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있는 백여 명의 엘에이치 그룹의 추종자들은 소지빈과 소민지에 대한 수색을 중단했고, 20명 정도는 깊은 밤 차를 몰고 교토로 직행했다. 나머지 80 여 명의 인원은 모두 마츠모토 요시토의 저택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요시토는 자신에게 이미 큰 재난이 닥쳤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다 되었기에 휴대폰을 꺼내 이가 가문의 닌자 리더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계획대로 닌자 리더에게 지금 당장 소지빈과 소민지를 죽여버리고 30분 뒤 시신을 이토 그룹의 저택으로 숨기도록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몇 시간만 참고 기다린 후 시체가 차갑게 식어가면 익명으로 도쿄 경찰청에 제보할 생각이었다. 계획대로만 되면, 내일 아침 이토 유키히코는 끝장이다..! 유키히코가 망하면, 이제 자신의 유일한 적은 다카하시 마모치만 남겠지..! 지금의 다카하시 마모치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것이며, 바로 가장 취약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카하시 히데요시의 발인을 할 때면 아마 다카하시 마모치를 죽이기 위해 닌자들을 파견하여 매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속으로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요시토 회장의 귓가에 있는 휴대폰은 계속해서 연결음만 울려댔다. "아효.. 왜 이렇게 전화 연결이 안 돼?" 요시토 회장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이미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나? 늘 전화 연결이 잘 되어야 무슨 일이든 제때에 소통할 수 있는데 말이야.. 대체 왜 이래?” 그런데, 갑자기 요시토 회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니야.. 엘에이치 그룹 남매는 교토로 데려 갔잖아? 경찰청에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사고가 날 수 있겠어? 말도 안 되지~~ 이토 그룹 마당에 시체를 숨기다가 들켜서 이토 그룹 일가에게 당한 건 논리적이지.. 그런데 내 동의도 없이 제멋대로 엘에이치 그룹 남매를 미리 죽일 수
마츠모토 요시토도, 다카하시 마모치도 교토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마츠모토는 다카하시 마모치보다 훨씬 영리했다. 왜냐하면 이가 닌자 리더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미 잠재의식 속에서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느꼈기 때문이다...!그는 뭔가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가 가문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죠닌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이가 가문 사람들도 교토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들 역시도 죠닌과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요시토 회장은 굉장히 당황했다. 그는 긴장한 나머지 집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담배를 쥔 손 조차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요시토 회장의 긴장한 모습을 본 그의 동생 마츠모토 료스케는 형을 다독였다. "형, 너무 당황하지 마. 사람이 당황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고.”마모치와 다른 점은 바로 마모치의 목표는 이토 나나코였고, 엘에이치 그룹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그들은 살인의 동기가 발각돼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두 그룹의 힘은 비등비등하기 때문에, 다카하시 마모치는 이토 유키히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시토는 자신의 동기가 드러날 경우, 엘에이치 그룹이라는 거물 뿐만 아니라 이토 그룹과 다카하시 그룹까지 모두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당기며 마츠모토 료스케에게 말했다. "료스케.. 내가 가지고 있던 패는.. 우리가 가진 것을 올인한 거나 다름 없어.. 만약 내가 이기면, 우리 그룹은 일본의 최고가 될 수 있겠지만, 만약 내가 지면.. 우리 그룹은 엘에이치 그룹과 이토 그룹, 다카하시 그룹 모두의 적이 되어 갈갈이 찢어질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요시토 회장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이가 닌자 리더인 죠
"하하하!!! 그렇네?! 나는 늘 형의 편이니까 언제든 모든 걸 함께 할 거야! 우린 절대 지지 않아 형!!” ......마츠모토 집안의 두 형제가 작당을 모의하고 있는 그 시각,시후는 2층짜리 건물에 불을 지른 뒤 다시 이토 그룹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는 왔던 길을 따라 이토 나나코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때 나나코는 티 테이블 앞에 앉아 눈을 약간 감고 두 손으로 염주를 들고 부드럽게 돌리며 조용히 입으로 불경 외우며 시후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불교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서 채택한 종교인데, 일본에서도 성행한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 불교가 시작된 것은 바로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을 통해서였다. 