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도 시후는 조금 전 만났던 그 사내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상대방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했는데, 왜 그 사람은 자기를 보자마자 적의를 품은 듯 표정이 일그러졌을까..? 시후는 상대도 은둔 고수가 아닐까 싶었는데, 아마도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왜냐하면 그 사내는 강한 분위기가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으로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일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잠시 뒤 생각을 접어두고 엘리베이터를 나와 나나코와 함께 이토 유키히코가 있는 병실로 갔다.이때 유키히코는 병상에서 욕을 해대고 있었다. 그는 이토 에미에게 소리쳤다. "저 소수도 자식은 입만 살아서 능글맞은 개 같은 놈이야! 저런 놈과 있으면 있을수록 내 몸이 불편해! 어휴!!”이토 에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도는 확실히 음흉한 분위기가 있었어. 그리고 다정하게 웃을수록 등골이 서늘하더라고? 특히 그가 마츠모토 가족에게 한 짓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온몸이 오싹해져~”막 들어온 시후는 이 말을 듣자마자 큰소리를 치며 물었다. "방금 그 남자가 엘에이치 그룹의 소수도라고요?”이토 유키히코와 이토 에미 둘 다 깜짝 놀랐고, 두 사람은 그제야 시후와 나나코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그러자 유키히코는 물었다. "선생님도 소수도 대표를 아십니까?”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목소리까지 차가워졌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온 그 남자가, 바로 소수도라고?!?!"이토 에미는 "엘리베이터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소수도 대표가 방금 떠난 것은 맞아요."라고 말했다.시후는 그 말을 듣고 즉시 몸을 돌려 병실을 뛰쳐나갔다. ‘소수도! 당시 반 LCS 연맹의 리더!!!!’ 시후는 이 생각을 하자 온몸에 한이 솟구쳤다. 그는 지금 당장 그를 쫓아가서 대낮에 소수도의 경호원을 죽여서라도 그 개자식을 잡아서 왜 자기 부모를 겨냥했는지 묻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도 이런 비참한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시후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소수도..! 다시 한번 너와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시후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이토 유키히코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소수도 대표와 아는 사이입니까? 아니면 무슨 인연이 있나요?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신 거죠?”이토 에미와 이토 나나코 역시도 모두 시후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시후는 이를 보고 자조하며 억울한 듯 말했다. "잊지는 않으셨죠? 제가 무의식 중에 그의 아들, 딸을 구했는데 이렇게 돈이 많으니, 이치대로 따지면..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1억 달러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돈 도 못 받고 이렇게 도망치게 하다니.."유키히코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시후의 말을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후는 그의 눈에 굉장히 뛰어났지만, 돈에 대해서는 굉장히 탐욕스러웠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뻔뻔하거나 심지어 악의적으로 돈을 강탈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소지빈과 소민지를 구했는데, 그의 성격상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면 정말 시후가 아닐 것이다.나나코도 이 말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시후 군, 너무 돈을 밝히는 거 아니에요? 방금 소수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마치 아버지를 죽인 원수처럼 행동했는데.. 알고 보니 돈을 받으러 간 거였어요??”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젠장, 아쉽게도 도망치게 했지만 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언젠가 볼 기회가 있을 테니 이 빚은 갚을 수밖에 없겠죠. 초파리처럼 피하더라도 몇 번 피할 수 없을 거예요.”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토 유키히코에게 말했다. "아버지, 오늘 식사를 챙겨 왔어요. 하나는 아버지께 다른 하나는 다나카 코이치 씨에게 주려고요. 그를 보러 가도 될까요?"
