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선생님, 진 비서님께 부탁드려 보세요. 육 대표님은 이제 저한테 질렸어요. 아마 다시는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허연후는 급히 말했다.“수아 씨, 정말 이대로 끝낼 거예요? 친구로 지내도 괜찮지 않아요?”조수아는 가볍게 웃었다.“자격을 갖춘 새로서 주인한테 미련을 가지면 안 되잖아요? 전 다른 볼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그녀의 말은 아주 단호했고 추호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허연후는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자식, 이게 다 네 탓이야. 수아 씨한테 그렇게 심한
그녀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통화를 끊었다.송미진은 통화가 끊긴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빛에는 성공의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조수아도 없는 상황에서 육문주는 언제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이때, 육문주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수아야, 언제 와? 너무 보고 싶어.”그 말 한 마디 때문에 희열은 전부 사라졌다.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마음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육문주는 분명 직접 두 눈으로 조수아와 연성빈이 호텔 방에 있었던 모
그의 말에, 주방 안에 있던 사람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육문주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하룻밤 자고 아침을 해주면 용서할 줄 알았어? 조수아, 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말을 마치고, 그는 주방의 문을 열었다.조수아를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혼내주려 생각했지만, 그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육연희였다.육문주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누나가 왜 여기 있어?”육연희는 밥주걱을 들고 육문주의 얼굴을 툭툭 치며 웃었다.“술이 아직 덜 깼네? 아침부터 헛소리를 하는 걸 보니까.
다른 사람이 행복한 꼴을 못 보시니 말이다.하여, 기회를 봐서 조 비서와 연관된 말를 꺼내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는 백미러를 통해 육문주를 힐끔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요즘 조 비서가 일자리를 구하는 것 같더라고요. 여러 회사로 드나드는 것 같았습니다. 조 비서는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있는 분이니, 만약 우리 경쟁사에 취직한다면 우리한테도 큰 손실이 아닐까요?”육문주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 이 말을 듣고 천천히 눈까풀을 들었다.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빛이 일었다.“내 말을 전해. 육엔 그룹의 압박
이것은 그녀가 육문주와 헤어진 후 처음 정식으로 대면한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물처럼 고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육문주를 보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따금 시큰시큰한 아픔이 감돌았다.조수아의 옆에 있던 당민서는 분을 삭이며 말했다.“곽명원 이 인간이, 날 속여? 그 인간이 육문주가 이런 활동에 참가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내가 너더러 오라고 한 거야.”조수아는 작게 웃고는 말했다.“괜찮아, 다들 B시에 있는데 뭐,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거야.”“걱정 마, 내가 최대한 육문주랑 마주칠 일 없게 할게.”말
조수아는 즉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죄송합니다.”조수아가 막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어 힘껏 당겼다. 이내 조수아는 탄탄하고 넓은 가슴팍에 안겨 들어갔다.머리 위에서 남자의 낮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술을 그렇게 들이부을 정도로 그 자식과 함께 있고 싶은 거라니. 조수아, 넌 대체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육문주의 두 팔은 마치 집게처럼 조수아를 품에 꼭 가두어 꼼짝도 못 하게 했다.육문주는 그 새까만 눈동자에 분노를 가득 품은 채 조수아를 주시하고 있었다.조수아가 육문주
육문주는 화를 내기는커녕 깨물린 곳을 만지작거렸고 입가에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바로 이때 귓가에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곽명원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놔주기 싫어하면서 왜 보내준 거야? 연성빈이 조수아 오랫동안 좋아해 온 거 너 몰랐냐? 이렇게 오랫동안 곁에 둔 아가씨를 남이 채가는 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육문주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더듬어 꺼내 고개를 숙이고 불을 붙였다.담배가 타들어갈 때 반짝이는 불빛이 육문주의 윤곽을 더욱 뚜렷하게 했다.육문
조수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 있는 연성빈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차가운 눈으로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이 요구는 저희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신경 써주실 필요 없습니다.”연성빈은 조수아를 옆으로 확 끌어당겨 수호신처럼 그녀를 보호했다.육문주는 심장이 찔리는 듯한 아픔이 몰려왔다.눈동자는 더욱 차가워져 싸늘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내가 정말 오늘 너랑 사업 얘기하러 온 줄 알았어?”육문주는 조수아 곁으로 천천히 걸어가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웃었다.“만약 오늘 밤 네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
아림은 방긋 웃으며 손뼉을 치고 말했다.“좋아요. 엄마 반지도 사요. 결혼하려면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어야 하잖아요.”송학진은 웃으며 아림의 볼을 꼬집고 말했다.“그래. 겸사겸사 웨딩드레스도 보자. 아림이가 결혼식 때 엄마 아빠의 화동이 되어줄래?”“좋아요. 천우 오빠가 진작에 알려줬어요. 화동하면 돈 봉투도 준다고 그러던데. 아빠, 저한테도 줄 거예요?”“당연하지. 아빠가 돈 봉투를 두둑하게 챙겨줄게. 우리 아림은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지?”송학진은 또 차서윤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
강한나는 가슴이 찢어지듯 슬퍼 애처롭게 울며 진심을 담아 간절하게 말했지만, 송학진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차서윤만 바라보다 강한나를 곁눈질하며 말했다.“너에 대한 지난 내 감정을 부정하는 거 아니야. 네 말대로 널 얻기 위해 노력을 했었지. 하지만 네가 떠나는 순간에 알았어. 너의 인생에서 난 유일한 존재가 아니었구나. 심지어 넌 나보다 사업이 더 중요했잖아. 아무리 내가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야. 굳이 나한테 진심이었던 적도 없던 여자 때문에 내가 슬퍼할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차서윤은 달라. 차서
송학진의 말에 차서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솔직히 말해서, 강한나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차서윤은 줄곧 불안했고 자신이 어렵게 얻은 행복이 이제 막 시작되려다가 금세 끝날 것 같았다.강한나와 비교하면 차서윤은 아이가 있다는 것 외에는 비교의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차서윤은 강한나처럼 좋은 집안 배경도 없었고 송학진과 함께 지낸 시간도 길지 않았으며 그녀처럼 화려한 직업도 없었다.차서윤은 그냥 평범 하려야 더 평범할 수 없는 비서일 뿐이었다.그리고 송학진과 강한나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으니 좋은 추억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했던 차서
차서윤은 물끄러미 송학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로 우리 계속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요?”“당연하지. 나랑 이혼하고 싶어?”“너무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래서 자꾸 꿈만 같아요.”송학진은 차서윤의 귓가에 엎드려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 내가 너무 살살했지? 그래서 아직도 꿈같다는 거야? 오늘에는 안 봐줄 테니까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송학진은 고개를 숙여 차서윤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어젯밤이 마른 장작불이었다면 지금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부은 정도였다.이내 방안은 뜨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