백제는 일본과의 접촉이 빈번했기에 역법, 천문, 지리, 술수 등을 전해주었는데 혜총(惠聰) ·도림(道琳) ·담혜(曇慧) ·혜미(慧彌) 등 많은 고승들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일본의 불교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한참을 기도하던 그녀는 향로의 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눈을 뜨고 다시 한 번 더 향을 피우려 할 때 시후가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나코는 깜짝 놀라 입을 가린 채 소리쳤다. "시후 군!! 언제 돌아오신 거예요..?""방금, 5초 전이요?" 시후는 빙긋 웃었다.“에에?? 나는 왜 아무런 움직임도 눈치채지 못했죠?”"기도하는 것 같아서 따로 방해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하핫..!”시후의 말에 나나코는 얼굴을 붉혔다. "저는 방금 시후 군의 무사귀환을 빌며 부처님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하고 있었어요!”시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나나코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줬는데, 이런 사소한 일로 제에게 고마워할 필요는..”"내가 당신을 구한 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고.. 당신이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것이니 우리 모두 비슷한 출발점에서 비롯된 행동을 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크고 작음은 구분이 없는 거죠.”"시후 군.. 정말.. 당신은
이토 나나코는 아직도 시후가 정말 자신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치유하려고 애쓰는 눈 앞의 사내가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했을 때, 그녀는 기꺼이 시도해볼 것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그녀는 수줍은 듯 오른손을 시후에게 내밀며 "시후 군,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수줍어했다.시후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맥 위에 살짝 얹었다. 일말의 영기가 나나코의 손목을 따라 그녀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몸 속을 한 번 완전히 헤엄치듯 훑었다. 영기가 흘러가자 시후도 기회를 빌려, 나나코의 부상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살펴보니 나나코의 부상이 정말 심각했다. 거의 모든 장기에 심각한 내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경맥, 뼈까지 손상되어 마치 산산조각이 난 도자기 인형처럼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몸상태로는 자칫 2차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구조된 후 응급처치를 하여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몸 전체 체력이 매우 낮은 상태라 신체 기능이 일반인의 5분의 1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일반인이 넘어지면 아무런 부상 없이 가벼운 상처만 있을 뿐 다시 일어서서 흙을 털고 가던 길을 갈 테지만, 지금 나나코의 몸상태로는 넘어지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다칠 것이고 다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하게 될 수도 있다.시후는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은 나나코가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 고통은 시종일관 계속될 것이니 잠을 자고 일어나도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러자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탄식했다. "무술은.. 일종의 정신과 같다고 승패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죠.. 그리고 경기로 인해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면 안 되는 거예요! 대체 왜 설아와의 경기에 그렇게 목숨을 걸려고 한 거냐고요~?”"시후 군, 저는.. 목숨을 건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이 약은 일반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이 복용하면 10~20년을 더 장수할 수 있고, 젊은 사람이 복용하면 몸이 보통 사람보다 몇 배 더 강해지며, 부상자가 복용하면 단숨에 완전히 회복되며 처음과 같은 몸 상태가 되며 오히려 체력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지난 번 이화룡은 최우식 대표의 부하들에게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마지지막에 회춘단 한 알을 복용하여 목숨을 건졌다. 그 회춘단은 이화룡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이화룡을 몇 살 젊게 만들었고, 부상 전보다 건강이 더 좋아지게 만들었다. 이것은 바로 회춘단의 약효가 너무 강해서 이화룡을 치료하는 동시에 그의 몸을 개선할 수 있는 약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이토 나나코의 상처도 매우 심각하지만, 시후가 보기에 회춘단 반 알이면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회춘단 한 알을 통째로 복용하면 나나코 역시도 절정의 컨디션에서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마음속에 의문이 생겨났다..! 나나코에게 회춘단 반 알을 먹일 것인가, 아니면 아예 한 알을 줘서 그녀에게도 기회를 줄 것인가..? 시후는 결코 인색한 사람이 아니었다. 반 알을 줄 것인가 한 알을 줄 것인가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나코가 일본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비롯한 다른 한국인들을 해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필요하다면 곧바로 마음을 돌릴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나나코는 수준급 선수였으며 실력도 좋기 때문에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왔으며, 다음 올림픽에도 출전할 예정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녀의 실력을 좋게 만든다면, 그녀는 미래에 설아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다음 국제대회에서 나나코가 일본을 대표해 출전하여 한국 대표인 설아를 꺾는다면, 한국 소속 챔피언을 일본에 내준 셈이 아닌가..? 시후가 망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나나코에게 회춘단 반 알을 먹여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도 이미 그녀에게 엄청난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