나나코의 말에 시후는 빙긋 웃기만 할 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나나코는 다나카 코이치와 잠시 잡담을 나눈 뒤 "다나카 코이치 씨, 시후 군이 오늘 밤 한국으로 돌아가니 같이 가서 선물들을 좀 사야겠어요. 그럼 이만 실례할 게요~ 저녁에 다시 찾아뵙죠."라고 말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다나카 코이치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가씨, 선생님하고 일 보세요. 저를 신경 안 쓰셔도 되고 일부러 찾아올 필요도 없습니다.”“괜찮아요,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다나카 코이치는 감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밤 귀국하실 때 제가 모시러 갈 수 없으니, 조심히 가십시오!""네,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네, 선생님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다나카 코이치의 병실을 떠나자, 나나코는 시후와 함께 도쿄 번화가로 향했다. 일본에 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시후는 쇼핑을 나온 것은 이번에 처음이었다. 지난 번에 아내 유나에게 에르메스 세트를 사줬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방류와 같은 사치품은 제외하고 다른 걸 사주고 싶었던 시후는 보석 코너를 둘러보다 티파니의 하트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다이아몬드는 순중량이 3캐럿으로, 순도가 매우 높아 그리 크지 않지만 매우 정교하고 하트 모양도 매우 예뻐서 한눈에 봐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결혼 후 시후는 지금까지 유나에게 결혼 반지를 선물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고, 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유나에게 주고 싶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 반지의 가격은 1000만 원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그래서 시후는 이 반지를 사려고 했다.옆에 있던 나나코는 부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 군은 이 반지를 부인께 선물하려는 거죠..?”"맞아요. 나와 결혼한 지 꽤 되었지만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한 적이 없어서요.”나나코는 감탄하며 "시후 군이 부인께 정말 잘해주셨구나.."라고
반지가 약지의 손가락을 통과하여 그녀의 손에 끼어진 순간, 나나코의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여 시후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시후를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시후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시후가 이번에 일본에 와서 교토까지 자신을 보러 온 이유는 결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동정하고 자신을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시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서로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이어서 생긴 공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감이라는 것이 뭘까..? 그건 바로 처지를 바꾸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레이서가 다른 레이서가 교통사고를 당해 경기장에서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것을 본다면, 그는 부상자에 대한 공감대가 보통 사람보다 더 크고 깊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만약 병사가 자신의 전우나 다른 병사가 전투에서 다치고 장애를 입은 것을 보면 마음으로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나코가 경기 중에 중상을 입어 경기장에서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갈 때, 그는 엄청난 동정심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치료할 수 있으니 이번에 일본에 와서 짬을 내 교토에 온 것이고, 자신을 구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준 것이다. 그래서 나나코는 시후가 자신에게 잘해주지만, 대부분은 공감에서 비롯된 동정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랑에 푹 빠진 여성은 상대방의 동정을 싫어할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사랑 말고 다른 어떤 감정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 시후는 나나코의 표정을 볼 수 없었고, 그의 관심은 온통 그녀의 손가락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나나코의 손에 끼어져 있는 반지가 조금 큰 것을 보고 그것을 살짝 빼내어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크기를 조금만 줄여주세요.”"네, 고객님." 직원은 반지를 받고 크기를 조정하기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이토 나나코의 얼굴은 눈물 자국은 보이지 않고 눈시울만 살짝 붉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찬물로 얼굴을 씻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였다. 상점으로 돌아오자 나나코는 먼저 웃으며 물었다. "시후 군, 조정은 잘 됐나요? 다시 한 번 껴볼까요?"시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부탁합니다.”나나코는 부드럽게 웃었다. “뭘 그렇게 고마워하세요~” 그러더니 다시 오른손을 내밀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자, 다시 해봐요.”시후는 별 생각 없이 반지를 집어 들고 다시 나나코의 오른손 약지에 다시 끼웠다. 이번에는 반지의 크기가 딱 맞아서 그녀의 손에 끼지 않고 느슨해 보이지도 않고 완벽하게 어울렸다. 나나코 자신도 오른손 방향을 바꾸며 불빛 아래서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 반지는 최고급 명품으로 불리는 반지들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단순하고, 품격 있으며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시후는 나나코가 끼고 있는 반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 그는 자신의 아내 유나가 비싼 명품 악세서리들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 반지는 그녀의 그런 고요한 기질에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정적인 물’과 같은 고요한 기질은 유나는 80~90%라면, 나나코는 절대적인 100%에 맞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반지에서 나나코의 얼굴로 관심을 돌렸다. 그래서, 시후는 이 반지가 나나코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후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나코는 이 반지를 끼고 한참 동안 기쁨과 서글픔으로 오랫동안 살펴보다가 아쉬운 듯 손에서 빼내어 시후에게 건네 주었다. "시후 군, 크기가 맞으면 직원에게 포장해 달라고 할까요?!""그래요!" 시후는 반지가 적당한 크기라고 하며 웃으며 직원에게 말했다. "이 반지를 포장해주세요.”"네, 고객님!" 직원들도 매우 기뻐했다. 왜냐하면 티파니는 잘 알려진 유명
