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이토 나나코의 얼굴은 눈물 자국은 보이지 않고 눈시울만 살짝 붉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찬물로 얼굴을 씻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였다. 상점으로 돌아오자 나나코는 먼저 웃으며 물었다. "시후 군, 조정은 잘 됐나요? 다시 한 번 껴볼까요?"시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부탁합니다.”나나코는 부드럽게 웃었다. “뭘 그렇게 고마워하세요~” 그러더니 다시 오른손을 내밀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자, 다시 해봐요.”시후는 별 생각 없이 반지를 집어 들고 다시 나나코의 오른손 약지에 다시 끼웠다. 이번에는 반지의 크기가 딱 맞아서 그녀의 손에 끼지 않고 느슨해 보이지도 않고 완벽하게 어울렸다. 나나코 자신도 오른손 방향을 바꾸며 불빛 아래서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 반지는 최고급 명품으로 불리는 반지들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단순하고, 품격 있으며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시후는 나나코가 끼고 있는 반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 그는 자신의 아내 유나가 비싼 명품 악세서리들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 반지는 그녀의 그런 고요한 기질에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정적인 물’과 같은 고요한 기질은 유나는 80~90%라면, 나나코는 절대적인 100%에 맞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반지에서 나나코의 얼굴로 관심을 돌렸다. 그래서, 시후는 이 반지가 나나코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후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나코는 이 반지를 끼고 한참 동안 기쁨과 서글픔으로 오랫동안 살펴보다가 아쉬운 듯 손에서 빼내어 시후에게 건네 주었다. "시후 군, 크기가 맞으면 직원에게 포장해 달라고 할까요?!""그래요!" 시후는 반지가 적당한 크기라고 하며 웃으며 직원에게 말했다. "이 반지를 포장해주세요.”"네, 고객님!" 직원들도 매우 기뻐했다. 왜냐하면 티파니는 잘 알려진 유명
시후는 흔쾌히 승낙했고, 곧 직원은 다른 판매원을 불렀다. "소유 씨~ 이 VIP 손님께서 팔찌를 좀 볼 테니 추천 좀 해주세요~"시후가 부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그 직원은 즉시 미소를 지으며 "고객님, 저를 따라오세요."라고 말했다.나나코는 급히 그에게 "시후 군, 팔찌를 한 번 더 차서 사이즈를 봐 드릴까요?"라고 물었다."이 팔찌는 장모님께 사드리려고 하는 거라, 장모님은 살이 좀 찌셨으니 괜찮아요.”나나코는 "그럼 시후 군은 혼자 팔찌를 보시고, 저는 반지를 좀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구경해요, 나는 저기에 가서 팔찌를 좀 볼게요."이토 나나코는 달콤하게 웃었다. “좋아요~”시후가 팔찌를 전시하고 있는 구역에 갔을 때, 나나코는 반지를 판매한 직원에게 속삭였다. "실례합니다, 방금 제가 껴본 그 반지는 재고가 있을까요..?”직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 반지는 저희 가게에서 총 세 개가 들어왔는데, 두 개를 팔아서 지금 한 개가 남았어요~ 지금 드릴까요?"나나코는 기뻐하며 속삭였다. "지금은 지불할 수 없으니, 조용히 보관해 주세요. 이따가 제가 와서 계산해드릴 테니 번거로우시겠지만, 아까 사이즈로 바꿔 주시겠어요??"직원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손님. 성함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따가 오실 때 성함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나나코는 "이토입니다. 이토 아가씨를 위해 샀다고 말하면 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네, 손님." 직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나나코는 눈을 깜박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 저와 함께 온 분께는 절대 말하지 말고 비밀로 해주세요~~”직원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셔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시후는 팔찌 카운터에서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가게의 팔찌는 디자인이 다양해서 대부분 절제되고 심플한 편이라 그런지, 오히려 로즈 골드 색깔에 큐빅이 가득한 팔찌가
티파니를 떠난 뒤 이토 나나코는 시후와 함께 여러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시후는 장인만 빼놓고 선물을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장인 김상곤을 위해 정장을 한 벌 사주었다. 장인 어른은 현재 매일 골동품 협회를 돌아다니는데, 이미 골동품 협회의 2인자가 되었으니, 꽤 지위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가 있는 골동품 협회는 한미정이 있는 노인대학과 교류가 잦기 때문에, 시후는 장인이 좀 더 멋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시후는 자질구레한 액세서리들과 소품들을 샀다.오후 3시 30분 정도 되었을 때, 시후에서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약 2시간 정도 남았다. 도쿄 공항이 시내에서 멀다는 것을 감안하여 시후는 나나코에게 말했다. "나나코 양,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공항에 가야 해요.”그러자 나나코는 망설임 없이 "시후 군,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요!"라고 말했다."차를 몰고 가서 공항에 차를 두고 가야 하는데, 나랑 같이 가면 어떻게 하려고요?”"괜찮아요. 누군가 데리러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시후 군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시후는 무의식적으로 "너무 번거롭지 않아요? 폐를 끼치는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아니야, 아니에요!!!" 나나코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시후 군, 제가 공항에 데려다 주고 싶어요~ 사실 전 한국까지도 데려다 주고 싶은 걸요? 다만 지금은 사정이 있어 빠져나갈 수 없으니 시후 군은 제가 공항에 데려다 줄 기회를 주세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감동하여 말했다. "그럼 같이 운전해서 공항으로 갑시다. 나나코 양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항으로 누군가 마중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요.”"네 네!" 나나코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시후 군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 준비할 테니까요~~”"그래요!" 시후는 이 말을 듣고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차에 올라 도쿄 공항으로 향했다.차 안에서 나나코는 무거운 마음으로 줄곧 곁의
