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외가 식구들이 고은서의 콘서트를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가 예상한 대로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외가 식구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서 시후는 이번 콘서트를 보러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VIP 박스석도 있었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말했다. “손님이 오신 것이니, 혜리 씨께서 잘 대접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고은서가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생겨서요.. 두 노인들께서는 연세도 많으시고, 지위도 좀 특수하니, 관객석에서 제 공연을 보시는 건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연세 많은 두 분도 역시 VIP 박스석에 모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고은서는 다시 말했다. “그때 제가 지우 언니에게 먼저 은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VIP 박스석으로 입장하도록 안내하고, 그 후에 두 분 노인을 들어오시게 하라고 할 생각이에요. 어차피 박스석 내부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다 갖춰져 있어서 공연 중간에 나오실 필요가 없으실 거예요. 공연이 끝나면 지우 언니가 두 분을 먼저 모시고 나가게 할 테니, 양쪽이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계획은 어떠신가요?”시후는 잠시 고민한 후, 시원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그 계획 괜찮네요.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만 피하면, 풍수적으로도 문제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시후의 말을 이해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할머님께 명확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지우 언니에게 선생님과 사모님이 계신 박스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할머님을 배치하도록 할 게요. 이러면 더 안전할 겁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말
유나는 시후가 말하는 풍수 이론을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늘 겉으로 보기에 뭔가 이치가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약간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아내의 곁에 있는 시후는 속으로 약간의 긴장감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는 저녁에 외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 자제가 안 되고 고향 근처로 돌아온 듯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후는 비록 외가 식구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해 약간의 원망을 품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혈연의 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밤은 시후가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서 외가 식구들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느끼는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 시각, 시후의 외조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맨해튼에 위치한 AB 빌딩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안산은 감회에 젖어 아내와 자녀들에게 말했다. “예선이가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빌딩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쏟았지만, 이 빌딩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와보지 못 했어....”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급히 말했다. “큰 병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너무 슬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가 뉴욕에 온 이유를 잊지 마시고요.”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왜 왔더라?”시후의 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 안에서 조금 전에 다 설명했잖아요! 오늘 우리는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고요!”“아....” 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났네....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그는 말을 마치고 시후의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후도 오나?”시후의 외할머니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시후는 아직 못 찾았잖아요!”안산은 민망한
화려한 조명과 불빛이 WS 그룹 회장의 저택을 밝히고 있다.오늘 밤은 WS 그룹 신옥희 회장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그녀의 손자, 손녀들과 그 배우자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선물을 전했다."할머니께서 차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1g에 700만 원이나 하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는 이 대홍포 차를 선물로 드리려고 중국까지 다녀왔답니다. ""할머님께선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셨지요? 다이아몬드가 세팅 된 은십자가가 흠잡을 데 없는 이 묵주는 6,000만 원도 넘어요."화목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 예쁘게 포장된 색색의 꽃과 선물 상자를 바라보며,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었다.한 남자의 말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깨었다.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맏손자사위인 은시후가 말했다. "할머님, 정말 죄송하지만.... 부디 저에게 2억 원만 빌려주실 수 없을까요? 보육원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 3기 진단을 받아서 치료비가 필요해요..." 온 가족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시후를 바라보았다.더부살이 중인 이 손자사위는 정말이지 염치도 없고 뻔뻔했다! 