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젊은 사내는 마침내 한숨을 돌렸다. 그는 신난 듯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후, 몸을 돌려 시후와 나훈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방금 자신이 윗사람과 통화하며 보고한 모든 과정이 시후의 귀에 생생하게 들렸다는 사실을.시후는 한편으로 이 조직의 경계심에 감탄하면서도,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토록 철저한 계략과 신중한 행동도 결국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조심스럽고 영리하게 행동한다 해도, 지금부터는 어떤 수단을 써도 몰살당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젊은 사내는 자신에게 닥쳐올 위기를 꿈에도 모른 채, 나훈구를 하나 데려오면서 덤으로 한 명 더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시후에게 말했다. “운이 정말 좋네요. 보통 우리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칩니다. 사전에 자료를 제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철저한 건강검진까지 통과해야 겨우 기회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배가 곧 출항하는데 인원이 부족해서요. 혹시 관심 있으면 저랑 같이 가서 면접을 보면 됩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바로 일할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일부러 신난 듯 물었다. “그럼 선원 월급은 얼마나 되나요?”젊은 사내는 웃으며 말했다. “한 달에 5천~6천 달러 정도 받습니다. 물론 성과와 임무 완수 능력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도 있고요.”“좋네요.” 시후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젊은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여기서 엔세나다 항구까지는 대략 100km 정도 가야 합니다.”두 사람은 흔쾌히 동의했고, 젊은 사내의 안내를 따라 공항 밖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한 대의 쉐보레 픽업트럭 앞에 도착했다. 운전석에는 이미 한 명의 멕시코인이 앉아 있었다. 남자는 덩치가 크고 얼굴이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젊은 사내는 조수석 문을 열며 시후와 나훈구
젊은 사내가 시후와 나훈구에게 먼저 가족에게 전화를 걸라고 한 이유는, 바로 차 안에 신호 차단 장비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차가 도시를 벗어나면 그는 곧바로 차단 장비를 가동할 예정이었고, 기지국이 두 사람의 휴대폰 이동 경로를 기록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휴대폰 통신은 모두 지상의 기지국에 의존한다. 많은 수의 지상 기지국들은 넓은 지역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사실상 사각지대 없이 통신 범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휴대폰은 항상 신호가 가장 강한 기지국을 자동으로 찾아 연결되며, 이동할 때마다 가장 가까운 기지국으로 접속을 전환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특정 휴대폰이 언제 어떤 기지국에 접속했는지 기록을 통해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만약 휴대폰을 이용해 누군가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휴대폰과 기지국의 접속시간, 그리고 구체적인 정보만 불러온다면 이동 루트를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범죄 조직의 은신처의 구체적인 위치가 발각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의미하는 것이다.그래서 젊은 사내는 아까 일부러 멕시코의 인프라가 좋지 않다고 말하며, 신호 차단이 발생할 것을 미리 예고한 것이다. 젊은 사내는 이렇게 하면 나중에 두 사람이 휴대폰 신호가 끊겨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픽업트럭이 공항을 출발해 남쪽으로 향했고, 약 10여 km를 달렸을 때, 젊은 사내는 조용히 조수석 아래쪽을 더듬어 숨겨진 스위치를 눌렀다. 이 스위치는 바로 신호 차단 장치의 전원 버튼이었다.버튼을 누르자, 차량 주변 5미터 범위 내에서 모든 신호가 완전히 차단되었고, 휴대폰은 물론 위성 신호조차 수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나훈구는 시후와 이야기하며 아내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채팅을 하던 중 갑자기 휴대폰 신호가 서비스 없음으로 바뀌었다.그는 순간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어, 벌써 신호가 끊겼네...?"젊은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아, 이건 멕시코에서는 흔
나훈구의 휴대폰 화면에 적힌 문장을 본 시후는 깜짝 놀랐다. 그는 나훈구가 이렇게 빠르게 이상한 점을 눈치챌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나훈구의 휴대폰을 건네 받으며, 한편으로는 조용히 타이핑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와, 형님! 그런데 아드님이 형님이랑 전혀 안 닮았네요. 훨씬 더 잘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휴대폰에 이렇게 적었다. 그리고 다시 나훈구에게 휴대폰을 건넸다.나훈구는 휴대폰을 받으며 웃었다. "하하... 우리 아들이 엄마를 닮았어. 사실 나야 뭐 생긴 게 별로지만, 우리 와이프는 엄청 예쁘거든. 잠깐만 있어 봐, 젊었을 때 사진 좀 찾아볼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 휴대폰을 조작하며 타이핑했다. "아이고, 휴대폰에 사진이 너무 많네. 2~3만 장은 되는 것 같아. 찾는 것도 일이야."잠시 후, 그는 시후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자, 봐 봐. 이게 우리 결혼식 때 사진이야. 그때는 포토샵이나 필터 같은 게 없었다고."시후가 휴대폰을 보니, 거기에는 사진이 아니라 긴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글을 본 시후는 나훈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훈구가 성급하게 행동하는 걸 막아야 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다. "와, 형수님 정말 미인이셨네요!" 그러면서 그는 휴대폰에 이렇게 적었다. 형님, 그 신호탑이 고장 난 건 아닐까요? 이런 지역에서는 신호탑이
