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두 사람이 탄 픽업트럭은 약속대로 엔세나다라는 항구 도시로 가지 않았다. 그곳은 그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실제로 차량은 엔세나다의 북서쪽에 위치한 해안 어촌 근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곳은 엔세나다에서 10~20k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픽업트럭의 운전자는 어촌에 진입하기 전까지 내내 백미러를 좌우로 번갈아 살피며 누군가 자신들을 미행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서, 뒤따르는 차량이 같이 속도를 줄이는지 살폈다. 곧 그는 자신의 속도를 늦춘 뒤에도 뒤차들이 하나둘씩 속도를 유지한 채 자신이 몰고 있는 차량을 추월해 가는 것을 보고, 기본적인 지식으로 판단했을 때 아무도 자신을 쫓고 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제야 그는 안심하고 차량을 어촌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공항을 나선 순간부터 무려 10여 대의 차량이 교대로 그들을 미행하고 있었던 것을 말이다. 어떤 차량은 10여 km를 미행한 후 추월해 나갔고, 어떤 차량은 다시 10여 km를 따라오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었다. 이 10여 대의 차량은 매우 신중하게 움직였으며, 그에게 어떤 흔적도 들키지 않았다.운전자가 속도를 줄였을 때, 해당 구간을 담당한 미행 차량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추월해 나갔다. 그리고 약 1마일 후방에서는 여전히 한 대의 예비 차량이 시야 밖에서 그들의 이동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 차량은 앞서 가는 미행 차량들의 무전 지시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추적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차량은 상대방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자주 차선을 바꿀 필요가 없었고, 이에 따라 성도민은 이 차량을 자신의 지휘 차량으로 삼았다. 그는 목표 차량이 속도를 줄였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1마일 뒤에서 차량을 정차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즉시 최첨단 국산 드론을 띄웠다. 이 드론은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서 큰 타격을 입은 후 도입한
시후는 멕시코인 운전수가 차를 황폐해 보이는 어촌 마을로 몰고 들어가자, 일부러 궁금한 척하며 조수석에 앉은 젊은 남자에게 질문했다. "저기요 형님. 우리 엔세나다로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근데 왜 새 한 마리도 안 보일 것 같은 촌구석으로 들어온 겁니까?"젊은 사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기름이 거의 떨어졌거든. 이 어촌에서는 밀수 기름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여기서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하게 될 거다. 이제 엔세나다까지 얼마 안 남았어. 한 10킬로미터 남짓? 기름 넣고 나면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말을 마치며 그는 하품을 하더니 무심하게 덧붙였다. "아오, 어제 밤새 멕시코 놈들과 포커를 치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냈더니, 졸려 죽겠네... 너희들을 데려다 주고 나면 실컷 잘 수 있겠어!"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픽업트럭은 한 시골의 마당으로 들어갔다.시후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훈구를 흘끗 보았다. 그가 점점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시후는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형님, 너무 긴장하지 마요. 그냥 기름 넣는 거니까 걱정할 거 없을 겁니다."그러나 시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픽업트럭이 마당에 멈추자마자 주변의 벽돌집에서 덩치가 산만한 멕시코인 7~8명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모두 갈색 피부를 가졌으며, 몸에는 비슷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발에는 뭔가 화려한 뾰족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 전원은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그들이 위압적인 분위기로 다가오자, 나훈구는 깜짝 놀라 다급히 외쳤다. "이... 이 사람들... 뭐 하려는 거야?!"“뭐 하는 거냐고?” 조수석에 앉았던 젊은 사내는 비웃으며, 좌석 아래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는 총구를 나훈구에게 겨누었다가, 다시 시후에게 겨누며 차갑게 말했다. "전부 조용히 차에서 내려. 도망칠 생각하면 이놈부터 먼저 쏴 죽여 버린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 있던 멕시코인들이 손을 내밀어 양쪽 뒷문을 열어젖혔다. 그리
