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를 떠난 뒤 이토 나나코는 시후와 함께 여러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시후는 장인만 빼놓고 선물을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장인 김상곤을 위해 정장을 한 벌 사주었다. 장인 어른은 현재 매일 골동품 협회를 돌아다니는데, 이미 골동품 협회의 2인자가 되었으니, 꽤 지위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가 있는 골동품 협회는 한미정이 있는 노인대학과 교류가 잦기 때문에, 시후는 장인이 좀 더 멋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시후는 자질구레한 액세서리들과 소품들을 샀다.오후 3시 30분 정도 되었을 때, 시후에서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약 2시간 정도 남았다. 도쿄 공항이 시내에서 멀다는 것을 감안하여 시후는 나나코에게 말했다. "나나코 양,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공항에 가야 해요.”그러자 나나코는 망설임 없이 "시후 군,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요!"라고 말했다."차를 몰고 가서 공항에 차를 두고 가야 하는데, 나랑 같이 가면 어떻게 하려고요?”"괜찮아요. 누군가 데리러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시후 군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시후는 무의식적으로 "너무 번거롭지 않아요? 폐를 끼치는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아니야, 아니에요!!!" 나나코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시후 군, 제가 공항에 데려다 주고 싶어요~ 사실 전 한국까지도 데려다 주고 싶은 걸요? 다만 지금은 사정이 있어 빠져나갈 수 없으니 시후 군은 제가 공항에 데려다 줄 기회를 주세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감동하여 말했다. "그럼 같이 운전해서 공항으로 갑시다. 나나코 양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항으로 누군가 마중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요.”"네 네!" 나나코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시후 군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 준비할 테니까요~~”"그래요!" 시후는 이 말을 듣고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차에 올라 도쿄 공항으로 향했다.차 안에서 나나코는 무거운 마음으로 줄곧 곁의
그는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나나코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는 곧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허리를 굽혀 차 키를 자동차 앞 타이어 위에 올려놓았다.나나코는 의아해하며 "시후 군, 뭐 하시는 건가요?"라고 물었다."아~ 이건 친구에게 맡기기로 했거든요.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이 열쇠는 나를 따라 한국으로 가게 될 거예요. 하하~”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이러면 잃어버리는 거 아니에요?? 들키면 누군가 차를 타고 도망치면 어떡해요?”"여기에 놓으면 다른 사람이 볼 수 없을 거예요. 이렇게 많은 차가 있는데, 누가 허리를 굽혀 남의 차 타이어까지 보겠어요? 그리고 돌아갈 때 열쇠 위치를 차 주인에게 알려 주면, 차를 찾으러 올 때 편리할 거예요.”나나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똑똑하신 것 같아요 시후 군은.. 이런 방법은 저는 평생 생각하지도 못했을 텐데..”"사실 돈을 아끼려고 한 건데요 뭘.. 귀국해서 택배로 보내면 비용이 꽤 들잖아요~”나나코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푸훕!! 시후 군, 분명 돈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 아버지에게만 해도 1500만 달러를 얻었고, 구현제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돈을 아껴요~~~!”시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하..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살림살이를 잘하는 거죠~ 쓸 때는 아끼지 말고, 안 쓸 때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거라고요~”이토 나나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한 수 배웠어요!”"별 말씀을요~ 난 교양 있는 사람을 교육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제 얄팍한 견해일 뿐이라고요~”"아니에요~ 단순하고 쉬운 것 같아 보이지만, 저는 이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이전의 저라면 조금 더 쓰고 낭비해도 괜찮겠지만.. 이제는 아버지께서 회사를 주시길 원하시니, 앞으로 돈에 대한 개념이 없던 제 태도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나나코가 진지한 모습을 보이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난 이토 그룹이 나나코 양의 손에 맡겨