이러한 상황에서 도망치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싸운다 해도, 싸움의 결과는 죽음의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상대는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고, 총까지 지니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저들은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이고, 그러면 자신과 시후는 이 황량한 들판에 시체로 버려질 게 뻔했다.나훈구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멕시코의 상황을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이 나라에는 무장 범죄 조직이 도처에 차 있었고, 그들의 인원 수는 경찰과 군대를 합친 것보다도 많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곳에서 범죄 조직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훔치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일반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멕시코의 부호나 정치인, 고위 관료들조차도 수시로 납치당하거나 암살당하는 일 이 빈번히 일어났다. 이런 곳에서 외국인 관광객 두 명이 죽는다는 건, 멕시코 경찰 입장에서 보면 그냥 한 PC방 앞에서 자전거 두 대가 사라진 것보다도 하찮은 일이 될 것이었다.이런 현실을 떠올리니, 나훈구는 긴장되고 불안했지만, 함부로 움직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시후가 한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굳이 자신의 목숨을 노릴 이유가 없었다. 혹시라도 납치해서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려고 해도, 애초에 자신의 집안은 완전한 마이너스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빚더미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가진 돈을 전부 긁어 모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공항까지 자신을 태우러 온 기름값조차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후의 분석대로, 이놈들은 자신을 단순히 노예처럼 부려먹으려고 데려가는 것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지옥 같은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최소한 목숨은 부지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옛말에도 차라리 살아서 고생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산이 남아 있으면 땔감이 마를 일은
하지만 두 사람이 탄 픽업트럭은 약속대로 엔세나다라는 항구 도시로 가지 않았다. 그곳은 그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실제로 차량은 엔세나다의 북서쪽에 위치한 해안 어촌 근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곳은 엔세나다에서 10~20k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픽업트럭의 운전자는 어촌에 진입하기 전까지 내내 백미러를 좌우로 번갈아 살피며 누군가 자신들을 미행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서, 뒤따르는 차량이 같이 속도를 줄이는지 살폈다. 곧 그는 자신의 속도를 늦춘 뒤에도 뒤차들이 하나둘씩 속도를 유지한 채 자신이 몰고 있는 차량을 추월해 가는 것을 보고, 기본적인 지식으로 판단했을 때 아무도 자신을 쫓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제야 그는 안심하고 차량을 어촌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공항을 나선 순간부터 무려 10여 대의 차량이 교대로 그들을 미행하고 있었던 것을 말이다. 어떤 차량은 10여 km를 미행한 후 추월해 나갔고, 어떤 차량은 다시 10여 km를 따라오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었다. 이 10여 대의 차량은 매우 신중하게 움직였으며, 그에게 어떤 흔적도 들키지 않았다.운전자가 속도를 줄였을 때, 해당 구간을 담당한 미행 차량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추월해 나갔다. 그리고 약 1마일 후방에서는 여전히 한 대의 예비 차량이 시야 밖에서 그들의 이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 차량은 앞서 가는 미행 차량들의 무전 지시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추적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차량은 상대방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자주 차선을 바꿀 필요가 없었고, 이에 따라 성도민은 이 차량을 자신의 지휘 차량으로 삼았다. 그는 목표 차량이 속도를 줄였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1마일 뒤에서 차량을 정차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즉시 최첨단 국산 드론을 띄웠다. 이 드론은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서 큰 타격을 입은 후 도입한
시후는 멕시코인 운전수가 차를 황폐해 보이는 어촌 마을로 몰고 들어가자, 일부러 궁금한 척하며 조수석에 앉은 젊은 남자에게 질문했다. "저기요 형님. 우리 엔세나다로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근데 왜 새 한 마리도 안 보일 것 같은 촌구석으로 들어온 겁니까?"젊은 사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기름이 거의 떨어졌거든. 이 어촌에서는 밀수 기름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여기서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하게 될 거다. 이제 엔세나다까지 얼마 안 남았어. 한 10킬로미터 남짓? 기름 넣고 나면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말을 마치며 그는 하품을 하더니 무심하게 덧붙였다. "아오, 어제 밤새 멕시코 놈들과 포커를 치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냈더니, 졸려 죽겠네... 너희들을 데려다 주고 나면 실컷 잘 수 있겠어!"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픽업트럭은 한 시골의 마당으로 들어갔다.