시후와 나훈구는 총으로 위협당한 채, 곧바로 벽돌집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그런데 이 벽돌집 내부에는 아무런 가구도 없었으며, 오직 밝게 불이 켜진 움푹 안으로 들어간 지하 계단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두 사람은 총을 든 무장 강도들에게 끌려 계단 아래로 끌려들어갔고,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지하 공간은 복도 하나를 중심으로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에는 철창이 달린 감옥이 여러 개 늘어서 있었으며, 안에는 7~8명의 수감자가 갇혀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길이 10미터에 달하는 흰 천막이 걸려 있었고, 그 뒤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 공간은 온통 강한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 그 냄새는 코를 찌를 정도로 매우 자극적이었고, 그 외에도 인공호흡기 및 심전도 모니터 작동 소리가 들려왔다.이 순간, 시후는 이곳이 분명 간이 수술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게다가 그는 흰 천막 뒤편에서 매우 허약한 상태로 깊이 혼수상태에 빠진 두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때, 복도 끝에서 대략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내려왔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일행을 훑어본 뒤, 먼저 나훈구를 한 차례 살펴보고, 그 다음 시후를 보며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호량아, 이 자의 신원은 확인됐나?"‘호량아’라 불린 젊은 사내는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님, 이 자식은 그냥 한국에서 도망쳐 나온 불운아에 불과합니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나훈구와 옆자리였고, 내내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졌죠. 그래서 나훈구를 따라 멕시코로 건너와 선원이 되려고 했던 건데, 그냥 운 나쁘게 여기까지 흘러온 겁니다."형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몸이 단단하군. 또 젊기까지 하니, 만약 장기 이식 적합 판정을 받는다면, 꽤 비싸게 팔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이호량에게 지시했다."하딕을 불러와."
이호량은 히죽대며 차갑게 말했다. "난 네 신장 하나를 잘라내고 싶었는데, 아직 너랑 적합한 이식 환자를 못 찾아서 말이야. 만약 찾았다면, 한 번 수술로 돈을 두 배, 아니 세 배로 벌 수 있었을 텐데!"나훈구는 이 말을 듣자 더욱 긴장하며 황급히 물었다. "너희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인도인 의사는 나훈구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모레 수술이 있으니, 지금 너무 많은 걸 아는 건 좋지 않을 걸."이때 마윤걸이 이호량에게 말했다. "아, 참. 아직 네게 통보하지 못한 일이 있었네. 캐나다에서 온 한 말기 신부전 환자가 훈구와 조직 적합 판정을 받았어. 그쪽에서 신장 하나에 2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는데, 내가 가격을 60만 달러로 불렀지. 두 개를 한꺼번에 사라고 말이야. 신부전 환자 입장에서는 양쪽 신장을 이식할 기회가 굉장히 귀하니까."이호량은 이 말을 듣자 즉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동의했습니까?"마윤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민해 보겠다고는 했지만, 난 확신해. 결국엔 수락할 거야. 만약 승낙하면 모레 한꺼번에 수술하자고."인도 의사 하딕이 즉시 말했다. "마 선생님, 저 모레 이미 수술이 세 건 있어요. 끝나고 나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거기에 신장 두 개 이식까지 추가되면 한밤중에 수술이 끝날 것 같습니다만..."마윤걸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하딕 선생. 좀 더 고생해줘. 대신 수술비 5천 달러 더 얹어 줄게. 수술 끝나면 호량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 거야."하딕은 이 말을 듣고 동그랗고 튀어나온 눈을 몇 번 깜박이며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마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뭐, 좀 더 수고해보죠."이제야 나훈구는 대략 이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애초에 나훈구는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적출하려는지도 몰랐는데, 신장 두 개를 적출하겠다니! 정말 신장 두 개를 다 떼버린다면, 자신은 죽는 게 아닌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그는 극도의 공포에
