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도쿄 경찰청.경찰청장은 이토 유키히코 회장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담배 한 대를 꺼내어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들이마셨다. "하아.. 이 기이한 날들이 언제 끝나려나..”그러자 옆에 있던 직원 한 명이 급히 말했다. "청장님, 엘에이치 그룹 남매는 아직 못 찾았는데요..!”그러자 경찰청장은 화를 냈다. "아악!!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 남매는 아직 생사불명 상태야! 생사불명의 뜻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거지 이미 죽었다는 건 아니라고! 일단 오늘 밤 나의 요구는 간단하다. 누군가 죽었다는 것을 나에게 말하지 마! 그것 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러울 테니까, 일단 나머지는 내일 다시 이야기하지!”그러자 직원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청장님,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으니 먼저 집에 가서 쉬십시오.”"그러지." 경찰청장은 담배를 피워 물며 "돌아가서 푹 쉬어야겠어.."라고 말했다. 경찰청장이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뛰어들어와 숨을 헐떡거렸다. "청장님, 청장님!!!!! 큰일 났습니다, 청장님!!!"경찰청장은 당황스러움에 물었다. "뭐야?! 또 무슨 일이야?""마츠......마츠모토 요시토 회장입니다....!! ..마츠모토 요시토 회장의 집에 일이 생겼습니다!!!"경찰청장은 당황하며 물었다. "뭐야? 다카하시 마모치 회장, 이토 유키히코 회장, 이제는 마츠모토 요시토 회장까지!! 숨 쉴 틈이 없잖아!!? 말해 봐! 마츠모토 요시토 회장에게 이번에는 무슨 일이 생겼나? 살아는 있나??" 경찰청장은 이제 사람이 살아 있기만 하면 되고, 상처를 입거나 불구가 되는 건 상관이 없었다. 자신의 유일한 요구는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는 것이다.그러자 상대방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공포에 질려 말했다. "청장님..!! 마츠모토 가문에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집안에 30여 명이 다 몰살당했습니다..!”"뭐라고오오!?!" 경찰청장은
이토 나나코는 시후에게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고는 하지만, 어린 시절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재혼하지는 않았지만, 나나코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빈자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또 유키히코 회장은 하루 종일 일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나나코에게 할애할 시간이 워낙 적었다. 게다가 이토 유키히코는 늘 진지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나코는 어린 시절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 나나코의 어머니는 대감집 규수였기에 살아 있을 때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나나코를 교육했다. 따라서 그녀 역시도 어머니를 따라 다도, 삽화, 자수 등을 배웠고 시문을 많이 배우고 익혔다. 나나코의 첫인상에서 풍겨 나오는 우아한 분위기는 아마도 어머니와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나코는 무술에 빠져 들었는데, 이는 무술을 익힐 때면 현실에서 느끼는 슬픔과 불행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현실 도피 차원에서 무술을 익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술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한 뒤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군, 혹시 시후 군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줄 수 없을까요..?”시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극단적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여덟 살까지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잘 살았죠. 부모님은 금슬이 좋으셨죠, 재산도 넉넉했고, 먹고 사는 것에는 걱정이 없었지만, 여덟 살 때 부모님이 뜻하지 않은 죽음을 당했고 나는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고아가 되었어요. 그 후 계속 성인이 될 때까지는 줄곧 보육원에서 자랐어요.”"에에?!" 이토 나나코는 이 말을 듣고 놀라며 안타까워했다. "어어!! 미안해요..! 나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괜찮아요, 미안할 필요 없어..""그럼.. 내 어린 시절은 시후 군보다 훨씬
나나코는 아버지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긴장한 채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 군, 아버지의 전화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받으면 되죠? 하하.."나나코는 급히 수신 버튼을 누른 뒤 "아버지, 이렇게 늦게 저에게 전화하셨네요? 무슨 일이세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이토 유키히코의 허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나코.. 이 아버지에게 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네 안부를 확인할 겸 전화했다.. 교토 쪽은 괜찮니..?"나나코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 급히 물었다. "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심각한 건 아니죠??”"다나카 코이치와 함께 누군가에게 쫓기다가 다행히 탈출했다. 우리는 운 좋게도 무사히 벗어 났지만, 그 놈들이 너에게도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니 혹시나 해서 확인 차 전화했다.." 지금 유키히코는 도쿄 대형 병원의 VIP 병실에 누워 있었고, 닌자, 경호원, 도쿄 경찰청의 경찰들이 3개 층을 완전히 철통방어하고 있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유키히코는 언뜻 보기에는 심한 외상은 없는 것 같았지만, 무릎 아래쪽은 완전히 사라졌고 두 다리의 허벅지 끝에는 두툼한 거즈만이 그의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고가도로에서 추락한 뒤 유키히코의 뇌와 내장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추락의 충격을 주로 받은 두 다리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따라서 발바닥과 발목, 종아리뼈가 거의 다 부서졌으며 피범벅이 된 그의 보기에 굉장히 참혹했다.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그의 다리가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부서진 뼈와 심각하게 손상된 근육은 이미 생명력을 잃었기 때문에 큰 감염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의사들은 그래서 최대한 빨리 심하게 손상된 다리를 절단해야만 더 이상의 손상을 멈추고 유키히코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일반인의 경우 신체 조직이 대규모로 죽어 버리면, 대부분 회복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심각하
