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한 여자에게 청혼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기다리고 있다고 대중 앞에서 말하는 수치스러운 일로 인해, 소수도는 아직도 이 치욕스러운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은서준을 뼛속까지 미워하기 시작했다.그 후, 은서준은 곧 결혼을 하게 되었다.그날 밤, 박혜정은 정말 모든 것을 다 잃은 듯 눈물을 흘리며 한 달 동안 방문을 닫은 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소수도는 매일 꽃을 들고 박혜정의 집을 찾아 만나자고 했고, 39일을 꾸준히 노력하며 장미꽃 39송이로 마침내 박혜정의 마음을 열게 되었다..! 20kg 가까이 살이 빠진 박혜정은 방을 나와 집을 나서며 문밖에 꽃을 들고 있는 소수도에게 한마디를 했다. 그건 바로 그녀가 평생 은서준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결혼할 의향이 있느냐는 말이었다.소수도는 이를 악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그 후 박혜정은 소수도와 약혼을 했고, 한 달 뒤 결혼했다! 신혼 시기, 소수도는 밤마다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머리맡에 있는 아내가 꿈속에서 은서준이라는 세 글자를 부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곧 현실이 되었다. 결혼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소수도는 매일 꿈 속에서 흐느끼며 은서준의 이름을 부르는 박혜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수도는 그 시기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큰 아들 소지빈이 태어났다. 박혜정은 그제서야 마침내 은서준에게서 아들에게로 모든 관심을 옮겼다. 그때부터 소수도는 마침내 밤마다 편히 잘 수 있었다. 한밤중에 울어 대는 아들의 울음소리는 심지어 그에게 가장 아름다운 자장가가 되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그는 편히 잠들 수 있었지만, 아내가 은서준의 이름을 중얼거리는 것은 그에게 악몽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난 날의 굴욕을 생각하면 소수도는 비록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분노가 가득히 느껴졌다..! 조일명은 소수도의 표정이 음산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도 시후는 조금 전 만났던 그 사내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상대방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했는데, 왜 그 사람은 자기를 보자마자 적의를 품은 듯 표정이 일그러졌을까..? 시후는 상대도 은둔 고수가 아닐까 싶었는데, 아마도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왜냐하면 그 사내는 강한 분위기가 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실력으로 봤을 때 평범한 사람일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잠시 뒤 생각을 접어두고 엘리베이터를 나와 나나코와 함께 이토 유키히코가 있는 병실로 갔다.이때 유키히코는 병상에서 욕을 해대고 있었다. 그는 이토 에미에게 소리쳤다. "저 소수도 자식은 입만 살아서 능글맞은 개 같은 놈이야! 저런 놈과 있으면 있을수록 내 몸이 불편해! 어휴!!”이토 에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도는 확실히 음흉한 분위기가 있었어. 그리고 다정하게 웃을수록 등골이 서늘하더라고? 특히 그가 마츠모토 가족에게 한 짓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온몸이 오싹해져~”막 들어온 시후는 이 말을 듣자마자 큰소리를 치며 물었다. "방금 그 남자가 엘에이치 그룹의 소수도라고요?”이토 유키히코와 이토 에미 둘 다 깜짝 놀랐고, 두 사람은 그제야 시후와 나나코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그러자 유키히코는 물었다. "선생님도 소수도 대표를 아십니까?”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목소리까지 차가워졌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온 그 남자가, 바로 소수도라고?!?!"이토 에미는 "엘리베이터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소수도 대표가 방금 떠난 것은 맞아요."라고 말했다.시후는 그 말을 듣고 즉시 몸을 돌려 병실을 뛰쳐나갔다. ‘소수도! 당시 반 LCS 연맹의 리더!!!!’ 시후는 이 생각을 하자 온몸에 한이 솟구쳤다. 그는 지금 당장 그를 쫓아가서 대낮에 소수도의 경호원을 죽여서라도 그 개자식을 잡아서 왜 자기 부모를 겨냥했는지 묻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도 이런 비참한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시후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소수도..! 다시 한번 너와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시후가 병실로 돌아왔을 때, 이토 유키히코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선생님, 소수도 대표와 아는 사이입니까? 아니면 무슨 인연이 있나요?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신 거죠?”이토 에미와 이토 나나코 역시도 모두 시후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시후는 이를 보고 자조하며 억울한 듯 말했다. "잊지는 않으셨죠? 