이호량은 이때 무심한 표정으로 시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잠시 후 네 혈액을 채취한 다음, 혈액형과 기타 정보를 인터넷에 올릴 거다. 만약 적합한 환자가 나오면 가격을 협상한 후, 너도 수술대에 오를 차례가 될 거야."옆에 있던 인도 의사 하딕이 갑자기 놀란 듯 말했다. "제기랄,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군. 수술대 위에 아직 두 명이 더 있지!" 그는 황급히 옆에 있던 흰색 커튼을 걷어 올렸다. 시후가 예상했던 대로, 그 안에는 조잡한 수술실이 있었고, 두 개의 수술대 위에 각각 한 명씩 누워 있었다.하딕은 급히 다가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핀 뒤, 마윤걸에게 말했다. "마 선생님, 손님 상태는 거의 안정됐습니다. 이제 회복실로 옮겨도 될 것 같습니다.""좋아." 마윤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몇 명의 멕시코인들이 다가와 남자를 이동식 침대에 옮긴 뒤 밖으로 나갔다.마윤걸은 또 다른 한 명을 바라보며,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자는 상태가 어떤가?"하딕은 그를 살펴본 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별로 좋지 않습니다. 너무 허약해서 며칠도 못 버틸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마윤걸에게 물었다. "이 사람의 다른 신체 부위는 구매자가 정해졌나요?"마윤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 적합한 사람이 안 나왔어." 그런 뒤 그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신경 쓰지 마. 그냥 여기 두고, 후반부 밤에 처리해서 묻어버려."하딕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난 신경 안 씁니다. 오늘 할 일 끝났으니 위층에 올라가 자겠습니다."마윤걸은 그에게 당부했다. "잊지 마. 내일 수술 두 건이 더 있다. 너무 늦게 일어나지 말라고."하딕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하더니 방을 나섰다.이때 이호량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하딕! 아직 이놈 채혈 안 했잖아!"하딕은 뒤돌아보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하자고. 채혈하고 엔세나다로 보내서 검사해야 하니까, 지금
그러면서 마윤걸은 더욱 음산하고 독기가 어린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좋아, 네가 만약 내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난 널 생지옥에 빠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아주 많이 알고 있지.”시후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방법인데? 한번 들어보자고."마윤걸의 표정은 더욱 사악해지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수술할 때 마취 없이 진행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 거다. 그때 네가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오, 그거 괜찮네. 참신한 발상이야!" 그러더니 옆에 서 있던 인도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딕 맞지? 여기서 수석 집도의인가?"하딕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나는 수술만 책임질 뿐, 다른 건 신경 쓰지 않는다.""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꽤 쓸모가 있겠군."이호량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마윤걸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이놈 미쳐버린 거 아닙니까? 제가 보기엔 완전히 실성한 것 같은데요?"마윤걸 또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신중을 기해 이호량에게 물었다. "올 때 혹시 누군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는 건 아니었어?""말도 안 됩니다!" 이호량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내내 백미러를 확인하면서 왔는데, 어떤 차량도 우리를 계속 따라온 적이 없었습니다. 행동이 수상한 차량도 없었고요. 게다가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멕시코 조직원들이 주변을 다 확인했어요. 시야 내에 의심스러운 차량은 전혀 없었습니다."마윤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시후를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봐, 꼬맹이. 정말 궁금하다. 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설마 죽음이 무섭지 않단 말인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무섭지."마윤걸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도 이따위로 허세를 부리는 거냐?"시후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상대방의 질문을 들은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단순히 김미희의 이름만 아는 게 아니라, 함께 식사도 한 적이 있어. 프로비던스에서 전지영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고, 곁에는 민건산이라고 부르는 남자와 부부 행세를 하고 있더군. 내 말이 맞지?"시후의 이 말을 듣자, 마윤걸뿐만 아니라, 나훈구도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훈구는 김미희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전지영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멕시코에서 선원을 모집한다고 말했고, 조건이 아주 좋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전지영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고, 그녀 덕분에 가족이 구원받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심장을 적출하여 만큼 사악한 인간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자, 나훈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자... 