도쿄공항은 마츠모토 일가를 살해한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출국 검사를 강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승객을 모두 통제하지 못했다.소이연은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탑승권이 일본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사카로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탑승구에 있는 직원은 티켓을 보고 딱히 경계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소이연의 이름을 몇 번이고 묵묵히 읽고 사진을 보면서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는 이유는 말할 수 없었다.상대방이 자신의 여권을 가지고 멍하니 서 있자, 소이연이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자신의 신분이 상대방에게 탄로났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상황을 분석했고 이런 일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먼저 도쿄 경찰청에서도 마츠모토 요시토 집안을 멸족 시켜버린 것이 무술 고수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 외에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마츠모토 요시토를 죽인 사람의 이름이 무엇 인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가깝고, 평일에는 양국에서 오가는 관광객과 교포, 비즈니스 출장도 많기 때문에 도쿄 경찰청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자신을 추적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빠른 분석을 마친 후, 소이연은 눈앞의 이 직원이 자신의 외모에 홀딱 반한 것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제 사진이 좀 잘 나왔나요?”상대방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예쁘신ㄷ....” 말을 하다가 그는 자신이 실수로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여권을 소이연에게 돌려주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소이연은 그의 사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 "그럼 지나가도 되는 거죠?”"물론이죠?!!" 소이연의 냉염한 분위기에 짓눌려 식은땀을 흘린 직원은 서둘러 그녀의 탑승권도 함께
지난 번, 나나코는 사진의 실력을 겨루기 위해, 설아와 시합을 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리고 설아는 시후 자신이 만들어 준 회춘단 때문에, 갑자기 힘과 무술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결국 설아는 링 위에서 나나코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게 만들었고 이것은 바로 시후의 마음 속에 크고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한편으로는 나나코를 아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절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돌진하는 그녀의 성격을 존경했다. 또한 시후는 나나코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는 나나코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있던 설아를 나나코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으로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나나코를 치료해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죄책감은 조금 희석되었다. 자신이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녀의 힘과 능력도 크게 향상시켰기 때문에 죄책감을 덜어낸 것이다. 이로써 그가 가지고 있던 안타까움과 죄책감은 모두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바로 나나코에 대한 존경뿐이었다.그래서 시후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이를 드러내며 웃음 지었다. 그의 뽀얀 이가 살짝 드러났다. “그럼, 먼저 갈게요~”"그러세요!" 나나코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슬퍼하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시후 군,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요. 무운을 빌어요~”고대 일본 사람들은 무술을 존귀하게 여겼고, 무력의 극치를 대표하는 상징으로는 사무라이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누군가에게 ‘무운을 빕니다.’라는 말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단순히 행운을 비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전쟁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승리하며 무리에서 최고가 되라는 말로 최고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시후는 나나코가 자신의 무운을 기원한다는 말을 듣고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나나코 양 고마워요. 다음에 또 만나요!" 말을 마치고 시후는 다시 한 번 나나코를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검색대로 들어갔다.시후가 돌아서는 순간, 나
시후는 먼저 나나코의 입술에서 부드럽고 차가운 감촉을 느꼈고, 곧이어 입안에 약간의 짭조름한 맛을 느꼈다. 그는 이것이 나나코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시후의 마음은 아쉬움과 무기력함으로 가득했다. 몇 초 뒤, 두 사람의 입술은 떨어졌고 나나코는 고개를 들고 새빨간 눈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시후 군, 제발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며 울먹였다.시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아요. 절대 잊을 일 없어요..!”"그럼, 나중에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시후 군은 꼭 저에게 알려 주셔야 해요~” 나나코는 정중하게 말했다."그래요, 나나코 양도 마찬가지예요!!"나나코는 눈물에 젖은 채 애써 웃음 지었다. "그럼 시후 군 어서 가세요, 더 늦으면 비행기를 놓칠 거예요!”