제가 무의식 중에 그의 아들, 딸을 구했는데 이렇게 돈이 많으니, 이치대로 따지면..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1억 달러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돈 도 못 받고 이렇게 도망치게 하다니.."유키히코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시후의 말을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후는 그의 눈에 굉장히 뛰어났지만, 돈에 대해서는 굉장히 탐욕스러웠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뻔뻔하거나 심지어 악의적으로 돈을 강탈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소지빈과 소민지를 구했는데, 그의 성격상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면 정말 시후가 아닐 것이다.나나코도 이 말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시후 군, 너무 돈을 밝히는 거 아니에요? 방금 소수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마치 아버지를 죽인 원수처럼 행동했는데.. 알고 보니 돈을 받으러 간 거였어요??”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젠장, 아쉽게도 도망치게 했지만 별거 아니에요.. 앞으로 언젠가 볼 기회가 있을 테니 이 빚은 갚을 수밖에 없겠죠. 초파리처럼 피하더라도 몇 번 피할 수 없을 거예요.”나나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토 유키히코에게 말했다. "아버지, 오늘 식사를 챙겨 왔어요. 하나는 아버지께 다른 하나는 다나카 코이치 씨에게 주려고요. 그를 보러 가도 될까요?"
나나코의 말에 시후는 빙긋 웃기만 할 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나나코는 다나카 코이치와 잠시 잡담을 나눈 뒤 "다나카 코이치 씨, 시후 군이 오늘 밤 한국으로 돌아가니 같이 가서 선물들을 좀 사야겠어요. 그럼 이만 실례할 게요~ 저녁에 다시 찾아뵙죠."라고 말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다나카 코이치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가씨, 선생님하고 일 보세요. 저를 신경 안 쓰셔도 되고 일부러 찾아올 필요도 없습니다.”“괜찮아요,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다나카 코이치는 감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시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오늘 밤 귀국하실 때 제가 모시러 갈 수 없으니, 조심히 가십시오!""네,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네, 선생님 기회가 되면 다시 뵙겠습니다.”다나카 코이치의 병실을 떠나자, 나나코는 시후와 함께 도쿄 번화가로 향했다. 일본에 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시후는 쇼핑을 나온 것은 이번에 처음이었다. 지난 번에 아내 유나에게 에르메스 세트를 사줬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방류와 같은 사치품은 제외하고 다른 걸 사주고 싶었던 시후는 보석 코너를 둘러보다 티파니의 하트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다이아몬드는 순중량이 3캐럿으로, 순도가 매우 높아 그리 크지 않지만 매우 정교하고 하트 모양도 매우 예뻐서 한눈에 봐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결혼 후 시후는 지금까지 유나에게 결혼 반지를 선물하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고, 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유나에게 주고 싶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 반지의 가격은 1000만 원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그래서 시후는 이 반지를 사려고 했다.옆에 있던 나나코는 부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 군은 이 반지를 부인께 선물하려는 거죠..?”"맞아요. 나와 결혼한 지 꽤 되었지만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한 적이 없어서요.”나나코는 감탄하며 "시후 군이 부인께 정말 잘해주셨구나.."라고
반지가 약지의 손가락을 통과하여 그녀의 손에 끼어진 순간, 나나코의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여 시후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시후를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시후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시후가 이번에 일본에 와서 교토까지 자신을 보러 온 이유는 결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동정하고 자신을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시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서로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이어서 생긴 공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감이라는 것이 뭘까..? 