회춘단의 효능은 매우 신기하지만, 겉은 매우 투박한 검은색의 동그란 알약으로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토 나나코는 이 단약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시후에게 "시후 군, 이걸로.. 정말 제 부상을 고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었다. "한국에서 유명한 이 은 선생님이 직접 발 벗고 나섰으니 치료 가능한 것이 당연하죠~”"은 선생님.. 이요?? ‘은 선생님’이 시후 군의 별명인 건가요?”"음.. 별명이라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날 부르는 존칭일 뿐이에요. 하하..""풋.. 그럼 저도 앞으로 시후 군을 은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요?”"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불러요. 하하..”하지만 나나코는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런데.. 사실 계속 이야기할 때도 저는 ‘시후 군’이 좀 더 친근하게 들리긴 해요.. 지금 시후 군이라고 부르는 건 저 밖에 없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부르지 않으니까요?”나나코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도 시후 군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이었으면 좋겠어요..!”“하하.. 알겠어요..” 시후는 나나코의 웃음에 대해 저항력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았다. 그녀가 메이플 시럽처럼 달콤하게 웃는 것을 보니, 시후는 저도 모르게 설명할 수 없는 달콤함이 느껴졌다. 시후는 그 달콤한 맛을 느낄 새도 없이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빨리 약을 먹어요. 눈을 보러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눈이 그치면 어떡하려고요~ 아직 약도 안 먹고.”“그래도 내일까지 눈이 온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그녀는 회춘단을 집어 들고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럼 시후 군, 제가 이걸 직접 복용하면 되나요?”"맞아요. 약을 복용하면 내가 약의 흡수를 유도해 줄게요.”이토 나나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망설임 없이 알약을 입에 넣었다. 약이 들어가는 순간, 따뜻한 물줄기가 되어 입에서 위장으로, 위장에서
시후는 빙긋 웃음 지었다. "하하.. 이 약은 회춘단이라고 해요.”나나코는 문득 뭔가 생각이 나는 듯 눈이 커졌다. "알았어! 이제 알겠다고요!! 시후 군! 진설아 선수가 8강전을 앞두고 실력이 급상승한 것은 이 회춘단을 먹었기 때문이죠?!!”"맞아요. 그건 다 회춘단의 효과죠.”"그래서 시후 군은 내가 앞으로 진설아 선수와 정면승부를 하는 것을 원치 않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말라고 한 거네요?”"맞아요. 그 이유가..”나나코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시후 군이 이렇게 요구한 것은 혹시 진설아 선수를 좋아하기 때문인가요..?”"아니요.. 나는 설아와는 그냥 친한 오빠 여동생 사이나 다름없어요. 하지만, 난 두 사람이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서로가 다른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이죠. 나는 나 때문에 한국 선수들의 명예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나나코가 국제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겁니다.”나나코는 그제서야 문득 깨닫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후를 향해 90도로 인사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후 군은 안심하셔도 되어요. 지금부터 저는 무도 공부에 전념할 것이고 절대! 어떤 형태의 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을 거니까요!” 이 말을 하고 나나코는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며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 "어멋!! 혼자 일어서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었다. "눈 속을 걷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지금 당장 갑시다~”"네!" 이토 나나코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티 테이블을 돌아 시후의 손을 잡고, "가요, 시후 군!"이라며 흥분했다. 이제 힘이 더 강력해진 나나코였지만, 지금은 무술과 관련된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저 단순하고 행복한 소녀로 사랑하는 남자의 손을 잡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눈 내리는 밤을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나나코는 눈, 특히 밤에 내리는 눈을 좋아했다.