시후는 흔쾌히 승낙했고, 곧 직원은 다른 판매원을 불렀다. "소유 씨~ 이 VIP 손님께서 팔찌를 좀 볼 테니 추천 좀 해주세요~"시후가 부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그 직원은 즉시 미소를 지으며 "고객님, 저를 따라오세요."라고 말했다.나나코는 급히 그에게 "시후 군, 팔찌를 한 번 더 차서 사이즈를 봐 드릴까요?"라고 물었다."이 팔찌는 장모님께 사드리려고 하는 거라, 장모님은 살이 좀 찌셨으니 괜찮아요.”나나코는 "그럼 시후 군은 혼자 팔찌를 보시고, 저는 반지를 좀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구경해요, 나는 저기에 가서 팔찌를 좀 볼게요."이토 나나코는 달콤하게 웃었다. “좋아요~”시후가 팔찌를 전시하고 있는 구역에 갔을 때, 나나코는 반지를 판매한 직원에게 속삭였다. "실례합니다, 방금 제가 껴본 그 반지는 재고가 있을까요..?”직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 반지는 저희 가게에서 총 세 개가 들어왔는데, 두 개를 팔아서 지금 한 개가 남았어요~ 지금 드릴까요?"나나코는 기뻐하며 속삭였다. "지금은 지불할 수 없으니, 조용히 보관해 주세요. 이따가 제가 와서 계산해드릴 테니 번거로우시겠지만, 아까 사이즈로 바꿔 주시겠어요??"직원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손님. 성함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따가 오실 때 성함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나나코는 "이토입니다. 이토 아가씨를 위해 샀다고 말하면 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네, 손님." 직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나나코는 눈을 깜박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 저와 함께 온 분께는 절대 말하지 말고 비밀로 해주세요~~”직원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셔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시후는 팔찌 카운터에서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가게의 팔찌는 디자인이 다양해서 대부분 절제되고 심플한 편이라 그런지, 오히려 로즈 골드 색깔에 큐빅이 가득한 팔찌가
티파니를 떠난 뒤 이토 나나코는 시후와 함께 여러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시후는 장인만 빼놓고 선물을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장인 김상곤을 위해 정장을 한 벌 사주었다. 장인 어른은 현재 매일 골동품 협회를 돌아다니는데, 이미 골동품 협회의 2인자가 되었으니, 꽤 지위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가 있는 골동품 협회는 한미정이 있는 노인대학과 교류가 잦기 때문에, 시후는 장인이 좀 더 멋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시후는 자질구레한 액세서리들과 소품들을 샀다.오후 3시 30분 정도 되었을 때, 시후에서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약 2시간 정도 남았다. 도쿄 공항이 시내에서 멀다는 것을 감안하여 시후는 나나코에게 말했다. "나나코 양,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공항에 가야 해요.”그러자 나나코는 망설임 없이 "시후 군,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요!"라고 말했다."차를 몰고 가서 공항에 차를 두고 가야 하는데, 나랑 같이 가면 어떻게 하려고요?”"괜찮아요. 누군가 데리러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시후 군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시후는 무의식적으로 "너무 번거롭지 않아요? 폐를 끼치는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아니야, 아니에요!!!" 나나코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시후 군, 제가 공항에 데려다 주고 싶어요~ 사실 전 한국까지도 데려다 주고 싶은 걸요? 다만 지금은 사정이 있어 빠져나갈 수 없으니 시후 군은 제가 공항에 데려다 줄 기회를 주세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감동하여 말했다. "그럼 같이 운전해서 공항으로 갑시다. 나나코 양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항으로 누군가 마중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요.”"네 네!" 나나코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시후 군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 준비할 테니까요~~”"그래요!" 시후는 이 말을 듣고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차에 올라 도쿄 공항으로 향했다.차 안에서 나나코는 무거운 마음으로 줄곧 곁의
그는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나나코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는 곧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허리를 굽혀 차 키를 자동차 앞 타이어 위에 올려놓았다.나나코는 의아해하며 "시후 군, 뭐 하시는 건가요?"라고 물었다."아~ 이건 친구에게 맡기기로 했거든요.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이 열쇠는 나를 따라 한국으로 가게 될 거예요. 하하~”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이러면 잃어버리는 거 아니에요?? 들키면 누군가 차를 타고 도망치면 어떡해요?”"여기에 놓으면 다른 사람이 볼 수 없을 거예요. 이렇게 많은 차가 있는데, 누가 허리를 굽혀 남의 차 타이어까지 보겠어요? 그리고 돌아갈 때 열쇠 위치를 차 주인에게 알려 주면, 차를 찾으러 올 때 편리할 거예요.”나나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똑똑하신 것 같아요 시후 군은.. 이런 방법은 저는 평생 생각하지도 못했을 텐데..”"사실 돈을 아끼려고 한 건데요 뭘.. 귀국해서 택배로 보내면 비용이 꽤 들잖아요~”나나코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푸훕!! 시후 군, 분명 돈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 아버지에게만 해도 1500만 달러를 얻었고, 구현제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돈을 아껴요~~~!”시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하..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살림살이를 잘하는 거죠~ 쓸 때는 아끼지 말고, 안 쓸 때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거라고요~”이토 나나코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한 수 배웠어요!”"별 말씀을요~ 난 교양 있는 사람을 교육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제 얄팍한 견해일 뿐이라고요~”"아니에요~ 단순하고 쉬운 것 같아 보이지만, 저는 이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이전의 저라면 조금 더 쓰고 낭비해도 괜찮겠지만.. 이제는 아버지께서 회사를 주시길 원하시니, 앞으로 돈에 대한 개념이 없던 제 태도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나나코가 진지한 모습을 보이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난 이토 그룹이 나나코 양의 손에 맡겨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