그는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나나코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는 곧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허리를 굽혀 차 키를 자동차 앞 타이어 위에 올려놓았다.나나코는 의아해하며 "시후 군, 뭐 하시는 건가요?"라고 물었다."아~ 이건 친구에게 맡기기로 했거든요.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이 열쇠는 나를 따라 한국으로 가게 될 거예요. 하하~”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이러면 잃어버리는 거 아니에요?? 들키면 누군가 차를 타고 도망치면 어떡해요?”"여기에 놓으면 다른 사람이 볼 수 없을 거예요. 이렇게 많은 차가 있는데, 누가 허리를 굽혀 남의 차 타이어까지 보겠어요? 그리고 돌아갈 때 열쇠 위치를 차 주인에게 알려 주면, 차를 찾으러 올 때 편리할 거예요.”나나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똑똑하신 것 같아요 시후 군은.. 이런 방법은 저는 평생 생각하지도 못했을 텐데..”"사실 돈을 아끼려고 한 건데요 뭘.. 귀국해서 택배로 보내면 비용이 꽤 들잖아요~”나나코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푸훕!! 시후 군, 분명 돈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 아버지에게만 해도 1500만 달러를 얻었고, 구현제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돈을 아껴요~~~!”시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하..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살림살이를 잘하는 거죠~ 쓸 때는 아끼지 말고, 안 쓸 때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거라고요~”이토 나나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한 수 배웠어요!”"별 말씀을요~ 난 교양 있는 사람을 교육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제 얄팍한 견해일 뿐이라고요~”"아니에요~ 단순하고 쉬운 것 같아 보이지만, 저는 이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이전의 저라면 조금 더 쓰고 낭비해도 괜찮겠지만.. 이제는 아버지께서 회사를 주시길 원하시니, 앞으로 돈에 대한 개념이 없던 제 태도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나나코가 진지한 모습을 보이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난 이토 그룹이 나나코 양의 손에 맡겨
도쿄공항은 마츠모토 일가를 살해한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출국 검사를 강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승객을 모두 통제하지 못했다.소이연은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탑승권이 일본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사카로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탑승구에 있는 직원은 티켓을 보고 딱히 경계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소이연의 이름을 몇 번이고 묵묵히 읽고 사진을 보면서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는 이유는 말할 수 없었다.상대방이 자신의 여권을 가지고 멍하니 서 있자, 소이연이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자신의 신분이 상대방에게 탄로났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상황을 분석했고 이런 일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먼저 도쿄 경찰청에서도 마츠모토 요시토 집안을 멸족 시켜버린 것이 무술 고수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 외에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마츠모토 요시토를 죽인 사람의 이름이 무엇 인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가깝고, 평일에는 양국에서 오가는 관광객과 교포, 비즈니스 출장도 많기 때문에 도쿄 경찰청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자신을 추적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빠른 분석을 마친 후, 소이연은 눈앞의 이 직원이 자신의 외모에 홀딱 반한 것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그래서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제 사진이 좀 잘 나왔나요?”상대방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예쁘신ㄷ....” 말을 하다가 그는 자신이 실수로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여권을 소이연에게 돌려주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소이연은 그의 사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 "그럼 지나가도 되는 거죠?”"물론이죠?!!" 소이연의 냉염한 분위기에 짓눌려 식은땀을 흘린 직원은 서둘러 그녀의 탑승권도 함께
지난 번, 나나코는 사진의 실력을 겨루기 위해, 설아와 시합을 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리고 설아는 시후 자신이 만들어 준 회춘단 때문에, 갑자기 힘과 무술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결국 설아는 링 위에서 나나코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게 만들었고 이것은 바로 시후의 마음 속에 크고 무거운 짐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한편으로는 나나코를 아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절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돌진하는 그녀의 성격을 존경했다. 또한 시후는 나나코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는 나나코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있던 설아를 나나코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으로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나나코를 치료해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죄책감은 조금 희석되었다. 자신이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녀의 힘과 능력도 크게 향상시켰기 때문에 죄책감을 덜어낸 것이다. 