그건 바로 처지를 바꾸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레이서가 다른 레이서가 교통사고를 당해 경기장에서 중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것을 본다면, 그는 부상자에 대한 공감대가 보통 사람보다 더 크고 깊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만약 병사가 자신의 전우나 다른 병사가 전투에서 다치고 장애를 입은 것을 보면 마음으로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나코가 경기 중에 중상을 입어 경기장에서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갈 때, 그는 엄청난 동정심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치료할 수 있으니 이번에 일본에 와서 짬을 내 교토에 온 것이고, 자신을 구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준 것이다. 그래서 나나코는 시후가 자신에게 잘해주지만, 대부분은 공감에서 비롯된 동정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랑에 푹 빠진 여성은 상대방의 동정을 싫어할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사랑 말고 다른 어떤 감정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 시후는 나나코의 표정을 볼 수 없었고, 그의 관심은 온통 그녀의 손가락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나나코의 손에 끼어져 있는 반지가 조금 큰 것을 보고 그것을 살짝 빼내어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크기를 조금만 줄여주세요.”"네, 고객님." 직원은 반지를 받고 크기를 조정하기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이토 나나코의 얼굴은 눈물 자국은 보이지 않고 눈시울만 살짝 붉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찬물로 얼굴을 씻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였다. 상점으로 돌아오자 나나코는 먼저 웃으며 물었다. "시후 군, 조정은 잘 됐나요? 다시 한 번 껴볼까요?"시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부탁합니다.”나나코는 부드럽게 웃었다. “뭘 그렇게 고마워하세요~” 그러더니 다시 오른손을 내밀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자, 다시 해봐요.”시후는 별 생각 없이 반지를 집어 들고 다시 나나코의 오른손 약지에 다시 끼웠다. 이번에는 반지의 크기가 딱 맞아서 그녀의 손에 끼지 않고 느슨해 보이지도 않고 완벽하게 어울렸다. 나나코 자신도 오른손 방향을 바꾸며 불빛 아래서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 반지는 최고급 명품으로 불리는 반지들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단순하고, 품격 있으며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시후는 나나코가 끼고 있는 반지를 보면 볼수록 더 좋아졌다. 그는 자신의 아내 유나가 비싼 명품 악세서리들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 반지는 그녀의 그런 고요한 기질에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정적인 물’과 같은 고요한 기질은 유나는 80~90%라면, 나나코는 절대적인 100%에 맞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반지에서 나나코의 얼굴로 관심을 돌렸다. 그래서, 시후는 이 반지가 나나코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시후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나코는 이 반지를 끼고 한참 동안 기쁨과 서글픔으로 오랫동안 살펴보다가 아쉬운 듯 손에서 빼내어 시후에게 건네 주었다. "시후 군, 크기가 맞으면 직원에게 포장해 달라고 할까요?!""그래요!" 시후는 반지가 적당한 크기라고 하며 웃으며 직원에게 말했다. "이 반지를 포장해주세요.”"네, 고객님!" 직원들도 매우 기뻐했다. 왜냐하면 티파니는 잘 알려진 유명
시후는 흔쾌히 승낙했고, 곧 직원은 다른 판매원을 불렀다. "소유 씨~ 이 VIP 손님께서 팔찌를 좀 볼 테니 추천 좀 해주세요~"시후가 부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그 직원은 즉시 미소를 지으며 "고객님, 저를 따라오세요."라고 말했다.나나코는 급히 그에게 "시후 군, 팔찌를 한 번 더 차서 사이즈를 봐 드릴까요?"라고 물었다."이 팔찌는 장모님께 사드리려고 하는 거라, 장모님은 살이 좀 찌셨으니 괜찮아요.”나나코는 "그럼 시후 군은 혼자 팔찌를 보시고, 저는 반지를 좀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구경해요, 나는 저기에 가서 팔찌를 좀 볼게요."이토 나나코는 달콤하게 웃었다. “좋아요~”시후가 팔찌를 전시하고 있는 구역에 갔을 때, 나나코는 반지를 판매한 직원에게 속삭였다. "실례합니다, 방금 제가 껴본 그 반지는 재고가 있을까요..?”직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 반지는 저희 가게에서 총 세 개가 들어왔는데, 두 개를 팔아서 지금 한 개가 남았어요~ 지금 드릴까요?"나나코는 기뻐하며 속삭였다. "지금은 지불할 수 없으니, 조용히 보관해 주세요. 이따가 제가 와서 계산해드릴 테니 번거로우시겠지만, 아까 사이즈로 바꿔 주시겠어요??"직원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손님. 성함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따가 오실 때 성함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나나코는 "이토입니다. 이토 아가씨를 위해 샀다고 말하면 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네, 손님." 직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나나코는 눈을 깜박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 저와 함께 온 분께는 절대 말하지 말고 비밀로 해주세요~~”직원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셔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시후는 팔찌 카운터에서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가게의 팔찌는 디자인이 다양해서 대부분 절제되고 심플한 편이라 그런지, 오히려 로즈 골드 색깔에 큐빅이 가득한 팔찌가