이토 유키히코는 서둘러 말했다. "오지 마라.. 지금 도쿄는 매우 혼란스럽다. 하루 이틀 만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었어.. 게다가 너는 건강이 안 좋으니 교토에서 잘 쉬고 있도록 하거라..”"아버지, 제 부상은 이미 다 나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니 제가 가능한 한 빨리 도쿄로 가서 돌봐 드릴게요..!”유키히코는 딸의 부상이 완쾌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었기에, 나나코가 그를 위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딸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나나코, 내 말을 듣고 교토에 가만히 있어라. 아무데도 가지 말고 도쿄에는 절대 오지 마!"나나코가 또 뭔가 말을 하려고 하자, 유키히코는 성질을 냈다. "네가 도쿄에 몰래 온다면, 나는 너를 딸로 인정하지 않을 거다!!” 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나나코는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아버지를 걱정했다. 휴대폰에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확실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부상은 뭔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자 옆에 있던 시후가 물었다. "나나코 양,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네.. 아버지가 너무 걱정돼요..”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 누군가에게 쫓기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해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시후를 바라보며 울먹거렸다. "시후 군, 나 너무 걱정돼요..!”시후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아버지는 생명에 지장이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이토 나나코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버지께서 분명 뭔가 제게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결국 그녀는 눈물 젖은 눈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군, 지금 도쿄로 돌아가고 싶은데.. 혹시 도와줄 수 있을까요..?”"내가 어떻게 도와줄까요?”"아버지께서 저를 돌아오지 못하게 하셨어요.. 제가 만약 집안의 직원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은 절대 승낙하지 않을 거예요. 심지어 저를 집에 가둬 둘 수도 있겠죠. 우
늦은 밤, 시후는 이토 나나코를 태우고 차를 몰아 도쿄로 향하며 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도쿄로 가는 도중에 안세진은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시후가 일을 다 끝냈는지 그리고 언제 오사카로 돌아가는지 물었다.시후는 당분간 돌아올 수 없다고 했고, 아마도 내일 중에나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답했다.안세진은 시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시후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아무도 그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조수석에 앉아 있는 나나코는 가는 내내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통화로 위험한 상태가 아니라고 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시후는 3시간여 뒤 차를 몰고 도쿄로 돌아와 도쿄 최고의 대형 병원인 도쿄대학 부속병원 앞에 섰다..! 이 병원은 일본에서 세계에서 가장 최고 수준의 치료 기술을 가진 대표적인 병원이었다.차가 멈추자 나나코는 얼른 문을 열고 내리려고 했지만, 차에서 내리기 전 시후를 보고 물었다. "시후 군, 같이 갈래요?”시후는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 "아버지께서 저를 별로 보고 싶지 않을 걸요..?”이토 나나코는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 군, 당신이 제 목숨을 구했잖아요.. 그러니 아무리 큰 오해와 갈등이 있더라도 아버지께서는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시후는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사실, 시후는 이토 유키히코가 나나코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몸에 정말 큰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VIP 병동을 찾았을 때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휴게실, 복도까지 모두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중 절반은 이토 그룹 출신이고, 절반은 도쿄 경찰청이 파견한 특수팀 소속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밖에서 사람들이 경계하며 엘리베이터를 쳐다보았고, 나나코와 낯선 남자가 함께 왔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때, 한 중년 여인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운이 좋았다고 하자면, 사실 몇 시간만 늦게 절단했다면 다리가 아직 남아 있는 한 시후가 준 회춘단으로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절단되었다면 회춘단도 어쩔 수 없다. 회춘단은 효과가 강하기는 하지만, 이미 사라진 다리를 다시 나게 만드는 효과는 없다. 게다가 이토 유키히코는 오늘 밤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몇 시간 늦게 절단해도 큰 지장이 없었을 텐데.. 결국 손상된 사지 조직이 썩고 감염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의사가 항염증 치료를 계속 했다면 몇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유키히코가 조금 망설이고 고민했다면, 자신과 나나코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이렇게 쿨하게 다리를 절단할 줄은 몰랐다. 