자네는 어떻게 전지영을 알고 있는 거야?! 설마 자네도 그녀에게 속아서 여기로 끌려온 거야?!"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형님, 전지영 따위가 저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정도 잔재주로는 어림도 없죠."마윤걸은 시후가 보이는 여유로운 태도에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는 이미 김미희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홀로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분명히 뭔가 든든한 빽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마윤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이, 보아하니 보통 사람이 아니군. 괜한 밀당하지 말고, 네가 누구인지 솔직히 말해. 혹시라도 우리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절대 널 건드리지 않겠다!"시후는 조소하며 말했다. "너희가 하는 짓을 보니, 진심으로 역겹다. 어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속여 납치한 뒤, 그들을 죽여서 장기를 적출해... 너희들의 행태는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거지 갱단보다 더 비열하고 악질적이야. 솔직히 말해서, 너희 같은 놈들이랑 같은 길을 가는 건 내 인생의 수치일 걸?!"마윤걸은 속으로 더욱 공포를 느꼈다. 그는 시후가 김미희
마윤걸은 허둥지둥 손을 뻗어 간신히 건넨 카드를 잡았다. 그는 곧바로 카드를 들여다보았고,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블랙 골드 카드! 실물을 본 적은 없었지만, 그는 그 존재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마윤걸은 속으로 경악하며 생각했다. ‘젠장, 이런 블랙 골드 카드는 전 세계적으로 몇 십 장 밖에 발급되지 않는단 말이야! 이런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카드에 얼마나 있는지는 몰라도, 자산이 최소 100억 달러는 넘겠지?! 100억 달러가 멕시코 같은 이 시골에서 어떤 의미인지 아나? 이건 그냥 돈이 많은 걸 넘어, 도저히 개념조차 잡히지 않는 수준이라고!’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손에 든 블랙 골드 카드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이 카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었다. 그 질감이며, 촉감이며, 평생 수많은 카드들을 만져봤지만, 이런 카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카드 표면의 은은한 무광 질감과 엠보싱된 디자인은 그야말로 예술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카드의 왼쪽 하단에는 영문 대문자로 각인된 이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후의 이름이었다!이 순간, 마윤걸은 속으로 외쳤다. ‘젠장, 이거 진짜잖아!!’ 다음 순간, 그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윤걸은 단순한 깡패가 아니었다. 그는 꽤나 실력 좋은 무술가였는데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도 자동소총 AK-47을 들고 반동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 몇 그램 밖에 나가지 않는 카드 한 장조차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경외와 공포가 가득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아니, 아니... 은... 은 선생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마윤걸은 단순한 바보가 아니었다. 블랙 골드 카드를 본 순간, 시후가 어마어마한
나훈구의 성격을 말하자면, 그는 사실 비교적 노련하고 보수적인 지식인 스타일이었다. 다소 범생이 같은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는 지식인 특유의 고고한 자부심, 그리고 일부 전형적인 인물에게서만 나타나는 궁상맞을 정도로 고지식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함부로 욕설을 하지 않지만, 욕을 하기 시작하면 그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몰렸을 때라고 할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나훈구는 생명의 위협은 없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김미희에 대한 증오를 도무지 억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여자는 자신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죽이려 했고, 자신은 그런 그녀를 은인이라 생각하고 고마워하며 따랐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지금 다시 마주한 그녀에게, 나훈구는 분노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궁지에 몰린 도둑이라고? 