티파니를 떠난 뒤 이토 나나코는 시후와 함께 여러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시후는 장인만 빼놓고 선물을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장인 김상곤을 위해 정장을 한 벌 사주었다. 장인 어른은 현재 매일 골동품 협회를 돌아다니는데, 이미 골동품 협회의 2인자가 되었으니, 꽤 지위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가 있는 골동품 협회는 한미정이 있는 노인대학과 교류가 잦기 때문에, 시후는 장인이 좀 더 멋을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시후는 자질구레한 액세서리들과 소품들을 샀다.오후 3시 30분 정도 되었을 때, 시후에서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약 2시간 정도 남았다. 도쿄 공항이 시내에서 멀다는 것을 감안하여 시후는 나나코에게 말했다. "나나코 양,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공항에 가야 해요.”그러자 나나코는 망설임 없이 "시후 군,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요!"라고 말했다."차를 몰고 가서 공항에 차를 두고 가야 하는데, 나랑 같이 가면 어떻게 하려고요?”"괜찮아요. 누군가 데리러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시후 군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시후는 무의식적으로 "너무 번거롭지 않아요? 폐를 끼치는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아니야, 아니에요!!!" 나나코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시후 군, 제가 공항에 데려다 주고 싶어요~ 사실 전 한국까지도 데려다 주고 싶은 걸요? 다만 지금은 사정이 있어 빠져나갈 수 없으니 시후 군은 제가 공항에 데려다 줄 기회를 주세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감동하여 말했다. "그럼 같이 운전해서 공항으로 갑시다. 나나코 양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항으로 누군가 마중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요.”"네 네!" 나나코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시후 군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 준비할 테니까요~~”"그래요!" 시후는 이 말을 듣고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차에 올라 도쿄 공항으로 향했다.차 안에서 나나코는 무거운 마음으로 줄곧 곁의
20분 뒤, 시후와 유나는 공항에서 오랜만에 윤우선을 만났다. 윤우선은 유나와 시후를 보자 매우 흥분하며 신나게 말했다. "아이고, 유나야, 은 서방 내가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유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엄마가 혼자 집에서 자유롭게 지내느라 정말 편하게 계셨을 거라 생각했는데.."윤우선은 웃으며 대답했다. "편하긴 편했는데, 맨날 혼자 있는 건 너무 외롭더라!" 그러면서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이번에 미국에 오면서 환전도 못 하고 카드도 안 가져왔네. 너희 돈은 충분하지?"유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 보러 오셨는데 어떻게 엄마에게 돈을 쓰게 할 수 있겠어요. 그냥 편히 계시다 가요."시후도 말을 보탰다. "맞아요, 장모님. 미국에 오셨으면 당연히 저희가 책임 져야죠. 이곳은 결제가 불편하니까 제가 비자 카드를 하나 드리고 현금도 조금 드릴게요." 그리고 덧붙였다. "아, 장모님.. 미국은 치안이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시는 게 좋으십니다."윤우선은 시후가 카드와 현금을 주겠다는 말에 눈이 반짝이며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내 사위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위는 반쪽 아들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어?! 자네처럼 이런 사위가 있으면 아들 하나 있는 것보다 백배는 낫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윤우선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칠고 강하게 굴어도, 작은 호의만 보여주면 태도가 금방 180도 바뀌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약간의 돈으로 윤우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시후에게 매우 간단했고 비용 효율적인 거래였다.그 후, 두 사람은 윤우선을 차에 태우고 호텔로 데려갔다. 윤우선이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윤우선은 객실 안을 몇 바퀴나 뛰어다녔지만, 여전히 구조를 다 파악하지 못한 채 감탄하며 말했다. "세상에, 이 스위트룸은 너무 크잖아!