시후와 이토 나나코가 손을 잡고 교토의 눈 내리는 밤을 거닐고 있을 때, 도쿄는 여전히 암울했다.다카하시 마모치는 자택에서 닌자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덴바야시 가문의 사람들은 사실 마모치 회장보다 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덴바야시 가문은 10명의 닌자들을 잃었고, 가문의 젊은 사람들을 거의 다 잃었기 때문이다. 사실 10명이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10명의 청장년 사내들이 있는 가문이라면, 이미 상당히 거대한 가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10명의 청장년들은 적어도 1~2세대의 어른들이 있을 것이고, 부모님, 삼촌, 조부모까지 합친다면, 적어도 10명은 있을 것이다. 둘째, 이 10명의 청장년들은 모두 남자이지만, 한 가문의 청장년들은 모두 남자일 수만은 없다. 즉, 남녀 비율이 1대 1이라면 적어도 10명의 여인이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10명의 청장년 사내들 중 적어도 절반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 것이고, 그들은 또한 아내와 자녀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가문은 최소 50~60명 정도는 되어야 청장년 사내 10명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덴바야시 가문의 청년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기에, 가문의 전투력은 급감해버렸다..!이런 상황에서 마모치를 보호하기 위해 인력을 분리하는 것은 자연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카하시 마모치의 집에는 일부 경호원을 제외하고는 닌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밤이 깊었지만, 마모치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아들 다카하시 히데요시의 죽음을 슬퍼하는 한편 행방불명 된 덴바야시 닌자들과 연락이 닿는지 기다려보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의식 중에 교토로 파견된 덴바야시 닌자의 80%가 또 다시 암살당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적어도 시체를 보기 전에는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닌자들이 연락이 닿을 것이라고 믿었다..! 마모치가 거실을 오가며 애
윤우선이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홍라연은 벌써 흥분해서 외쳤다. “네?! 내 기억엔 이 매장은 절대 할인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가격이 싸진다고요?”여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은 원래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유일한 예외로, 매장 창립 기념일이라서 딱 오늘만 특별히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윤우선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할인을 절대 하지 않는 브랜드가 한 번에 1천만 원을 깎아 준다니, 이건 진짜 놓칠 수 없는 기회 아닌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렇게 큰 할인은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우선은 오늘 이 목걸이를 사지 않으면, 밤에 자다가도 후회하며 깨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앱으로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잔고는 7250만 원. 며칠 전부터 시후와 유나가 집을 비운 동안, 윤우선은 미용실에서 VIP 회원권을 충전했고, 홍라연과 함께 몇 번이나 럭셔리한 외식을 즐겼으며, 자신을 위해 새 옷도 여러 벌 샀다. 따라서 그녀가 가진 돈은 분명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가진 모든 돈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800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 게다가, 더 문제는 가진 돈을 전부 써버리면 앞으로의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될 것이었다. 있는 돈을 다 써버리면, 차에 기름도 넣지 못할 텐데, 설마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인가? 윤우선은 갑자기 딜레마에 빠졌다. 이때, 눈치 빠른 여직원이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공손하게 물었다. “고객님, 혹시 지금 자금 상황이 조금 빠듯하신 건가요?” 그녀는 윤우선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재빨리 덧붙였다. “제가 아는 많은 분들처럼, 고객님도 아마 카드에 큰 돈을 두지 않고 대부분 자금을 투자 상품에 넣어두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사용하실 약간의 유동성 자금만 남겨두시는 거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보다 더 좋
하지만 판매원이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띄웠는데, 자신이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면 ‘귀부인 중에서 최정상’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다.윤우선이 속으로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여직원이 매장의 간판 상품을 그녀 앞에 놓았다.윤우선이 고개를 숙여 가격표를 보자마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세상에! 1, 4, 0, 0, 0... 숫자 4 뒤에 0이 몇 개야...? 이게 14억이라고?!’앞에 있는 여직원은 목걸이를 꺼내 들고 윤우선을 한 번, 목걸이를 한 번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손님,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이 목걸이조차도 손님 앞에서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것 같아요.”윤우선은 눈물을 쏟을 뻔했다. ‘지금 14억짜리 목걸이가 내 앞에서 가벼워 보인다고? 내가 뭐 태양이라도 된다는 거야?’뒤에 있던 홍라연도 놀라며 외쳤다.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잖아요...! 14억이라니, 세금을 빼도 로또라도 당첨돼야 살 수 있겠네!”이때 여직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사모님의 분위기와 재산이라면 이 정도 목걸이는 충분히 구매 가능하실 거라 믿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윤우선은 조금 전부터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여직원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정말 능숙했다. 처음엔 윤우선이 꽤나 기분이 좋았지만,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성격이라 지금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때 여직원이 화제를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제 생각엔, 이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크기, 화려함에만 치중해서 오히려 너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어요. 결국 돈 냄새가 너무 진하면 오히려 품격이 없어 보이기도 하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눈이 번쩍 뜨이며 외쳤다. “아, 그렇죠. 아가씨 말이 딱 맞아!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걸면, 그냥 목에 ‘나 돈 많음!’이라는 글자를 단 것 같잖아. 촌스럽고, 그러니까 정말 촌스러운 것 같아!”
