나연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네, 알았어요. 하지만 의사 진료에 협조하겠다고 먼저 약속해 주세요.”이렇게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을 본 차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좋아. 너희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말을 듣고 수술을 받을게.”육천우는 농담조로 말했다.“저의 아내가 말 한마디로 스승님이 수술을 받으시게 했네요, 나연이의 능력을 새삼 새롭게 보게 되네요.”애정 어린 눈빛으로 허나연을 바라보던 육천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옆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서 있는 차유라를 본 차 교수는 입술을 살짝 치켜올렸다.“됐어
수표를 받아 쥔 차유라의 손가락은 새하얗게 변했고 가슴은 간간이 쿡쿡 찌르는듯한 통증이 전해졌다.차유라는 아버지 덕에 육천우 마음속의 유일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 전에 그는 혼약이 있었다.눈시울이 붉어진 차유라는 가련한 눈빛으로 육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야, 나연 씨랑 결혼 할 거야?”육천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허나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유라 씨의 뜻은 저랑 천우가 감정이 하나도 없는 정략결혼이기에 언젠가 헤어질 거라고 말하고 싶으신 거죠? 제 말 맞죠?”“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왜냐하면 외
허나연은 어릴 때부터 말싸움으로 육천우를 이긴 적이 없다.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한 그녀는 조수아의 품으로 달려들었다.“이모, 천우 오빠가 또 저를 괴롭혀요.”조수아는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이따가 천우에게 밥을 주지 말고 굶기자. 자신이 못생겼다는 것을 모르다니, 우리 나연이가 천우보다 백배는 예뻐, 제일 예뻐.”허나연은 육천우를 향하여 의기양양하게 웃었다.“네가 못생긴 거야.”육천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네, 네. 그렇게 나연이 응석을 항상 받아주세요, 앞으로 결혼한 후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저한테 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