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빈은 조수아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일련의 검사를 마친 후 그는 조수아가 심한 우울증을 앓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이 재발한 것은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본 것이다. 그는 조수아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연성빈은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용우 형, 한영미라는 여자 좀 알아봐 줘.”두 시간 후 연성빈은 한영미를 만났다.한영미는 손발이 묶인 채 눈에는 검은색 안대를 쓰고 있었고 그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퍼부었다.연성빈은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조
두 사람은 방에서 백태웅을 한참 찾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조수아는 걱정하며 말했다.“너무 심각해서 병원에 실려 가신 건 아닐까요?”“조급해 하지 마, 내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연성빈은 휴대폰을 꺼내 백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뚝 끊겼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곧바로 조수아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바로 그때, 연성빈은 누군가 유선전화 선을 자른 것을 발견했다. 휴대폰 신호가 차단되고 전화선이 모두 절단되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
육문주는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연성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연성빈, 지금 네 아버지를 믿고 까부는 것 같은데, 내가 정말 널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말을 마치고, 연성빈이 반응하기 전에 맹수처럼 달려가서 그를 바닥에 누르고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육문주의 머릿속에는 온통 얼굴이 빨간 조수아가 잠옷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있던 장면으로 가득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새하얀 목도 빨갰다.그는 당연히 조수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조수아는 육문주의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남자의 침대에
이제 그 남자의 곁에서 벗어날 수 있다.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 남자가 기른 새장 속의 새가 아니었고, 드디어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조수아는 이렇게 조용히 하룻밤을 보냈다.다음 날 아침, 그녀를 만나러 온 연성빈은 노트북을 켜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조수아를 발견했다.“수아야.”연성빈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조수아는 머리를 들고 연성빈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선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직서만 보내면 돼요.”연성빈은 거실에 서서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았다.그는
육문주의 검고 깊은 눈동자는 조수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이 여자의 얼굴에서 고통과 아쉬움을 보고 싶었다.그는 그녀에게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말을 듣고 싶었다.하지만 들은건...“대표님, 사직서는 대표님과 인사팀 팀장님께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시스템으로 승인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인수인계 서류는 이미 정리해서 진 팀장님께 보내드렸습니다. 궁금한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조수아의 얼굴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육문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
주방에 없다면 어디 계실까?진영택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침실문을 열어 보니 짙은 담배 연기에 기침이 절로 났다.그는 코를 막고 창문을 열었다.그리고 머리를 돌리니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는 육문주를 발견했다. 그의 입에는 아직 채 타지 않은 담배 한 대가 물려 있었다.재떨이 안의 담배꽁초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빈 술병이 가득 뒹굴고 있었다.진영택은 바로 영문을 알아차렸다.이건 사람이 이별을 겪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그는 따듯한 물을 육문주에게 건네주며 낮은 소리로
며칠 후.육문주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을 불러 회의에서 크게 화를 냈다.회의실에서 나온 사람들은 구사일생의 희열을 느꼈다.그들은 조심스럽게 토론했다.“대표님이 요즘 왜 저리시지? 만나는 사람들한테 모두 화를 내시네. 이 기획안은 지난번에 칭찬까지 받았는데, 이번에는 왜 욕을 하시는 걸까?”영문을 알고 있는 사람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난번 회의 때, 대표님 옆에는 누가 있었죠?”“조 비서요.”“바로 그거죠. 대표님은 이별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우리는 부하로써 대표님의 심정을 헤아려 드려야죠.”그들은 걸으며 토론했
그 여자는 큰 인물을 만났으니,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육 씨 가문 왕자님의 침대에 기어오르려 했다.하지만 육문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신체 접촉도 전혀 없었다.여자는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술을 가져오려다, 미끄러진 탓에 육문주의 품을 향해 쓰러졌다.육문주는 입에 담배를 물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의 손이 그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옆으로 비켰다.하여, 여자는 소파의 등받이에 세게 부딪혔고, 코에서는 코피까지 흘렀다.허연후는 그 장면을 보고 크게 웃으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