칠순 생일파티 날 할머님을 위해 생신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뻔뻔하게도 그녀에게 2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다니...! WS그룹 김영식 전 회장이 아직 건재하던 3년 전 어느 날, 은시후와 함께 저택에 돌아와선 손녀인 유나와 결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시후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김영식 전 회장은 유나와 시후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WS그룹 일가 모두 시후를 내쫓으려 했지만, 그는 온갖 모욕과 조롱을 받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태연 했고, 데릴 손자사위로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그런 그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님께 돈을 빌려야 했다. 시후를 거두어 그를 절망에서 구원해 주었던 이씨 아주머니가 비인두암에 걸리고 말았다
10억 원?!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엠그란드 그룹 본사로 향했다.그는 엠그란드 회사 주차장 한편에 스쿠터를 세웠다. 시후가 시동을 끄자 곧 그의 맞은 편으로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들어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자 한 젊은 커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고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한 눈에 봐도 이지적인 느낌의 미남이었다. 한편, 여자 쪽은 화려하게 빼입고 있었다. 다소 천박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녀 또한 미인이었다. 알고 보니 두 미남 미녀는 유나의 사촌 김혜빈과 그녀의 약혼자 임현우였다.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맞닥트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시후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그들에게서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시후 씨 아니에요~" 시후를 발견한 혜빈이 큰 소리로 불렀다.혜빈은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시후는 소름이 온몸을 타고 퍼지는 것을 느꼈다.아는 척하는 사람을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없었기에, 시후는 예의상 웃으며 물었다. "아, 혜빈 씨... 여기엔 무슨 일로 왔죠?" 혜빈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했다. "저희야 엠그란드 그룹 이태리 부회장님을 만나러 왔죠."그리곤 그녀는 임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로이드 그룹은 전부터 엠그란드 그룹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거든요. 앞으론 로이드 그룹뿐 아니라 WS 그룹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시후는 로이드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사업 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몰랐다. 막 회사를 인수했기에 세부 사상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현우 씨, 사업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두 분 정말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다.현우는 시후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이 새끼는 어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지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을 수 있는
시후도 오늘 처음 부회장을 만났다.그 또한 태리가 놀랍도록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녀는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몸매에 매혹적인 외모, 그리고 당당한 자신감을 가진 27, 28살 정도의 젊은 여성이었다.시후는 태리의 책상에 앉으며 "전 사무실에 자주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저를 대신해서 앞으로도 회사를 경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 신원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부했다.태리는 지금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시후가 한국 최고의 재벌가인 은 회장의 가족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겐 엠그란드 그룹 따윈 그저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이죠, 회장님. 또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그때였다. 한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부회장님, 로이드 그룹의 임현우 님과 그의 약혼자분께서 만나러 오셨습니다.""지금 VIP를 만나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임현우를 아시나요?" 시후가 물었다."로이드 그룹은 저희 엠그란드의 파트너사 중 하나입니다. 몇몇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라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시후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엠그란드 그룹은 로이드와는 그 어떠한 사업 거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도 중단해주세요. 이 순간 이후로 우리 회사를 통해 로이드 그룹이 한 푼이라도 벌게 된다면, 이태리 씨 당신은 해고입니다."도대체 로이드 그룹의 관계자 중 누가 이토록 이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태리는 깜짝 놀라 필사적으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지금 바로 직원들에게 로이드 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엠그란드 그룹은 저급한 쓰레기와 협업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경비원에게 쫓아내라고 하세요."***사무실 밖에서 임현우와 김혜빈이 걱정하며