여직원이 내뱉은 ‘귀부인 중의 최정상’이라는 한마디는 윤우선의 기분을 하늘 끝까지 띄워버렸다. 윤우선은 여직원의 말이 마치 뭔가 화학적인 에너지를 가지기라도 한 듯, 자신의 고막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대량의 도파민을 생성해내고, 그 도파민이 혈관을 따라 뇌까지 직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간단히 말해, 윤우선은 이미 여직원의 말에 너무 취해버렸다.윤우선이 느끼고 있는 이 느낌은 마치 담배를 처음 배운 젊은이가 마을 어르신이 가지고 계시던 오래된 곰방대를 들고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취한 정도가 아니라, 약간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윤우선은 너무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으며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윤우선은 여직원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홍라연도 아부를 잘하긴 했다. 수십 년 동안 형수로 살다가 어느 순간 안색 하나 안 바뀌고 자신을 낮추며 비위를 맞춰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직원과 비교하면 홍라연은 한참 수준이 모자랐고,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했다.결국 윤우선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직원에게 물었다. “아가씨, 내 분위기면 어떤 목걸이가 어울릴 것 같아요?”그러자 여직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사모님 같은 분이라면 저희 매장의 대표 상품, 그러니까 '간판' 상품을 착용하셔야죠!” 그 말을 마친 뒤, 여직원은 재빨리 덧붙였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매니저님을 찾아가서 금고를 열고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직원은 급히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서는 매니저가 매장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여직원과 윤우선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직원이 들어오자마자 매니저는 다급히 말했다. “아니, 소희 씨 어떻게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그러자 여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매니저님, 그건 매니저님이 시키신 거잖아요? 가능한 한 저 아줌마를 꼬드겨서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라고
이야기를 끝낸 뒤 전화를 끊은 여직원은 윤우선 앞에 다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손님, 그럼 제가 악세서리를 착용해 보시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걸이를 착용하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명품 브랜드의 악세서리는 가성비 면에서는 솔직히 형편없다고 할 수 있다. 18K 골드 체인 자체는 돈으로 바꾸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고, 잔뜩 박힌 작은 다이아몬드 역시 그다지 비싸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둘을 합치더라도 판매 가격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하지만, 윤우선이 중시하는 것은 가성비가 아니라 제품을 샀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였다.소위 가성비라는 것은 상품의 성능과 가격의 비율을 뜻하는데, 같은 가격일 때 성능이 더 좋으면 제품은 좋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반면 윤우선이 중시하는 비용은 상품이 가지는 이미지와 가격의 비율이다. 따라서 같은 가격일 경우 사람들이 더 인정하고 부를 더 과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설령 원가가 2만 원 정도 되는 티셔츠가 150만 원에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슴팍에 찍힌 브랜드 로고가 충분히 과시할 만 하다면, 윤우선의 눈에는 가치 있는 상품이었다.윤우선은 한참 동안 목걸이를 살피며, 이 목걸이가 정말로 반짝거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장의 조명 아래, 거의 모든 각도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에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힌 그녀는 곧바로 말했다. “이걸로 할게요. 포장해주세요!”그때 직원이 말을 꺼냈다. “손님,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목걸이는 손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무슨 뜻이죠?” 윤우선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이런 비싼 목걸이를 할 자격이 없다는 건가요?”여직원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손님 오해하지 마세요. 처음 손님께서 매장에 들어오셨을 때부터 손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분위기를 느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불
윤우선은 자신이 운전하는 위풍당당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몰고 하버시티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조심스럽게 차를 여러 번 후진하고 돌리기를 반복해 간신히 주차를 마친 그녀는 홍라연과 함께 1층으로 올라갔다.하버시티의 1층은 대부분 일류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가득했다. 그중 절반은 의류와 가방 브랜드로, 예를 들어 루이비통이나 구찌 같은 곳들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악세서리브랜드로, 불가리, 까르띠에와 같은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윤우선은 도착하자마자 홍라연을 이끌고 불가리 매장으로 직행했다. 불가리가 다른 브랜드보다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윤우선은 ‘불가리’라는 이름이 듣기만 해도 화려하고 좋은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했다.