그 후 비행 내내 윤우선은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폰을 열어 확인했지만, 비행기가 미국 상공에 도달할 때까지도 여전히 홍라연의 연락 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윤우선은 몇 번이나 휴대폰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결국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생각했다. ‘에휴, 그래 가족 외에 진짜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다들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람들이지! 흥, 내가 전용기를 타고 미국 가는데 너희들이 연락 안 하고 관심 없어도 그만이야. 정말 웃겨!’윤우선은 이렇게 생각하며 슬쩍 휴대폰을 다시 확인했지만, 여전히 아무도 연락을 남기지 않은 것을 보고는 더욱 화가 났다. 그녀는 결국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려 애썼다.몇 시간 후, 윤우선이 탄 걸프스트림 G650 전용기는 마침내 미국 프로비던스 공항에 착륙했다. 이때는 미국 시간으로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한편, 시후와 유나는 보스턴에서 열린 혜리의 두 번째 콘서트를 보고 프로비던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시후는 이미 윤우선의 동향을 알고 있었고, 그녀의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시후는 윤우선이 자신과 유나에게 전용기를 탔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그녀가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야 유나와 연락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후는 윤우선이 혼자 입국 심사를 마치는 것은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윤우선은 기본적인 영어 대화는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30분 뒤, 유나의 휴대폰으로 미국 현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유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받으며 영어로 말했다. "헬로?" 그러자 전화 건너편에서 윤우선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나야! 나야! 나 미국에 도착했어!"유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엄마, 언제 미국에 오신 거예요? 출발 전에
윤우선의 성격은 다소 억척스러운 면이 있는데, 그 본질은 강한 자존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50년을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왔다. 특히 WS 그룹에 시집온 이후로 그런 일은 더 심해졌다. 시댁의 멸시와 남편의 무능함은 그녀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고, 이는 그녀의 성격을 더욱 거칠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체면에 대한 집착을 극단적으로 강화시켰다.이제 그녀는 비로소 개인 전용기를 타보게 되었고, 이렇게 고급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 만큼 반드시 제대로 즐기고 이 상황을 기념으로 남기고 싶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SNS에 올려 친구들에게 제대로 자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항공기 승무원들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그들은 이런 항공편에서 일할 때, 윤우선 한 명을 상대하며 얻는 수입이 민간 항공기 한 대에서 수백 명을 상대하며 버는 것보다 몇 배 더 많았기에, 윤우선을 마치 황후처럼 떠받들며 대우했다.만족스럽게 영상을 찍은 윤우선은 가족들 앞에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후, 유나, 김창곤을 따로 멀티 프로필 설정을 하고,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프로필에 라고 한 줄을 남겨두었다. 글과 사진을 올린 후, 그녀는 사무장에게 물었다. "저기, 우리 이륙하면 인터넷이 안 되는 거죠?" 사무장은 서둘러 대답했다. "비행기 이륙과 상승 단계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지만, 안정 비행에 들어가면 객실 와이파이를 켜드릴 겁니다. 그때 인터넷을 사용하실 수 있어요." 윤우선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좋아요, 그럼 기장님에게 이륙해 달라고 해주세요." 그녀는 속으로 흐뭇해하며 생각했다. ‘이미 사진이랑 글은 올렸으니, 하늘에 올라가 인터넷이 연결되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겠지? 그럼 다들 얼마나 부러워할까?’ 이렇게 생각하며 윤우선은 휴대폰을 옆에 두고 창밖 풍경을 보며 기분이 한껏 들떴다.비행기는 곧바로 이륙 우선권을 얻어 구름 위로 올라갔다. 약 30분 후, 비행기가 1만 1
전화를 끊고 나서 유나는 서둘러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엄마가 미국에 오면 당신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요? 엄마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잖아요. 괜히 당신 기분 나빠질까 걱정이에요." "아니에요." 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장모님이 미국에서 즐겁게 놀다 가시는 것도 좋고, 당신과도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니 괜찮아요. 당신도 집을 떠난 지 꽤 됐으니 장모님이 그리울 거잖아요." 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이렇게 멀리 오랫동안 집을 떠난 건 처음이라,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걱정이 되긴 해요."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방은 엄청 크잖아요. 둘이 있으면 너무 휑해서 장모님이 오시면 더 활기찰 거예요." 유나는 시후가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요!"......다음 날 오전. 유나는 이미 미국행 비자를 손에 넣었다. 불가리 매장 직원이 그녀에게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늘 오후라는 것을 확인해주자, 윤우선은 점심 무렵 가장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시후가 선물한 에르메스 가방을 메고, 불가리에서 제공한 비즈니스 차량을 타고 공항으로 갔다.공항에서 윤우선은 처음으로 VIP 라운지에서의 고급 서비스를 경험했다. 럭셔리 비즈니스 차량은 그녀 혼자만을 위해 활주로까지 데려다 줬고, 두 명의 아름다운 직원이 짐을 들어주며 그녀를 개인 전용기로 안내했다. 이 전용기, 걸프스트림 G650은 이룸 그룹 소유의 비즈니스 전용기였고, 이번에 송민정이 특별히 이 비행기를 배치하여 윤우선이 혼자 탈 수 있도록 준비했다.비행기 내부는 말 그대로 럭셔리 그 자체였다. 윤우선은 비행기에 발을 들이는 순간 마치 공중에 있는 궁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넓고 고급스러운 객실에는 그녀 혼자 뿐이었고, 이로 인해 그녀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윤우선이 매우 부드럽고 큰 안락의자에 앉자마자, 세 명의 아름다운 승무원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먼저 윤우선