시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나코 양,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시후 군! 또 만나요~~”시후는 인사를 하고 이번에 돌아서서는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아까처럼 뒤돌아보면, 또 다시 눈물투성이가 된 나나코의 모습을 보게 될까 봐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는 아예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보안검색 통로로 발을 내디뎠다. 주변 승객들은 아름다운 나나코가 눈물을 흘리며 시후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꼼짝 않고 시후의 뒷모습을 지켜보자, 내심 감동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남자 승객들은 조금 전 보안 검색 통로에서 사라진 시후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이렇게 예쁜 여자가 이렇게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거야?”"그리고 심지어 뒤돌아보지도 않았어! 너무한 거 아니야?”"나 같으면, 저 여자를 지키고 영원히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나나코는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후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 어디에도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릴 때까지..전화가 연결되자 한
반지 모양은 조금 전 나나코가 껴 보았던 크기, 스타일까지 완전히 같았다! 이 반지를 보자마자 나나코는 마치 이 반지가 정말 시후가 자신에게 선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굉장히 행복하고 즐거워했다.가와나 쿠레이는 이 반지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나나코를 보고 물었다. "아가씨, 어떻게 티파니 같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거예요? 이 브랜드는 사실 그냥 흔한 보석 브랜드잖아요? 게다가 이 반지는 딱히 비싸지도 않고.. 어디 가서 다이아반지라고 말도 못 할 것 같은데..”사실 가와나 쿠레이의 말이 맞았다. 이 정도 금액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말 그대로 평범하지만 돈이 조금 있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사실 정말 돈 많은 재벌들은 이런 반지를 끼는 것을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유럽,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의 재벌들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급 악세서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매우 순도가 높고, 절단하기 위한 공정도 최상급에 달하기에. 한 개에도 1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진짜 부자라면, 이런 다이아몬드를 사서 특별한 반지를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착용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일반적으로 수 천만 원이 넘고 이런 금액쯤은 별 것 아니었다. 부자들은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석을 좋아하는데,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등 화려한 보석들도 좋아했다. 최고급 보석들은 놀라울 정도로 금액이 높은데, 이런 보석들로 만든 팔찌는 수천만 원 이상, 심지어 수억 원이 넘는 것들도 있었다. 부자들에게 이런 보석은 자신의 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용도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치가 상승할 여지도 크기 때문에 꾸준히 사랑을 받는다. 이토 그룹은 일본 최고의 재벌가이고, 나나코는 그들의 외동딸이지만 이런 평범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 가와나 쿠레이의 나나코에 대한 인식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나나코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수줍게 말했다. “어떤 것은 그 가치로 측정할 수 없는
원래 소이연의 계획은 나머지 동료들과 함께 오사카로 간 다음 개인 비행기를 몰아 오사카에서 모두 함께 김해 공항으로 들어간 뒤, 창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재 도쿄 경찰청에서는 자신을 비롯한 다른 엘에이치 그룹 관련자들을 잡지 못하고 있었고 기간이 길어진다면, 분명히 출국 기록들을 샅샅이 뒤지며 조사할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오사카에서 김해로 가는 직항 노선은 도쿄 경찰청의 눈에 가장 의심스러운 대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소이연은 함께 한 동료들과 모두 도쿄에서 오사카 공항으로 간 다음 먼저 울릉도 공항으로 잠시 경유하기로 결정했다.일본 정부는 자국 관련 항공편만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론상 일본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들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울릉도에 도착한 후에 김해로 간다면, 이 항공편은 국내선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일본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자신들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소이연은 전화가 도청당할 만한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VIP 라운지에서 주변 5미터 이내에 아무도 없는 구석을 택해서 전화를 하고 있었고, 일부러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었다. 