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최 선생은 보통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명의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매우 높으며, 게다가 그를 인정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얼마나 많은 거물들이 그에게 진료를 요구할 지 모르기 때문에 그에게 막내 아들의 병을 치료해 달라고 청하려면, 분명히 공손해야 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는 우신이 지금 의도적으로 돌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우신아, 최 선생이 네 동생의 병을 고쳐주실 수 있으니 무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우신은 그제야 "아, 알겠습니다. 방금 전 제멋대로 화를 냈죠? 아버지 참으세요!”라고 답하며 행동을 조심스럽게 했다.최우식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제세당의 직원에게 말했다. “저.. 죄송합니다만 최 선생님에게 알려주시면 좋겠는데.. 오송 그룹의 최우식 대표가 한 번 찾아뵙고 싶다고요.."그러자 직원은 이 패거리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상대방의 경호원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달려가 최 선생에게 알렸다. 최 선생은 곧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걸어 나왔다. 그리고 문 앞의 최우식 대표와 우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두 분, 감히 제 동의도 없이 제 환자들을 쫓아내셨다고 하는데.. 이건 좀 부당하지 않습니까?”최우식 대표는 생글생글 웃으며 "선생님, 저는 오송 그룹의 최우식 대표입니다.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라며 자신을 밝혔다. “꼭 이렇게 말씀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왔습니다.”그러자 최 선생은 “오송 그룹이요? 강남의 잘 나가는 대기업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오늘 보니 참으로 강력하십니다!”라며 비꼬았다. 최우식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하. 선생님.. 너무 화내시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 좀 하실까요?”라며 제세당으로 털 끝만큼의 부끄러움 없이 혼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최제천은 분노하며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도저히 할 말이 없네요.”그러자 최우식 대표는 또 웃으며 말했다. "아니.
최제천 선생이 만난 인물들은 정말 많았고, 그 중에는 최우식 대표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도 많았지만, 그들은 모두 그를 공경하고 존경했다. 오송 그룹처럼 자기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그는 처음 보았던 것이다. 오송 그룹은 강남 제일의 가문이라고 소문이 있었지만 최제천 선생은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거절하는 것도 빨랐다.최우식 대표는 이 이야기를 듣고 눈살을 한 번 찌푸렸다. ‘이 최제천 선생이라는 양반이 자신을 이렇게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막내아들을 진찰해 달라는 것도 거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거액의 액수를 약속했는데, 뜻밖에도 한 마디로 거절하다니?!’ 화가 난 최우식 대표는 "저 최 선생.. 말투가 좀 부드럽게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우리 그룹의 명성과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당신에게 깨우쳐 줄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하지만 최 선생은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내가 이 나이까지 이렇게 살았는데, 내 말투가 계속 이 모양이라 듣기 싫으면 나가면 되겠습니다.”그러자 최우식 대표가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서울에 도착한 후부터 그는 이곳의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웬일인지 곳곳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오송 그룹의 명성은 서울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어제 식사에서 임 대표, 진원호 대표, 이화룡 등이 모두가 겉보기에는 예의 바르게 행동해놓고 자신의 요청에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최제천 선생이 감히 자신에게 엄포를 놓는다고? 옆에 있던 우신은 아버지의 눈빛이 이미 분노가 가득한 것을 보고, 곧 기회가 온 것을 깨달았다. "어이! 늙은이, 왜 우리 아버지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해?! 내가 오늘 이 한의원을 부숴 버릴까?"그러자 최우식은 우신을 가로막고 웃으며 최제천 선생에게 말했다. "우리 아들을 탓하지 마세요. 제 아들은 젊은이고, 젊은이들은 모두 한 성질 하니 충동적으로 행동합니다."라고 말했다. 말을 마치자, 그는 마음속의 분