뭘 믿고 그렇게 자만하는 거지? 듣자 하니 너희 집안이 다 털렸다며! 남편이랑 아들도 잡혔고, 네가 벌어온 더러운 돈도 다 동결됐다고 하던데! 수십 년의 노력이 물거품 된 기분 어때, 아주 괴롭지?”그 말을 들은 김미희는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의 그 자신감과 냉소적인 태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 분노와 당혹감, 미친 듯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나훈구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누가 말해준 거야?!”지금의 김미희는 단순히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건 충격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훈구 같은, 자기 신분조차 제대로 모르는 멍청이가 어떻게 자기 집안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인가? 그녀는 속으로 당황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가족한테 일어난 일은, 우리랑 같이 이곳으로 온 그 차 안의 몇 명 빼곤 아무도 모를 텐데...? 게다가 모두 핸드폰도 버렸고, 외부와의 연락 수단 자체가 없었어. 같이 온 세 명이 설령 그걸 누군가에게 알리려 해도, 불가능했을 텐데. 그리고 설사 누가 어떻게든 정보를 퍼뜨렸다 해도, 하필 그걸 나훈
“맞아...” 이호량은 블랙 드래곤을 떠올리자 절망감에 사로잡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스는 이번에 블랙 드래곤이랑... 어떤 의미에선 완전히 접촉하게 된 셈이지...”김미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흥분하며 말했다. “좋네! 완전 잘 된 거네! 블랙 드래곤이랑 연결됐으면, 이제 뭘 더 걱정할 게 있겠어?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중동에서도 이제 우릴 건드릴 자가 없겠구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이호량의 풀이 죽은 듯한 기색을 보고, 아마 마윤걸이 사고를 쳐서 보스에게 혼난 것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마윤걸은 어디까지나 이호량의 보호막 같은 존재였고, 만약 마윤걸이 진짜 보스에게 미움을 샀다면 이호량도 위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웃으며 위로했다. “이호량, 너무 걱정 마. 형님이 보스를 얼마나 오래 따라다녔는데, 보스가 그를 쉽게 버리진 않을 거야.”이호량은 김미희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었다. “그랬으면 좋겠네...”김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더니,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맞다, 이호량. 그 나훈구는 도착했지? 나 요 며칠 외부와는 통 소통을 못 해서, 소식을 전혀 못 들었거든.”“도착했어...” 이호량은 김미희를 힐끗 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나훈구가 비행기에서 한국인을 한 명 만났는데, 꽤나 말이 잘 통했는지 그 사람도 선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같이 데려 왔더라고. 그래서 형님에게 보고하고, 둘 다 공항에서 데려왔어.”김미희는 웃으며 말했다. “헐, 그런 행운도 있었어? 그냥 돈줄이 굴러들어온 거 아니야?”“돈줄...?” 이호량은 순간 멍해졌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씁쓸히 웃었다. “그래... 돈줄이지... 너도 곧 직접 만나보면 알게 될 거다.”김미희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며 말했다. “나훈구는 내가 꼬드겨서 오게 만든 거고, 네가 말한 그 청년도 나훈구가 데리고 온 거니까, 그 청년도 잘 써먹게 되면 수당 절반은 내가 또 받아야겠네~” 그러더니 김미희는 이호량을 보며 웃으
김미희가 탄 자동차가 막 마당 밖에 도착하자, 대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그 안에서는 그들이 잘 아는 이호량과 두 명의 낯선 동양인 남성이 함께 나왔다.운전 중이던 민영건은 이호량을 보자마자 머리를 내밀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이 이호량, 오랜만이다!”지금의 이호량은 사실상 강제로 김미희 일행을 맞이하러 나온 상황이었기에, 마치 영혼이 나간 듯 멍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반응 속도도 평소보다 한참 느렸다.민영건이 몇 초간 그를 부른 뒤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그러고는 민영건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서둘러 시후가 당부한 말을 전했다. “아 참, 보스가 안에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어서 내려가 봐.”민영건을 비롯한 일행은 긴장한 기색을 보였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미희도 당황한 듯 보였다. 그녀는 민영건이 차를 멈추자마자 이호량에게 물었다. “보스가 왜 화가 난 거야? 우리 때문은 아니지?”이호량은 식은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너희들과는 상관없어... 형님이 사고를 쳤거든...”