그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방금 자신이 말한 음량으로는 3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이라도 들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 사람과 불과 1미터 거리에 있지 않는 한.. 게다가 소이연은 너무 민감한 정보는 노출시키지 않았다. 그저 먼저 울릉도로 간 뒤, 나중에 창원으로 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전화했지만,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시후가 이것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예상하지 못했다.시후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이 여성이 분명 엘에이치 그룹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도쿄 전체가 출국 통제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것은 엘에이치 그룹이 마츠모토 요시토의 집안을 멸족 시켜버린 일 때문이었다. 그러니 지금 일본을 떠나려고
항공 정보 자체는 기밀이 아니고, 심지어 개인 항공기의 항로 역시도 공항 직원과 공항의 운항 시스템으로부터 숨길 수 없다. 그래서 안세진은 빠르게 정보를 찾아 시후에게 보냈다. 안세진이 시후에게 보낸 정보에 따르면, 오늘 밤 오사카에서 울릉도로 가는 개인 비행기는 모두 4대라고 했다. 이 중 두 대는 승객을 태울 수 없는 소형 관용기이고 10명 안팎의 승객을 실어 나른다고 했다. 엘에이치 그룹의 무술 고수들의 수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이런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시후는 이 두 항공기는 걸러 내기로 했다. 나머지 두 대는 모두 에어버스를 개조한 개인 비행기인데, 개조된 좌석의 수는 모두 40~50개였다. 그래서 시후는 오늘 밤 엘에이치 그룹 인원들이 탄 비행기가 이 두 개의 비행기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그는 안세진에게 두 비행기의 자료를 자세히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이 두 비행기는 모두 울릉도에 등록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한 대는 국내의 한 개인 항공사의 명의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한 고급 여행사를 위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비행기는 어제, 김포 공항에서 40명의 여행객들을 태워왔으며, 오늘은 다른 여행객들을 태우고 다시 김포로 들어가는 스케쥴이었다. 또 다른 한 대는 경남에 있는 대형 부동산 업체의 명의로 되어 있었으며, 항공기는 오늘 다른 스케쥴이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운항 스케쥴이 변경되었고, 오사카에서 울릉도로 가는 항로로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시후는 이 변경사항을 보자마자, 마지막 비행기가 바로 엘에이치 그룹에서 준비한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 때, 시후는 갑자기 입꼬리에 차가운 웃음을 한 웃음을 머금고 잔인한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그는 안세진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입가에 계속해서 웃음을 머금고 자신의 자리에서 눈을 살짝 감고 잠이 들었다. 20분 뒤, 그의 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등석 승객들의, 우선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해당 승
20분 뒤, 시후와 유나는 공항에서 오랜만에 윤우선을 만났다. 윤우선은 유나와 시후를 보자 매우 흥분하며 신나게 말했다. "아이고, 유나야, 은 서방 내가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유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엄마가 혼자 집에서 자유롭게 지내느라 정말 편하게 계셨을 거라 생각했는데.."윤우선은 웃으며 대답했다. "편하긴 편했는데, 맨날 혼자 있는 건 너무 외롭더라!" 그러면서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이번에 미국에 오면서 환전도 못 하고 카드도 안 가져왔네. 너희 돈은 충분하지?"유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 보러 오셨는데 어떻게 엄마에게 돈을 쓰게 할 수 있겠어요. 그냥 편히 계시다 가요."시후도 말을 보탰다. "맞아요, 장모님. 미국에 오셨으면 당연히 저희가 책임 져야죠. 이곳은 결제가 불편하니까 제가 비자 카드를 하나 드리고 현금도 조금 드릴게요." 그리고 덧붙였다. "아, 장모님.. 미국은 치안이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시는 게 좋으십니다."윤우선은 시후가 카드와 현금을 주겠다는 말에 눈이 반짝이며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내 사위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위는 반쪽 아들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어?! 자네처럼 이런 사위가 있으면 아들 하나 있는 것보다 백배는 낫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윤우선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칠고 강하게 굴어도, 작은 호의만 보여주면 태도가 금방 180도 바뀌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약간의 돈으로 윤우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시후에게 매우 간단했고 비용 효율적인 거래였다.그 후, 두 사람은 윤우선을 차에 태우고 호텔로 데려갔다. 윤우선이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윤우선은 객실 안을 몇 바퀴나 뛰어다녔지만, 여전히 구조를 다 파악하지 못한 채 감탄하며 말했다. "세상에, 이 스위트룸은 너무 크잖아!
