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즉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죄송합니다.”조수아가 막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어 힘껏 당겼다. 이내 조수아는 탄탄하고 넓은 가슴팍에 안겨 들어갔다.머리 위에서 남자의 낮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술을 그렇게 들이부을 정도로 그 자식과 함께 있고 싶은 거라니. 조수아, 넌 대체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육문주의 두 팔은 마치 집게처럼 조수아를 품에 꼭 가두어 꼼짝도 못 하게 했다.육문주는 그 새까만 눈동자에 분노를 가득 품은 채 조수아를 주시하고 있었다.조수아가 육문주
육문주는 화를 내기는커녕 깨물린 곳을 만지작거렸고 입가에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바로 이때 귓가에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곽명원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놔주기 싫어하면서 왜 보내준 거야? 연성빈이 조수아 오랫동안 좋아해 온 거 너 몰랐냐? 이렇게 오랫동안 곁에 둔 아가씨를 남이 채가는 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육문주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더듬어 꺼내 고개를 숙이고 불을 붙였다.담배가 타들어갈 때 반짝이는 불빛이 육문주의 윤곽을 더욱 뚜렷하게 했다.육문
조수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는 연성빈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차가운 눈으로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이 요구는 저희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신경 써주실 필요 없습니다.”연성빈은 조수아를 옆으로 확 끌어당겨 수호신처럼 그녀를 보호했다.육문주는 심장이 찔리는 듯한 아픔이 몰려왔다.눈동자는 더욱 차가워져 싸늘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내가 정말 오늘 너랑 사업 얘기하러 온 줄 알았어?”육문주는 조수아 곁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웃었다.“만약 오늘 밤 네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백태웅은 냉혹하고 매서운 눈빛을 하고 육문주를 바라보았다. 목소리도 지금까지 이렇게 엄숙한 적이 없었다.“수아와 예전부터 알고 지냈니?”육문주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다 보셨잖아요?”“수아가 전에 네 수석비서였어. 맞지?”“할아버지, 제가 할아버지께 숨기려 한 게 아니라 그 착한 제자분께서 저더러 말하지 말라고 한 거예요. 저를 탓하시면 안 되죠.”육문주는 얼굴에 묻은 와인을 가리키며 가볍게 웃었다.“보세요, 이게 다 쟤가 한 일이라니까요. 말리지도 않으셨잖아요.”백태웅은 줄곧 온화하고 미소를 짓기 좋아했지만
조수아의 말은 마치 가시처럼 육문주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육문주 자신도 왜 그가 항상 조수아에게 매달리고 싶은지, 항상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지 몰랐다.설령 조수아가 그를 욕하고 때린다 하더라도 그런 느낌은 지금처럼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육문주는 눈동자가 침울해졌고 목소리도 약간 쉬었다.“조수아, 이렇게 뜬구름 잡는 걸 좋아하면 소설을 쓰지그래? 나는 연성빈 씨의 체면을 봐서 그에게 사업거리를 주는 것뿐이지 너와는 반 푼의 관계도 없어. 그리고 작은 할아버지가 우리 할머니한테 말을 다 드렸는데 내
이 소리를 듣고 송미진은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즉시 고개를 돌려 육문주를 바라보았다.“문주 오빠, 조 변호사는 그날 저녁에 누군가가 탄 약 때문에 연성빈과 함께 잔 거야, 조 변호사가 의도한 것이 아니고. 그니까 조 변호사님을 탓하지 마.”송미진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수건을 들고 육문주의 땀을 닦아주려 했지만 육문주에 의해 확 밀려났다.육문주의 차가운 눈동자는 조수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똑똑히 말해봐, 그날 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육문주는 조수아를 의자에서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이마에
육문주는 조수아를 데리고 코트에 와서 앞에 있는 큰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저 나무 아래에 잃어버린 물건이 있어서. 조 변호사가 나를 도와 찾아줄 수 있을까?”조수아는 그와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바로 그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조수아는 큰 나무를 에워싸고 여러 번 자세히 찾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녀가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뒤에서 육문주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조 변호사는 내가 뭘 잃어버렸는지도 안 물어보는 건가?”조수아는 그를 냉담하게 바라보았다.“대표님이 만약 성
육문주의 뜨거운 눈빛은 마치 그녀의 모든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처럼 조수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조수아는 마치 누군가에게 심하게 찔린 것처럼 고개를 들어 육문주를 바라보았다.“만약 내가 그렇다고 한다면, 대표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내가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있어요?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결혼을 줄 수 있어요?”육문주는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했다.섹시한 얇은 입술을 몇 번 달싹거렸지만 끝내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이런 모습을 본 조수아는 그를 비꼬며 웃었다.“아마 대표님은 하나도 줄 수 있는 게 없을걸요. 그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
아림은 방긋 웃으며 손뼉을 치고 말했다.“좋아요. 엄마 반지도 사요. 결혼하려면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어야 하잖아요.”송학진은 웃으며 아림의 볼을 꼬집고 말했다.“그래. 겸사겸사 웨딩드레스도 보자. 아림이가 결혼식 때 엄마 아빠의 화동이 되어줄래?”“좋아요. 천우 오빠가 진작에 알려줬어요. 화동하면 돈 봉투도 준다고 그러던데. 아빠, 저한테도 줄 거예요?”“당연하지. 아빠가 돈 봉투를 두둑하게 챙겨줄게. 우리 아림은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지?”송학진은 또 차서윤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
강한나는 가슴이 찢어지듯 슬퍼 애처롭게 울며 진심을 담아 간절하게 말했지만, 송학진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차서윤만 바라보다 강한나를 곁눈질하며 말했다.“너에 대한 지난 내 감정을 부정하는 거 아니야. 네 말대로 널 얻기 위해 노력을 했었지. 하지만 네가 떠나는 순간에 알았어. 너의 인생에서 난 유일한 존재가 아니었구나. 심지어 넌 나보다 사업이 더 중요했잖아. 아무리 내가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야. 굳이 나한테 진심이었던 적도 없던 여자 때문에 내가 슬퍼할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차서윤은 달라. 차서
송학진의 말에 차서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솔직히 말해서, 강한나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차서윤은 줄곧 불안했고 자신이 어렵게 얻은 행복이 이제 막 시작되려다가 금세 끝날 것 같았다.강한나와 비교하면 차서윤은 아이가 있다는 것 외에는 비교의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차서윤은 강한나처럼 좋은 집안 배경도 없었고 송학진과 함께 지낸 시간도 길지 않았으며 그녀처럼 화려한 직업도 없었다.차서윤은 그냥 평범 하려야 더 평범할 수 없는 비서일 뿐이었다.그리고 송학진과 강한나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으니 좋은 추억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했던 차서
차서윤은 물끄러미 송학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로 우리 계속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당연하지. 나랑 이혼하고 싶어?”“너무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래서 자꾸 꿈만 같아요.”송학진은 차서윤의 귓가에 엎드려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 내가 너무 살살했지? 그래서 아직도 꿈같다는 거야? 오늘에는 안 봐줄 테니까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송학진은 고개를 숙여 차서윤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어젯밤이 마른 장작불이었다면 지금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부은 정도였다.이내 방안은 뜨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