시후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훈구를 흘끗 보았다. 그가 점점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시후는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형님, 너무 긴장하지 마요. 그냥 기름 넣는 거니까 걱정할 거 없을 겁니다."그러나 시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픽업트럭이 마당에 멈추자마자 주변의 벽돌집에서 덩치가 산만한 멕시코인 7~8명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모두 갈색 피부를 가졌으며, 몸에는 비슷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발에는 뭔가 화려한 뾰족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 전원은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그들이 위압적인 분위기로 다가오자, 나훈구는 깜짝 놀라 다급히 외쳤다. "이... 이 사람들... 뭐 하려는 거야?!"“뭐 하는 거냐고?” 조수석에 앉았던 젊은 사내는 비웃으며, 좌석 아래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는 총구를 나훈구에게 겨누었다가, 다시 시후에게 겨누며 차갑게 말했다. "전부 조용히 차에서 내려. 도망칠 생각하면 이놈부터 먼저 쏴 죽여 버린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 있던 멕시코인들이 손을 내밀어 양쪽 뒷문을 열어젖혔다. 그리
시후와 나훈구는 총으로 위협당한 채, 곧바로 벽돌집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그런데 이 벽돌집 내부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었으며, 오직 밝게 불이 켜진 움푹 안으로 들어간 지하 계단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두 사람은 총을 든 무장 강도들에게 끌려 계단 아래로 끌려들어갔고,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지하 공간은 복도 하나를 중심으로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에는 철창이 달린 감옥이 여러 개 늘어서 있었으며, 안에는 7~8명의 수감자가 갇혀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길이 10미터에 달하는 흰 천막이 걸려 있었고, 그 뒤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 공간은 온통 강한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 그 냄새는 코를 찌를 정도로 매우 자극적이었고, 그 외에도 인공호흡기 및 심전도 모니터 작동 소리가 들려왔다.이 순간, 시후는 이곳이 분명 간이 수술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게다가 그는 흰 천막 뒤편에서 매우 허약한 상태로 깊이 혼수상태에 빠진 두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때, 복도 끝에서 대략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내려왔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일행을 훑어본 뒤, 먼저 나훈구를 한 차례 살펴보고, 그 다음 시후를 보며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호량아, 이 자의 신원은 확인됐나?"‘호량아’라 불린 젊은 사내는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님, 이 자식은 그냥 한국에서 도망쳐 나온 불운아에 불과합니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나훈구와 옆자리였고, 내내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졌죠. 그래서 나훈구를 따라 멕시코로 건너와 선원이 되려고 했던 건데, 그냥 운 나쁘게 여기까지 흘러온 겁니다."형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몸이 단단하군. 또 젊기까지 하니, 만약 장기 이식 적합 판정을 받는다면, 꽤 비싸게 팔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이호량에게 지시했다."하딕을 불러와."
이호량은 히죽대며 차갑게 말했다. "난 네 신장 하나를 잘라내고 싶었는데, 아직 너랑 적합한 이식 환자를 못 찾아서 말이야. 만약 찾았다면, 한 번 수술로 돈을 두 배, 아니 세 배로 벌 수 있었을 텐데!"나훈구는 이 말을 듣자 더욱 긴장하며 황급히 물었다. "너희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인도인 의사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모레 수술이 있으니, 지금 너무 많은 걸 아는 건 좋지 않을 걸."이때 마윤걸이 이호량에게 말했다. "아, 참. 아직 네게 통보하지 못한 일이 있었네. 캐나다에서 온 한 말기 신부전 환자가 훈구와 조직 적합 판정을 받았어. 그쪽에서 신장 하나에 2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는데, 내가 가격을 60만 달러로 불렀지. 두 개를 한꺼번에 사라고 말이야. 신부전 환자 입장에서는 양쪽 신장을 이식할 기회가 굉장히 귀하니까."이호량은 이 말을 듣자 즉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동의했습니까?"마윤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민해 보겠다고는 했지만, 난 확신해. 결국엔 수락할 거야. 만약 승낙하면 모레 한꺼번에 수술하자고."인도 의사 하딕이 즉시 말했다. "마 선생님, 저 모레 이미 수술이 세 건 있어요. 끝나고 나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거기에 신장 두 개 이식까지 추가되면 한밤중에 수술이 끝날 것 같습니다만..."마윤걸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하딕 선생. 좀 더 고생해줘. 대신 수술비 5천 달러 더 얹어 줄게. 수술 끝나면 호량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 거야."하딕은 이 말을 듣고 동그랗고 튀어나온 눈을 몇 번 깜박이며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마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뭐, 좀 더 수고해보죠."이제야 나훈구는 대략 이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훈구는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적출하려는지도 몰랐는데, 신장 두 개를 적출하겠다니! 정말 신장 두 개를 다 떼버린다면, 자신은 죽는 게 아닌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극도의 공포에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