엠그란드 그룹의 공식 발표는 한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다.WS 그룹이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의 취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로이드 그룹과의 일체의 거래가 중단된 이유가 납득되었다.엠그란드의 새 주인은 로이드 그룹을 홀대하고 있는 듯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신임 회장인 은회장은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산총액 300조 원 상당의 엠그란드 그룹을 사들이다니, 이 베일에 싸인 '은 사장'이란 인물의 재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딸을 시집 보냄으로써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원했다. 무엇보다도 엠그란드 그룹의 1조 원 규모의 호텔 건설 사업 공고는 국내 건축, 디자인 업계를 뒤흔들었다.1조 원...!이 최대 규모의 호텔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라도 입찰을 따낼 수 있다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하는 신옥희 회장을 포함해, 여러 회사들이 당첨의 꿈을 꾸며 로또에 참가했다.신회장은 이번 사업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건 WS 그룹이 메가 프로젝트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일만 잘 되면 WS 그룹은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옥희 회장은 엠그란드 그룹의 메가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오늘 밤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미팅엔 일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은시후는 그날 밤늦게 WS 그룹 회장 저택으로 향했다. 신회장이 일가 전원 소집을 명령했기에, 물론 시후도 참석해야 했다!그는 신회장의 회의 주요 의제가 무엇일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WS 그룹 내에서 유나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유나의 사촌 김혜준이 시후를 발견하곤 어김없이 조롱했다. "은시후 이 새끼가 뻔뻔하게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왔어!?"유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그만해요, 혜준 오빠. 시후 씨는 내 남편이니까 엄연한 WS
유나의 돌발 발언에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모두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유나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지금은 공연히 앞에 나서 봤자 득은 커녕 실 밖에 없는 상황이다.한국 최고의 대기업이 WS 그룹 같은 약소 회사에 눈길도 주지 않을 게 뻔한데, 이런 무모한 도전의 결과는 나와 있었다. 가만히 듣고만 앉아 있을 수 없었던 혜준이 "김유나, 설마 니가 정말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라며 비꼬았다.혜빈도 오빠 혜준을 따라 조롱을 이어 갔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건데? 네가 괜히 설치다가 우리 WS 그룹이 개망신 당하게 될 거라고!""혜빈이 말이 맞아! 유나 네가 엠그란드 그룹에서 쫓겨나기라고 해 봐! 우린 그날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린 듯 유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시후와 결혼한 뒤, 집안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온 식구들은 그녀와 그녀의 부모까지 철저하게 무시하고 조롱해왔다.그런 그녀가 만일 엠그란드 그룹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집안 내의 입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더 이상 자신의 부모님이 다른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 사람들의 끊임없는 조롱에 다시 현실로 끌려 내려 왔다.유나는 시후를 노려보며,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지...? 애초에 시후 씨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나를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분노의 화살을 남편에게 돌렸다. 말다툼을 지켜보던 신 회장은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이번 일을 맡을 사람이 없냐 재차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더니, 막상 유나가 나서자 일제히 그녀를 무시하고 말리는 꼴이라니...!줄곧 손녀인 유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오늘 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시작도 안 하려고 하는 일에 유나만
유나는 시후가 말하는 풍수 이론을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늘 겉으로 보기에 뭔가 이치가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약간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아내의 곁에 있는 시후는 속으로 약간의 긴장감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는 저녁에 외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 자제가 안 되고 고향 근처로 돌아온 듯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후는 비록 외가 식구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해 약간의 원망을 품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혈연의 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밤은 시후가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서 외가 식구들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느끼는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 시각, 시후의 외조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맨해튼에 위치한 AB 빌딩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안산은 감회에 젖어 아내와 자녀들에게 말했다. “예선이가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빌딩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쏟았지만, 이 빌딩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와보지 못 했어....”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급히 말했다. “큰 병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너무 슬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가 뉴욕에 온 이유를 잊지 마시고요.”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왜 왔더라?”시후의 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 안에서 조금 전에 다 설명했잖아요! 오늘 우리는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고요!”“아....” 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났네....