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없다면 어디 계실까?진영택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침실문을 열어 보니 짙은 담배 연기에 기침이 절로 났다.그는 코를 막고 창문을 열었다.그리고 머리를 돌리니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는 육문주를 발견했다. 그의 입에는 아직 채 타지 않은 담배 한 대가 물려 있었다.재떨이 안의 담배꽁초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빈 술병이 가득 뒹굴고 있었다.진영택은 바로 영문을 알아차렸다.이건 사람이 이별을 겪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그는 따듯한 물을 육문주에게 건네주며 낮은 소리로
며칠 후.육문주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을 불러 회의에서 크게 화를 냈다.회의실에서 나온 사람들은 구사일생의 희열을 느꼈다.그들은 조심스럽게 토론했다.“대표님이 요즘 왜 저리시지? 만나는 사람들한테 모두 화를 내시네. 이 기획안은 지난번에 칭찬까지 받았는데, 이번에는 왜 욕을 하시는 걸까?”영문을 알고 있는 사람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난번 회의 때, 대표님 옆에는 누가 있었죠?”“조 비서요.”“바로 그거죠. 대표님은 이별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우리는 부하로써 대표님의 심정을 헤아려 드려야죠.”그들은 걸으며 토론했
그 여자는 큰 인물을 만났으니,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육 씨 가문 왕자님의 침대에 기어오르려 했다.하지만 육문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신체 접촉도 전혀 없었다.여자는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술을 가져오려다, 미끄러진 탓에 육문주의 품을 향해 쓰러졌다.육문주는 입에 담배를 물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의 손이 그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옆으로 비켰다.하여, 여자는 소파의 등받이에 세게 부딪혔고, 코에서는 코피까지 흘렀다.허연후는 그 장면을 보고 크게 웃으
“허 선생님, 진 비서님께 부탁드려 보세요. 육 대표님은 이제 저한테 질렸어요. 아마 다시는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허연후는 급히 말했다.“수아 씨, 정말 이대로 끝낼 거예요? 친구로 지내도 괜찮지 않아요?”조수아는 가볍게 웃었다.“자격을 갖춘 새로서 주인한테 미련을 가지면 안 되잖아요? 전 다른 볼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그녀의 말은 아주 단호했고 추호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허연후는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자식, 이게 다 네 탓이야. 수아 씨한테 그렇게 심한
그녀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통화를 끊었다.송미진은 통화가 끊긴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빛에는 성공의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조수아도 없는 상황에서 육문주는 언제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이때, 육문주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수아야, 언제 와? 너무 보고 싶어.”그 말 한 마디 때문에 희열은 전부 사라졌다.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마음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육문주는 분명 직접 두 눈으로 조수아와 연성빈이 호텔 방에 있었던 모
그의 말에, 주방 안에 있던 사람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육문주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하룻밤 자고 아침을 해주면 용서할 줄 알았어? 조수아, 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말을 마치고, 그는 주방의 문을 열었다.조수아를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혼내주려 생각했지만, 그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육연희였다.육문주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누나가 왜 여기 있어?”육연희는 밥주걱을 들고 육문주의 얼굴을 툭툭 치며 웃었다.“술이 아직 덜 깼네? 아침부터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까.
다른 사람이 행복한 꼴을 못 보시니 말이다.하여, 기회를 봐서 조 비서와 연관된 말를 꺼내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는 백미러를 통해 육문주를 힐끔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요즘 조 비서가 일자리를 구하는 것 같더라고요. 여러 회사로 드나드는 것 같았습니다. 조 비서는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있는 분이니, 만약 우리 경쟁사에 취직한다면 우리한테도 큰 손실이 아닐까요?”육문주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 이 말을 듣고 천천히 눈까풀을 들었다.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빛이 일었다.“내 말을 전해. 육엔 그룹의 압박
이것은 그녀가 육문주와 헤어진 후 처음 정식으로 대면한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물처럼 고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육문주를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따금 시큰시큰한 아픔이 감돌았다.조수아의 옆에 있던 당민서는 분을 삭이며 말했다.“곽명원 이 인간이, 날 속여? 그 인간이 육문주가 이런 활동에 참가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내가 너더러 오라고 한 거야.”조수아는 작게 웃고는 말했다.“괜찮아, 다들 B시에 있는데 뭐,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거야.”“걱정 마, 내가 최대한 육문주랑 마주칠 일 없게 할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