그 후 비행 내내 윤우선은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폰을 열어 확인했지만, 비행기가 미국 상공에 도달할 때까지도 여전히 홍라연의 연락 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윤우선은 몇 번이나 휴대폰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결국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생각했다. ‘에휴, 그래 가족 외에 진짜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다들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람들이지! 흥, 내가 전용기를 타고 미국 가는데 너희들이 연락 안 하고 관심 없어도 그만이야. 정말 웃겨!’윤우선은 이렇게 생각하며 슬쩍 휴대폰을 다시 확인했지만, 여전히 아무도 연락을 남기지 않은 것을 보고는 더욱 화가 났다. 그녀는 결국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려 애썼다.몇 시간 후, 윤우선이 탄 걸프스트림 G650 전용기는 마침내 미국 프로비던스 공항에 착륙했다. 이때는 미국 시간으로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한편, 시후와 유나는 보스턴에서 열린 혜리의 두 번째 콘서트를 보고 프로비던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시후는 이미 윤우선의 동향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시후는 윤우선이 자신과 유나에게 전용기를 탔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그녀가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야 유나와 연락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후는 윤우선이 혼자 입국 심사를 마치는 것은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윤우선은 기본적인 영어 대화는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30분 뒤, 유나의 휴대폰으로 미국 현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유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으며 영어로 말했다. "헬로?" 그러자 전화 건너편에서 윤우선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나야! 나야! 나 미국에 도착했어!"유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엄마, 언제 미국에 오신 거예요? 출발 전에
윤우선의 성격은 다소 억척스러운 면이 있는데, 그 본질은 강한 자존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50년을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왔다. 특히 WS 그룹에 시집온 이후로 그런 일은 더 심해졌다. 시댁의 멸시와 남편의 무능함은 그녀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고, 이는 그녀의 성격을 더욱 거칠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체면에 대한 집착을 극단적으로 강화시켰다.이제 그녀는 비로소 개인 전용기를 타보게 되었고, 이렇게 고급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 만큼 반드시 제대로 즐기고 이 상황을 기념으로 남기고 싶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SNS에 올려 친구들에게 제대로 자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항공기 승무원들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그들은 이런 항공편에서 일할 때, 윤우선 한 명을 상대하며 얻는 수입이 민간 항공기 한 대에서 수백 명을 상대하며 버는 것보다 몇 배 더 많았기에, 윤우선을 마치 황후처럼 떠받들며 대우했다.만족스럽게 영상을 찍은 윤우선은 가족들 앞에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후, 유나, 김창곤을 따로 멀티 프로필 설정을 하고,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프로필에 라고 한 줄을 남겨두었다. 글과 사진을 올린 후, 그녀는 사무장에게 물었다. "저기, 우리 이륙하면 인터넷이 안 되는 거죠?" 사무장은 서둘러 대답했다. "비행기 이륙과 상승 단계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지만, 안정 비행에 들어가면 객실 와이파이를 켜드릴 겁니다. 그때 인터넷을 사용하실 수 있어요." 윤우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좋아요, 그럼 기장님에게 이륙해 달라고 해주세요." 그녀는 속으로 흐뭇해하며 생각했다. ‘이미 사진이랑 글은 올렸으니, 하늘에 올라가 인터넷이 연결되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겠지? 그럼 다들 얼마나 부러워할까?’ 이렇게 생각하며 윤우선은 휴대폰을 옆에 두고 창밖 풍경을 보며 기분이 한껏 들떴다.비행기는 곧바로 이륙 우선권을 얻어 구름 위로 올라갔다. 약 30분 후, 비행기가 1만 1
전화를 끊고 나서 유나는 서둘러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엄마가 미국에 오면 당신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요? 엄마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잖아요. 괜히 당신 기분 나빠질까 걱정이에요." "아니에요." 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장모님이 미국에서 즐겁게 놀다 가시는 것도 좋고, 당신과도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니 괜찮아요. 당신도 집을 떠난 지 꽤 됐으니 장모님이 그리울 거잖아요." 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이렇게 멀리 오랫동안 집을 떠난 건 처음이라,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걱정이 되긴 해요."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방은 엄청 크잖아요. 둘이 있으면 너무 휑해서 장모님이 오시면 더 활기찰 거예요." 유나는 시후가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요!"......다음 날 오전. 유나는 이미 미국행 비자를 손에 넣었다. 불가리 매장 직원이 그녀에게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늘 오후라는 것을 확인해주자, 윤우선은 점심 무렵 가장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시후가 선물한 에르메스 가방을 메고, 불가리에서 제공한 비즈니스 차량을 타고 공항으로 갔다.공항에서 윤우선은 처음으로 VIP 라운지에서의 고급 서비스를 경험했다. 럭셔리 비즈니스 차량은 그녀 혼자만을 위해 활주로까지 데려다 줬고, 두 명의 아름다운 직원이 짐을 들어주며 그녀를 개인 전용기로 안내했다. 이 전용기, 걸프스트림 G650은 이룸 그룹 소유의 비즈니스 전용기였고, 이번에 송민정이 특별히 이 비행기를 배치하여 윤우선이 혼자 탈 수 있도록 준비했다.비행기 내부는 말 그대로 럭셔리 그 자체였다. 윤우선은 비행기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마치 공중에 있는 궁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넓고 고급스러운 객실에는 그녀 혼자 뿐이었고, 이로 인해 그녀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윤우선이 매우 부드럽고 큰 안락의자에 앉자마자, 세 명의 아름다운 승무원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먼저 윤우선