최우식 대표의 표정은 보기 흉했다. 그는 최제천 선생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자신은 단지 빈털터리들을 쫓아냈을 뿐인데.. 최제천 선생의 태도만으로, 최우식 대표는 정말 그를 한 방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언제 이렇게 표적이 된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는 최제천 선생에게 밉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최제천 선생은 한국의 한의사 중 전국 최고의 한의사로 손 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지금껏 얼마나 많은 큰 인물들이 그의 진찰과 보살핌을 받았는지 모르는 일이다. 심지어 서울에 있는 대기업 가족들과 거물들까지도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자신이 실제로 그를 때린다면 아마 그들에게 원한을 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손찌검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선생님.. 당신도 의인 중 한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오늘 제가 만난 최 선생은 명의는 커녕 왜 이렇게 졸렬하신 지.. 저의 막내 아들의 얼굴도 못 보고, 치료도 못한다고 하니.."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선생님께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도 저는 선생님께서 제 아들을 한 번 만나신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한 번만 만나 주십시오!” 최우식 대표는 계속해서 최제천을 살짝 무시하는 태도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하지만 최제천 선생에게서 돌아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최우식 대표! 당신의 막내 아들이 학교에서 하고 다닌 짓거리들을 설마 모르는 것은 아니지요? 나 같은 영감조차도 그의 행적을 듣고 얼마나 충격에 빠졌던지..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고, 집에 돈이 있다고 소녀들을 무시하고 또한 여학생들의 머리를 세뇌시켜 생각을 통제한 뒤에, 여학생들의 자해와 자살까지 하게 만드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고,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런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을 내가 치료하라고? 난 죽어도 하지 않습니다!!”최우식 대표는 이 말을 듣자 또 다시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다. ‘최제천
최우식 대표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경호원 몇 명이 곧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들은 온통 바닥에 모든 한약재를 다 엎었다. 그리고는 땅에다 물건들을 잡히는 대로 몽땅 던져 부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큰 약국이 온통 난장판이 되었다. 최제천 선생은 수염을 포함한 온 몸을 떨고 있었지만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바탕 난타를 당한 후에 가게는 이미 형편없이 망가졌다.최우식 대표는 그제야 콧노래를 부르며 "최 선생, 내가 3일 동안 생각해 볼 시간을 주겠소. 승낙하기 전에 최 선생의 한의원이 다시 개업한다면, 나는 다시 한번 당신이 승낙할 때까지 때려 부술 것이니 잘 알고 있으라고요! 이게 바로 자업자득이지…." 그러자 그는 몸을 돌려 아들 우신과 경호원을 데리고 떠났다.제세당의 어린 직원은 한의원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보고 울면서 최제천 선생에게 말했다. “원장 선생님, 경찰을 부르시죠!"최제천 선생은 손사래를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 오송 그룹은 재주가 좋아서 경찰에 신고해도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직원은 황급히 "그럼 어떻게 하지요?"라고 물었다.최제천 선생은 담담하게 "너와 내가 함께 한의원을 수리하고 빨리 재개장하자!"라고 말했다.직원은 "그런데 아까 그 놈이 다시 영업하면 또 때려 부수겠다고 했는데......”라며 걱정했다.최제천 선생은 담담하게 "오면 오는 거지, 혹시 그가 가게를 망가뜨릴까 봐 우리가 한의원을 열지 않겠어? 나는 평생 의학을 공부했는데 가게 망칠까 봐 걱정을 하겠어?"라고 말했다.어린 직원은 그를 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아무래도 최 선생은 마음이 온후하고 병을 치료하여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이 굉장히 깊은 분처럼 보였다. "어서 빨리 전화를 걸어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룸 그룹의 송 회장님 생신 잔치에 참석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그러자 최제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비로소 오늘이 송 회장 생신이라는 것을 기억