한편, 윤우선은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카메라에 비치지 않은 사각지대에서 얼굴을 뒤쪽으로 돌려 안약을 몰래 넣었다. 유나는 영상에서 엄마가 외로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 "엄마,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는 게 어때요? 시후 씨가 3천만 원을 드렸잖아요. 고급 투어 상품을 하나 예약해서 푹 쉬다 오세요. 엄마가 충분히 놀다 오시면, 우리도 그때쯤 돌아올 거예요."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딸내미.. 말이 좋지, 문제는 나에겐 여행 갈 돈이 없다는 게 문제야....’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흐느끼듯 말했다. "유나야.... 엄마는 지금 여행 갈 마음이 없어.... 엄마는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러자 유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 "엄마, 제 수업이 아직 20일 넘게 남아서 당장은 돌아갈 수 없어요...." 사실 유나는 엄마를 미국으로 부를 수 있을지 잠깐 고민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어머니가 미국에 오는 게 그다지 편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선,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미국 비자는 복잡하고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며 거절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엄마의 다소 시끌벅적한 성격을 알기에, 엄마가 미국에 오면 자신과 시후의 평화로운 일상이 깨질지도 몰랐다. 유나 자신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남편 시후가 엄마를 불편해할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허락 없이 엄마를 초대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런데 이때 시후가 뜻밖에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가와, 영상 속의 윤우선에게 웃으며 말했다. "장모님, 집에 혼자 계시는 게 외롭다면 비자 신청해서 미국에 오셔서 놀다 가세요." 시후의 말에 유나는 놀라움에 눈이 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렇게 아무런 고민 없이 엄마를 미국으로 오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윤우선 역시 시후가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서 흥분해 환호했다. "아이고, 우리 은 서방! 정말이야? 진짜야, 우리 착한 사위?!" "물론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유가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과대평가했다. 또한 이중열에 대한 유가휘의 증오 역시도 과소평가했다. 남편의 손이 자신의 뺨에 닿자, 순간적으로 그녀는 공포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또 다시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유가휘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여보.... 오해하지 마세요.... 정말로 다른 뜻은 없었어요.... 저는 그냥...." 그러자 유가휘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만해! 무슨 뜻이었던 건지는 알고 싶지도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앞으로 내 앞에서 이중열이란 이름 석 자를 절대 꺼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던가!"방가흔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유가휘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자신이 유가휘와 결혼했지만, 재산은 여전히 그의 손 안에 있었다. 유가휘는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전에 이미 모든 공동 재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한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유가휘와 이혼하면 그녀는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유가휘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마음 풀어요.... 다시는 화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자 유가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냉정하게 말했다. "한 씨가 아직 승마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방가흔은 급히 대답했다. "맞아요.... 아직 승마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여보, 그럼 저는 먼저 가볼 게요. 저녁에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할게요." "그럴 필요 없어." 유가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기분이 안 좋으니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방가흔은 두려움에 찬 얼굴로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당황한 채로 몸을
방가흔은 이중열의 첫사랑이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홍콩에서 여신으로 불리며 수많은 재벌과 엘리트들이 그녀에게 반해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였다. 이중열이 미국으로 떠났을 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어서 유가휘는 자신이 초고액 자산가라는 후광과 막대한 부를 무기로 그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었고 홍콩 호화 저택에 가두었다.그 당시 방가흔은 물질적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아침에 런던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럭셔리한 개인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가, 저녁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낭만적인 에게해로 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뉴욕이나 도쿄의 명품 매장에서 마음껏 쇼핑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유가휘의 개인 요트를 타고 홍콩에서 인도양의 몰디브나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그 당시 원하기만 하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열이 홍콩으로 돌아오자, 그와의 옛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재점화되었다. 