두 사람이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윤우선은 곧바로 중앙에 위치한 진열대로 향했다. 그 후, 높은 의자에 턱 하니 앉아 오른손으로는 롤스로이스의 차 키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는 예전에 시후가 선물해 준 에르메스 핸드백을 진열대 위에 당당히 올려놓았다.판매사원은 한눈에 큰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다가와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불가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상품을 보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윤우선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흠흠, 매장에 괜찮은 목걸이 있으면 다 꺼내 줘요. 내가 골라 볼 테니까.”판매사원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남성 동료에게 말했다. “준기 씨, 고객님께 스페인산 탄산수를 두 병 준비해 드리고, 이번 달에 새로 나온 향수 샘플도 준비해서 고객님께 시향해 드려요.”남성 판매사원은 지시대로 움직였고, 이를 본 윤우선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명품 브랜드 매장은 서비스가 달라!’홍라연은 윤우선 뒤에 서서 생각했다. ‘예전엔 WS 그룹이 돈 좀 있었을 때 나도 이런 매장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았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런 매장을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긴장될 정도라니... 역시 떨어진 봉황은 닭보다 못
윤우선은 과거 WS 그룹에서 시집살이를 할 때 늘 홍라연에게 괴롭힘을 당해기에 마음속으로 큰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홍라연이 개처럼 그녀에게 아부하며 다가오니, 윤우선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었고, 그녀에게 완전한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홍라연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다. 윤우선에게는 홍라연이 자신의 앞에서 아부하며 비위를 맞출 때, 자신이 과거의 윤우선이 아니며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그 때, 윤우선은 홍라연의 목소리를 듣고 투덜대며 말했다. “아직도 잠이 부족한데. 몇 시죠?” 홍라연은 서둘러 말했다. “벌써 11시 다 돼 가! 어제 말하기를 오늘 쇼핑 간다고 했잖아? 난 다 준비됐어, 지금 동서 집 앞이야. 오늘 가는 거지?”윤우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이고! 까먹고 있었네! 오늘 하버시티에 가서 목걸이 하나 살까 했는데, 요즘 자꾸 목이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그러자 홍라연은 웃으며 말했다. “동서처럼 컬리넌을 타고 에르메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목에 좀 화려한 목걸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어떤 브랜드로 볼 거야?” 윤우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불가리, 티파니, 까르띠에 같은 데면 다 괜찮아요. 안 가리는 편이라, 일류 브랜드면 다 좋지 뭐.” 홍라연은 곧바로 아부를 시작했다. “역시 동서 안목은 최고야! 동서 기질에는 그런 일류 브랜드가 딱 어울리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동서랑 비교도 안 돼. 몇 만 원짜리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이어 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동서는 복이 많아. 럭셔리한 저택에 살고, 고급 외제차도 타고, 명품을 입으니 확실히 인생 승자지.. 나야 뭐, 어려움을 겪고 나니 악세서리도, 가방도 다 없어졌어. 지금은 명품은 커녕 싼 목걸이 하나 사기도 힘드네... 나중에 혜빈이에게 돈 좀 받아서 상점에서 은목걸이나 하나 사야겠어..”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홍라연이 자기가 저렴한 악세서리나 어울리는 수
원래 시후는 이중열이 당분간 한인 타운에서 편히 지내도록 하고, 나중에 시간을 내어 홍콩으로 가서 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가휘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문제를 일으키려 하니, 시후도 어쩔 수 없이 홍콩으로 가야만 했다. 홍콩과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비행기로 편도만 해도 최소 10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 시후는 최소 3~5일, 어쩌면 더 오래 미국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시후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유나였다.비록 시후가 블랙 드래곤의 여자 대원들을 배치해 유나를 몰래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혼자 미국에서 학업과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현재 김상곤은 중국에서 문화 교류 활동 중이라, 미국에 와서 유나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장모 윤우선 뿐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직접 유나에게 자신이 홍콩으로 가야 하고, 장모님을 모셔와야 한다고 말하면 조금 어색할 것 같았다. 게다가 유나와 상의한다 해도 그녀는 장모님을 모셔오는 대신, 자신에게 홍콩에 가지 말라고 하거나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 자기 걱정은 말라고 할 가능성이 컸다. 또한, 윤우선은 지금 미국에 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었다. 윤우선은 한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럭셔리 외제차와 저택, 시후가 준 용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미국으로 오게 한다면 오히려 귀찮아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장모 윤우선을 데려오기 위한 핑계를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뒤 유나에게, 자신은 홍콩에 고객이 있어 가야 하지만 마침 장모가 와 있으니 그녀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윤우선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시후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윤우선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약간의 계획 만으로도 그녀를 데려올 자신이 있었다.그래서 시후는 즉시 송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송회장님,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송민정은 주저 없이