그 말을 들은 김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절박한 범죄자들의 세계에서는 내가 죽는 것 보다 차라리 남이 죽는 게 낫다는 마인드가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평소 협력을 하던 관계라 해도 누가 사고를 치면 동정 따윈 없이 상대방을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궁금한 듯 물었다. “뭘 어쨌는데? 무슨 사고를 쳤길래?”이호량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에 생긴 일이잖아! 그런데 지금 무슨 염치로 묻냐? 은시후의 장모를 해코지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블랙 드래곤한테 이렇게 당했겠어? 오늘 여기서 죽는다면, 넌 진짜 죄의 근원이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 대원 두 사람이 곁에 있어 이호량은 감히 분노로 얼굴을 붉힐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말로 설명하긴 좀 어려워, 직접 내려가서 보면 알 거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의 그녀는 멕시코 말고는 숨을 곳이 없지! 김미희, 내가 드디어 널 기다려온 보람이 있구나!” 그는 곧바로 블랙 드래곤 대원에게 물었다. “외부 정리는 잘 되었나?”대원은 즉시 답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오기 전부터 이미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시신들은 전부 위층 빈 방으로 옮겼고, 대원들은 마당 안팎의 흙을 뒤집어 피의 흔적을 가리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바람이 강해서 피 냄새도 금방 흩어질 겁니다.”“좋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차가 들어오면 바로 잡아서 내게 데려오도록.”대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Yes, sir!”...같은 시각, 멕시코 마을 동쪽 입구.민영건이 차를 몰아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김미희, 서건희, 그리고 민영건의 아내 역할을 하고 있는 손혜나 모두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사람은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차는 주유나 식수 및 음식 구매를 하는 시간 외에는 거의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미국 전역은 너무나도 위험했고, 가장 안전한 선택은 빠르게 멕시코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미희는 멕시코에서 며칠 쉬면서 나훈구의 수술 건을 감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미국 쪽 분위기가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다.그때, 운전 중이던 민영건이 의아한 듯 말했다. “이모,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하죠?”김미희는 무심히 말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그래.” 그리고는 기지개를 켜며 투덜거렸다. “어휴 이번 건만 끝나면, 난 평생 차를 안 타고 싶다...”김미희의 말에 민영건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익숙하게 차를 몰아 수술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수술실 근처에 다다르자, 그들은 갑작스레 이례적인 풍경을 보게 되었다. 수술실 앞에 차량들이 가득했고, 눈대중으로만 봐도 최소 수십 대는 되어 보였던 것이다.그러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서건희도 놀라며 말했다. “왜 이렇게 차가 많지
마윤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이토록 잔혹한 방법을 생각해낼 줄은 말이다. 이제 자신의 목숨은 물론, 세 아들의 인생도 완전히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블랙 드래곤이 그들을 끝까지 쫓을 것이기에 도망칠 방도조차 없다. 게다가 손자 마저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손자는 평생 모욕을 받고 손가락질 당하게 될 것인데, 그 아이는 틀림없이 자신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결국 손자는 자신의 이름과 성을 버릴 것이고, 그 순간부터 마 씨 집안은 완전히 대가 끊겨버리게 될 것이다.이 모든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 마윤걸은 공포에 질려 온몸이 덜덜 떨렸고, 눈물을 흘리며 시후에게 애원했다. “은시후 씨...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가 혼자 벌인 일이면 혼자 벌을 받으면 되지 않습니까... 제 아들이 대신 벌을 받는 건 감수하겠지만, 어린 손자한테까지 이렇게 하실 수는 없습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 애를 어떻게 했나? 난 단지 그 애의 할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를 공개하겠다고 했을 뿐이잖아? 그게 뭐가 잘못이지? 그렇게나 천인공노할 짓을 해놓고, 그 죄가 세상에 알려지는 건 두려운가 보지? 그리고 생각해 봐. 너희가 저지른 짓이 공개되면, 아마도 전 세계 언론이 너희들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할 거야. 심지어 영화감독들이 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서 상영할 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내가 일부러 나서지 않아도, 네 손자가 커서 네가 한 짓을 알게 될 거고 알아서 널 증오하게 될 거야!”마윤걸은 미쳐버릴 듯 절규하며 소리쳤다. “너는 우리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려고 작정했구나! 우리 가문을 없애려는 거잖아! 나 죽어도 널 용서 안 해! 귀신이 되어서라도 널 잡으러 다닐 거다!”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 “만약 진짜 귀신이 있다면, 네가 귀신이 되어도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널 반드시 지옥으로 보내서, 칼산을 오르고 끓는 기름 솥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해줄 테니까! 그 정도도 못 하면, 은시후라고 불릴 자