그 때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물질을 소유하더라도, 마음속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공허함의 주인공은 바로 이중열이었던 것이다.결국 그녀는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쳤다. 홍콩 전체는 그녀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서서히 깨달았다. 마음속에 있던 공허함은 채워졌을지 몰라도, 그 외의 모든 것은 텅 비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골라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최고의 상품들과 서비스를 즐기는 것 역시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포기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단순히 유가휘가 아니었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인류 문명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시키고, 각 분야에서 집약한 궁극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가 탔던 개인 비행기는 세계에
유가휘는 변지현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기분 좋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게 겹경사가 아니고 뭐야! TS Shipping의 변지현이 그녀의 개인 비서를 홍콩으로 보내 조사를 시키겠다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이 협력을 따내야 해!”비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TS Shipping이 우리와의 협력에 관심이 있다니 정말 대단한 소식 아닙니까?! 지금 좋은 항로는 모두 TS Shipping이 쥐고 있고, 우수한 항구와 고객 자원도 전부 그들 손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과 협력하면 우리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겁니다!”유가휘는 시가를 깊게 빨아들이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TS Shipping에 있는 여자들이 말이야,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고, 엘에이치 그룹의 소민지 역시 뒤지지 않는 미모라고 했지. 듣자 하니 변지현도 수퍼 모델 같은 미녀라고 하더군. 그래서 TS Shipping과의 협력도 물론 좋지만, 만약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정말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될 거야!”유가휘가 말을 끝내자,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러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가휘! 도대체 누구를 손에 넣고 싶어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목숨이라도 걸 참이었나 봐?”그때, 중년 여인의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꼭 들어가겠다고 하셔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유가휘는 고개를 흔들며 비서와 비서에게 말했다. “둘은 나가 있어.”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그런 뒤 유가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중년 여성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보, 나란 사람 잘 알잖아. 말은 제일 잘 하지. 조금 전에도 그냥 아민이랑 농담한 거라고...” 이렇게 말한 뒤 그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오늘 한 씨
이중열이 곧 홍콩으로 송환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유가휘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자신이 마치 남의 여자를 빼앗은 것 같다는 느낌에 굴욕감을 느껴왔고, 이제 마침내 그 치욕을 씻을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중열이 돌아오면, 홍콩에 자신이 내건 현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 것이다. 그로 인해 이중열이 죽으면, 자신에게 드리운 그 치욕스러운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유가휘는 대충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전화기 건너편에서 변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대표님 맞으시죠? 저는 TS Shipping의 변지현입니다.”유가휘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한 손에 시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 누구신가 했더니 변지현 대표님 아니십니까! 제가 정말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늘 직접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시다니요!” 그러면서 그는 급히 덧붙였다. “아 참, 대표님. 제 비서가 전에 제 회사의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진심으로 TS Shipping과 협력을 희망합니다. 혹시 대표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제가 직접 찾아 뵙고 저희의 장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유가휘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개인 재산은 변지현 같은 직업 경영인을 훨씬 능가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재산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플랫폼과 그가 가진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지현은 개인 자산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강력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TS Shipping의 책임자였다. 따라서 유가휘가 TS Shipping과 협력하고, 변지현으로부터 자원의 일부를 양도받아 유휴 자산을 수익화 하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