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그는 말을 마치고 시후의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후도 오나?”시후의 외할머니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시후는 아직 못 찾았잖아요!”안산은 민망한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외가 식구들이 고은서의 콘서트를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가 예상한 대로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외가 식구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서 시후는 이번 콘서트를 보러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VIP 박스석도 있었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말했다. “손님이 오신 것이니, 혜리 씨께서 잘 대접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고은서가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생겨서요.. 두 노인들께서는 연세도 많으시고, 지위도 좀 특수하니, 관객석에서 제 공연을 보시는 건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연세 많은 두 분도 역시 VIP 박스석에 모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고은서는 다시 말했다. “그때 제가 지우 언니에게 먼저 은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VIP 박스석으로 입장하도록 안내하고, 그 후에 두 분 노인을 들어오시게 하라고 할 생각이에요. 어차피 박스석 내부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다 갖춰져 있어서 공연 중간에 나오실 필요가 없으실 거예요. 공연이 끝나면 지우 언니가 두 분을 먼저 모시고 나가게 할 테니, 양쪽이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계획은 어떠신가요?”시후는 잠시 고민한 후, 시원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그 계획 괜찮네요.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만 피하면, 풍수적으로도 문제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시후의 말을 이해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할머님께 명확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지우 언니에게 선생님과 사모님이 계신 박스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할머님을 배치하도록 할 게요. 이러면 더 안전할 겁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말
다음 날. 공교롭게도 오늘은 마침 토요일이었다.유나는 뉴욕에서 열릴 혜리의 콘서트를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뉴욕에 조금 일찍 가서 쇼핑도 하고, 저녁에 콘서트를 본 뒤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하루를 더 써서 관광을 한 뒤에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자고 시후에게 제안했다.시후는 아내가 평소 수업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아내와 함께 제대로 휴식을 취하려는 마음으로 유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후는 뉴욕의 버킹엄 팰리스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했다.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를 몰고 뉴욕으로 출발했다. 유나가 뉴욕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시후는 그녀를 먼저 타임스퀘어로 데려갔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갔다.두 사람이 뉴욕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는 동안, Samson 그룹의 가족 10여 명은 두 대의 전용기를 나눠 타고 뉴욕에 도착했다. 안전하게 도착한 뒤, 시후의 외할머니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고은서는 이미 공연장에서 저녁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시후의 외할머니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고 정중하게 말했다. “할머니!”“어이구!” 시후의 외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기분 좋게 물었다. “은서야, 바쁘니? 이 할머니가 전화해서 방해된 건 아니지?”고은서는 거짓말하며 말했다. “할머니, 저 안 바빠요. 방금 앉아 쉬려던 참이었어요.”“그럼 다행이구나!” 시후의 외할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은서야, 내가 시후 외할아버지랑 외삼촌들, 고모까지 데리고 뉴욕에 왔단다. 오늘 저녁에 네 콘서트에 가서 응원해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괜찮겠니?”고은서는 잠시 당황했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시후였다. 그녀는 시후가 외가와 하루빨리 상봉하길 바랐지만, 시후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에 자신이 대신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 오늘 시후의 외가 가족들이 자
안충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자네가 굳이 그 범죄자들을 조사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제이크 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이제 와서 그런 말 해봐야 늦었다고. 게다가, 내 성격상.. 폭력으로 폭력을 되갚는 그런 범죄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도 없고.”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뭐야?”제이크 한은 말했다. “경찰서로 가서 업무를 정리하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은퇴하고 쉬려고 해.” 그러다 그는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이제 좀 괜찮아지셨어? 아니면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내가 한 번 뵙고 올까? 이번에 그렇게 크게 아프셨는데도 한 번도 못 찾아 뵈어,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안충주는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까지 올 필요 없어. 어머니께서 뉴욕에 가서 고은서 양의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하시거든. 우리 자녀들이 모두 그 콘서트에 참석해야 한다고 하셨고, 아버지도 설득당하셔서 내일 점심에 모두 함께 참석하기로 했어.”제이크 한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버님께서 최근 몇 년간의 일을 전혀 기억 못 하시면서, 왜 뉴욕까지 오시려고?”안충주가 말했다. “아버지께서 눈만 뜨면 어머니께서 한두 시간 동안 먼저 간단히 브리핑을 해드리거든. 아버지의 상태와 20년 가까이 기억 못 하시는 일들을 간추려서 반복적으로 말해주셔.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일곱, 여덟 번도 하셔. 아버지가 고은서 양이 외손자의 며느리이고, 게다가 아버지 목숨을 구했다고 들으셨기 때문에 바로 콘서트에 가겠다고 하시더라고.”제이크 한은 말했다. “그럼 내일 일정이 어떻게 돼? 같이 식사 한 끼 할 시간이 될까?”안충주가 말했다. “좋아. 내일 점심에 우리 먼저 맨해튼의 AB 빌딩으로 갈 거야. 우리 그룹은 많은 부동산이 있지만, 로스앤젤레스의 저택을 제외하면 아버지께서 가장 아끼시는 게 AB 빌딩이니까. 내일 점심에 거기서 같이 식사하자.”제이크 한은 감탄하며 말했다. “AB 빌딩