마윤걸의 세 아들들은 비록 특별히 뛰어난 인재는 아니었지만, 1인당 교육 자원이 우수한 서구의 교육 상황과 마윤걸의 현금 지원 덕분에 순조롭게 대학을 졸업했다.하지만 지금 시후가 말한 계획대로라면, 이 세 아들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시리아에서 강제 노동을 하며, 아버지 마윤걸이 진 빚을 갚아야 할 것이었다.마윤걸은 자식들을 그런 지옥에 끌어들이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시후 씨... 전부 다 제 잘못입니다... 사실 제가 지은 죄는 가족에게 까지는 미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당장 저를 죽인다 해도, 저는 한 점 원망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제 가족들만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시후는 냉소하며 물었다. “김미희와 서건희의 가족들에 대한 정보가 있나?”마윤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윤우선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완전히 종적을 감췄고, 그들과의 연락도 끊긴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윤걸은 짐작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김미희 쪽에서 일부러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것이라는 것을. 오랜 협력 관계였기에 마윤걸은 김미희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윤걸은 현재 김미희와 서건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시후는 그가 모르는 듯한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자,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 두 사람의 가족은 현재 돈세탁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고, 그들이 번 모든 불법 자산은 법에 따라 몰수되었지. 그 말인즉, 그들이 수년 동안 벌어들인 그 더러운 돈은 전부 공중분해 되었다는 거다. 결국, 20년 동안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간 건 둘째치고, 가족들까지 감옥에 가게 되었는데... 이게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까?”마윤걸은 극도로 당황했고 안절부절 못하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시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물론 그들의 가족들은 감옥에 오래 있진 않을 거다. 난 그들이 출소한 뒤, 시리아로 보낼 생각이거든. 그럼 너희 세
갑자기 네 발의 총을 맞은 마윤걸은 두 발목이 진흙처럼 으스러진 상태로 바닥에 쿵 쓰러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써 몸을 지탱하려 했지만, 이미 손이란 게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피범벅이 된 뼈대 같은 손목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끔찍한 상처가 난 손목으로 몸을 지탱하려 했고, 그 순간 엄청난 체중이 그 손목으로 실리며 마윤걸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막 낚여 올라온 참치처럼, 온몸을 땅바닥에 마구 비틀며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그가 몸부림칠수록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옆에 있던 이호량은 마윤걸과 너무 가까이에 있었던 탓에, 피가 얼굴과 옷을 포함한 사방에 튀었고, 즉시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마윤걸은 고통에 몸을 떨며 시후를 향해 간절히 애원했다. “은시후 선생님... 으악!! 이제 저는 완전히 폐인이 됐습니다... 제발... 제 나이는 이제 예순이 넘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시후는 찌푸린 얼굴로 되물었다. “그동안 네가 속이고 죽게 만든 동포들은? 그들도 네 앞에서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냐? 만약 그랬다면, 그들을 어떻게 했지?”마윤걸은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 그들 조직이 죽게 만든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다. 거의 모든 피해자들이 눈물로 애원했지만, 자신은 한 번도 그 사람들을 살려준 적이 없었다. 자신이 해온 짓들을 떠올리자, 마윤걸은 이미 자신의 미래를 직감할 수 있었다. 