전화가 연결되자 시후는 물었다. “은서야, 창재 씨 아직 거기 있어?” 고은서는 대답했다. “방금 사람을 보내서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어. 그런데, 시후 오빠, 오늘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우 언니가 말하길 오늘 밤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심지어 제이크 한 경감도 죽었다고 하던데?”시후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고은서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고은서는 시후의 이야기를 다 듣고 충격을 받아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잔인한 괴한들이 있을 수 있어...?” 그녀는 이어서 자책하는 말도 했다. “시후 오빠, 혹시 우리 팀에 내부자가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게 협력할 수 있었겠어..?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에 공격을 시작했다면, 아마 공연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게 분명한데...”“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확실히 내부자로 의심되는 건 내 셋째 외숙모뿐인데, 그녀는 이미 죽었어. 내 생각엔 괴한들이 네 공연 흐름을 몰랐을 거야. 언제 배경 음악이 가장 큰 시점인지도 몰랐을 것이고.. 그들이 정확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던 건 내 외숙모가 그 안에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일 거야.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을 때 괴한들에게 알려 줬을 가능성이 커.”고은서가 말했다. “하지만 오빠가 그러지 않았어? 외숙모가 신호 방해 장치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그런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그녀도 범죄자들과 연락할 수 없을 텐데...”시후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방해 장비를 가지고 있었던 건 맞지만, 그 장비를 계속 켜두는 건 불가능해. 만약 계속 켜뒀다면 다른 사람들이 벌써 이상함을 눈치챘을 걸. 내 생각에는 그녀가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 순간이 오자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곧바로 방해 장치를 켰을 거야. 괴한들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들이닥친 걸 보면, 짧은 차단 시
홍콩에서 유성으로 불리는 유가휘에 대해, 시후는 전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이건 그가 이중열에게 한 일 때문만이 아니었다. 시후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비록 이중열이 이 사건에서 약자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사건에서 잘못한 것은 바로 이중열에게 있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유가휘가 자기의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이중열에게 복수하려는 것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후가 유가휘에 대해 가장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점은 바로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당시 이중열이 식당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직후 이중열은 제일 먼저 시후의 아버지인 은서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 그 때 시후의 아버지는 즉시 홍콩으로 가 유가휘와 합의를 맺어 이중열을 놓아주기로 했고, 그 덕에 이중열은 일시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후의 부모님이 LCS 그룹에서 나오게 되면서, 시후의 부모님이 사망하게 되었다. 유가휘는 시후의 아버지가 사망한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합의한 내용을 어기고, 이중열을 사냥하기 위해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을 보내 대대적인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다 추적이 잠시 중단된 이유는 바로 고선우가 시후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이 일에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고선우가 중병에 걸렸을 때, 고은서가 시후를 찾았다. 그래서 만약 고선우가 병이 낫지 않았다면 유가휘는 또 다시 협정을 어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중열은 아마도 상금을 노리는 킬러에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유가휘는 이제 ‘우회적으로’ 자신이 고선우와 했던 약속을 회피하려고 하자, 그 행동을 본 시후는 더욱 분노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의리를 저버린 유가휘의 품성에 대해 시후는 극도로 불쾌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즉시 고은서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고은서는 시후의 메시지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창재에게 건네며, 시후의