그러나 그의 계획은 아름답기만 했을 뿐 현실은 참혹했다. 최 선생은 최우식 대표의 요청을 단도직입적으로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을 욕하기까지 했다. 그는 또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차에 올라타서도 그는 여전히 중얼거렸다. "이 노망난 영감이.. 정말이지.. 거들먹거리면서 말썽만 피우지 않았다면 정말 죽여버렸을 거야..”옆에 있던 우신은 속으로 기뻐했다. 최제천 선생이 동생을 잘 낫게 해줄까 봐 걱정했었는데, 막상 오니 최제천 선생이 동생의 치료를 거부해 오송 그룹의 후계자를 다툴 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신은 아버지 앞에서 이런 감정을 표출하기 어려워 "아버지 아니면 킬러 몇 명을 고용해서 밤에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해 버리세요!”라며 말했다.“안 돼!” 최우식 대표는 "이 늙은이는 돈은 없지만 큰 인물들이 신세를 지고, 심지어 그가 장수하기를 바라고 있어서 만약에 죽임을 당하면 많은 거물들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것과 같으니, 우리 그룹이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 뻔해!”라며 놀라 말했다.우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아버지 말씀대로, 앞으로는 그분이 한의원을 열기만 하면 가서 부셔주면 되겠어요!”라고 답했다.최우식 대표는 "그건 단지 그 늙은이에게 주는 약간의 협박일 뿐이며, 가장 좋은 것은 네 동생이 그에게 진찰을 받는 거야!"라고 말했다.우신은 속으로 긴장해서 "아빠, 그 늙은이는 죽어도 승낙하지 않아요!"라고 대꾸했다.최우식 대표는 "그래서 송 회장님께 인사드리고 좀 도와 달라고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우신은 "아버지, 오늘은 송 회장님 생신 잔치인데, 이런 얘기하긴 좀 안 어울리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우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오늘 밤이나 내일 얘기하자. 그래 네 말이 맞아.." 이어 최우식 대표는 우신에게 말했다. "너도 오늘 꼭 가서 민정 양과 서둘러 감정을 키워 결혼에 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우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빠, 안심하세요. 내가 류광호
최우식 대표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을 보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잘했다 우신아, 네가 이미 어떻게 여자를 감동시킬 것인지 잘 알고 있구나!! 그리고 민정 양을 그렇게 관찰했다니.. 섬세하구나!"라며 칭찬을 했다.그러자 우신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제가 이렇게 아버지의 옆에서 조금씩 보고 배운 겁니다.. 그래도 아버지에 비해서는 아직 엄청나게 부족합니다...""아니다." 최우식 대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민정 양의 팔찌가 오래되어 값어치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면, 너는 이미 엄청나게 발전한 거야! 괜찮아! 굉장히 좋아!"우신은 아버지의 칭찬을 받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고, 류광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광호 대표님, 이 팔찌 정말 예쁜 것 같아요! 마음에 듭니다! 오늘 정말 잘 준비해 주셨어요. 앞으로도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신다면 저도 대표님을 끝까지 푸대접하지 않겠습니다."류광호는 기뻐하며, "네, 도련님. 저도 반드시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도련님, 그리고 이것은 남은 돈입니다."라며 재빨리 남은 수표 한 장을 건네주었다.우신은 류광호의 태도가 굉장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 돈은 팁이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계세요."라고 말했다.류광호는 이 돈이 오송 그룹의 첫째 아들이 자신에게 준 상금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즉시 격동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큰 도련님 감사합니다!"라며 감격하였다.옆에 있던 최우식 대표는 류광호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의외로 류광호는 굉장히 예의가 바를 뿐만 아니라 일처리 역시도 깔끔해 군더더기 없었다. 자신들이 서울로 본거지를 옮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자신들의 편에 서려고 한 충견과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우식 대표도 류광호에게 진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류광호 대표, 오늘 송 회장님 생신 잔치에 초대 받았어요?"라며 입을 열었다.류광호는 씁쓸한 미소를