이로써 그가 가지고 있던 안타까움과 죄책감은 모두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바로 나나코에 대한 존경뿐이었다.그래서 시후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이를 드러내며 웃음 지었다. 그의 뽀얀 이가 살짝 드러났다. “그럼, 먼저 갈게요~”"그러세요!" 나나코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슬퍼하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시후 군,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요. 무운을 빌어요~”고대 일본 사람들은 무술을 존귀하게 여겼고, 무력의 극치를 대표하는 상징으로는 사무라이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누군가에게 ‘무운을 빕니다.’라는 말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단순히 행운을 비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전쟁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승리하며 무리에서 최고가 되라는 말로 최고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시후는 나나코가 자신의 무운을 기원한다는 말을 듣고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나나코 양 고마워요. 다음에 또 만나요!" 말을 마치고 시후는 다시 한 번 나나코를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검색대로 들어갔다.시후가 돌아서는 순간, 나
시후는 먼저 나나코의 입술에서 부드럽고 차가운 감촉을 느꼈고, 곧이어 입안에 약간의 짭조름한 맛을 느꼈다. 그는 이것이 나나코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시후의 마음은 아쉬움과 무기력함으로 가득했다. 몇 초 뒤, 두 사람의 입술은 떨어졌고 나나코는 고개를 들고 새빨간 눈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시후 군, 제발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며 울먹였다.시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아요. 절대 잊을 일 없어요..!”"그럼, 나중에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시후 군은 꼭 저에게 알려 주셔야 해요~” 나나코는 정중하게 말했다."그래요, 나나코 양도 마찬가지예요!!"나나코는 눈물에 젖은 채 애써 웃음 지었다. "그럼 시후 군 어서 가세요, 더 늦으면 비행기를 놓칠 거예요!”시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나코 양,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시후 군! 또 만나요~~”시후는 인사를 하고 이번에 돌아서서는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아까처럼 뒤돌아보면, 또 다시 눈물투성이가 된 나나코의 모습을 보게 될까 봐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는 아예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보안검색 통로로 발을 내디뎠다. 주변 승객들은 아름다운 나나코가 눈물을 흘리며 시후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꼼짝 않고 시후의 뒷모습을 지켜보자, 내심 감동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남자 승객들은 조금 전 보안 검색 통로에서 사라진 시후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이렇게 예쁜 여자가 이렇게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거야?”"그리고 심지어 뒤돌아보지도 않았어! 너무한 거 아니야?”"나 같으면, 저 여자를 지키고 영원히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나나코는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후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 어디에도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릴 때까지..전화가 연결되자 한
반지 모양은 조금 전 나나코가 껴 보았던 크기, 스타일까지 완전히 같았다! 이 반지를 보자마자 나나코는 마치 이 반지가 정말 시후가 자신에게 선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굉장히 행복하고 즐거워했다.가와나 쿠레이는 이 반지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나나코를 보고 물었다. "아가씨, 어떻게 티파니 같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거예요? 이 브랜드는 사실 그냥 흔한 보석 브랜드잖아요? 게다가 이 반지는 딱히 비싸지도 않고.. 어디 가서 다이아반지라고 말도 못 할 것 같은데..”사실 가와나 쿠레이의 말이 맞았다. 이 정도 금액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말 그대로 평범하지만 돈이 조금 있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사실 정말 돈 많은 재벌들은 이런 반지를 끼는 것을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유럽, 미국,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의 재벌들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급 악세서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매우 순도가 높고, 절단하기 위한 공정도 최상급에 달하기에. 한 개에도 1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진짜 부자라면, 이런 다이아몬드를 사서 특별한 반지를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착용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일반적으로 수 천만 원이 넘고 이런 금액쯤은 별 것 아니었다. 부자들은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석을 좋아하는데,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등 화려한 보석들도 좋아했다. 최고급 보석들은 놀라울 정도로 금액이 높은데, 이런 보석들로 만든 팔찌는 수천만 원 이상, 심지어 수억 원이 넘는 것들도 있었다. 부자들에게 이런 보석은 자신의 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용도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치가 상승할 여지도 크기 때문에 꾸준히 사랑을 받는다. 이토 그룹은 일본 최고의 재벌가이고, 나나코는 그들의 외동딸이지만 이런 평범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정말 가와나 쿠레이의 나나코에 대한 인식을 초월하는 것이었다.나나코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수줍게 말했다. “어떤 것은 그 가치로 측정할 수 없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