국장과의 대화는 단 10분이었지만, 제이크 한은 마치 10년은 늙어 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시장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차렸다.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대중이 보기에 결국 자신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곧 처벌인 셈이었다. 그 후에는 시장은 자신이 뉴욕을 위해 공헌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번 일은 비록 제이크 한이 잘못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는 뉴욕 시민을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결국 자기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일찍 퇴직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여 사람들에게 그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 사람들은 이런 방식에 약하다. 이것은 마치 자신의 동네에서 반평생을 안전을 지킨 경비원이 퇴직을 앞두고 실수로 도둑들을 들여보낸 상황과 비슷할 것이었다. 그런 경비원을 사람들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이크 한은 뉴욕 시장에게 감탄했다. 비록 시장은 동양인은 아니었지만, 22년 동안 경찰로 일한 경력이 있었기에 그는 이러한 일들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그는 제이크 한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일 분이었다.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제이크 한을 희생시켜 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을 쓴 것이다. 제이크 한에게는 매우 치욕적인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었다.이를 알아차린 제이크 한은 결국 무전기를 들고 특전사 팀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즉시 특전사 팀을 페이셔스 그룹의 본사 건물에서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특전사 팀의 철수는 이번 체포 작전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경찰 대변인이 나와서 이 상황을 설명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은 더 늙어버린 듯한 제이크 한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러자 기자들은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제이크 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제
국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해결할 수 없는 큰 일이 생기면, 결국 누군가는 대신 뒤집어써야 해. 자네가 뉴욕 경찰로 이렇게 오랫동안 일했으니, 이 점을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나는 자네가 이 일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싶지 않지만, 만약 자네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면, 미리 사과할 수밖에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이를 악물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솟았지만, 국장이 말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볼 때, 그의 말이 맞았다. 사실, 뉴욕 경찰은 대부분의 경우 내부 사람들을 보호하지만, 모든 일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뉴욕 경찰은 다른 인종들에 대한 폭력적인 법집행으로 인해 거센 분노를 샀는데, 처음에는 내부 경찰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해야 했다. 이번 배호영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역시도 큰 악영향을 미쳤지만,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바람에 경찰은 대응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을 봤을 때, 이 사건은 아마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크며, 결국 뉴욕 경찰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제이크 한은 이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진해서 퇴직하거나, 강제로 퇴직하거나, 퇴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장단점을 비교한 후, 결국 좌절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 듯 말했다. "곧 언론과 간단한 만남을 가지도록 하게. 경찰은 정보를 입수해 이 건물에서 용의자가 활동 중인 것을 확인했지만, 수색 결과 용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할 거네. 이번 작전은 잘못된 정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만 이야기해. 그 외의 이야기는 하지 말고."제이크 한은 할 수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내부 회의를