우신은 속으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자신과 아버지가 바로 민정의 앞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뜻밖에도 더 중요한 VVVIP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서울 바닥에서 지금 자신과 아버지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다시 말해, 누가 대체 오송 그룹보다 더 잘 나간다는 말인가?! 기분이 언짢았지만 우신은 마음을 추스르며, "아, 그렇구나~ 아! 그런데 민정아, 내가 특별히 선물을 하나 준비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라고 젠틀하게 말했다..민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신아, 선물은 네가 다시 가져가는 것이 좋겠어.. 나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그러니까 나에게 준다고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어. 게다가 난 네가 주는 선물을 마음대로 받을 수 없어.."우신은 류광호 대표가 준 선물을 급히 꺼내며 말했다. "민정아, 그냥 내 성의인데 이렇게 사양할 필요가 있을까? 별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몇 번 네 손목에 끼고 있는 오래된 팔찌를 보았거든.. 어엿한 이룸 그룹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네가 어떻게 그렇게 초라하고 가치 없는 수준 낮은 악세서리를 할 수 있겠어? 이 팔찌는 이탈리아의 보석 디자이너의 신작이거든.. 전 세계에서 단 하나로, 몇 억의 가치가 있는 팔찌야.. 이건 오직 너만을 위한 거고.. 오직 이런 팔찌가 너의 신분과 성격을 대표할 수 있지.. 그러니 너의 손목에 어울릴 수 있는 거야. 지금 차고 있는 쓰레기는 빨리 쓰레기통에 버려!"우신은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보석, 특히 귀한 명품 악세서리를 좋아하기에, 민정 역시도 그런 분위기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싼 값에 사온 자신의 팔찌가 분명 민정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민정이 그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고 우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전에 없던 극도의 분노와 혐오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이 팔찌는 확실히 값어치가 없고, 또 확실히 촌스럽고, 낡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신은 죽고 싶은 마음이 밖에 없었다. 민정이 차고 있던 손목의 거지 같은 팔찌가 그녀의 어머니께서 남긴 유품... 그런데 자신은 그 유품을 쓰레기라며 모욕을 주었다... 이것은 정말 자신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큰 사고를 쳐버린 것이었다. 안 그래도 민정이 자신에게 별로 좋은 감정이 아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는데. 오늘 이 팔찌 사건 때문에 자신은 강한 파장을 일으켜 버렸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일을 쳐버리다니.. 분명히 자신에 대한 점수가 엄청나게 마이너스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우진의 곁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았던 최우식 대표는, 아들의 멍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굉장히 궁금했다. 아까 민정 양에게 선물을 하러 갔는데..? 이렇게 비싼 선물을 받고 분명 기뻐했을 텐데. 그런데 민정 양은 왜 그냥 차를 몰고 가버렸을까..? 그는 궁금하여 곧장 우신을 향해 돌아가 그를 토닥였다. "민정 양과 얘기 좀 해봤어?" 그런데 우신이 팔찌를 그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고 최우식 대표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이 선물은 네가 들고 있는 게냐?"우신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힘 없이 말했다. "아버지.. 민정이 손목에 끼고 있던 그 거지 같은 팔찌가.. 그 팔찌가.. 어머니가 물려주신 유품이래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 팔찌가 쓰레기라고.. 너랑 하나도 안 어울린다고 그랬어요..”"이런... 빌어먹을.." 최우식 대표도 그 말을 듣고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쉬며 우신에게 말했다. "그래.. 넌 진작에 그것까지 생각했어야 했다. 민정 양이 그런 높은 신분으로 그처럼 허름한 팔찌를 찰 수 없겠지.. 그래서 그녀가 착용한 이상, 반드시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임을 생각했어야 했어..!너무 허술하게 생각했다.."우신은 툭 건드리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억울한 듯 말했다. "아버지.. 조금 전에는 제가 관찰력이 좋았다고 치켜세우시더니… 그런데 또 이제 와서는 허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