시후는 병원에서 유키히코의 부상 부위가 더 이상 보존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나쁘다고 판단해 아예 절단 수술을 한 것으로 추측했다. 결국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유키히코의 운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그때 옆에 있던 나나코는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고모, 그럼 아버지는.. 상태는 괜찮아요?? 특별히 힘들어하거나 우울해하지는 않으시나요?”이토 에미는 나나코의 손을 가볍게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아버지는 괜찮아. 그는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정상적으로 살지 못해도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고 했어. 사실, 네 아버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장애를 얻거나 생명을 잃는 것이 아니라, 너와 동행할 수 없다는 거라서.. 이번에 이렇게 살아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기뻐했는지..”나나코는 더 이상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즉시 고모를 껴안고 펑펑 울었다.등을 토닥이며 무언가를 떠올리던 이토 에미는 놀라서 물었다. "어머!! 그런데 나나코, 너 어떻게.. 어떻게 일어설 수 있니??! 의사 선생님께서 앞으로 휠체어를 평생 타야 한다고 하지 않았니..?”이토 나나코는 시후를 바라보며 이토 에미에게 사실을 말했다. "고모, 이 모든 것
시후가 따라온 것도 이토 나나코의 체면 때문이었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토 유키히코는 이미 다리를 절단했고 생명도 위험하지 않으니 시후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따라서 그는 괜히 유키히코를 만나 어색하게 있고 싶지 않았다.나나코는 시후에게 강요하지 않고, "시후 군, 그럼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들어가서 아버지를 뵙고 올게요!"라고 부드럽게 말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신경 쓰지 말고 뵙고 와요.”나나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모 이토 에미와 함께 병실로 들어갔다.병실에 있는 유키히코는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다리를 절단한 뒤 의사가 진통제 주사를 놓았기 때문에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그는 교토에 멀리 떨어져 있는 딸 나나코가 걱정되어 잠을 설쳤다. 그리고 조금 전 꿈에서 나나코가 교토에서 사고가 났다는 꿈을 꾸었기 때문에 이토 유키히코는 놀라서 깨어나 동생 이토 에미를 불러 빨리 사람을 보내 나나코를 도쿄로 데려오라고 명령하려고 했다. 하지만, 병실 문을 열고 동생 이토 에미와 함께 들어온 것은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소중한 딸, 나나코였다!!"나나코?! 네가 왜 여기 있니??" 그는 놀라워했다.나나코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창백하고 핏기가 없으며, 두 다리에도 두꺼운 거즈를 두르고 있으며 무릎 아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빠!!"라고 울부짖었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 병상 앞으로 달려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통곡했다.이토 유키히코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딸이 무사히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안도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나코, 나는 정말 너를 살아서 볼 수 있을 줄 몰랐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내 앞에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여..”나나코는 "아빠, 고생 많으셨죠..?"라며 울먹였다."아니, 나나코.. 이 아버지는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는 것
"오 그래!???" 이토 유키히코는 기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됐네! 정말 잘됐다!! 나는 네가 완쾌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늘 바랐는데... 그건 심지어 내 목숨보다 더 중요했다! 그런데 이게 뜻대로 될 줄은 몰랐구나..! 상상도 못했던 일이 실현된다니.. 그렇다면.. 도쿄에 온 것도 은시후 군이 데려온 거겠지?" 유키히코는 나나코에게 물었다."네 아빠. 이 늦은 밤 저를 여기까지 태워다 줬어요..” 그러자 나나코는 "아버지, 그 여섯 명의 덴바야시 닌자의 시신은 아직 우리 교토 집 마당 창고에 있으니, 비서에게 사람을 보내 처리하라고 부탁해야 해요.”"알겠다." 유키히코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처럼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요 며칠 동안 은시후 그 녀석을 뼈에 사무치게 미워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딸을 구해주고, 딸의 상처까지 치료해 줄 줄은 몰랐다.. 그가 한 일에 비하면, 나는 정말 소인배였구나..” 그러자 그는 급히 물었다. "나나코, 그 은시후 선생은 어디 있니?”"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그러자 이토 유키히코는 급히 두 손으로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어서 그 분을 모셔와라.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나나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시후 군이 그러는데.. 아버지께서 자신을 보면 화가 날 거라고..”"그럴 리가!" 유키히코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와 그의 갈등은 단지 1500만 달러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너의 목숨을 구했어! 그러니 나의 눈에는, 네 목숨은 1500만 달러는커녕 150억 달러라고 해도 바꿀 수 없다! 그러니 그 분은 나의 큰 은인이고, 나는 직접 그에게 감사하고 싶다..”이토 나나코는 몇 초를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시후 군에게 물어볼게요. 동의한다면 데려 올게요.”"그래! 빨리 데려와라.”나나코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병실에서 나와 시후에게 다가갔다."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요?"나나코는 우물쭈물하며 "시후 군...... 아버지께서... 시후 군을......보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