오늘 자신은,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때, 시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널 죽이는 것만으론 부족해. 지하에서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분명 아쉬워할 테니까. 걱정 마. 널 죽인 뒤에도, 난 반드시 너에게 피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 줄 거야.”마윤걸은 이 말을 듣고 깜작 놀랐다. 왜냐하면 자신이 죽고 나면, 대체 어떻게 복수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자신의 시체를 갈기갈기 찢겠다는 말일까? 마윤걸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에 후아레스는 이성을 잃고 돼지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그 모습을 본 시후는 차갑게 말했다. “그 돼지 잡는 소리 같은 비명을 한 번만 더 질러대면, 이번엔 사람을 시켜서 사타구니에 달린 것도 박살내 주겠어!”시후의 말에 후아레스는 온몸을 덜덜 떨며, 그 즉시 입을 꾹 다물었다. 죽음보다도 무서운 위협 앞에서, 그는 고통을 억누르고 숨을 삼켰다.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다시 묻지. 김미희 손에 있던 그 물건들, 네 거 맞지?”후아레스는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주체하지 못하며, 억지로 고통을 참은 채 말했다. “맞습니다... 내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묻는다. “그럼 또 하나 묻지. 김미희가 미국에서 속여서 멕시코로 데려온 교포들... 그 사람들을 모두 장기 적출한 뒤 죽인 것도 너희 조직이 한 짓인가?”후아레스는 순간 그 사실을 부정하려다 멈칫했다. 상황을 보니 상대는 이미 수술실까지 쳐들어온 상태고, 이제 와서 거짓말을 한다면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결국 그는 입술을 떨며 인정했다. “맞… 맞습니다. 우리가 한 것이 맞습니다...”“좋아.” 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며칠 전, 김미희가 또 한 명의 교포를 속여서 그녀에게 마약을 들려 공항으로 보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그 교포는 비행기도 타기 전에 미국 세관과 경찰에게 체포됐지. 이 일을, 알고 있나?”후아레스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 일로 그는 5킬로짜리 ‘물건’을 날려버렸기 때문에, 그날 밤 통째로 이불킥을 하며 밤새 뒤척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과 시후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후는 블랙 골드 카드의 소지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 정상급 용병조직인 블랙 드래곤의 주인이었다. 이런 인물이, 김미희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그래서 후아레스는 조심스레 물었다. “은... 은시후 씨… 당신 정도 되시는 분이, 왜 이런 사소한 일 하나
후아레스는 그 순간, 혼이 완전히 빠져나갈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블랙 드래곤이라는 이름은 그가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멕시코에서 가장 강력한 범죄 조직을 데려다 놓는다 해도, 블랙 드래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은 전부 정예 병력으로 훈련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최정예 고수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한때, 멕시코의 최고 범죄조직의 두목들조차도 블랙 드래곤을 롤모델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자신에게도 블랙 드래곤처럼 강력한 용병 집단이 있기를 갈망했지만, 자신들의 실력은 블랙 드래곤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많은 조직의 두목들은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에게 자신들의 부하들을 훈련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은 이런 조직들과는 어떤 거래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멕시코 최고의 마약왕이 직접 나서도, 블랙 드래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이런 태도 때문에 블랙 드래곤의 명성은 멕시코 전역에서 더욱 높아졌다.그 때문에 후아레스에게도 블랙 드래곤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은시후라는 젊은이가, 블랙 드래곤의 주인이라니 그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이해했다. 시후가 왜 블랙 골드 카드를 가질 수 있었는지. 블랙 드래곤의 가치는 수백 억, 수천 억 달러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충격적인 건 오늘 자신의 부하 200여 명이, 그 블랙 드래곤에 의해 전원 전멸당했다는 사실이었다.두려움에 떨며, 후아레스는 무의식적으로 시후에게 물었다. “우리 크레이지 후아레스 조직은, 언제나 블랙 드래곤을 존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우리와 블랙 드래곤은 원한도 없고, 아무런 충돌도 없는데... 블랙 드래곤이 왜 우리 형제 200명 넘게 죽인 겁니까?”시후는 냉소를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