한편, 윤우선은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카메라에 비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얼굴을 뒤쪽으로 돌려 안약을 몰래 넣었다. 유나는 영상에서 엄마가 외로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 "엄마,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는 게 어때요? 시후 씨가 3천만 원을 드렸잖아요. 고급 투어 상품을 하나 예약해서 푹 쉬다 오세요. 엄마가 충분히 놀다 오시면, 우리도 그때쯤 돌아올 거예요."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딸내미.. 말이 좋지, 문제는 나에겐 여행 갈 돈이 없다는 게 문제야....’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듯 말했다. "유나야.... 엄마는 지금 여행 갈 마음이 없어.... 엄마는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러자 유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 "엄마, 제 수업이 아직 20일 넘게 남아서 당장은 돌아갈 수 없어요...." 사실 유나는 엄마를 미국으로 부를 수 있을지 잠깐 고민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어머니가 미국에 오는 게 그다지 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선,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미국 비자는 복잡하고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며 거절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엄마의 다소 시끌벅적한 성격을 알기에, 엄마가 미국에 오면 자신과 시후의 평화로운 일상이 깨질지도 몰랐다. 유나 자신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남편 시후가 엄마를 불편해할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허락 없이 엄마를 초대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런데 이때 시후가 뜻밖에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가와, 영상 속의 윤우선에게 웃으며 말했다. "장모님, 집에 혼자 계시는 게 외롭다면 비자 신청해서 미국에 오셔서 놀다 가세요." 시후의 말에 유나는 놀라움에 눈이 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렇게 아무런 고민 없이 엄마를 미국으로 오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윤우선 역시 시후가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서 흥분해 환호했다. "아이고, 우리 은 서방! 정말이야? 진짜야, 우리 착한 사위?!" "물론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유가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과대평가했다. 또한 이중열에 대한 유가휘의 증오 역시도 과소평가했다. 남편의 손이 자신의 뺨에 닿자, 순간적으로 그녀는 공포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또 다시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유가휘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여보.... 오해하지 마세요.... 정말로 다른 뜻은 없었어요.... 저는 그냥...." 그러자 유가휘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만해! 무슨 뜻이었던 건지는 알고 싶지도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앞으로 내 앞에서 이중열이란 이름 석 자를 절대 꺼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던가!"방가흔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유가휘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자신이 유가휘와 결혼했지만, 재산은 여전히 그의 손 안에 있었다. 유가휘는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전에 이미 모든 공동 재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유가휘와 이혼하면 그녀는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유가휘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마음 풀어요.... 다시는 화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자 유가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냉정하게 말했다. "한 씨가 아직 승마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방가흔은 급히 대답했다. "맞아요.... 아직 승마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여보, 그럼 저는 먼저 가볼 게요. 저녁에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할게요." "그럴 필요 없어." 유가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기분이 안 좋으니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방가흔은 두려움에 찬 얼굴로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당황한 채로 몸을
방가흔은 이중열의 첫사랑이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홍콩에서 여신으로 불리며 수많은 재벌과 엘리트들이 그녀에게 반해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였다. 이중열이 미국으로 떠났을 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어서 유가휘는 자신이 초고액 자산가라는 후광과 막대한 부를 무기로 그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었고 홍콩 호화 저택에 가두었다.