제이크 한은 이때 도박 심리에 휘말려,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더 승부를 걸기로 다짐했다. 그래서 국장이 자신에게 사람들을 철수시키라고 말하자, 그는 즉시 화를 내며 반박했다. "지금 사람들을 철수시키면, 모든 게 완전히 물거품이 될 겁니다!"국장이 반문했다. "이미 전부 수색을 마친 것 아닌가? 언제까지 수색할 건가? 내가 한 달을 줘도, 페이셔스 그룹 본사를 하나하나 부수어 가며 수색해도, 자네는 찾을 수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바로 답했다. "국장님, 특수 부대에 다시 한번 수색을 부탁하시죠. 저는 소이연이 절대 도망쳤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페이셔스 그룹의 구석에 숨어 있을 겁니다!"그러자 국장은 분노하며 말했다. "제이크, 지금 자네가 퇴직 전 마지막으로 이런 큰 사건을 맡게 되어 마음이 안 놓이겠지만, 이제 이 일은 이미 언론과 민중 사이에서 엄청난 불만을 일으킨 상황이야! 인터넷에서는 뉴욕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시장에게도 수많은 비판의 전화가 걸려온다고!"제이크 한은 서둘러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소이연을 잡아야 하는 겁니다. 그녀에게서 블랙 드래곤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끌어내야 합니다!"국장은 욕을 퍼부었다. "제정신인가? 그들이 블랙 드래곤 사람들인지 아닌지 간에, 나는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 지금 미국 전역, 심지어 전 세계의 시민들이 이들의 죽음을 환호하고 있고, 그들은 미스터리의 인물들을 영웅으로 보고 있다고! 그리고 뉴욕 시장은 이미 우리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어! 그런데 자네가 시장의 명령을 무시할 셈인가?!"제이크 한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국장님, 수색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그 후에 이 사건은 영원히 덮어 두시는 겁니까?"국장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 일은 자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자네 퇴직까지 1년도 남지 않았어. 내일 일정을 정리하고, 퇴직 전까지는 집에서 쉬도록 하게. 퇴직할 때는 내가 큰 환송회를 열어 줄 테니, 퇴직을
특전사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가장 최첨단 기술을 자랑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생명 탐지기는 철근 콘크리트도 영향을 줄 수 없으며, 방해를 받을 일이 없다. 따라서 소이연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게 숨는다고 하더라도, 이 장비의 탐지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현장에는 수십 마리의 훈련된 경찰견들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여러 벽을 사이에 두고 숨어 있어도 경찰견들은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면 소이연이 여전히 페이셔스 그룹 본사에 있을 경우 반드시 발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최첨단 탐지 기술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소이연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제이크 한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소이연이 미리 도망쳤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러나 여러 가지를 생각해본 후, 그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행동은 이미 매우 빨랐고, 배유현에게 정보를 흘릴 틈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소이연이 그렇게 빠르게 도망칠 수 있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그때 뉴욕 경찰서장은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며, 이미 신원이 확인되고 승인을 받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보도를 계속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 시민들의 뉴욕 경찰에 대한 불만은 보도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커져갔다. 모두가 알듯이, 뉴욕 경찰이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킨 이유는, 배호영과 같은 쓰레기 같은 범죄자들을 살해한 미스터리의 인물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법적 관점이 아니라 개인적인 정의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문제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제이크 한에게 이 미스터리의 인물들은 아무리 악을 처벌하고 선을 알리는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한 범죄 행위이며, 이러한 범죄자는 반드시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뉴욕 시민들 대다수는 개인적인 정의를 기준으로 사건을 보기 때문에 그들에게 배호영과 같은 범죄자들은 죽
원래 시후는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내일 열릴 고은서의 뉴욕 첫 공연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공연에 가지 않으면, 고은서는 물론이고 아내 유나 역시 매우 실망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직접 공연장을 둘러본 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VIP 박스에서 아내와 함께 고은서의 공연을 관람하면, 노출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지우는 시후의 사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박스를 요청하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하며 말했다. “네 문제없어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지우를 따라 박스로 향했다. 김지우는 문을 열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이 공연장의 VIP 박스는 아주 넓어서 독립 화장실도 있고, 파티를 열 수도 있어요. 필요한 건 직원들이 모두 가져다 드릴 테니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고요. 게다가 유리는 단방향 프라이버시 유리라서 외부 관객은 내부를 볼 수 없어요.”시후는 내부를 둘러보았다. 박스는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뉴욕의 최상류층이 모일 만한 장소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좋네. 이 방으로 할게.”김지우는 승낙하며 말했다. “만약 최대한 조용히 오시고 싶으시다면, 제가 VIP 통로로 안내해 드릴게요. VIP 박스는 일반 관객석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니, 그 통로로 바로 들어오시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을 거예요.”“좋아!”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정하자. 내일 공연 전에 연결 담당 직원을 하나 지정해주면, 그 사람을 통해 들어 갈게.”김지우는 즉시 말했다. “아니 이렇게 귀한 손님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다니요. 제가 직접 책임지겠습니다!”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내일 분명히 바쁠 텐데, 이런 일로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나를 모르는 사람을 하나 정해서, 풍수 전문가라고만 알려주면 돼.”김지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