그 당시 방가흔은 물질적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아침에 런던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럭셔리한 개인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가, 저녁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낭만적인 에게해로 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뉴욕이나 도쿄의 명품 매장에서 마음껏 쇼핑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유가휘의 개인 요트를 타고 홍콩에서 인도양의 몰디브나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그 당시 원하기만 하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열이 홍콩으로 돌아오자, 그와의 옛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재점화되었다. 그 때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물질을 소유하더라도, 마음속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공허함의 주인공은 바로 이중열이었던 것이다.결국 그녀는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쳤다. 홍콩 전체는 그녀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서서히 깨달았다. 마음속에 있던 공허함은 채워졌을지 몰라도, 그 외의 모든 것은 텅 비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골라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최고의 상품들과 서비스를 즐기는 것 역시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포기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단순히 유가휘가 아니었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인류 문명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시키고, 각 분야에서 집약한 궁극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가 탔던 개인 비행기는 세계에
유가휘는 변지현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기분 좋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게 겹경사가 아니고 뭐야! TS Shipping의 변지현이 그녀의 개인 비서를 홍콩으로 보내 조사를 시키겠다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이 협력을 따내야 해!”비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TS Shipping이 우리와의 협력에 관심이 있다니 정말 대단한 소식 아닙니까?! 지금 좋은 항로는 모두 TS Shipping이 쥐고 있고, 우수한 항구와 고객 자원도 전부 그들 손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과 협력하면 우리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겁니다!”유가휘는 시가를 깊게 빨아들이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TS Shipping에 있는 여자들이 말이야,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고, 엘에이치 그룹의 소민지 역시 뒤지지 않는 미모라고 했지. 듣자 하니 변지현도 수퍼 모델 같은 미녀라고 하더군. 그래서 TS Shipping과의 협력도 물론 좋지만, 만약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정말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될 거야!”유가휘가 말을 끝내자,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러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가휘! 도대체 누구를 손에 넣고 싶어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목숨이라도 걸 참이었나 봐?”그때, 중년 여인의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꼭 들어가겠다고 하셔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유가휘는 고개를 흔들며 비서와 비서에게 말했다. “둘은 나가 있어.”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그런 뒤 유가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중년 여성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보, 나란 사람 잘 알잖아. 말은 제일 잘 하지. 조금 전에도 그냥 아민이랑 농담한 거라고...” 이렇게 말한 뒤 그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오늘 한 씨
이중열이 곧 홍콩으로 송환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유가휘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자신이 마치 남의 여자를 빼앗은 것 같다는 느낌에 굴욕감을 느껴왔고, 이제 마침내 그 치욕을 씻을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중열이 돌아오면, 홍콩에 자신이 내건 현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 것이다. 그로 인해 이중열이 죽으면, 자신에게 드리운 그 치욕스러운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유가휘는 대충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전화기 건너편에서 변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대표님 맞으시죠? 저는 TS Shipping의 변지현입니다.”유가휘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한 손에 시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 누구신가 했더니 변지현 대표님 아니십니까! 제가 정말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늘 직접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시다니요!” 그러면서 그는 급히 덧붙였다. “아 참, 대표님. 제 비서가 전에 제 회사의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진심으로 TS Shipping과 협력을 희망합니다. 혹시 대표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제가 직접 찾아 뵙고 저희의 장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유가휘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개인 재산은 변지현 같은 직업 경영인을 훨씬 능가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재산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플랫폼과 그가 가진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지현은 개인 자산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강력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TS Shipping의 책임자였다. 따라서 유가휘가 TS Shipping과 협력하고, 변지현으로부터 자원의 일부를 양도받아 유휴 자산을 수익화 하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